나는 운전을 좋아한다. 꼬마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해외 출장을 다녀오실 때마다 미니어처 자동차 세트를 꼭 선물해주셨다. 어릴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던 파란빛의 ANA(All Nippon Airways) 항공기 세트가 여전히 내 방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에버랜드에 가서 범퍼카 운전 실력을 뽐냈고, 취미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관찰해 영어 이름을 베껴온 자동차 그리기였다. 스무 살이 되기만을 고대했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달려갔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1종 보통 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나의 ‘Car life’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보조석에 앉는 것보다 운전석에 앉는 게 편한, 내가 직접 운전해야 직성이 풀리는 조금은 독특한 나다. 운전 DNA를 따로 가지고 태어난 듯한 내게 운전의 단점은 딱 한 가지뿐이다. 정말 딱 하나다. 동시에 무언가를 읽을 수 없다는 것. 굉장한 활자 중독자이기도 한 나로서는 웬만하면 멀티태스킹을 하려고 시도해봤지만, 운전과 읽기는 절대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운전을 좋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하철이나 KTX, 비행기를 타는 시간은 내게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출발하기 전부터 교통수단에 몸을 맡길 그 시간을 떠올린다. ‘뭘 읽어야 하더라? 뭘 읽을까?’라는 생각에 신문이든, 밀린 책이든, 중요 서류든 정해진 이동 시간 내에 완독할 거리를 신중히 선정한다. 운전 중독자인 내가 잠시 활자 중독자로 온전히 전환되는 시간이다.
대학생 때는 주로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다녔기에 순수 독서 시간을 요즘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에 100쪽은 읽어낼 수 있었다. 종종,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책을 읽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도 했다. 집중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끈기는 있었는지 그러다 보면 일주일에 한 권은 기본이고, 욕심을 조금 더 내면 두 권도 완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10억 만들기를 목표했고, 부동산 투자는 종잣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GQ의 메인 모델이었던 ‘주지훈’의 광팬이 됐다. 집요하게 책을 집어 들어 최소한의 마음의 양식을 채우려 했다. 지하철은 곧 나의 도서관이었다.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하지만 SUPER PRO를 꿈꾸는 우리는 끈기와 집요함을 공부 정도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있지 않는 한 대부분 책을 읽고, 공부하며 오늘보다 나의 ‘내일’을 꿈꿔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와 다르게 운동선수에게는 훈련이 공부일 것이다. 전 세계 운동선수 중 끈기만큼은 1등일 선수들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다.
노부유키 씨는 “이치로가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세 살 때 이치로를 위해 플라스틱 방망이와 볼을 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러 갈 때는 반드시 그것을 가지고 다녀서 이치로는 항상 방망이와 볼을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라는 말처럼, 이치로의 야구 인생은 이미 세 살 때 시작되었다.
이치로에게 ‘위대한 재능’을 준 것은 나고야 공항 근처에 있는 배팅 센터이다. 이치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7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일 그곳에 다녔다. 그것도 한 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는 정도의 손쉬운 강도가 아니다. 일 년에 363일을 다녔다고 한다. 쉬는 날은 단 이틀, 배팅 센터가 문을 닫는 1월 1일과 2일, 명절날뿐이었다.
세상을 둘러보면 천재는 어디에서건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능은 성공을 위한 한 가지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도 끊임없는 정진을 반복해야 비로소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이치로가 일류 선수의 칭호를 얻은 것은 210개의 안타를 치고 3할 8푼 5리의 타율로 수위 타자에 오른 94년 가을이다.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로부터 13년이나 흐른 뒤의 일이다.
― 《야구 천재 이치로와 99%의 노력》 (고마다 미쓰오 지음, 지식여행, 2004) 중에서
이치로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 사람’이다. 그에게는 공부와도 같았던 타격 연습이 끈질긴 노력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아구 천재’라는 물질을 만들어냈다. 태생적으로 지닌 재능에 진정한 노력을 더한 결과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으른 천재’가 반짝이고 사라지지 않던가.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후천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골프 천재도 있다. 타이거 우즈 역시 흥미롭게도 3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고 한다.(36개월 이하의 자녀가 옆에 잠들어 있는 부모라면 주목하길!) 우즈는 8살 때 처음으로 70대 타수를 기록했다. 그러고 나서 열두 살 때 처음으로 60대 스코어를 낸다. 15살이 되던 해에 전미 주니어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다. 18살이 되자 그는 전미 아마추어 챔피언에 오른다. 우즈는 골프를 시작한 지 14년 만에 아마추어 정상에 올랐다. 이후 프로로 전향해 세계 골프의 아이콘이 된 타이거 우즈. 그러한 골프 천재조차도 10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 끝에 자기 분야의 1인자가 될 수 있었다. 위대한 결과는 얄팍한 술수나 보여주려는 노력 따위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천재는 1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는 토마스 에디슨이 말하지 않았는가. 전기와 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현세의 역사는 전구의 발명이 근원적 동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빛이 없다면 지금은 없었을 것이다. 에디슨은 수 천 가지의 소재로 수 천 번 시험하고 실험한 끝에 필라멘트를 발견해냈다. 포기하지 않고 한 번만 더, 또 한 번 시도한 결과였다. 에디슨이 행여나 끈기와 집요함이 부족했다면 우리의 삶은 현재와 굉장히 다르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나 또한 한때 잠시나마 발견 혹은 발명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꽤 많은 아이디어를 스케치했고 열정 넘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창의적 인간’이라 자부했던 나였지만 내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이미 누군가 구상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은 이유도 명백했다.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상품성이 없거나. 여러 개의 특허를 내고 인류 역사에 이바지하고자 했던 나의 거창하고도 원대한 꿈은 그저 고이 꿈으로 남았다.
당신은 어떠한가? 현재 당신의 열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는가? 물론 쉽지 않지만, 그저 남들처럼 책에 얼굴 파묻고 공부하는 게 최선인가? 아니라면 당신만의 킬러 콘텐츠가 있는가? 집요하지만 담담하게 정진할 대상이 존재하는가? 있다면 당장 진력을 다하기를 바란다. 없다면 지금부터 찾으면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음 기회를 승리로 연결하면 된다. 집요함은 성공한 사람만의 특권일 테니까. 그리고 나와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사람이니까. < ‘당신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SUPER PRO의 법칙(이현동, 미디어콘텐츠, 2019)’에서 옮겨 적음. (2020.06.13. 화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