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젤(Gessel)의 성숙이론
게젤이 주장한 인간발달에 대한 원리들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고, 이어 그가 개발한 발달스케줄검사에 관하여 논의한 다음, 끝으로 성숙이론에 대한 한계점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인간발달의 기본원리
게젤은 인간발달의 기본원리로서 ① 발달방향의 원리, ② 상호적 교류의 원리, ③ 기능적 비대칭의 원리, ④ 개별적 성숙의 원리, ⑤ 자기규제의 원리 등을 제시하였다.
첫째, 발달방향의 원리는 태아발달과 출생 후 발달 모두에서는 ‘머리에서 발의 방향’(頭- 尾 方向; cephalo-caudal direction)으로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게젤에 의하면, 발달의 방향은 특정의 순서로 진행되도록 성숙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지시를 받는다. 예를 들어, 출생 전의 태아 초기에 머리가 발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출생 후의 발달 초기에도 머리가 먼저 발달하게 된다. 아기는 처음에 자신의 혀와 입술을 통제하게 되며, 그리고 나서 눈운동에 대한 통제를 하게 되고, 다음에는 목, 어깨, 팔, 손, 손가락, 몸통, 다리, 발 등의 순서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상호적 교류의 원리는 인간의 좌․우 양 측면 즉, 좌뇌와 우뇌, 두 눈, 두 손, 두 다리의 발달이 상호적 교류를 통하여 점차적으로 체제화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좌․우 양측면 즉, 좌뇌와 우뇌, 두 눈, 두 손, 두 다리 등이 점차적으로 효과적인 체제화가 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손을 사용하는 데 있어 아기는 처음에는 한 손을 사용하다가 다음에는 두 손을 함께, 그 다음에는 다시 한 손을, 그리고 다시 두 손을 함께 쓰게 되며, 결국 어느 한 손을 더 우세하게 사용할 때까지 이러한 과정을 계속한다.
셋째, 기능적 비대칭의 원리는 제반 기능이 비대칭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유로 정면이 아닌 약간 비스듬한 자세를 취할 때 가장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게젤에 의하면, 한 손, 한 발, 한 눈 등 한 쪽만의 우세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원리 때문이다. 아기들이 머리를 한 쪽 방향으로 돌리고 눕기를 좋아하는 것과, 그들이 그렇게 할 때 자동적으로 목경직반사(tonic neck reflex; 머리가 돌려진 방향으로 한 팔을 내밀고 다른 한 팔은 머리 뒤쪽에 구부린 자세를 취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마치 펜싱의 기본자세처럼 보임)가 나타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넷째, 개별적 성숙의 원리는 각 개인은 그의 내적 유전기제가 다르므로 성장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출생 후의 발달에 있어서 성숙은 외적 환경의 영향과는 구별된다. 특히, 성숙은 연습이나 교육의 효과와는 대조된다. 어떤 기능이나 기술이 성숙에 의해 좌우된다면 그것을 성숙상의 스케줄보다 앞서 가르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즉, 아동의 신경계가 충분히 성숙하게 되어 준비가 완료된 후에야 앉고 걷고 말하게 될 것이다.
어떤 순간에 이르면 아동들은 자신들의 내적 기제에 의해 과제를 쉽게 숙달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교육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쌍생아 중 한 명에게 계단오르기, 블록쌓기, 어휘, 손의 협응 등의 활동을 연습시킨 결과, 다른 한명보다 이러한 기술면에서 우수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는 이러한 연습을 하지 않은 다른 한 명도 이러한 기술을 잘하게 되었데, 그 시기는 대략 여러 가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연령쯤이었다. 따라서 특정의 기능이나 행동은 아동이 그에 필요한 준비상태가 갖추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훈련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어떤 기능이나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준비성(readiness)을 결정짓는 내적 시간표가 존재하며, 조기교육의 이점은 비교적 일시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자기규제의 원리는 인간이 모든 발달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자기통제를 한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너무 일찍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시도하게 되면 이에 대하여 저항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들이 학습하는 데 있어 다양한 환경적 압력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안정적인 발달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아동들의 자기규제는 자신들의 수유주기나 수면주기와 깨어있는 상태의 주기 등을 규제하는 능력의 토대를 이루게 된다. 부모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놀거나 자고 싶을 때를 결정하도록 허용한다면 그들은 점차로 하루당 수유량을 덜 요구하게 되고, 또한 낮 동안에 깨어있는 시간이 보다 길어지게 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패턴의 발달을 이루어 가게 될 것이다.
2. 발달스케줄검사(developmental schedule test)
게젤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영아와 그렇지 못한 영아를 구별하기 위해 수백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근거하여 발달스케줄검사(Gesell developmental schedule test)를 개발하였다. 발달스케줄검사에서는 ① 운동기능(motor skills), ② 적응행동(adaptive behavior), ③ 언어행동(language behavior), ④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r) 등의 네 영역에서 발달지수(development quotient; DQ)를 사용하였다. 여기서 운동기능은 이동, 협응, 특별한 운동기술을 포함하고, 적응행동은 기민성과 여러 가지 형태의 탐색활동을 포함하며, 언어행동은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을 포함하고, 사회적 행동은 인간과 환경에 대한 반응을 포함한다.
게젤은 특정 연령에서 어떤 행동이 가장 보편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기 다른 연령의 영아들의 행동을 비교하였는데, 만약 어떤 영아의 행동이 또래의 규준과 상당히 차이가 나면 이 영아의 발달은 매우 빠르거나 매우 느린 것으로 평가하였다. 영유아들의 발달정도를 확인하고,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것을 규준적 접근(normative approach)이라고 하는데, 게젤발달스케줄검사는 베이리(Bayley)가 개발한 영아발달검사(Bayley Scales of Infant Development)와 함께 영아기의 발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3. 성숙이론에 대한 한계점
게젤이 주장한 성숙이론의 비판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게젤의 연구결과가 모든 아동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예를 들어, 게젤이 연구한 중상류계층 아동들은 어떤 특정의 훈련이 없이도 학교에 입학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나, 불우한 가정의 아동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특별한 보상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게젤이 인간발달에 있어서 환경의 역할을 대수롭지 않게 간주하였다. 물론, 게젤이 인간발달에 있어 환경의 영향을 전혀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셋째, 게젤의 이론은 동일한연령대 아동들 간에 있어 나타나는 발달의 다양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젤의 연구는 비교적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특히, 아동발달의 규준을 제시한 게젤의 연구는 다른 연구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왔는데, 이는 현재 성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도 해당 발달규준을 제시하는 데 응용되고 있다.
출처: 동신대학교 오만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