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네시골밥상>
수리사 가는 길에 조용이 숨어 있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찾지 못할 집이다. 이름도 어울리게 시골밥상이다. 인심은 시골스러운데, 맛은 투박과 세련을 다 갖추었다. 이 값에 이 음식, 이 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주에 있어도 알아줄 집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순이네시골밥상
주소 : 군포시 속달로 205(속달동 227-2)
전화 : 031-502-8994
주요음식 :은갈치 코다리 한식정식
2. 먹은날 : 2021.9.3.저녁
먹은음식 : 정식세트 15,000원(은갈치, 코다리, 간장게장 등)
3. 맛보기
원래 탁자 위로 새로운 밥상이 덧씌워진다. 통째로 새 밥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는 다시 한번 더, 그것도 더 강도높게 놀랐다.
아니 이 시골에 어떻게 이런 음식이 숨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맛과 품위와 가격이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음식이 어느 하나 허수가 없다. 정갈한 데다 모두 제대로의 맛을 품고 있어서 무리를 해서라도 다 먹게 된다.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다.
먹고 나니 걱정된다. 이 값을 받고 해낼 수 있는 음식인가. 이 돈만 내고 먹어도 되겠는가.
코다리찜은 항상 지나친 양념이 부담스러운 음식이다. 그것도 맵고 짜고여서 코다리살 자연의 맛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통통한 명태 구덕뚜덕한 살,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식재료의 자연맛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양념맛을 낸다. 코다리 한입에 팬이 된다.
갈치구이. 간이 적절하고 바삭거린다. 신선한 육질이 그대로 느껴진다.
간장게장. 게살 맛이 청량하다. 청량고추를 세게 넣어 매콤한 맛이 게살에도 간장에도 제법 진하게 배여 있다. 매운 맛을 꺼리면 부담스럽겠지만, 맛 자체가 최고이니 그래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밑간장도 짜지도 달지도 않다. 게맛과 어울려 고소한 맛이 느껴질 정도다. 음식을 정말 제대로 하는 집이다.
가죽나물, 미나리. 모두 제 향기를 담고 있다. 미나리는 돌미나리같다. 육질이 제법 단단하다. 그래서 더 풋풋하고 토속적인 맛이 난다. 나물무침, 집에서는 손이 많이 가서 하기 쉽지 않다. 어쩌다 어렵게 해도 왜 맛이 제대로 안 나는지. 이 맛을 내고 싶다.
우엉무침. 귀한 우엉을 만났다. 달근한 맛이 우엉 살에 엉겨 혀에도 착착 감긴다. 부추맛이 어우러지면 우엉 맛이 더 살아난다. 이렇게 맛있게도 하는구나.
가지초절임. 오늘 배운 새 요리다. 우리나라 가지는 한 품종이어서 전통 조리법은 단순하다. 쪄서 무치는 것, 가지무침, 조리법이 간단해도 좋았지만, 중국에서 다양한 가지요리를 보면 누구나 욕심을 갖는 거 같다. 우리 가지요리는 왜 이렇게 다양하지 못한가.
중국 가지는 우선 다양하다. 둥근가지, 보통가지, 긴 가지 등등, 눈으로 보기에도 현저하게 다른 가지들이 수퍼에 가면 채소코너를 현란하게 장식히고 있다. 그중 둥근가지는 매우 단단하다. 그래서 튀기는 요리에 적당하다. 튀기는 요리로 디산시엔은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요리다.
오늘 이 음식을 보니 그 동안 우리 가지 요리에 대해 가졌던 불만이 가시는 기분이다. 가지, 양파, 고추를 넣고 초절임을 했다. 신맛이 감도는데 가지는 탄탄한 육질이 그대로다. 새로운 요리,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새요리 발견이다. 이렇게 숨어 있는 맛집에서 발견하게 될 줄 예상못했다.
맛과 품격과 가격에 새요리까지 안 갖춘 게 없는 맛집이다. 대단하다. 전주에 가 있어도 줄 설 거 같다.
미역국, 구수하고 간이 잘 맞다.
밥은 압권이다. 쌀알이 통통하고 차지고 탱글거리면서도 딱딱하지 않다. 밥이 맛있어 밥만으로도 한 끼 때울 거 같다. 게장 간장에 쳐서 김에 싸먹으니 최고다.
4. 먹은 후
뜰에 담장을 겸해 심은 나무가 밤나무다. 토실토실한 밤이 가지가 버거울 정도로 열려있다. 마당에 밤나무라니. 이런 시골집에서 어떻게 이런 음식을 해낼 수 있나. 숨은 이인을 만난 기분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토정이 소금장수를 만났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ㅎㅎ
지척에 갈치호수와 수리사가 있다. 조금 나가면 반월호수다. 어디든 다 좋다. 오늘 저녁은 반월호수다. 요즘 공사중이지만, 다행히 언제 만들어 놓았는지 물말끔터 앞으로 데크길을 새로 만들어 호수 오른쪽은 완전히 돌아 걸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맛있는 저녁 덕분에 호수가 한결 더 아름답게 여겨진다. 좋은 나라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호사 못 누린다에 판돈 좀 걸어볼까.
프랑스 달팽이요리와 스테이크 25유로.(2021.8.31) 실제로 이보다 시골밥상 요리가 더 낫지 않은가. 물론 때에 따라 다른 음식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2021.9.10.점심
코다리정식 10,000원
오늘은 점심, 더 간단한 메뉴, 찬이 조금 바뀌었다. 더 고급의 찬으로. 나물은 집에서 해먹기 정말 어려운 음식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솜씨도 필요하다. 그 귀한 나물 찬이 더 많이 올랐다. 미안하게도 주요음식이 코다리 하나라 값은 만 원이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오늘 날씨도 화창하고 점심이라 그런지 손님이 가득이다. 들고나는 손님 사이로 부지런히 상을 통째로 들고 와 서빙을 한다. 통째로 들고 가니 일하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다. 순간에 상이 나가고 새 손님이 앉는다.
이 정도면 한상에 한 끼 세 팀은 손님을 소화하는 거 같다. 손님들은 일터로 가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겠지. 커피 공간과 밥공간이 분리되어 식당은 공간 이용율을 3배 정도로 높일 수 있다. 거기다 통째 상이니 경제성이 더 높아진다. 이것이 밥값 저렴화의 비결이다. 프랑스 1/3값에 동등하거나 더 높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만큼 아이디어도 많다. 한국은 5천만의 머리가 다 활성화되어 있다. 14억이 되어서도 중국이 한국을 못 이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골밥상에서 별걸 다 읽어본다. 대한민국 좋은나라, 좋은음식 좋은식당.
2022.3.21.점심
정식세트 1인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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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점심
생선구이 정식16,000원(1인)
생선이 구운 것이 아니라 튀긴 것이어서 제대로 먹기가 힘들다. 너무 느끼하다. 다른 요리와 같이 시킬 때는 생선이 얼마 안 되어 몰랐는데 구이모듬 정식을 시켜보니 알겠다. 그런데 사실 이름도 튀김정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먹을 만한 찬도 실상은 나물과 겉절이밖에 없는데 소략하여 식사가 풍성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게는 전체적으로 깔끔해지고 그 사이 조금씩 가격도 올랐는데 어찌 중요한 밥상은 부실해졌다는 것은 나만 느끼는 걸까. 하여튼 생선구이가 아닌 생선튀김모듬은 권할 만한 메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늘이 예쁘다. 마당 주차장에 깐 멍석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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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8.저녁
갈치참조기조림 18,000원
그 사이 메뉴가 추가되었다. 생선 구이라고 하고 튀김을 내오는 메뉴보다 훨씬 낫다. 맛이 흠잡을 데 없다. 역시 음식을 잘하는 집임이 식재료 음식이 아닌 조리 음식을 보니 선명해진다. 추천할 만한 메뉴다.
갈치도 조기도 신선도 및 품질과 조리 솜씨, 모두 흠잡을 데 없다. 너무 맵지도 않고 육질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고 감칠 맛난다. 조기는 조기대로 갈치는 갈치대로 크기 또한 불만없을 정도, 생선조림에서 기대하는 맛과 품질 다 만족시킨다. 부재료도 적절하게 들어 있어 국물맛도 생선과 양념으로 고루 즐길 수 있다.
2023.4.10.점심
2023.7.10점심
갈치 참조기 조림 19,000원 1인분
오늘은 밥먹기 힘들다. 조림은 맵고 짜고 거기다 생선은 딱딱하고 살에는 맛이 안 배여 있다. 찬도 밑반찬 류여서 먹을 게 없다. 입이 매운데 입가심하기가 힘들다. 곁반찬 먹을 만한 거 놓아주면 안 될까. 생선은 좀 더 싱싱한 걸로 하면 안 될까. 서운한 마음이 인다.
한식 조리는 참 힘든 거다. 조금만 정성이 덜해도 금방 표시가 난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