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고려대 백주년기념 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고려대 염재호 총장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주제가 '4차산업 혁명과 미래교육'이었는데 평소 대학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인 총장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반 강연회다 보니 주제와 관련하여 별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총장님의 인품이 드러나는 외모와 목소리,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강연 중반 강연의 내용과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를 하시는데 정말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스탠포드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으로 돌아온 총장님은 아이들을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키우기 위해
시골로 거처를 정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서울로 출퇴근하구요.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 고등학교까지 공부시킨 후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고대에 입학시켰다고 했습니다.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니...
물론 가족의 거주지가 농촌이고 아이들이 그곳에서 공부했으니 법적으로 하자는 없지만
농어촌 특별전형이 저런 분의 자제를 대학보내라고 생긴 전형이 아니지 않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게
이미 영어가 다 된 아이,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교수 아버지, 일상적으로 서울과 교감하면서 살고 있는 지적으로 세련된 전업주부 엄마의 자녀를 위한 전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결국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것도 아주 많이 가진 자들이라면 이용 가능한 수시의 한 방편이더군요.
제가 아는 강남의 지인도 아이 공부가 생각보다 시원치 않자 지균? 농어촌 특별전형?을 노리고 연천이라는 곳으로 이사(일종의 위장전입이겠죠)했고
주말에는 대치동에서 공부합니다. 전교 1등한다고 합니다ㅠ
이렇게 위장 농촌 거주인들이 농어촌전형을 이용한다면 시골에서 진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겠죠.
이미 삐딱한 마음으로 강연을 듣고 있는데
이번에는 더 황당한 말씀...
미래교육은 지식교육, 진학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는 말씀을 한참 하신 후
다시 본인의 자녀 이야기로 돌아가 아이가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무슨 소리냐? 요즘 대졸은 예전으로 치면 고등 중퇴 정도의 수준이다.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해라'고 강권했다는 말을 하더군요.
전 인권위원장 안경환의 하자 있는 아들이 수능최저 기준도 없는 수시의 한 전형으로 서울대를 가고
혁신의 아이콘 염재호 총장의 아들은 정말 혁신스럽게 농어촌전형으로 고려대학교에 진학하고
참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이번 청문회를 보면서 솔직히... 그동안 존경받아 왔던 사회지도층에 대한 실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ㅠ
슈렉님 글 읽고....이전 고대 학부모였던 분께 얘기해봤어요.
고대에선 엄청 유명한 얘기더군요.
본인 수업시간에도 아주 자주자주 언급을 했답니다. 저 얘기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요.
거기다 더 재수없는건 경영과 법학 둘 중에 고르느라 ...고민끝에 경영을 가주셨답니다.
학생들 대자보에도 꽤 붙였다는데 아무 반향도 없이...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으니 계속 저러고 있겠죠 ?
왜 니네들은 머리 안써서 대학 잘 못보내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