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는 21년 만의 삼성 우승, 이승엽(삼성)의 4번째 MVP, 송진우(한화)의 통산 최다승 경신 등 많은 뉴스를 만들어 냈다.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본 팬들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에게는 어떤 사건들이 기억에 남아 있을까. 한해를 마감하며 8개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 가능)를 해 올해의 가장 엽기적이고 재미있는 사건을 선정했다.
▲삼성 우승은 드라마-13명
프로야구 선수들도 올해 최고의 뉴스로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이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기적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낸 것을 꼽았다.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대구 6차전이었지만 이 경기에서 진다면 완전히 LG로 넘어갈 분위기였다. 삼성은 9회초까지 6-9로 3점을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1사 1·2루의 상황에서 이승엽의 동점 3점포와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이 잇따라 터지며 프로야구 21년사에서 가장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LG 이병규는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지만 3분 만에 경기가 끝난 것은 처음이다"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김성한 감독 폭행 파문-6명
기아 김성한 감독이 포수 김지영을 폭행해 감독과 선수 사이에 송사가 벌어질 뻔했던 사건이 2위에 올랐다. 김감독에게 방망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김지영의 아내가 인터넷에 남편의 부상과 사건경위를 띄우면서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결국 김감독과 기아구단이 해명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지어졌지만 김지영은 결국 유니폼을 벗고 말았다.
전준호(현대)는 "불행한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라운드에서 폭력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성근 감독 해임-5명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LG는 페넌트레이스 4위팀을 준우승까지 이끈 김성근 감독을 전격 해임, 여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김감독은 남은 임기를 다 채우기를 희망했지만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독 교체를 기정사실화했던 LG는 성적에 상관없이 김감독을 경질했다.
송지만(한화)은 "준우승한 팀의 감독을 경질한다면 어느 감독이 마음 놓을 수 있겠느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종범, 장나라 시구 강타-4명
7월17일 올스타전이 벌어진 인천문학구장. 인기 연예인 장나라가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고 타석에는 이종범이 있었다.
장나라의 첫 투구가 포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자 투구 위치를 앞당겨 다시 시구를 하게 했다. 장나라의 손을 떠난 볼이 포수 미트에 닿을 무렵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이종범이 장난스럽게 휘두른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장나라 얼굴 옆으로 지나갔고, 때린 사람이나 던진 사람이나 한동안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최진실·조성민 커플 '파경'-3명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18일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대통령후보에 대한 지지철회에 앞서 언론에 보도된 최진실·조성민의 파경소식은 스포츠·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성민이 최진실에게 이혼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둘 사이의 공방은 "다른 여자가 있다" "임신 중에 흡연을 했다"는 등 폭로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진갑용 약물 파동-3명
도핑테스트에서 위험수치 판정을 받자 '후배 김상훈에게 대표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일부러 약물을 복용했다'는 삼성 진갑용의 말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대표팀 합류를 고의적으로 거부했다는 비난이 일었고, 진갑용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2차 도핑테스트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진갑용은 결국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진필중 ML행 무산-2명
지난해 포스팅 공시에서 '입찰구단 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았던 진필중(두산)은 에이전트를 바꾸고 1년 동안 치밀하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지만 또 '물'을 먹고 말았다. 진필중은 연습생 수준인 2만5,000달러의 이적료를 제시받아 오히려 자존심에 상처만 입었고, 메이저리그 꿈을 접어야만 했다.
▲롯데 관중몰이 해프닝-2명
롯데는 9월14일 부산 SK전에 앞서 벌어진 부산아시안게임 서포터스 발대식에 참가한 3만여명의 서포터스에게 야구 무료 관람의 기회를 제공했다. 월드컵 이후 관중 1,000명을 모으지도 못한 롯데는 오랜만에 스탠드를 가득 채우고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스탠드를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야구가 시작된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514명만 남았다. '재미없는 경기는 공짜라도 안 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계기였다.
▲정치판에 이용된 임수혁 돕기-2명
선거일이 다가오자 평소에 썰렁했던 서울 강동성심병원 임수혁의 병실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임수혁 가족은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6인실에서 1인실로 옮겼고, 오랜만에 넘쳐나는 온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투병 중인 임수혁의 존재는 잊혀졌다. 임수혁의 가족은 입원비 부담 때문에 다시 병실을 6인실로 옮기려 했으나 자리가 나지 않아 비싼 1인실에 머물러야 했다.
▲펨버튼이 무서워-2명
임창용(삼성)은 8월11일 대구 기아전에서 '사구' 하나를 잘못 던졌다가 '사망'할 뻔했다. 상대는 기아의 외국인 선수 펨버튼. 도미니카 출신인 펨버튼은 고교시절 1대5로 싸워 5명을 모두 꺾었다는 것을 자랑할 정도의 '주먹'이었다.
평소 한국 투수들에게 많은 사구를 맞은 펨버튼은 임창용이 또 자신을 맞히자 참지 못하고 마운드로 달려갔고,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펨버튼의 얼굴에 기가 질린 임창용은 뒷걸음질치며 도망가기 바빴다.
▲포수가 안보여-1명
이혜천(두산)은 5월24일 잠실 기아전 9회 4번째 투수로 나갈 준비를 하라는 김인식 감독의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전날 집안일 때문에 마신 술이 깨지 않아 도저히 던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필사적인 정신력으로 마운드에서 버텼지만 포수 미트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이혜천은 장성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