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축구 인생을 망친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며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자리매김한 마라도나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팀을 준우승(서독 우승)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생애 월드컵 2회 우승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전했던 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조별리그 첫 번째 그리스전(4_0 승)에서는 한 골을, 두 번째 나이지리아전(2_0 승)에서는 2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성기 때를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던 마라도나는 금지 약물인 에페드린을 비롯해 무려 5가지의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팀을 떠나야 했다. 마라도나가 없는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불가리아전에서 0_2로 져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마라도나의 약물 파동 이후 국제축구계는 도핑 테스트를 대폭 강화했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해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충격적인 약물 파동에 휩싸였다.
스웨덴의 오스마노프스키와 네덜란드의 다비즈 및 포르투갈의 주장 쿠토 등 총 8명이 근육 강화제인 난드롤론을 복용, 출장 정지를 당하는 등 곤혹을 치렀다.
특히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주장 프랑크 데 보어가 2002 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둔 지난해 3월 UEFA컵 경기에서 난드롤론을 복용해 지역예선 출전이 금지된 데 이어 미드필더 에드가 다비즈마저 지역예선 출전이 금지됐기 때문. 이들이 빠진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 4위의 명성을 뒤로 한 채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한편 역대 월드컵에서 약물 복용으로 중징계를 당한 선수는 마라도나를 포함해서 총 3명. 74년 서독 월드컵에 출전한 아이티의 수비수 장 요셉은 대회 기간 중 천식약을 잘못 복용해 고국으로 강제 소환됐고,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존스턴이 금지 약물인 펜캄파인에 양성 반응을 보여 일찌감치 짐을 쌌다.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의 라몬 칸데라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받았지만 ‘경기력 향상을 노린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감기약 복용’이라는 판정이 내려져 면죄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