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다녀온 신혼부부 집들이는 사촌여동생 집들이였다.
둘 다 서른이 넘어서 만났으면서도, 불타는 연애를 했으며 결혼생활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불타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본, 사촌남동생이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난 천천히 결혼할거야. 누나랑 매형보니까 늦어도 멀쩡한 짝들 다 만나더라구."
나는 실소하였고, 꿀밤을 주며 어서 짝 찾아 결혼하라고 구박을 했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에 나는 아주 평범한 생각들만 한다.
아이가 크는 과정에 겪어야 할 발달과업처럼 결혼이라는 과업도 그렇게 20대에서 30대 초반에 해야한다고.
그런데, <돈없어도 난 우아한게 좋아>에서 주인공들은 마흔하고도 둘이라는 나이에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목하 열애중이다.
남자의 떠나지 못 하는 병이나 여자의 약간은 어린 행동도 그들 사이에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게다가 여자는 집에서는 치우지도 않으면서, 남자의 집에서는 그렇게 잘 정리하고 꾸밀수가 없다.
아마도 사랑은 숨겨진 아름다운 내면의 세계를 끌어내주기 때문 아닐까 싶다.
꽃집까지 하는 그녀가 얼마나 미에대한 열정이 가득할텐데 여태껏 그것을 모르고 산 것일 뿐이리라.
사키에와 지우의 사랑은 주변에 의해 흔들리지도 않고, 주변에 의해 감해지지도 않는 뭔가 굳건한 느낌의 '믿음'같은 사랑이다.
사키에의 아들과 전 부인과의 이야기, 지우의 엄마와 아빠와 오빠 가족과 조카의 이야기 모두 담담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모두 그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랜만에 읽은 잔잔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읽어지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