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이지적인 이미지의 아나운서 유정아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유명한
경제학자인 남편 K모씨와 지난 달 재결합한 것이다. KBS 간판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지난 99년,
6년간의 결혼생활을 마감했던 그녀가 다시 재결합을 결정하기까지 풀 스토리.
그녀가
생산적인 싱글 라이프에 관한 에세이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락을 취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의
일이다. 이혼 후 2년 동안 겪어온 정신적인 갈등을 발전적으로 갈무리하기까지의 과정과 소회가 담긴다던 책.
이혼녀라는
비주류의 삶을 그대로 인정하고 좀더 생산적인 싱글 라이프를 즐기자는 그녀의 당당한 시선이 자못 기대되는 에세이였지만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출간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인터뷰할 구실이 사라지자 연락이
뜸해졌고 그 사이에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 그녀는 EBS ‘희망풍경’과 케이블 한경 와우 TV의 ‘정오의
증시전망대’를 진행하고 있었다.
유정아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지난 12월 초순. 오랜만에 통화가 연결된 그녀는 제주 MBC의 교양 프로그램 진행차
제주도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서 특유의 건강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안부 인사나 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던 기자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부터 물었다.
“요새는 지방으로 다니느라 바빠요. 강릉이랑 대구, 제주 방송국 프로그램을 하나씩 맡았거든요. 거리가 멀긴 해도 프로그램
하나에 하루씩만 할애하면 되니까 나쁘진 않아요. 일의 양으로 보면 딱 맞춤이다 싶기도 하고. 쉬는 날에는 운동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원고만 잔뜩 써놓고 펴내지 못한 책 이야기와 이런저런 일상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그녀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시댁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살기로 했다는 것. 그것은 전 남편과의 재결합을 뜻하는 말이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결정을
내렸다는 그녀는 12월 중순경에 시댁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뉴스를 접한 기자는 오픈할 의사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혼할 때에도 그랬듯이 사생활이 외부로 알려져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걱정스럽다는 이유였다. 두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으로 제법 자란 데다가 주변의 학부형들 중에서도 이혼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구태여 재결합 사실을
밝히면서 과거사까지 환기시킬 필요가 있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유정아. 그날의 통화는 그쯤에서 일단락 됐고 그
후로 몇 차례 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번번이 똑같은 입장이었다. 나중에 자연스러운 계기가 생기면 그때 솔직하게 이야기할
테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 만들어주고 싶어 어렵게 결심
결별 4년만의 재결합. 그녀가 6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남편인 K교수(국민대 경제학과)와 헤어진 것은 지난
99년 2월말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고민과 대화 끝에 서로의 미래를 위해 부부의 인연을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할 결정적인 이유가 있는 듯했으나 그것에 관해서는 이혼 후에 가졌던
몇 번의 인터뷰에서도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들 아빠를 향한 미움이나 원망은 없다고 이야기했었다. 두
아이의 양육을 위해 97년 KBS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의 일이라 주변에서는 그녀의 이혼에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한경 와우 TV 앵커로 활동을 시작할 무렵,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혼 이후 1년여의 생활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열심히 일하고 두 아들이 그녀의 집으로 오는 금요일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일체의 스케줄을 비워두고
아이들과만 지낸다고. 아이들이 아빠 집으로 돌아간 일요일 저녁 시간에 밀려들 허전함이 두려워 일부러 아이들이 떠나자마자
스포츠센터로 향하도록 스케줄을 짰다며, 엄마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들도 주중에는 아빠와 주말에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사이클에 익숙해져 자신들이 먼저 엄마의 속내를 헤아리는 어른스러움을 보인다는 대목도 있었다.
그녀 역시도 혼자 사는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방송도 꾸준하게 했고 연세대 영상제작센터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등에서 강의를 하는 등 하나 둘씩 일을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삶에 물꼬를 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0년에는
대학 선배인 김민석 의원이 회장으로 있던 정치 모임 ‘젊은 한국’의 미디어 국장을 맡아 정치 현장을 경험하는 기회도
가졌다. 또한 ‘2000 새로운 예술의 해’ 전시행사 중의 하나로 열린 프로젝트 영상제에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출품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그리고 에세이 출간 계획. 책의 주제로 봐서는 그때까지도 재결합의 기미는 전혀 없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말대로 재결합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다.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4년 동안 남모를 마음 고생을
겪었을 아이들에게 다시금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 그녀의 입으로 저간의 상황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재결합을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지 충분히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스타트 라인을 이제 막 출발한
그녀가 엄마로서, 아내로서, 방송인으로서 따뜻한 봄날을 맞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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