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특파원 = 내달 1일 출범하는 멕시코 새 정부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친기업 성향의 기술관료들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당선자는 21일 자신의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을 발표, 미국에서 교육받은 경제학자들을 주요 각료에 포진시켰다고 멕시코 언론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정치인 출신보다는 경제전문가 및 전문 직업관료들이 중용돼 '기술관료 내각'이란 평가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둔 친기업적 새 정부 정책이 펼쳐질 것임을 시사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칼데론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난과 불평등에 맞설 유일하게 실질적으로 효과적인 노선은 일자리 창출이란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의 보수 및 기업가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또한 초대 각료 내정자들 가운데는 칼데론 당선자와 같은 보수 성향 국민행동당(PAN) 소속 현 비센테 폭스 대통령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경제, 노동, 에너지 등 주요 부문에서 자유시장주의적 현 정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 초대 재무장관에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재무차관이 내부 승진격으로 내정됐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2000-2003년 폭스 정부 전반기 재무차관을 지냈고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고위직을 역임했다.
초대 경제장관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에두아르도 소호 현 대통령궁 공공정책실장이 승진 케이스로 발탁됐다.
에너지 장관에는 멕시코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헤오르히나 케셀이 내정됐다. 케셀은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경제학자 출신이다. 케셀은 이미 1994년 여성 첫 에너지규제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에너지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에너지 현대화 정책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교통통신부 장관에는 1997-2000년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 대통령 정부 하반기 에너지 장관을 지낸 루이스 테예스가 내정됐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경제학 박사 출신의 테예스는 1994년 말 페소화 가치폭락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데킬라 경제위기시 멕시코 금융구제 패키지 협상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지적되는 멕시코의 통신요금을 낮추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로돌포 엘리손도 현 관광장관이 차기 정부에서도 현직 그대로 유임됐으며 세디요 정부에서 교통통신부 차관을 지낸 하비에르 로사노가 노동장관에 임명됐다.
변호사 출신의 로사노는 이날 멕시코의 강력한 노조를 존중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도 멕시코를 더욱 친기업적 환경으로 만들 개혁 조치의 입법을 위해 의회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초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칼데론 당선자가 멕시코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고 외국자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멕시코 재계는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좌파 지지자들은 우파 성향 경제관료가 주요 직책을 장악, 현 정부와 변함없는 우파 경제정책으로 빈부차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멕시코 주식시장 주가지수는 친기업 성향 내각 구성이 호재로 작용해 1.3% 큰 폭으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