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 돌아 내려온 붉은 언어
이순동
백로를 지나서 석양빛으로 다가온 일등바위를 휘휘 돌아온
붉디붉은 나뭇잎이 궁상맞은 작가의 골방을 거쳐 마인게터 언덕 넘어 텅 빈 마음속으로 붉은 언어를 쏟아내는 가을로 오고 있었다
단풍이 유선각 머물다 둘레길 내려 올 때
지금껏 인고의 세월 보내야 했던 돌계단 나그네의 지친 뒤꿈치를 마삭 줄에 엮어
한 세상 흐르고 싶었을 게다
내 어미의 젖무덤 같은 유달산 밑자락 내려오니 지나가는 샛바람 비릿한 갯내음을 오거리에 내려놓는다
문학이 있고 혈기가 넘쳐나던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석류 빛 하늘이 노적봉 감싸고 있을 때
이 거리 불빛이 하나 둘 이어지는 끝자락 보리마당 가는 길
찢긴 그물코에서 시아 바다를 누비는 선원들 고단함을 느끼며
금시라도 살이 아리도록 시린 바람이 온다는 전언일까
펄럭이는 깃발 사이로 할 매집 앞마당에 걸린 홍어는
갈바람에 꾸덕꾸덕 잘 마르는지 단풍지는 날 가봐야겠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자작시 시조
유달산 돌아 내려온 붉은 언어
이순동
추천 0
조회 5
18.09.24 23:11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