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미륵장군봉

[김용기]

[한국의 암벽 | 설악산 미륵장군봉]

내설악 최고 풍광 자랑하는 장수대 석황사계곡의 바윗길           

11개 멀티피치 루트 열려 있는 대중적인 암장

국립공원 설악산에는 울산바위, 적벽, 장군봉 등 대형암장들이 대부분 외설악에 위치했다. 때문에 클라이머들은 등반활동을 주로 외설악 일원에서 많이 해왔다. 하지만 내설악에서 대형암장이 생기며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강원도 원통에서 한계령 쪽으로 가다 보면 설악산 장수대분소가 나온다. 분소 300여 m 못 가서 왼쪽으로 대형 암장인 미륵장군봉이 있다.

미륵장군봉은 한계령 도로 변에서 약 20분 거리에 자리한다. 암장 입구 계곡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커다란 병풍처럼 웅장함을 자랑하며 시커먼 얼굴을 내보이는 암장이 있다. 골짜기 왼쪽으로는 깎아지른 수직벽이 아찔하게 서 있다. 이 벽은 신선벽이라 부른다. 위에서 아래로 반듯하게 자른 듯 네모진 바위들을 하나하나 붙여서 세워놓은 듯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바위벽과 능선에 군데군데 그림 같은 소나무들이 서 있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오승폭포의 맑은 물이 비경의 계곡을 치장하며 흐르고 있다.

▲ 청원길 제6피치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코락과 타이탄산악회가 1990년 개척 시작
미륵장군봉은 폭 180m, 높이 200m가량의 바위 봉우리다. 암벽 루트는 총 11개가 개척돼 있다. 암질은 화강암으로 회색빛과 검은색을 띠고 있다. 이곳에 1990년 8월 코오롱등산학교 동문회가 ‘코락’ 길을 개척하고, 그 해 10월 타이탄산악회에서 ‘한가위’길을 개척하면서 암장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타이탄산악회는 그 다음해인 1991년 9월 ‘노총각’(5피치), 1994년 8월 ‘타이탄’(5피치), 2001년에는 ‘카르마’(4피치)를 개척했다. 타이탄산악회는 약 10년에 걸쳐 4개의 루트를 개척하며 미륵장군봉에 남달리 애정과 열정을 보였다.

그 후 청원산악회, 차돌산악회, 경원대산악회, 인덕공고산악회, 스카이락알파인클럽 등에서 루트를 개척해 지금은 총 11개의 길이 열려 있다. 미륵장군봉 건너편, 즉 미륵장군봉과 마주하고 있는 신선벽에도 하이얀산악회에서 개척한 6개의 루트가 있다. 이제 장수대 석황사계곡의 미륵장군봉과 신선벽은 총 17개 루트를 지닌 내설악 최고의 대형암장이 되었다.

미륵장군봉의 루트는 4피치에서 12피치 정도로 긴 편이다. 완경사 슬랩부터 크랙, 페이스, 오버행까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화강암 암질로 마찰력이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초중급자들이 오를 수 있는 쉬운 루트들로 휴일이면 등반자들로 북적거린다. 특히 미륵장군봉을 오를 때 건너편으로 보이는 신선벽의 깎아지른 절벽과 능선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 ‘미륵2009’ 4피치 하강포인트 테라스에서 ‘청원’길과 ‘미륵2009 루트를 개척한 차돌산악회 윤무진(맨오른쪽)씨와 회원들.

내설악 최고의 풍광 즐기면서 등반
미륵장군봉은 밑에서 볼 때는 완경사로 보인다. 하지만 중단부터 수직의 급경사가 나타나 예상외로 밸런스와 노련함, 침착함이 요구된다. 고도감 또한 대단하다. 바위 표면이 모래알처럼 부서지며 모서리 등이 떨어지는 등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바위 표면이 살아 있으며 오래된 루트들은 정리 보수가 필요하다. 확보물은 예전에 개척된 루트들은 볼트 간격이 먼 곳이 많아 주의를 요한다.

미륵장군봉의 루트 진입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약 5m의 작은 폭포 위에서 우측 암벽 쪽으로 들어간다. 약 20m 이동하면 코락, 타이탄길의 스테인리스스틸 방향표지판이 슬랩에 박혀 있다. 코락, 체게바라, 타이탄, 노총각, 카르마, 미륵2009 등 전체적으로 이곳에서 출발해 1피치를 오르고 오른쪽으로 이동해 등반을 시작한다. ‘체게바라’길 역시 출발지점 찾기가 어려워 여기서 출발해 위에서 찾으면 된다.

미륵장군봉은 대부분의 루트들이 4피치에서 12피치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등반을 마치면 루트를 따라 3~5회 하강해야 한다. 등반장비는 로프 2동, 프렌드 1조, 퀵드로 12개, 슬링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당일등반이 가능하고 어프로치는 20분이면 할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에서 등반허가를 얻어야 하며 취사와 야영은 금지구역이다.

루트소개
코락 총길이 약 300m로 12피치로 구분된다. 로프 2동, 퀵드로 10개, 프렌드 다수가 필요하다. 코오롱등산학교 동문회 최정식, 김현대, 조용환, 박현보, 염동훈, 권영삼, 이희경, 홍원기씨 등이 1990년 8월에 개척했다. 계곡의 오승폭포에서 오른쪽 숲길로 50m쯤 가면 시작을 알리는 작은 스테인리스스틸 표지판이 슬랩에 설치되어 있다. 제1피치는 길이 44m에 5.7급의 완경사 슬랩이며 제2피치는 길이 35m에 양호한 홀드의 완경사로 역시 쉽게 오를 수 있다.

코락은 원래 12피치로 개척했지만 최근에 7피치로 줄여서 등반하기도 한다.

▲ 청원길 제1피치 출발지점.

타이탄 총길이 205m에 6피치로 구분된다. 1994년 8월 타이탄산악회 최철산, 신용선, 김기주, 이명규, 강현종씨 등이 개척한 곳으로 산악회 이름을 루트명으로 정했다. 암장 중앙의 튀어나온 부분 오른쪽의 반반한 벽을 직상하는 루트다. 시작은 ‘코락’과 같이 올라가고 제2피치부터 오른쪽 검은색의 반반한 벽으로 이동한다. 제2피치까지는 완경사의 슬랩과 크랙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제3피치는 완경사를 오르다가 피치의 상단부로 오를수록 가팔라지는데, 볼트가 2개밖에 없고 지그재그로 오르는 과정에서 스릴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트 간격이 멀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위험 부담을 안고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우측의 ‘한가위’길이나 기존의 루트들을 따라 하강할 수 있다.

청원 타이탄, 코락 시작지점 약 200m 못미처 계곡에서 오른쪽으로 100여 m 진입해서 시작된다. 2006년 청원산악회에서 개척했다. 총길이 215m로 8피치로 구분된다. 중상급자 루트로서 대부분 암릉길로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하지만 피치마다 넓은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여유와 재미있는 등반을 할 수 있는 인기루트로 꼽는다. 등반을 마치고 ‘미륵2009’ 루트로 3번에 걸쳐 하강한다.

▲ 청원길을 취재 중인 김용기등산학교 강사진, 좌측부터 김기상, 이지민, 김홍례씨

찾아가는 길
서울 방향에서 간다면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령 방향으로 들어가 옥녀탕을 지나 설악산국립공원 장수대분소로 가야 한다.

장수대분소는 강원도 인제군 한계리 북면 22-33번지이며, 이곳 장수대분소 앞마당에는 약 10대의 주차(무료) 공간이 있다. 장수대분소에서 원통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400m쯤 내려가면 장수3교 다리가 나온다. 장수3교 옆 가변도로에도 승용차 5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이 가변도로에 차량을 세우고 어프로치를 시작하면 편하지만 휴일에는 차량이 많아 장수대분소 마당에 세워두고 걸어서 장수3교까지 가야 한다.

▲ 신선암에서 바라본 미륵장군봉 전경, 중앙으로 코락, 타이탄, 한가위 길 등 총 11개의 길이 열려 있다. 가장 우측 능선으로 청원길(8피치)이 나 있다.

장수3교 앞에 출입금지의 표지판이 있는데 이곳 표지판 쪽으로 어프로치가 시작된다. 비교적 평지의 등산로를 따라 5분쯤 가면 산죽대밭이 나오면서 두 갈레길이 나오는데 계곡 입구에서 다시 만난다. 청원길을 가려면 계곡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진입한다. 100m쯤 올라가면 청원길 출발지점이 나온다. 계곡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면 왼쪽으로 보이는 수직 바위가 신선벽이고, 오른쪽 큰바위가 미륵장군봉이다. 장수대분소에서 이곳 미륵장군봉 신선암까지는 30분가량 소요된다.

▲ 미륵장군봉 개념도

▲ 미륵장군봉 루트개요( 차이가 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