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이해리 문학 카페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영상시 스크랩 김소월 . 김억 시
이해리 추천 0 조회 184 13.02.13 20: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김소월   (1902-1934) 평북 정주

 

  ㄱ  가는 길.개아미.공원의 밤. 꿈.  꿈꾼 그 옛날. 그를 꿈꾼 밤.금잔디.길.깊고 깊은 언약.

  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의 집. 님에게

  ㄷ  두사람

  ㅁ  만나려는 심사. 맘에 속의 사람. 몹쓸 꿈. 못잊어

  ㅂ  바라건대 우리에게 ....봄밤. 봄비.분 얼굴.

  ㅅ  삭주구성. 산. 새벽.

  ㅇ  애모. 엄마야 누나야. 여자의 냄새. 옛낯. 옷과 밥과 자유.원앙침.월색.

       왕십리. 잊었던 맘.

  ㅈ  자주 구름.  장별리

  ㅊ  추회

  ㅍ  풀따기

  ㅎ  후살이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 40호 1923년 10월

 

 

 

 개아미

진달래꽃이 피고

바람은 버들가지에서 울 때

개아미는

허리 가늣한 개아미는

봄날의 한나절, 오늘 하루도

고달피 부지런히 집을 지어라

 

 

 공원의 밤

백양가지에 우는 전등은 깊은 밤의 못물에

어렷하기도 하며 어득하기도 하여라

어둡게 또는 소리없이 가늘게

줄줄의 버드나무에서는 비가 쌓일 때

 

푸른 그늘은 낮은 듯이 보이는 긴 잎 아래로

마주 앉아 고요히 내려깔리던 그 보드라운 눈길!

언제, 검은 내는 떠돌아올라 비구름이 되어라

아아 나는 우노라 <그 옛적의 내 사람!>

 

 

 

 

 꿈

꿈? 영의 해적임. 설움의 고향.

울자, 내 사랑, 꽃 지고 저무는 봄

 

                               마차푸차레

 

 

 꿈 꾼 그 옛날

밖에는 눈, 눈이 와라

고요히 창 아래로는 달빛이 들어라

어스름 타고서 오신  그 여자는

내 꿈의 품속으로 들어와 안겨라

 

나의 베개는 눈물로 함박히 젖었어라

그만 그 여자는 가고 말았느냐

다만 고요한 새벽, 별 그림자 하나가

창 틈을 엿보아라

 

 

 

  

  그를 꿈꾼 밤

야밤중, 불빛이 발갛게

어렴풋이 보여라

 

들리는 듯, 마는 듯,

발자국 소리

스러져가는 발자국 소리

 

아무리 혼자 누워 몸을 뒤채도

잃어버린 잠은 다시 안 와라

 

야밤중, 불빛이 발갛게

어렴풋이 보여라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개벽> 1922년 1월

 

 

 

   길

어제도 하로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도 없소

<문명> 1925년

 

 

  깊고 깊은 언약

몹쓸은 꿈을 깨어 돌아누울 때,

봄이 와서 멧나물 돋아나올 때,

아름다운 젊은이 앞을 지날 때,

잊어버렸던 듯이 저도 모르게

얼결에 생각나는 <깊고 깊은 언약>

 

                                 시리아 ㅡ 크락 드 슈발리에 성채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 올라 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나의 집

들가에 떨어져 나가 앉는 메기슭의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금 큰길을 앞에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가끔 떨어져서 혼자 가는 길

하이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눈 오는 저녁

바람 자는 이 저녁

흰눈은 퍼붓는데

무엇하고 계시노

같은 저녁 금년은 ...

 

꿈이라도 꾸면은!

잠들면 만날런가

잊었던 그 사람은

흰 눈 타고 오시네

 

저녁때, 흰 눈은 퍼부어라

 

                                삼청동 

 

 

  님에게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아직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모를 딴 세상의 네 길거리에

애닯이 날 저무는 갓 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은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두 사람

흰 눈은 한 잎

또 한 잎

영 기슭을 덮을 때

짚신에 감발하고 길심 매고

우뚝 일어나면서 돌아서도 ...

다시금 또 보이는,

다시금 또 보이는.

 

 

 

  만나려는 심사

저녁해는 지고서 어스름의 길

저 먼 산엔 어두워 잃어진 구름

만나려는 심사는 웬 셈일까요

그 사람이야 올 길 바이 없는데

발길은 뉘 마중을 가잔 말이냐

하늘엔 달 오르며 우는 기러기

 

                                         우크라이나의 청혼하는 모습

 

 

  맘에 속의 사람

잊힐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에 속에 속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언제도 언제라도 보기만 해도

다시 없이 살뜰한 그 내 사람은

한두 번만 아니게 본 듯하여서

나자부터 그리운 그 사람이오

 

남은 다 어림없다 이를지라도

속에 깊이 있는 것, 어찌하는가

하나 진작 낯모를 그 내 사람은

다시 없이 알뜰한 그 내 사람은 ....

 

나를 못 잊어 하여 못 잊어 하여

애타는 그 사랑이 눈물이 되어,

한끝 만나리 하는 내 몸을 가져

몹쓸음을 둔 사람, 그 나의 사람?

 

                  우크라이나   얄타 ..제비집

 

 

  몹쓸 꿈

봄 새벽의 몹쓸 꿈

깨고 나면!

우짖는 까막까치, 놀라는 소리

너희들은 눈에 무엇이 보이느냐

 

봄철의 좋은 새벽, 풀 이슬 맺혔어라

볼지어다, 세월은 도무지 편안한데

두새 없는 저 까마귀, 새들게 우짖는 거 까치야

나의 흉한 꿈 보이느냐?

 

고요히 또 봄바람은 봄의 빈 들을 지나가며

이윽고 동산에서는 꽃잎들이 흩어질 때

말 들어라, 애틋한 이 여자야, 사라으이 때문에는

모두 다 사나운 조짐인 듯, 가슴은 뒤노아라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바라건대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가나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 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 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을 김매는

시집<진달래꽃> 1925년

 

 

 

   봄밤

실버드나무의 거무스레한 머릿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 나래의 감색 치마에

술집의 창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는가

 

소리도 없이 바람은 불며, 울며 한숨지어라

아무런 줄도 없이 섧고 그리운 새카만 봄밤

보드라운 습기는 떠돌며 땅을 덮어라

 

 

 

 

  봄비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빅토리아 폭포

 

 

 

 분 얼굴

불빛에 떠오르는 샛보얀 얼굴

그 얼굴이 보내는 호젓한 냄새

오고 가는 입술의 주고 받는 잔

가느스름한 손길은 아르대여라

 

거무스레하면서도 불그스레한

어렴풋하면서도 다시 분명한

줄그늘 위에 그대의 목소리

달빛이 수풀 위를 떠흐르는가

 

그대하고 나하고 또는 그 계집

밤에 노는 세 사람, 밤의 세 사람,

다시금 술잔 위의 긴 봄밤은

소리도 없이 창 밖으로 새여 빠져라

 

 

삭주 구성朔州 龜城       삭주 구성 ㅡ 평안북도의 군청 소재지.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 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이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길래 몸이 그리워

님을 둔 곳이길래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반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고흐 ㅡ 활짝 핀 복숭아꽃 

 

  산

산새도 오리나무

우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嶺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不歸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유화 山有花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영대> 3호 1924년

 

 

                 존 화이트 알렉산더 ㅡ   앨디어 Althea

 

김동리는 시평론 <청산과의 거리>에서

소월의 시 <산유화>를 조선의 서정시가 도달한 최상급의 해조諧調라고 평했다

산에/산에/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에서 저만치를  '청산과 인간의 거리' 혹은  '신에 대한 향수의 거리' 라고 봤다

 

 

 

 

 

   삼수갑산 三水甲山

                   ㅡ 차 안서 선생 삼수갑산 운    스승 김억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들어있던 것

삼수갑산 내 왜 왔노 삼수갑산이 어디뇨

오고 나니 기험타 아하 물도 많고 산첩첩이라 아하하

 

내 고향을 도로 가자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삼수갑산 멀더라 아하 촉도지난이 예로구나 아하하

 

삼수갑산이 어디뇨 내가 오고 내 못 가네

불귀로다 내 고향 아하 새가 되면 떠가리라 아하하

 

임 계신 곳 내 고향을 내 못 가네 내 못 가네

오다 가다 야속타 아하 삼수갑산이 날 가두었네 아하하

 

내 고향을 가고지고 오호 삼수갑산 날 가두었네

불귀로다 내 몸이야 아하 삼수갑산 못 벗어난다 아하하

<신인문학> 3호 1934년 11월

 

 

 

 

     새벽

낙엽이 발이 숨는 못물가에

우뚝우뚝한 나무 그림자

물빛조차 어슴프러히 떠오르는데

나 혼자 섰노라, 아직도 아직도,

동녘 하늘은 어두운가

천인에도 사랑 눈물, 구름 되어

외로운 꿈의 베개, 흐렸는가

나의 님이여, 그러나 그러나

고이도 불그스레 물질러 와라

하늘 밟고 저녁에 섰는 구름

반달은 중천에 지새일 때

 

                   시리아 크락 드 슈발리에 성채 

 

 

  애모

왜 아니 오시나요

영창에는 달빛, 매화꽃이

그림자는 산란히 휘젓는데

아이 눈 꽉 감고 요대로 잠을 들자

 

저 멀리 들리는 것!

봄철의 밀물 소리

물나라의 영롱한 구중궁궐, 궁궐의 오요한 곳

잠 못 드는 용녀의 춤과 노래, 봄철의 밀물 소리

 

어두운 가슴 속의 구석구석..

환연한 거울 속에, 봄구름 잠긴 곳에

소슬비 나리며, 달무리 둘녀라

이대도록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안나 푸르나 베이스캠프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랫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여자의 냄새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축업은 살과 옷냄새

 

푸른 바다 ...  어즈리는 배 ...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

어우러져 빗기는 살의 아우성 ...

 

다시는 장사 지나간 숲속의 냄새

유령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 두덩 바람은 그물 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옛낯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의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아라, 이후부터,

우리는 옛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옷과 밥과 자유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 지나 적유령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왕십리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원앙침

바드득 이를 갈고

죽어 볼까요

창가에 아롱아롱

달이 비친다

 

눈물은 새우잠의

팔굽 베개요

봄 꿩은 잠이 없어

밤에 와 운다

 

두동달이 베개는

어디 갔는고

언제는 둘이 자던 베갯머리에

<죽자 사라>언약도 하여 보았지

 

봄메의 멧기슭에

우는 접동도

내 사랑 내 사랑

좋이 울것다

 

두동달이 베개는

어디 갔는고

창가에 아롱아롱

달이 비친다

 

 

 

 

  월색  

달빛은 밝고 귀뚜라미 울 때는

우둑히 ?멋없이 잡고 섰든 그대를

생각하는 밤이여, 오오 오늘 밤

그대 찾아 데리고 서울로 가나?

 

                                       에곤 쉴레 ㅡ 에디트 실레(화가의 아내) 1915년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를!

바람 불어 봄꽃이 필 때에는

어찌타 그대는 또 왔는가

저도 잊고 나니 저 모르던 그대

어찌하여 옛날의 꿈조차 함께 오는가

쓸데도 없이 서럽게만 오고가는 맘

 

 

 

 

 자주 구름

물 고운 자주 구름

하늘은 개어 오네

밤중에 물래 온 눈

솔 숲에 꽃 피었네

 

아침 볕 빛나는데

알알이 뛰노는 눈

 

밤새에 지난 일은 ...

다 잊고 바라보네

 

움직어리는 자주 구름

 

 

 

 

   將別里

연분홍 저고리 빨갛게 불붙는

평양에도 이름 높은 장별리,

금실 은실의 가는 실비는

비스듬히 내리네, 뿌리네

 

털털한 배암무늬 양산에

내리는 가는 실비는

위에랴 아래랴 내리네, 뿌리네

 

흐르는 대동강 한복판에

울며 돌던 벌새의 떼무리,

당신과 이별하던 한복판에

비는 쉴 틈 없이 내리네, 뿌리네

 

 

 

    접동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 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배재> 2호 1923년 3월

 

 

   진달래꽃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개벽 25호 1922년 7월

 

               사모트라차 ㅡ 니케 1863년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시집<진달래꽃> 1925년

 

 

   추회

나쁜 일까지라도 생의 노력,

그 사람은 선사도 하였으라

그러나 그것도 허사라고!

나 역시 알지마는, 우리들은

끝끝내 고개를 넘고넘어

짐싣고 닫든 말도 순막집의

허청까, 석양손에

고요히 조는 한때는 다 있나니,

고요히 조는 한때는 다 있나니.

 

 

 

 

풀따기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내 속을 둘 곳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맘해 보아요

 

 

 

 

후살이

홀로 된 그 여자

근일에 와서는 후살이간다 하여라

그렇지 않으랴, 그 사람 떠나서

제이 십년, 저 혼자 더 살은 오늘날에 와서야 ...

모두 다 그럴 듯한 사람 사는 일레요

 

 

 

 

 

 

 

 

 

 김억

물레

봄은 간다

오다 가다

 

물레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어제도 오늘도 흥겨이 둘아도

사람의 한 생은 시름에 돈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외마디 겹마디 실마리 풀려도

꿈 같은 세상 가두새 얽히오                 가두새 ㅡ 가는 듯이의 평안도 사투리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언제나 실마리 감자던 도련님

언제는 못 풀어 날 잡고 운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원수의 도련님 실마리 풀어라

못 풀 걸 왜 감고 날다려 풀라나

<백민> 1947년

 

봄은 간다

밤이로다

봄이다

 

밤만도 애닯은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 소리 비낀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임은 탄식한다

<태서 문예 신보> 제 9호 1918년

 

 

오다 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나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예고 말 건가

 

산에는 청청

풀 잎사귀 푸르고

해수는 중중 重重

흰 거품 밀려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머

그대 사는 곳

송이송잉 살구꽃

바람에 논다

 

수로 천리 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조선 시단>창간호 1929년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