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진 한글의 자음과 모음에 대하여
인천용현초등학교 교사 최일권
세종대왕께서 1443년에 한글을 창제하실 당시 훈민정음은 자음17자, 모음 11자 총 28자였습니다. 여기에서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지요. 그러던 것이 주시경 선생께서 ‘큰 글, 하나밖에 없는 글, 제일이며 으뜸인 글’이라는 뜻인 한글로 이름을 붙이시고 사용하며 4글자( ㅿ,ㆁ,ㆆ,ㆍ )가 없어져서 지금은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훈민정음이 반포되던 당시에는 ㅿ,ㆁ,ㆆ,ㆍ 이렇에 네 글자가 더 있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입니다.
없어진 네 자음과 모음의 발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ㅿ 이것은 반치음이라 해서 ㅈ 과 ㅅ의 중간 발음이었습니다. 거의 'ㅈ'으로 발음되면서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발음만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가을을 말하는 'ㄱㆍㅿㆍㄹ'이 ‘가잘’이라고 읽혀졌던 것과 같은 예입니다.
ㆁ 꼭지 이응(옛이응)이라 해서, 원래 옛날에는 , 이것이 진짜로 ㅇ 의 발음이 났습니다. 지금의 보통 ㅇ은 초성, 중성, 종성 조합을 맞추기 위함으로 사용되었답니다.
예컨대, 훈민정음 창제본 처음 부분을 보면 '솅종엉젱 훈민졍음' 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자판으로 표기를 못해서 위와 같이 썼지만, 원래는 '종'의 이응이 꼭지 이응이었습니다. '음'의 이응은 여린히읗이었습니다. 이를 쓰기는 저렇게 써도 읽기로는 '세종어제 훈민정음'으로 읽었던 것입니다. 왜 그렇게 표기했는가 하면, 훈민정음 창제 당시로써는 한글의 글자에 초, 중, 종성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성과 중성만이 있는 문자에는 종성까지 완전히 갖추도록 ㅇ을 끼워 넣고 실질적인 발음은 꼭지이응으로 나게 한거죠. 이건 표기상의 문제와 혼란으로 없어지고 그냥 ㅇ으로 통합된 듯 합니다.
ㆆ 이건 여린히읗이라고, 히읗의 약한 발음이 났습니다. 히읗과 이응의 중간발음이랄까요?? 이 역시 현재 발음은 남아있지만 이 문자는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ㆍ 이 글자는 아래아라고 불렀으며 모음이었습니다. ㅏ와 ㅓ의 중간쯤 되는 발음이었는데, 그냥 ㅏ로 통합되면서 사용되지 않습니다.
현재 없어진 문자들은 모두 아직까지 말할 때 발음은 나는 것들이지만, 문자만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영어의 발음을 우리말로 옮길 때 필요하다고 하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기도 합니다.
쉽게 발음 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법
반치음은 'ㅅ'과 같이 발음한다. 하지만 'ㅅ'은 목이 울리지 않는 무성음이므로 반치음은 목 울림 'ㅅ'소리라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영어의 ‘z발음과 비슷하다,’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반치음의 흔적은 각 지역 방언(사투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 방언에서의 '여우'는 다른 지역 방언에서 '여수'로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반치음이 시간이 흐르면서 'ㅅ'과 목 울림의 특징을 모두 가지면서 '으'소리와 '스'소리를 구별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분화 발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여린히읗은 목구멍에서 나는 '흐'소리이나 이름 그대로 여리게 발음하는 것이다. 이응 소리와 비슷하여 구별이 없어지자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그리고 ‘셍종어젱 <--이것은 한자어의 동국정운식 표기라 하여 조선식 한자 발음을 최대한 중국 발음-바람 새는 소리-’과 비슷하게 하기 위하여 쓰인 것입니다.)
아래아의 소리는 목 깊은 'ㅏ'소리라고 하여 평소에 발음 하는 'ㅏ'소리를 목 깊은 곳으로 끌어 당겨 발음하는 소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ㅏ'와 'ㅓ', '으' 소리의 특징까지 모두 지니게 됩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ㅏ'소리로 굳어진 것이 아니라 17세기 말쯤부터 이 아래아의 발음이 사용자 층에서도 'ㅏ'와 'ㅡ'발음이 혼동되기 시작합니다. (그 이전에는 아래아를 앞뒤의 규칙에 따라 나누어서 '아'또는 '으'로 구별하여 발음했습니다.) 그러다가 1933년 주시경 선생님이 문법 정리를 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소용(발음상 사용상의 구별)이 없는 아래아를 국어 자모 체계에서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옛이응(꼭지 이응)은 진정한 음가를 가진 이응소리입니다. 지금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음절을 구성할 때 초성의 빈자리에 없는 발음으로 사용되는 이응이 아닌 자신 만의 소리 값(음가)를 지닌 이응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이응이 종성(받침)으로 쓰일 때에만 진정한 음가를 가지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음가를 지닌 독특한 이응인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음운으로는 순경음 계통이 있는데, ‘순경음 비읍’이 있습니다. 이를 위의 네 가지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두개의 자음을 연이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하거나 받쳐 사용하는 이응이 하나의 자음이라기보다는 발음 기호라고(옛 국어의 방점 표기)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어의 입술소리 계통(ㅁ,ㅂ,ㅍ,ㅃ)아래에 이응을 붙이는 것인데, 이의 발음은 평소에는 입술을 붙였다 떼지만 순경음이 되면 입술을 붙이지 않고 발음합니다. 비읍을 입술을 붙이지 않고 발음하면 '우'소리와 혼동이 됩니다. 그래서 사투리에서는 '으미 더버 버리네'라고 말하지만 서울말에서는 '아 덥워'라고 하는 것입니다. 방언에는 순경음 비읍을 비읍으로 계승했고 서울말은 순경은 비읍을 '우'소리로 계승한 것입니다.
국어학적으로 순경음 비읍은 현재 형태소에도 남아 있습니다. 아름답다가 ‘어’라는 어미를 만나 형태 변화를 하게 되면 ‘아름다버’가 아닌 ‘아름다워’가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여기에 쓰인 비읍이 중세 국어에는 순경음 비읍을 사용했기 때문이랍니다.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습니다.
아래아와 반치음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언어의 경제화 현상으로 서울, 경기 지방에서는 발음자체가 사라졌고, 현재 제주도 사투리에 지배적으로 남아 있으며, 반치음은 경상도 사투리(특히 대구지방)에 남아 있습니다.
확실하게 알고 있는 아래아의 경우를 말하자면 아래아 한글이란 워드 프로세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아래아 한글이란 글자를 가지고 제주도 나고 자란 사람 아무나 잡고 발음해 보면, 열에 여덟 이상은 '혼글'에 가깝게 발음할 것입니다. 즉 아래 아 발음은 ㅏ,ㅓ,ㅗ의 중간발음이며 아래아 역시 ㅏ,ㅓ,ㅗ로 분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아래아 한 자가 들어가는 '혼저옵서예' (제주 방언으로는 혼에 아래아로 표기가 됩니다.) 라는 제주도 사투리 또한 ‘혼’ 자는 아래아이나 아래아 표기가 불가능 한곳에서는 '혼'으로 표기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왕방 강 고릅써'('와서 보시고 가서 말씀해 주세요'라는 뜻)라는 사투리 역시 '고'자는 아래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