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회(동양대 교수)
우리는 왜 침묵하는가?
한국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해프닝이 있다. 일본에서, 울릉도 옆 외로운 바위섬, 독도의 ‘독’ 자만 나와도 전국민이 일어서서 규탄하고, 나라 전체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곤 한다. 우리 정부는 유독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 강경하게 대처를 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애국심으로 혈서를 쓰고 또 일부는 규탄데모를 하고 게으른 국회의원들조차도 비바람 몰아치는 독도를 다녀와서 독도에서 찍은 자기의 사진을 지역구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우리의 역사 모두를 말살하고 우리 영토를 통째로 삼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끝없는 침묵이 흐르고 있다. 움직임이 아주 없지는 않는 것 같은데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부가 나서서 부산을 떨면서 고구려 연구재단을 만들더니 2년만에 해산하면서 “모든 사업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통합된다”고 한다. 이것은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기도 하다고 하는데 정작 동북아재단은 1년 넘게 조직조차 구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예산도 10분의 1 규모로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가운데 동북공정의 이론을 그대로 반영하여 고구려의 선조가 중국의 옛 민족인 고이(高夷)라고 기술하는 책을 중국 100여개 대학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류의 역사해석이 곧 중고등학교 역사책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그 뿐인가? 1억 명 이상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세계적인 교과서 회사(피어슨 에듀케이션)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34개 세계 유명 기관에서 53개의 세계지도가 한반도 전체 또는 일부를 중국땅으로 표기하고 있으며(연합뉴스 2005.7.10), BBC 중국어판에 북한 전역이 중국의 영토로 묘사되기도 하고 북한 전역이 ‘동북4성’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유포되는 지금 상황에도 알 수 없는 침묵이 흐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시대의 대세와 국제정세를 모르거나”, “세계화에 역행하거나”,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림 ①] BBC 중국어판(『한겨레 신문』2006.5.26)
그리고 소위 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으로 자부하는 이들은 세계화니 FTA이니 하면서 민족을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은 극우 민족주의 계열인 중국의 후진따오 주석이나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이렇게 긴 침묵이 흐르는 동안 중국은 슬며시 신라공정, 백제공정을 건드리기도 하고(湖北日報 2004.12.10 - 湖北省 共産黨 기관지 : 경향신문 2004.12.10 참고) 일본에 있는 발해의 유물들을 반환하라고 종용하기도 하며, 고대 유적에 대한 한국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금지한 가운데 자기의 구미에 맞게 유적을 복원하는 동시에 동북공정을 이론적으로 합리화 하는 논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백두산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우리는 동북공정이 1990년대 시작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현대 중국 공산당(한족) 정부는 일관되게 한국을 중국의 실지(失地 : 일어버린 영토)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전쟁(1950)은 한족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이 개입했다고 볼 수도 있다.
동북공정은 사실상 한족(漢族)의 중국공산당 정부의 수립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한국전쟁으로 정신이 없었던 1950년대 당시 중국정부는 “한국은 중국의 잃어버린 영토(失地領土)”라고 하였다. 즉 『중국근대간사(中國近代簡史 : 1954)』에 실린 지도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7개 지역이 원래는 중국영토였는데(여기에는 일본은 제외),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제국주의자들이 중국에 불평등조약을 강요하여 실지(失地)가 되었으므로 이제 회복해야한다는 것이다[Owen N. Denny(柳永博 譯註) 『청한론(淸韓論)』(동방도서 : 1989) 64쪽]. 이 책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교과서의 일종이다. 이런 논리대로 한다면 한반도 전체가 중국에 넘어가는 것은 피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그림 ②] 중국의 실지(『중국근대간사(1954)』)
[그림 ②]을 보면 대만(臺灣)이 중국령이 되면 그 다음 차례는 한국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대만이 중국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 접해있는 우리도 상당히 위태롭다.
현재의 동북공정은 고구려사나 발해사의 편입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백제공정과 신라공정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대대적인 양자강 발굴사업을 통해 한반도나 일본의 벼농사 기원을 연결시키려하고 있다(日本『文藝春秋』2005년 4月號 「長江文明發掘記座談」). 그런데 재미있게도 중국의 실지에 일본은 빠져있다. 중국에 보낸 조공이라면 일본도 만만치가 않은데 중국은 아마도 일본에 대해서는 다소 주눅이 든 듯하다.
p.s 중국에 대한 동북공정의 역사조작의 뿌리를 알수 있는 좋은 내용이여서
자료를 퍼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