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관덕정 구조에 대해서
아는 분이 내게 창경궁 관덕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1)정면 칸 수는 1칸으로 아는데, 한가운데 지지하는 것을 기둥이라고 하는지, 아니면 건축적으로 따로 부르는 용어가 있는지요? 아니면 칸 수를 2칸으로 보는 것이 맞는지요?
(2)내부의 보 2개가 걸린 위치도 기둥 위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있는데, 이런 것도 건축적으로 정상이라고 보는지요? 아니면 시공을 잘못한 것인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기둥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둥은 곧추선 부재로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상부 하중을 밑으로 전달하는 역할이다.(현대건축에서는 기울어진 기둥도 있다.) 2층 이상일 경우 2층 기둥은 아래층에 하중을 전달하는 것이고 1층 경우는 하중을 땅에 전달하는 것이다.
하중을 땅으로 전달하는 것은 여러 형식이 있지만 기둥으로 볼 근거는 땅으로 하중을 전달하기 위해 설치되는 초석이 있는가가 기둥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집이 무겁지 않을 때는 기둥을 맨땅에 박기도 하는데 이것을 굴립주라고 한다.
관덕정 가운데 있는 수직부재를 보면 통장혀 밑에서 상부 창방을 받치고 있고, 좌우에 있는 기둥보다 전면 폭과 측면 폭이 좁아 기둥으로 보기 어렵다. 그리고 부재가 직접 바닥에 닿지 않고 하인방 위에 올려 있다.
그냥 보기에는 창문을 설치하기 위한 부재인 문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부재는 창방의 처짐을 막고 창방을 통해 내려오는 하중을 전달하기 위해 설치된 부재다. 그 부재 아래 주춧돌이 설치된 것으로도 그것이 증명된다.
* 관덕정에 대한 상세한 사진은 아래 링크한 관덕정 사진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일단 이 부재 이름을 샛기둥이라고 하겠다. 이 샛기둥이 두 기둥 사이 간격이 넓기 때문에 현재 설치된 창방으로는 하중을 감당할 수 없어 설치한 것이다. 우선 샛기둥이 없으면 저 건물은 창방이 하중을 받지 못해 처짐이 생기며 집이 무너지게 된다.
샛기둥 없이 하려면 창방의 높이가 지금 보다 두 배 이상 돼야 한다. 그런 부재를 쓰면 건물모양이 우스워 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창방을 작은 부재를 이용해 설치하고 샛기둥을 설치해 창방의 처짐을 막은 것이다.
샛기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건물 안전을 좌우하므로 관덕정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재다.
그러면 저것을 기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살펴보자. 저렇게 아래 수평으로 놓인 인방 위에 기둥을 올려놓는 방식은 옛날 방식이다. 목구조가 발달하지 못한 고대에는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집을 지었다.
안동 소호헌(安東 蘇湖軒/보물 제475호)이 이런 식으로 기둥을 설치했는데 누마루 기둥과 안쪽 별당채는 아래 창방을 놓고 위와 아래 기둥을 분리해 세웠다. 아직 고대 기법이 남아 있는 드문 예다.
안동 소호헌(문화재청 사진)
누마루 기둥이 장귀틀 위에 올려있음(문화재청사진)
소호헌 후면(귀틀 위에 기둥이 올려있음)
이렇게 샛기둥을 설치한 예는 불국사 극락전에도 있다. 불국사 극락전은 앞에서 보면 기둥이 6개지만 뒤에서 보면 4개 다. 즉 전면은 5칸이고 후면에서 보면 3칸이다. 극락전 역시 가운데 칸이 넓어 앞에는 2개 샛기둥을 설치하고 후면에는 일반 기둥으로 설치했다. 앞에 샛기둥 숫자를 늘린 것은 가운데 문을 내기 위해서다.
두 번째 질문인 보의 위치가 기둥과 맞지 않는 것은 팔작지붕 때문이다. 팔작지붕에서 합각면이 생기는 곳에는 추녀 끝과 지붕을 받치는 부재 등등 여러 부재들이 얽힌다. 이것을 받쳐주기 위해 보가 설치되고 그 위에 동자주가 설치되어 지붕을 받쳐주는 것이다.
불국사 극락전(어칸에 샛기둥이 둘 있음)
불국사 극락전 옛사진
불국사 극락전 후면
<창경궁 관덕정>
http://cafe.daum.net/Jone624/pxii/47?q=%EC%B0%BD%EA%B2%BD%EA%B6%81+%EA%B4%80%EB%8D%95%EC%A0%95&re=1
첫댓글 잘 모르는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샛기둥... 잘 기억하갰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 보았습니다.
샛기둥 용어는 첨 접햇습니다.
궁금한 것은
샛기둥이라면 정면 2칸인데 흔치 않은 경우이며
고건축에서는 양의 수인 3,5,7칸으로 하지 않는지요?
눈첩처마 방으로 옮길게요
아래 링크에서는 정면 1칸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최함월고택 사랑채는 4칸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짝수칸 건물을 봤습니다.
중요전각이 홀수인 것은 정면 중앙에 입구를 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짝수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수가 ‘샛기둥을 기둥으로 봤느냐.’입니다.
지금 건물 형상으로 보면 기둥처럼 보이지 않으려 한 것 같습니다.
불국사 극락전은 아예 원기둥을 써서 기둥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극락전은 5칸이라 해야 맞는 것이고
관덕정은 그냥 1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http://www.culture.go.kr/tradition/patternOrigin.do?did=60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