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 진짜로 노예해방을 원한 것은 아니다.
그는 북부 자본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흑인들을 [겉으로] 자유롭게 풀어줬을 뿐이다.
이는 북부 자본가들의 지지로 이어졌고,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예해방령으로 인해 오히려 흑인들은 비참한 노동자의 굴레에 갇혀야 했다.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라는 책에 대략 서술된 링컨 노예해방령의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실제로도 그렇다고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역사를 대충 공부하면, 위와 같은 견해에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학문이다.
당시의 상황을 해박하게 알아야 역사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현재의 관점에서 [역사는 이러하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다.
오히려 [그 때 역사는 그랬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흑인 노예에 대한 논란은 링컨 이전부터 있어왔다.
1852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마크 트웨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대표적이다.
노예 해방의 공감대를 크게 확산시키는 데 공헌한 이 소설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 진행되던 흑인 인권 논란의 한 예에 불과하다.
1858년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링컨과 맞붙었던 적수는 스티븐 더글러스였다.
그는 쟁점이 되는 흑인 노예 문제에 대해 [자치주의]를 들고 나왔다.
각 주가 자치적으로 노예제를 택할지 말지를 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링컨은 이에 반박하고 나선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보편적 인간의 자유, 그것을 미국의 정신으로 보았다.
이는 흑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록 선거에선 졌지만 그는 확고한 신념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1860년 미국의 16대 대통령이 된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 중 하나인 링컨에 대한 최근작 영화로는,
링컨이 슈퍼 히어로로 등장하는 SF판타지물인 <링컨 : 뱀파이어헌터(2012)>가 있다.
링컨이 도끼로 뱀파이어들을 잡아 죽이는 영화다.
링컨은 실제로도 꽤 유명한 도끼장이였다는 만큼,
링컨의 서민적이고 뚝심적인 이미지가 미국인들에겐 매우 인상적인가 보다.
링컨이 처음부터 노예 해방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 링컨이 얘기한 것은 [새로운 자치주는 노예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서부와 남부 방향으로 계속 새로운 주가 추가되는 형국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남부주들은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 후
연방공화국에서 탈퇴하겠다며 선제공격을 벌여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이 전쟁은 4년 간 60만 명(당시 미국 인구의 2%)의 전사자를 낸 끝에 북군의 승리로 끝났다.
1865년 1월, 남북전쟁 종전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헌법 13조 수정안의 하원 가결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흔히 링컨 평전 중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도리스 굿윈의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으로는
링컨이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같은 공화당 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요약하면 그 내용은 이렇다.
남군은 교전국이 아니라 반란세력이다.
헌법상 나는 교전국의 재산을 몰수할 수 있지만, 남군은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1862년 공포한
노예해방예비선언에 의해 흑인들은 재산이 아니다.
이 선언은 종전 후 법원에 의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남부는 법적 권리에 의해 그들의 노예제를 유지할 것이다.
나는 이를 끝내버리고 싶다.
이 달 안에 말이다!
이에 대해 한 사람이 반박한다.
그건 독재라고요.
링컨의 반박.
국민에게 검토기간을 주었는데, 결국 나는 재선됐다.
난 국민의 뜻에 따른다.
이 수정안의 가결을 위해서 표를 모아봤지만, 하원에서 20표가 모자랐다.
그러자 링컨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
낙하산 인사 제의나 매수 등의 방법도 동원한다.
또 약간의 술책도 사용한다.
이에 대해 공화당 의원 스티븐스(토미 미 존스 분)가
혼잣말로 [부패와 사주로 이 위대한 수정안이 통과됐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렇게 전쟁 결과와 상관없이 흑인은 드디어 법적으로 해방된다.
그리고 링컨은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이렇게 외친다.
하지만 만약, 250년의 노예제로,
보상할 수 없는 고역으로 축적되어진 부가 사라질 때까지,
또한 채찍 밑에서 흘린 피 한방울 한방울이 칼에 의한 피로 보상되어질 때까지
이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 신의 의지라면,
3천년 전의 계시처럼 지금 또한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신의 재판은 진실로 모든 것이 올바르다.
이제 처음의 질문에 대답할 때다.
과연 링컨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노예 해방을 지지했을까?
결론은 아니다.
링컨은 순회변호사 시절부터 초보 정치인이 되어서까지 줄곧 흑인의 해방을 지지했다.
이는 그가 믿고 따른 [미국의 독립선언 정신]에 기초한 숭고한 믿음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실제로) 북부인의 다수는 물론 노예해방에 반대하고
타협에 의한 조기정전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링컨은 최후까지 전쟁을 수행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한 결의는 예를 들어 이 전쟁이
[노예제 250년에 걸친 보상할 수 없는 고역]의 열매를 다 써버리더라도
전쟁이 계속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한 그의 엄한 경고로부터 알 수 있다.
즉, 링컨은 경제적 원인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그 자체로 [노예 해방]이었더 것이다.
실제로 링컨은 종전 이후 흑인들에게 [투표권]까지도 주려고 시도했다.
링컨의 믿음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은 링컨 시대 이후 눈부신 발전의 토대를 쌓았고,
결국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이를 위해 링컨이 민주주의를 무시하고
거의 독재자처럼 보일 수도 있을 행동(언론사 무차별 폐쇄, 계엄령 선포 등)을 했음에도
지금까지 그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하자.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는
그가 영국인이었음에도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을 지지했다.
미국과의 자유로운 무역이 영국에게는 더 큰 이득이 된다는 이유였다.
마찬가지 이야기를 링컨 시대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링컨이 토대를 쌓은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치가 미국 내 자본가들 뿐 아니라
노동자와 흑인들 모두에게 무궁한 발전의 기회를 약속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대사 중 인상적인 대사를 소개한다.
위에서 언급한 [무궁한 발전의 기회]가 과연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깊이 다가올 것이다.
남부군과의 종전 협상 자리에서 남부 측 인사가 요구한다.
그 수정안은 저희 자유를 억압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링컨의 대답.
억압할 자유를 잃는 것이지만,
더욱 보편적이고 지고지순한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