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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산
*산행일자:2010. 7. 18일(일)
*소재지 :경기가평
*산높이 :매봉929m, 대금산810m
*산행코스:마일리연인산입구-우정고개-매봉-깃대봉-대금산
-절고개-두밀리버스종점
*산행시간:9시10분-17시57분(8시간47분)
*동행 :경동고 동문산악회원 10명
연인지맥 종주 길에 가평의 대금산에서 하얀 꽃에 내려앉은 표범나비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장마 비가 이틀 연속 내려 습한데다 하늘을 덮고 있는 시꺼먼 먹구름이 여차하면 큰비를 내릴 기세여서, 이맘때면 번갈아가며 합창을 해 산속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들과 매미들 모두 숲 속 어디론가 숨어버렸습니다. 새들과 매미들은 행여 비에 젖을까 날개 짓을 그만두고 노래 부르기도 멈추었는데, 이들보다 훨씬 가벼워 바람을 안고서는 도저히 날 수 없는 작은 몸으로 이 높은 곳에 자리한 야생화 꽃밭으로 날아들어 제게 인사를 건네는 표범나비에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나비는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아 불완전변태를 하는 메뚜기와는 달리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네 과정을 모두 거쳐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으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후로는 2개월에서 1년까지 삽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약260종의 나비가 살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본 나비는 주홍색 바탕에 검은 점이 고루 퍼져 있는 그리 크지 않은 나비로 집에 돌아와 도감을 찾아본 즉 작은은점선표범나비로 보였습니다. 네발나비과 은점선표범나비속에 속하는 작은은점선표범나비는 섬을 제외한 한반도전역에 두루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나비의 학명 속에 들어 있는 셀레네(Selen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바람의 신들과 어울려 노닌다는 계절의 여신으로, 이 나비는 학명에 어울리게 초가을까지 계절의 여신다운 아름다운 자태를 계속 보여주며 뽐내고 있다고 이원규/김정환 두 분이 같이 지은 “우리나비 백가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나비들이 그 이름을 처음 들어도 친숙한 것은 나비박사로 알려진 석주명박사 덕분입니다. 이 땅의 나비들에 고유한 이름을 지어준 석주명님은 국어실력도 그 분야의 웬만한 학자를 뺨치는 수준이었기에 이토록 나름대로의 특징을 잘 드러내도록 나비이름을 지었을 것입니다. 관모산지옥나비나 차일봉지옥나비는 지옥나비속에 속하는 나비들입니다. 이들 지옥나비들은 2천미터가 넘는 고산의 초본 대에서 사는 나비여서 이들을 만나보려면 이름그대로 지옥훈련에 가까운 고산등반을 마쳐야 합니다. 이번 대금산에서 작은은점선표범나비가 나풀거리는 것을 보고 참으로 곰살궂다 한데는 나비 이름도 한몫했다는 생각입니다.
아침9시10분 마일리의 국수당 마을을 출발했습니다. 청량리 현대코아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가 현리에서 택시로 바꿔 탔습니다. 이달 초 우정고개에서 현리까지 걸어 내려온 길을 거꾸로 내달려 국수당 마을의 연인산 입구에서 하차했습니다. 뒤늦게 이틀 연이어 장마 비가 퍼부어 계곡의 물이 많이 불었습니다. 10분 남짓 걸어올라 다다른 시멘트다리 앞의 텅 빈 간이쉼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마지막 집 앞에서 첫 번째 계곡을 건넜습니다. 지난 번 이 길로 하산할 때는 계곡을 한 번 밖에 안 건넌 것 같은데 여기 저기 계곡물이 질펀하게 넘쳐흘러서인지 이번에는 네 번이나 물을 건너 우정고개에 이르렀습니다.
10시15분 우정고개에서 한북연인지맥의 3구간 종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우정고개에서 이번 산행의 끝점인 빛고개까지 거리가 약 17Km에 달해, 부지런히 걸어야 해떨어지기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 산행을 서둘렀습니다. 우정고개에서 해발고도를 70m가량 높여 남쪽의 헬기장에 오르기까지 길이 가파르고 억새풀이 무성해 초반 산 오름이 힘들었지만, 그 후 헬기장에서 매봉에 이르기까지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그리 고되지 않았습니다. 먹구름이 산록을 덮어 그다지 멀지 않은 연인산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으로 국수당 길이 갈리는 “우정고개1.5Km/국수당1.5km" 지점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자 삼각점이 보였는데 매봉의 표지석은 조금 더 걸어 보았습니다.
11시25분 해발929m의 매봉에 올라섰습니다. 6년 전 가을에 칼봉산을 거쳐 매봉을 한 번 올랐기에 눈에 익을 법도 한데 숲이 우거지고 안개가 잔뜩 끼어 주위풍경이 낯설었습니다. 칼봉산 가는 길은 동쪽으로 갈리고 빛고개로 이어지는 연인지맥은 정남쪽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왼쪽 산허리에 낸 길이 잡풀들로 뒤덮여 생각만큼 빨리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에 경반리로 내려간 능선삼거리를 지난 시각은 12시 2분이었고, 40분을 더 걸어 깃봉이 세워진 깃대봉에 다다르기까지 까치수염과 동자꽃, 그리고 당귀를 차례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12시42분 해발910m의 깃대봉에 다다랐습니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깃대봉에서 점심을 들면서 반시간 가까이 쉬었습니다. 기말시험을 1주일 앞두고 시간을 내지 못해 지난달은 종주산행을 이 친구들과 같이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점심은 두 달 만에 함께하는 자리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땀이 식고 골바람이 불어올라오자 등 뒤가 써늘하게 느껴져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깃대봉에서 3.4Km 떨어진 대금산으로 향하는 길은 오른쪽으로 확 꺾어 이어졌습니다. 깃대봉을 출발해 오른쪽 아래로 하면마일리 길이 갈리는 능선삼거리를 지나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 왼쪽 아래로 두밀리 길이 갈리는 대금산 전방2.3Km 지점의 봉우리삼거리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 속을 비우느라 저 혼자 뒤쳐졌습니다. 삼거리에서 남진하다 이내 만난 봉우리를 왼쪽으로 에돌아 나지막한 봉우리에서 쉬고 있는 후미일행들을 따라잡은 시각은 깃대봉 출발 1시간이 조금 지난 14시18분으로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15분을 더 걸어 대금산 전방 1.2Km 전방에서 선두팀을 만나 잠시 같이 쉬었습니다.
15시19분 해발704m의 대금산에 다다랐습니다. 새롭게 산식구로 편입된 버섯들이 장마철을 맞아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어 이들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아무리 버섯이 예쁘고 탐스러워도 따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색상이 현란하면 할수록 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데 이러한 지혜가 절세미인을 만나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기에 예부터 미인계가 유효한 전략으로 쓰였을 것입니다. 여차하면 왼쪽 아래 두밀리 마을로 탈출할 수 있는 갈림길이 꽤 여러 곳 있어 일일이 헤아리기도 번거롭다 싶은데 대금산을 200m남겨 놓은 안부에서도 왼쪽으로 두밀리 갈림길이 나 있었습니다. 자동우량경보시설을 막 지나 대금산에 이르자 산자락에 드리웠던 구름들이 모두 물러나 바로 뒤 전망바위에서 서쪽 건너 운악산을 지나는 한북정맥을 조감할 수 있었습니다. 남쪽으로 청우산과 그 너머로 축령산 및 서리산이 보였고 그 왼쪽 뒤로 천마산이, 오른쪽 먼발치로 백운대가 희미하게 보이는 대금산 정상에서 한참 동안 쉬었다가 짐을 챙겨 불기산으로 향했습니다.
16시44분 절고개에 이르러 지맥종주를 마무리했습니다. 대금산 정상에서 암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해 깊숙한 안부로 내려설 즈음 11시에 국수당을 출발했다는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한북정맥 종주를 막 마치고 곧바로 연인지맥 종주에 나섰다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분은 금세 저희들을 앞서 내달렸습니다. 야생화들이 가득 들어선 초원의 안부로 내려섰다가 헬기장을 지나 가파른 방화선 길을 따라 오르다 일행 한 명이 넘어져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별달리 다친 데가 없어 크게 다행이었지만 길이 미끄러워 다시 넘어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 싶어 걱정됐습니다. 바위 길에서 엉덩방아를 크게 찧고 나자 경사가 급한 길로 내려서는 것이 조심스러워 올라서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왼쪽 아래로 두밀리 길이 갈리는 두밀리고개를 그냥 통과해 630봉에 올랐습니다. 이 속도로는 빛고개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한 산행대장이 중간에 적당한 지점에서 탈출해 두밀리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나자 나머지 산행이 한결 여유로웠습니다. 630봉에서 청우산쪽으로 진행해 절고개에 이르러 4륜구동차는 능히 다닐만한 넓은 임도를 만났습니다. 청우산과 불기산의 분기점인 592.7봉이 앞에 보이는 절고개에서 연인지맥의 3구간종주산행을 마치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임도를 따라 두밀리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17시57분 두밀리마을 버스종점에 도착해 하루 산행을 전부 마쳤습니다. 절고개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는듯하다가 이내 고도를 낮추었습니다. 두밀리고개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 동쪽으로 얼마간 더 내려가 두밀리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몸을 가릴 만한 나무다리 밑에서 시원한 물로 몸을 닦은 후 4-5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녁7시10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택시를 불러 가평으로 이동했습니다. 10여년전 학생 수가 적어 초등학교를 폐교할 때 두밀리마을이 신문에 난 적이 있어 이 마을이 도시에서 엄청 멀리 떨어진 촌마을로 생각했는데 차도도 잘 나있고 택시요금이 만 오천 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제는 오지가 아니다 싶었습니다.
9시간 가까이 산행하면서 새소리를 들은 것은 딱 한 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인 일인지 잠시 해가 났는데도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숨죽이고 있는 동안 산속에서 저희들을 반긴 것은 구름을 몰고 다니는 바람과 나풀나풀 팔랑팔랑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는 나비들이었습니다. 나비들은 그 종이 다양해 한 여름 중복 무렵 더위를 피해 일시적으로 활동을 멈추고 휴면에 들어갔다가 선선한 아침저녁에만 잠시 나타나 활동을 하는 나비들도 있고, 그 반대로 겨울잠을 자는 나비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 모두 알이 부화해 애벌레가 되고 이 애벌레가 보기 흉한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으로 재탄생해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나비들의 변신이 칭송받는 것은 마지막 단계의 변신이 추하지 않은 것을 넘어 극적으로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노년변신이 나비처럼 화려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노추(老醜)로 이어지지는 않아야 욕을 면할 것이라 생각하자 말년의 삶은 나비들이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민통선의 흰나비”는 제가 자주 흥얼거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정태춘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를 듣노라면 나비는 그 특유의 화사함뿐만 아니라 그 자유로움 때문에도 엄청 탐이 납니다. 휴전선을 넘나드는 날 것들이 어디 나비뿐이겠느냐 만서도 정태춘이 굳이 나비를 등장시킨 것은 이런 통일에의 작은 염원이 나비효과를 보아 머지않아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비와 같이 한 산행이 행복했음을 고하며 다시 한 번 이노래를 불러봅니다.
민통선의 흰나비
맑은 햇살 푸르른 수풀 돌보지 않는 침묵의 땅
긴 긴 철조망 살벌한 총구 저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바람에 눕는 억새 위 팔랑거리는 흰 나비
저 수풀 너머 가려네 저 산도 넘어 가려네
기름진 땅, 무성한 잡초 흐드러진 꽃밭에서 쉴래
소나무 그루터기 무너진 참호 녹슨 철모위에서 쉴래
졸졸 시냇물 건네며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강도 넘어 가려네 저 언덕 너머 음.
해 기울어 새들 날고 서편 하늘 노을이 지면
산봉우리 스피커, 초소위의 망원경 날개짓도 조심 조심
외딴 아기 새 둥지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어두워 지기 전 가려네 저 너머로 음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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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구 갑니다.내 4촌 시동생도 경동고 출신인데...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968년에 경동고교를 졸업한 24회입니다.
자연을 통하여 마음, 눈, 생각을 아름답게 열어가는 후배님의 산행기 정말 멋집니다.
산은 산행기보다 훨씬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