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 [2008-11-11. 화요일]
詩가 있는 풍경

세월
김석규
마당에 민들레 꽃씨 내려앉는 소리도 들었다
싹을 틔우는 뿌리들이 땅바닥을
갈라뜨리는 소리도 들었다
담벼락에 구름 지나가는 그림자도 보았다
밤새도록 닫힌 문을 흔들다 가는
바람의 얼굴도 보았다
◆ 시 읽기 ◆
편리함을 이유로 현대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존재 본질과 본래면목의 인간다움,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서정적 풍요를 빼앗긴지 오래다.
물질만능의 사고로 바람직한 인간상이 바뀌고 있는 이렇게
복잡하고 바쁜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깊은 사색의 시간을 보내야
민들레 꽃씨 내려앉는 소리를 듣고,
뿌리들이 땅바닥 갈라뜨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담벼락에 구름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바람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삶의 여유와 풍요로움 그 이상이다.
들리는 것, 보이는 것 너머로 보이지 않는 바람의 얼굴을 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성숙된 지성과 사색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사색의 깊이는 많은 경험과 많은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들의 움직임과 존재의 근원을 알기까지
시인은 깊은 사색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유진 / 시인, 첼리스트. 선린대학 출강>
첫댓글 도대체 못하시는 게 무엇이신지... 축하드려요. 그리고 그림감상도 잘했습니다. 그 끼와 열정이 못내 부럽다는...
보고싶은 시인님! 무신 말씀을....
시도, 좋은시를 고르는 눈도, 시읽기도.. 좋고 또 좋은^^
보내고 나니 빠뜨린게 두개나 있어요. 솟대랑 노란콩잎, 일상씨가 넘 좋아하신댔는데.....다음달 행사 때 가져갈까?
시인의 깊은 사색.... 사색하는 사람들은 참 삶의 세월을 사는 것 같습니다.
사색...더우기 지성적 사색....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어떤 의무 같은 것....정말 그래요.
편안한 시와 음악이 내마음의 강물이 온세상으로 흘려가네요 늦은밤 좋은시간이였어요
세월 흐르는 가운데 시가 곧 기도문이되고 기도문이 곧 시가 되지요. ^^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시도 해설도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