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 옥타브 안에 12반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도 한 옥타브를 12반음으로 나누었으며, 이를 12율이라고 한다. 그런데 12율을 양(陽)과 음(陰)으로 나누어 6률(六律)ㆍ6려(六呂)라고도 한다. 율은 양의 소리, 려는 음의 소리를 뜻하므로, 양률(陽律)ㆍ음려(陰呂)라고 말한다.
서양에 cㆍc#ㆍd ㆍd#ㆍ eㆍ fㆍ f#ㆍgㆍ g#ㆍaㆍa#ㆍb라는 음의 높이를 나타내는 12개의 음명(音名)이 있듯이 동양에는 황종(黃鍾)ㆍ대려(大呂)ㆍ태주(太簇)ㆍ협종(夾鍾)ㆍ고선(姑洗)ㆍ중려(仲呂)ㆍ유빈(柳濱)ㆍ임종(林鍾)ㆍ이칙(夷則)ㆍ남려(南呂)ㆍ무역(無射)ㆍ응종(應鍾)이라는 12율명이 있다.
서양이나 동양이 다 같이 각 음 사이의 간격이 반음이어서, 황종은 c에, 대려는 c#에, 태주는 d에, 협종은 d#에, 고선은 e에, 중려는 f에, 유빈은 f#에, 임종은 g에, 이칙은 g#에, 남려는 a에, 무역은 a#에, 응종은 b에 해당된다.
12개의 율 중 홀수 번째의 소리, 즉 황종ㆍ태주ㆍ고선ㆍ유빈ㆍ이칙ㆍ무역은 양률이고, 짝수 번째의 소리, 즉 대려ㆍ협종ㆍ중려ㆍ임종ㆍ남려ㆍ응종은 음려가 된다. 양률이 음려보다 앞에 있으므로, 6률을 6시(六始)라고도 하고, 음려가 양률의 사이에 있으므로 6려를 6간(六間)이라고도 한다. 6려를 6동(六同)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음의 정(情)이 양의 정과 같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악학궤범』에서 인용한 『악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악서』에 또 말하기를 “6률을 6시라고도 하는 것은 그 양의 자리가 음보다 앞[始]에 있기 때문이다. 또 6려를 6간이라고도 하는 것은 그 자리가 양과 양의 사이[間]에 있기 때문이다. 6려를 또 6동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情)이 양의 정과 같기[同] 때문이다. 나누어 말하면 이렇게 하지만, 합해서 말하면 다 양기를 좇아 위아래가 통하므로, 6률ㆍ6려라 하지 않고 다같이 12율이라고 부른다.”라고 하였다. <『樂學軌範』卷1.8b.>
『악학궤범』에서는 12율명의 어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황종의 황(黃)은 중앙의 색이고, 종(鍾)은 씨 뿌릴 종과 통한다. 양기(陽氣)가 황궁[黃泉]에서 숨어 싹트는데, 만물이 자(子)에 자맹()하니, 황종은 자의 기(氣)이고, 그 절후(節侯)는 동지(冬至)이다.
○ 대려의 여(呂)는 도울 려(旅)와 통하니, 음인 대려가 황종을 도와 기를 펴고 물(物)을 싹트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만물이 축(丑)에서 뉴아(紐芽)하니, 대려는 축의 기이고, 그 절후는 대한(大寒)이다.
○ 태주의 주(簇)는 모일 주(奏)와 통하니, 양기가 땅에 크게 모여 만물에 도달함을 말한다. 만물이 인(寅)에서 인달(引達)하니 태주는 인의 기이고, 그 절후는 계칩(啓蟄)이다.
○ 협종은 음이 태주를 협조(夾助; 곁에서 부축하여 도움)하여 사방의 기를 펴서 종물(種物:씨앗)을 땅 밖으로 내는 것을 말한다. 만물이 묘(卯)에 모묘()하니, 협종은 묘의 기이고, 그 절후는 춘분(春分)이다.
○ 고선의 고(姑)는 예 고(故)와, 선(洗)은 새 신(新)과 통하니, 양기가 양생(養生)하여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으로 나아감을 말한다. 만물이 진(辰)에서 진미(振美)하니 고선은 진의 기이고, 그 절후는 청명(淸明)이다.
○ 중려는 양기의 생성이 끝나고 음기가 싹트기 시작하여 만물이 모두 떠나 서쪽으로 가기 시작함을 말한다. 만물이 사(巳)에서 이성(已盛)하니 중려는 사의 기이고, 그 절후는 소만(小滿)이다.
○ 유빈의 유()는 계속한다는 것이고, 빈(賓)은 인도한다는 뜻이니, 양이 비로소 음기를 인도하여 만물을 계속해서 기르게 함을 말한다. 만물이 오(午)에서 악포()하니, 유빈은 오의 기이고, 그 절후는 하지(夏至)이다.
○ 임종의 임(林)은 군주이니, 음기(陰氣)가 양기의 위임(委任)을 받아 유빈을 도와 군주(君主)가 씨뿌린 사물을 크고 무성하게 함을 말한다. 만물이 미(未)에서 애매()하니, 임종은 미의 기이고, 그 절후는 대서(大暑)이다.
○ 이칙은 더위가 물러가 백성이 편안한 때에 만물이 꽃피고 열매 맺지 않는 것이 없되, 비록 중정(中正)에 미치지는 않더라도 또한 의칙(儀則)이 있음을 말한다. 만물이 신(申)에서 신견(申堅)9)하니, 이칙은 신의 기이고, 그 절후는 처서(處暑)이다.
○ 남려의 남(南)은 맡을 임과 통하니, 음기가 이칙을 도와서 만물의 성숙을 맡음을 말한다. 만물이 유(酉)에서 유숙(留熟)하니 남려는 유의 기이고, 그 절후는 추분(秋分)이다.
○ 무역의 역(射)은 싫증 낼 염(厭)과 통하니, 양기가 물을 성숙시키느라고 기가 다 떨어져도, 마침내 다시 시작하여 싫어함이 없음을 말한다. 만물이 술(戌)에서 필입(畢入)하니, 무역은 술의 기이고, 절후는 상강(霜降)이다.
○ 응종은 음기가 무역에 응(應)하여 만물을 모두 감추어 양과 섞이어 씨앗에 가두어지는 것을 말한다. 만물이 음으로 저장되고 뿌리로 돌아가 생명을 회복하여, 해(亥)에서 해애()하니 응종은 해의 기이고, 절후는 소설(小雪)이다. <『악학궤범』권1.6b-8a. 율려격팔상생응기도설(律呂隔八相生應氣圖說)>
12율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절후에 각각 응하여, 황종은 11월, 대려는 12월, 태주는 1월, 협종은 2월, 고선은 3월, 중려는 4월, 유빈은 5월, 임종은 6월, 이칙은 7월, 남려는 8월, 무역은 9월, 응종은 10월에 배합되며, 이름 또한 자연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음력 11월의 동지부터 양기가 싹트기 시작하여 점차 낮이 길어져서, 만물이 싹트기 시작하니, 11월에 배합되는 황종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이 나머지 11율의 근본이 된다.
12월은 아직 추위가 많이 남아 있는 때이지만, 그래도 양기가 동지보다는 조금 늘어나 있는 때이니, 12월에 배합되는 대려는 ‘황종을 도와 기(氣)를 펴고 물(物)을 싹트게 하는 것’이다.
1월은 양기가 많이 생기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깨고, 풀꽃들이 땅 속에서 나오려고 준비하는 때이니, 1월에 배합되는 태주는 ‘양기(陽氣)가 땅에 크게 모여 만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음력 2월에는 풀들이 땅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하니, 2월에 배합되는 협종은 ‘씨앗을 협조하여 땅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나무 중에는 일찍 새잎이 나는 것도 있고, 더디 나는 것도 있어서 음력 3월이 돼야 비로소 산이 연초록색으로 모두 변하니, 3월에 배합되는 고선은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11월부터 싹트기 시작한 양기는 4월이 되면 극에 달하는데, 극에 달하면 쇠하기 마련이므로, 4월에 배합되는 중려는 ‘서쪽으로 떠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5월의 하지부터는 음기가 싹트기 시작하여 점차 밤이 길어지니, 5월에 배합되는 유빈은 ‘ 음기를 인도하여 만물을 계속 기르게 하는 것’이다.
6월은 만물이 아주 무성해져 산이 짙푸를 때이니, 6월에 배합되는 임종은 ‘양기의 위임을 받아 군주가 씨뿌린 사물을 크고 무성하게 하는 것’이다.
7월은 더위가 한풀 꺾이고, 만물이 꽃피고 열매 맺어 편안한 때라서 마음이 풀어지기 쉬우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은 그래도 의칙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7월에 배합되는 이칙은 ‘편안한 때라도 의칙이 있는 것’이다.
8월은 모든 것이 영그는 때이니, 8월에 배합되는 남려는 ‘음기가 만물의 성숙을 맡는 것’이다.
9월은 만물이 다 성숙하여 낙엽이 떨어지지만,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할 준비를 하니, 9월에 배합되는 무역은 ‘만물을 성숙시키느라고 기가 다 떨어져도 다시 시작하여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10월은 모든 양기가 소진하고 음기가 극에 도달한 때로서, 만물은 씨앗으로 저장되어 있으니, 10월에 배합되는 응종은 ‘음이 양과 섞이어 씨앗에 가두어진 것’이다.
12율명 중 협종을 원종(), 임종을 함종(函鍾), 중려를 소려(小呂), 남려를 남사(南事)라고도 하는데, 이제 이칭(異稱)의 어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서』「율력지」에 따르면, ‘인(仁)은 낳고[生], 의(義)는 이루며[成], 낳는 것은 둥글며, 이루는 것은 네모나다. 봄의 정(情)은 인과 생이니, 그림쇠[規]를 주관한다. 가을의 정은 의와 성(成)이니, 곡척[矩]를 주관한다.’고 한다. 협종은 봄기운이 완연한 2월에 배합되고, 봄은 원을 그리는 그림쇠를 주관하므로, 둥글다는 뜻의 ‘원’자를 써서 협종을 원종이라고 하는 것이다.
임종은 초목이 짙푸르게 우거진 한여름인 6월에 배합되는데, 6월은 넉넉하게 포용하고 감싸는 정이 있으므로, 품는 따는 뜻의 ‘함(函)’자를 써서 임종을 함종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남려는 초목이 열매맺어 영그는 8월에 배합되는데, 8월은 만물이 성숙하여 수확하는 때이므로 남사라고 하는 것이다. 중려는 한 여름인 4월의 율이다. 11월부터 양기가 점차 생성되는 것과 함께 음기가 점차 줄어드는데, 4월이 되면 양기가 극대화되고, 음기가 극소화된다. 따라서 중려를 음기가 적다 하여 소려라고 하고, 또 대려에 비해 음기가 적다하여 소려라고 하는 것이다. 양기ㆍ음기가 점차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수(數)를 더하고 줄이는 것으로 표시하여, 도표를 만들면 다음과 같다.
12지지(十二地支)의 글자 풀이 子는 ‘새끼칠 자()’에서 따온 것이니 하늘이 열린다는 한밤중 12시에 해당하고, 하나의 양이 처음으로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한 겨울 11월에 해당한다.
丑은 맺는다는 의미의 ‘맺을 뉴(紐)’에서 따온 것이니 땅이 열린다는 새벽 2시에 해당하고, 달로는 12월에 해당한다. 寅은 ‘인연할 인()’에서 따온 것이니 모든 인연으로 살아간다는 말로 새벽 4시에 해당하며 한 해가 시작하는 정월이 되고 사람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날 하루를 맞는다는 뜻에서 ‘공경할 인’이라고도 한다. 卯는 ‘밝을 묘(昴)’에서 따온 것이니 동쪽에 해가 뜨고 만물이 나온다는 아침 6시에 해당하며 달로는 2월이다. 辰은 ‘진동할 진(震)’에서 따온 것이니 만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전 8시에 해당하고 달로는 춘3월 호시절이다. 巳는 ‘공손할 손(巽)’에서 따온 것이니 오전 10시에 해당하고 신록의 계절인 4월에 해당한다. 午는 ‘한나절 오(旿)’에서 따온 것이니 해가 중천에 떠있는 12시에 해당하고 때는 한여름 5월이 된다. 未는 ‘맛 미(味)’에서 따온 것이니 오후 2시에 해당하고 달로는 6월이 되니 이제 만물이 맛이 나기 시작한다. 申은 ‘펼 신(伸)’에서 따온 것이니 오후 4시에 해당하고 가을이 시작되는 7월이 되니 만물이 활짝 펴는 것이다. 酉는 ‘횃불 켜고 하늘에 제사지낼 유()’에서 따온 것이니 해지는 오후 6시에 해당하고 한가을 8월이다. 어두운 초저녁에 횃불을 켜고 가을 햇곡식으로 하늘에 제사지낸다는 추석을 의미한다. 戌은 ‘없을 멸(蔑)’에서 따온 것이니 오후 8시에 해당하고 낙엽이 지는 9월이 된다. 亥는 ‘씨 핵(核)’에서 따온 것이니 밤 10시에 해당하고 음이 왕성한 10월이 된다. 술(戌)에서 없어진 만물이 다시 해(亥)에서 씨가 생겨, 자(子)에서 새끼치는 것으로,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이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