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성균관대학교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
절기는 저절로 바뀌어도 직장인들의 바쁜 하루하루는 달라지지 않는데 마치 다람쥐 쳇바퀴돌듯하는 것이 우리들 직장인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천근같은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치켜올리고 아침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출근길을 재촉하기에 바쁜 것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하루일과의 시작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소화가 되지 않고, 머리가 아프며, 불면증에 시달리고, 만성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병원을 찾는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라는 말이 입밖에 까지 나오다가 만다. 필자도 다른 직장인들과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각종 신체증상,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들은 거의 모두가 스트레스 관련증상에 속한다.
그런 이유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관해 알고 싶어하고 또 이야기를 하지만 생각처럼 의학적으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이 바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이 기회에 스트레스 관련증상 및 대처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1.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그 정의가 다양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우리가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생기는 정신적, 신체적인 반응 혹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이라 할 수 있는데 Hans Selye는 이것을 일종의 경고반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Alvin Toffler는 “현대문명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급변하는 사회환경과 생활방식의 변화이다. - ‘미래의 충격’에서”라고 했는데 바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를 잘 설명한 것이 아닌가 한다.
2. 스트레스는 항상 나쁜 것인가?
스트레스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또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스트레스는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트레스가 좋은 경우도 있다. 어째튼 인간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심지어는 스트레스가 없으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어린아이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태어나고 처음 앉기 시작하는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경기에서 이기려는 운동선수들, 무대에서 연주하는 예술가들,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들도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하루하루를 다람쥐 쳇바퀴돌듯 살아가는 직장인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시말해서 누구나가 많던 적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적당할 때는 오히려 생활의 활력을 유지하는 근본이 될 수도 있는데 단지 그것이 너무 자주 있거나 우리가 극복하기 어려울 때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3.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아니라 “그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이다.
사람들마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양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판사, TV 방송진행자 그리고 낙하산을 타는 스카이다이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그 긴장이 많은 그 직업자체가 아니라 직업을 갖는 개개인의 성격에 의해서 많이 좌우된다는 결론이 얻어진 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신경질적이고 흥분하기 잘하는 사람은 도서관같은 조용하고 긴장이 적은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심장병이 생길 가능성이 큰 반면에 한꺼번에 3개의 전화벨이 울리는 힘든 상황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는 그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4. 스트레스 증상(긴장 증상)이란?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학업문제, 직장생활, 부채, 책임감 문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성공여부 등등으로 걱정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혹시나 전쟁이 나지나 않을까 아니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을까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아나톨리 프랑세같은 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창조물은 바로 인간이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고민거리가 생기거나 혹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무릅을 굽히고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웅크린 자세로 눕거나 앉아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됩니다. 정신과 병동의 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마치 어머니의 자궁안에 있을 때의 자세와 같고 편안함과 따듯함,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니르바나(열반, Nirvana)의 상태로 도피하려는 무의식적인 자세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 눈을 감고 고개를 파묻음으로서 이 세상의 모든 귀찮음에서 벗어나려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하루하루의 모든 긴장과 혼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가 한두번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세계에 있는 이성은 그러한 행동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우리는 여러가지 신체증상들을 많이 겪게 된다.
그러한 증상들을 우리는 ‘스트레스 증상 혹은 긴장 증상’으로 부른다. 사실 이러한 증상들이 어느 순간에 잠깐 나타나는 것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비정상적으로 자주 나타난다면 문제가 된다. ??“습관적으로 이를 간다던가, 입술을 물거나, 손톱을 깨무는 증상들”, “항상불만이 많고 시비조이거나, 남을 의심하고 친구들을 잘 믿지 못하는 증상”, “조그만 생활의 즐거움에 전혀 만족을 하지 못하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항상 피곤해 하고 잠을 잘 자지도 못하는 증상”,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증상”??등이 대표적인 스트레스 증상들이다.
5. 만일 우리가 이겨낼 수 없을 만큼 긴장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
40대 중반의 회사원인 K씨가 외래를 방문했는데 모재벌그룹 종합상사의 간부인 그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피로가 계속되고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병원을 찾기 1달전부터는 가슴이 답답해지며, 두근거리기도 하고, 잠도 잘 오지 않는데, 체중도 줄어 무슨 큰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해서 이병원 저병원에서 진찰도 받고 직장에서 실시하는 종합검진도 받아 보았지만 모두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직장에서의 업무에도 지장이 있고 활기도 떨어져 주위에서 인사를 많이 받는데다 집에서도 몹시 걱정을 해 정확한 진찰을 받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K씨에게는 특별한 기질적인 이상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평소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또 실제로 승진도 빨라 멀지않아 임원이 될 것이라고 주위에서도 시샘섞인 칭찬을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남다른 노력과 일에 대한 열성이 있었고 성격도 한번 계획한 일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이루고야 마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한계단씩 오를 때마다 가중되는 업무량을 잘 이겨내왔지만 그간에 누적된 피로와 최근의 수출부진이 담당부서에 미쳐 가중되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위와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외부자극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리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중추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게 되고 또 전신의 근육이 긴장하게 된다. 만일 스트레스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경고반응이 지속되어 고혈압, 심장병, 소화성 궤양, 기능성 위장장애, 과민성 대장 증후군, 긴장성 두통, 만성 요통, 당뇨병, 관절염,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두드러기, 소양증 등), 감염증, 생리불순 등이 생기게 되고 불안, 두려움, 우울, 무력감 등의 정신증상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소위 정신신체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이겨낼 수 없는 긴장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 해소의 출구를 찾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우리는 ‘정신신체질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흔히 소위 ‘신경성’으로 매도하기가 쉬어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주변을 보면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지나치게 반응하고, 매사에 항상 서두르고 여유가 없어 하며, 공격적이며 충동적인 경향을 갖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른바 A형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이렇게 A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심장질환의 발생이 더 흔하다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스트레스량 평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를 잣대로 재보기 위한 노력이 많이 있어왔고 실제로 개발된 여러가지 척도가 있지만 지면관계상 자세히 소개하지는 못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한가지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얼마나 자주 느끼는지 응답해보자. ??일을 끝내는데 시간이 불충분하다는 것을 느끼는가?,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에 혼란스럽거나 분명하고 바르게 생각할 수 없다고 느끼는가?, 당신은 매사에 도움받기를 원하는가?, 직장상사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느끼는가?,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느끼는가?, 당신의 일이 당신의 여가시간을 침해한다고 느끼는가?, 당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시간외근무를 한다고 느끼는가?, 당신은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간외근무를 한다고 느끼는가?, 일을 마치기 위해 식사를 거를 때가 있는가?, 당신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가??? 이상의 10 가지 질문에 ?항상 그렇다(4점), 자주 그렇다(3점), 드물다(2점), 아니다(1점)?로 응답한 점수결과가 25점 이상이라면 응답자는 현재 너무 과중한 일을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출처:대한스트레스 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