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4·11 총선에서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투표소가 속출해 장애인들의 제보와 탄식이 이어졌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장애인단체가 4·11 총선에서 드러난 장애인참정권 침해 사례들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집단 진정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의정부 장암동 5투표소 입구에는 폭이 60cm 정도로 좁은 나무판을 임시 경사로로 설치됐다. 이 경사로는 계단 4개 높이에 설치했음에도 충분한 길이를 확보하지 않아 경사까지 가팔랐다. 그럼에도 한쪽에는 난간도 없어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이에 대해 장암동 5투표소 관계자는 “경사로를 급히 설치하다 보니 규격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충분한 길이로 경사로를 만들어야 했지만, 앞쪽에 주차장이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학생 1명 등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등 장애인들이 우려할만한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놓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투표소의 유권자는 총 350명으로 이중 경사로가 필요한 유권자는 1명뿐이었다”라면서 “이 유권자를 위해 경사로를 설치한 셈인데 확인을 해보니 오늘 투표를 하러 오지 않겠다고 했다”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형숙 상임공동대표는 “아마 그분은 항상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니 으레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참정권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정부 고산동 9투표소는 아예 임시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경호 공동대표는 “며칠 전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투표소를 점검하면서 분명히 이곳에 경사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라면서 “그럼에도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투표소를 보니 욕이 저절로 나올 뿐”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서울 성동구 옥수동 1투표소, 서울 중랑구 묵1동 5투표소 등 다른 지역에서도 턱과 계단이 있음에도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점심시간에 투표소를 찾았다가 보조 인력이 식사하러 가는 바람에 이를 기다렸다가 투표한 사례, 투표사무원이 투표하러 온 장애인 때문에 투표가 지체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사례 등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장추련 김성연 활동가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1층에 설치되지 않는 투표소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게 된 장애인들이 즉석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라면서 “이에 장추련에서는 전국 각 지역의 장애인차별상담전화 운영단체와 함께 4·11 총선에서 장애인 참정권 침해 사례를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따라서 현재 인터넷으로 알려진 사례보다 더 많은 사례가 앞으로 나올 수 있으며, 장추련에서는 이를 모아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하는 것과 동시에 각 사안을 분석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제제기할 것”이라면서 “이번 활동이 올해 있을 대선에서 장애인참정권이 보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