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손」이란 말은 궁핍한 시대의 부담스러운 손님을 고민했던데서 유래하는데, 이것이「두렵다」는 뜻으로 쓰여 멀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 민속에서「손」이란 날짜에 따라 사람들이 가는 쪽을 따라 다니며 심술을 부리는 鬼神.「손」은「손님」을 줄인 것으로「痘神」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천문과 지리에 통달한 승려 영관(靈觀)의 저서「잡록(雜錄)」을 살펴보면「손」의 해코지, 즉「태백살(太白煞)」의 실례가 많이 들어 있다.
그 중 하나가 백제의 명장 계백장군의 패전이다.
신라군과 최후의 일전이 벌어진 황산벌 싸움에서 계백은 "적군의 방향에 손이 있으니 후면으로 우회해 역습하자"는 부장의 말을 듣지 않고 정면으로 신라군을 맞았다가 대패 했다는 것이다.
「손」에 대한 터부는 불교의 한 파인 밀교의 천문 해석법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민족에게 도입된 것은 삼국시대 초기 불교가 전래된 즈음이었다.
거의 2000년 동안 이 민속신앙은 우리의 생활을 지배해왔던 것이다.
손 있는 날이란 손실ㆍ손해를 본다는 날로서 예부터 악귀와 악신이 움직이는 날을 말한다.
그래서 악귀와 악신이 움직이지 않는 날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각종 택일의 기준으로 삼았다. 매일 한 방위에서 손이 있어서 그 방위에선 악신이 활동하여 매사를 방해한다고 한다.
손 있는 날을 살펴보면,
東 방위에 손이 있는 날 -1. 2. 11. 12. 21. 22 일
西 방위에 손이 있는 날 -5. 6. 15. 16. 25. 26 일
南 방위에 손이 있는 날 -3. 4. 13. 14. 23. 24 일
北 방위에 손이 있는 날 -7. 8. 17. 18. 27. 28 일에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한다.
즉, 음력으로 초하루/초이틀은 동쪽, 초사흘/초나흘은 남쪽, 초닷새/초엿새는 서쪽, 초이레/초여드레는 북쪽에 있다가 나머지 이틀간은 사라진 뒤 열 하루에 다시 동쪽에 나타나는 등 열흘 간격으로 순환을 하는데,「손」이 있는 방위에서 이사나 혼인 등 주요행사를 벌였다가는 큰 흉을 당한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그리고 손이 없는 날은 특히 음력 그믐을 손 없는 날 이라고 해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음력 그믐 외에도 9, 10, 19, 20, 29, 30 날은 하늘로 올라가서 어느 쪽에도 손이 없다.
지금도 이사를 하거나 사업장의 개업등에 손 없는 날을 택해서 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집을 옮길 때나 멀리 나들이를 갈 때면 이「손」이 없는 쪽이나 날을 잡았다.
아직도 시골이나 나이가 많이 드신 어른들이 이「손」을 지키는 일이 많다.
그러나 길흉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손 없는 날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