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나무의 진리
구미 남계초등학교 교감 김영곤
우리 학교 후관 건물 뒤편에는 논 한마지기 정도의 텃밭이 있습니다.
‘가족 체험 농장‘이란 제법 큰 푯말이 붙어있는 이곳은
등교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하교시간이 되면 아이들로 꽤 붐빕니다.
풀을 뽑는 아이, 흙을 일구는 아이, 물을 주는 아이, 옥수숫대의 키를 재어 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어제는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학반 마다 물고랑을 틔운다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나와 비를 맞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반 푯말을 일으키는 아이,
호미로 고랑을 파는 아이,
선생님 뒤에서 우산을 들고 있는 아이,
모두가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년초 텃밭을 나누고 씨앗을 심으면서 호박이 크면 한덩이씩 가져가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자가 자라면 감자 삶기 실습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강낭콩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풀도 맬 수 있고 거름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웃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을 보고 또 웃고 있습니다.
흙을 일구면서,
풀을 뽑으면서,
비가 오는 날 물고랑을 틔우면서,
가꾸는 만큼 더 자라는 갖가지 채소들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선생님은 웃고 있는 것입니다.
정성을 다하여 가꾸는 만큼 생명은 더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느낄 수 있게 하는 텃밭의 진리를 생각하면서.
선생님, 당신들은 오늘도 교육자의 참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쌩떽지베리는 그의 저서 ‘인간의 대지’에서
‘오렌지 나무들이 단단히 뿌리를 뻗어 많은 열매를 맺는다면, 이 땅이 바로 오렌지 나무의 진리인 것이다.’라고 했듯이
선생님 당신들은 텃밭을 가꾸듯이 진실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