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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의「신곡」에서 영감을 얻은 푸치니의 연극‘일 트리티코’중 한 장면. |
이탈리아 유학 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단테를 몰랐다. 기껏해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어학원인 ‘Dante Alighieri’의 간판을 통해 단테를 알았을 뿐이다.
단테의 업적은 대단하다. 단테 이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는 로마어(라틴어)와 여러 지방의 방언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때 단테가 자신의 고향 피렌체(Florence)의 방언을 토대로 「신곡(神曲•Divina Commedia)」을 씀으로써 이탈리아어가 비로소 정립됐다. 「신곡」을 통해 피렌체 방언이 표준어로 거듭났고, 현재의 이탈리아어가 됐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단테의 「신곡」은 ‘지옥(L’Infernoㆍ이탈리아 원어), 연옥(Il purgatorio), 천국(il paradiso)’으로 나눠 쓰인 3편의 시집이다. 평소 존경하던 로마시대의 시인 비르질리오(virgilio A.d 70)와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에 도달하는 내용이다.
단테와 같은 토스카나 지방 출신의 작곡가 푸치니가 단테의 「신곡」을 놓칠 리 없었다. 푸치니는 단테의 「신곡」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3편의 단막극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 작품이 바로 ‘일 트리티코(Il Trittico)’다. 지옥을 상징하는 첫번째 작품 ‘외투(IL Tabarro)’는 아내의 불륜을 참지 못한 남편이 아내의 내연남을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화물운송선의 선장인 주인공 미켈레(Micheleㆍ바리톤)는 나이 차가 많은 젊은 부인 조르제타(Giorgettaㆍ소프라노)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에 가슴 아파한다. 이윽고 미켈레는 아내의 내연남이 누구인지 염탐하기 시작한다. 조르제타는 매일 밤 자신이 보내는 성냥불을 신호로 내연남인 젊은 짐꾼 루이지(Luigiㆍ테너)와 밀회를 즐겼다. 그날 밤에도 루이지는 조르제타가 보내는 성냥불 신호를 보고 배 안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신호는 남편 미켈레가 파이프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켠 성냥불이었다.
미켈레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다가오는 루이지를 향해 달려들어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협박한다. 완강하게 부인하던 루이지가 자신이 내연남이라 자백하자 곧이어 그를 살해한다. 미켈로는 밤바람이 불 때면 아내의 어깨에 둘러줬던 자신의 외투로 루이지의 시체를 덮는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루이지의 시체를 보여준다. 이를 본 조르제타의 비명소리가 하늘에 울리면서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에밀 졸라 스타일의 이 이야기는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 사람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명이 밝을 때부터 밤이 깊어질 무렵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다시 새벽이 시작될 무렵 끝이 난다. 이 극에서 외투는 단순히 바람을 막는 장치가 아니라 가족을 보호하고 단결시키는 동시에 비참한 범죄 현장을 감추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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