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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언
소매틱 심리학(Somatic Psychology)이란 용어는 심리학 및 심리상담 관련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서 조차 아직은 좀 낯설게 느껴질지 모른다. 한글로 직역하면「신체, 인체, 몸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미국과 유럽의 심리학계에서는 소매틱스(somatics) 라고 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는 심리학이나 뇌 과학을 논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심리학 분야는 아니지만, 현재 EBS교육방송에서 강의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도 그의 독특한 ‘몸 철학’의 관점에서「중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그 핵심적인 개요를 청소년과 일반인을 상대로 훌륭히 잘 전달하고 있다. 또한 종교관련(불교)의 연구단체가 기획하긴 했지만 2009년, ‘밝은 사람들 연구소’에서 주관한 학술연찬회에서「몸, 마음공부의 기반인가 장애인가」라는 주제로, 몸에 대한 종교적, 심리학적, 철학적, 의학적, 생물학적 입장에서의 이해를 촉진하기 위한 다 학문적 차원의 접근을 시도한 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이처럼 인간의 정신심리영역의 문제를 다루고 연구하는데 있어서 다 학문적 융합적 접근방식에 기초하여 신체(몸)를 중심으로 인간의 본질을 전체적으로 규명해 보려는 노력들이 21세기에 접어들어 크게 성행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몸과 마음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의 역사는 장구하다. 플라톤의 이데아의 세계에 대한 가르침은 물론, 데카르트의 그 유명한 명제인,「생각한다. 고로 존재 한다」는 명구는 인간의 사유체계, 즉 이성적 측면을 강조한 심신 이원론적인 접근법의 대표적인 견해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심리학계에서는 심신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일원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틱 심리학’ 이라는 용어에서처럼,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몸을 마음보다 강조하거나, 우위에 둔 것 같은, 흡사 心身을 분리해서 이원적으로 취급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던지는, 이 소매틱 심리학이 최근에 와서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학문일까? 또 불교 상담과는 어떤 측면에서 연관성을 가지는 것일까?
소매틱 심리학에서의 소매틱(somatic)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가 전달하는 표면상의 의미나 느낌 때문에 보기에 따라서는 마음보다는 신체에 더 큰 의미와 비중을 부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본 발표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소매틱 심리학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연결과정을 바탕으로, 나아가 나와 타인, 나와 세계(자연)와의 무경계 의식, 다시 말해 합일의식으로 나아가는(성장하는) 참된 깨달음을 통해서 자신과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학, 즉 心身一如를 목표로 하는 심리요법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또한 소매틱스 심리요법이 心身一如를 목표로 하는 심리요법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불교 상담과 그 맥을 충분히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소매틱 심리학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융합학문의 방법론적 성격에 기초 하여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융합 학문의 영역이라 볼 수 있는 불교상담에 대해서, 특히 불교상담 연구방법론의 체계적인 구축에 있어서 소매틱 심리학이 던지는 방법론적 시사점은 크다고 사료된다. 이에 본 발표에서는 최근의 심리학과 심리요법의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소매틱 심리학이 융합학문으로써 과연 얼마나 많은 관련 학문분야와 깊이 연결(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정리하여 소개 하고자 한다.
한편 불교상담은 상담의 적용원리로서 이미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방법인 사념처 수행, 참선수행 및 위빠싸나 명상수행 등을 기초로 하여 널리 실천되고 있다. 다행이도 이러한 불교적 명상 수행의 방법들은 소매틱 심리요법에서도 이미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많이 다루어지고는 있다. 하지만 그 구체적 적용 방식이나 적용범위의 면에서는 불교상담 에서 적용하고 있는 경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도대체 어떤 차이점들이 있는 것일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불교 상담의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의 구축을 위해서는 불가피 하다고 생각한다. MBSR, MBCT, ACT처럼, 불교명상을 적용해서 개발한 일련의 서양의 심리요법이 현재 한국으로 역 수입되고 있는 현상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서양의 심리요법에서 발달된 과학적 연구방법론의 엄밀한 체계와 그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이나 효과성 등은 이미 객관적으로 평가되어 널리 인정받고 있다. 연구방법상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은(이것은) 서양사상, 동양사상, 혹은 서양 상담, 동양 상담이라고 하는 차원의 이분법적인 문제로 접근할 성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 인간과 세계(자연)와의 관계 등을 규명하기 위한 동서양의 기본적인 접근방식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지만, 그 본질적 의미의 탐색이라는 차원에서는 상이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동일하다고 본다. 동양사상의 위대한 장점, 특히 동양종교의 수행체계를 현대인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에서 깊이 연구 한 알란 왓츠도 그의 저서『Psychotherapy East and West』에서 “서양에 이것과 비등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심리요법일 것이다”라고 적고 있는데, 이러한 언급은 불교상담의 방법적 체계를 더욱 체계화하고 공고히 해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음미 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더욱 정제되고 한 차원 높은 불교상담의 방법론 정립을 위해서는 심신일여라고 하는 불교적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소매틱심리학, 소매틱 심리요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국내에는 아직 소매틱 심리학, 소매틱 심리요법에 관한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마침 최근 일본에서『소매틱 심리학(ソマテック心理學)』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 발표에서는 우선 소매틱 심리학의 의미, 소매틱 심리학과 관련된 학문분야, 거기서 실행되고 있는 소매틱 심리요법의 기본 원리와 방법을 검토하기 위해서, 1장과 3장의 내용을 완역한 다음에 부분적으로 재정리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Ⅱ. 소매틱 심리학이란 ?
1. 서양판「心身一如」의 심리학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Alfred N. Whitehead 1861-1947)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있다.「전 유럽의 철학적인 전통을 가장 일반적인 특징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플라톤에게 붙여진 일련의 각주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항상 임상계열의 심리학이란「프로이트에게 붙여진 일련의 각주 이다」라는 표현을 해도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본 서적을 통해 일본에서는 최초로 소매틱 심리학의 전체적인 윤곽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프로이트가 붙인 각주의 하나에 불과하며, 프로이트가 상상한 심리학의 일종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본서는 ‘새로운 심리학과 심리요법’의 세계를 일본인에게 알리기 위해서 쓴 것이지만, 결코「교과서」는 아니다. 학술적으로「이미 증명된」것 만을 정리한 책이 아니다. 이미「정식적인」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과거의 지식정보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현재진행형으로 혹은 장래에 증명될지도 모르는 것 어쩌면 더욱 모험적인 시론 등을 포함하여, 다양하고 풍요로우면서도 재미가 넘치는 소매틱 심리학 세계의 여러 모습과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데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종래의 임상심리학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사람, 현행의 심리요법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그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은 신체(소마, 바디)와 혼(사이키/프쉬케, 정신, 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혼(사이키)을 연구하는 것이 심리학(사이칼러지)이며, 심리학은 본래「혼의 학문」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심리요법(정신요법)에 대해서 프로이트(1905)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프쉬케의 치료란 즉 영혼의 치료란, 말하자면, 심신의 장애를 치료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정신적인 문제에 작용하는 어떤 수단을 활용하는 치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한 수단으로서 우선 언어를 활용한다. 언어는 영혼을 치료하기 위한 본질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小此木啓吾 번역, 프로이트 저작집 9, 1983, 25頁)
그러나 오늘날의 심리학은 이러한 근본을 종종 잊어버리기도 하고, 무시해 버리려는 경향도 많은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추세도 넓은 의미에서는 심리학의 범주에 속하며, 심리의 표층적인 측면 혹은 기초적인 부분의 탐구에 있어서는 큰 공헌을 할 수 도 있지만, 그 대부분은 행동과학이나 인지과학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더 적합 할지 모르겠다. 그러한 학문들의 중요성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고래로부터의 본질적인 의미에서 볼 때, 즉「인간 영혼을 다룬다고 하는 학문」적 특성을 갖는 심리학과는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신체(소마)를 연구하는 것이 신체학(소마토롤지)이다. 그런데 소마톨로지란 영어는 미국의 심리학자 셀든(John Sheldon)등의 연구가 유명하기 때문에 체형론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남아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신체학에 대응하는 영어로 소매틱스(Somatics)로 부르기로 한다. 이것은 미국과 유럽 등지의 학술적인 분야에서는 통상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호칭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는「소매틱 사이칼러지(somatic psychology)」이다. 말하자면 소매틱 심리학은 =소마+사이키+학문이며, 소마와 사이키 양쪽의 통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全存在的인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분야를 의미한다. 인간의 신체와 마음을 각각 별개로(이원론적으로)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2가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다음에 전인적인 인간으로서 양쪽의 밀접한 관계성이나, 그 통합에 대하여 탐구하는 실천적이고 임상적인 학문이다. 신체, 감정, 마음, 정신(Body, Emotion, Mind, Spirit)의 관점에서 임상적인 접근을 하는 새로운 홀리스틱적인 심리분야이며, 동양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양판「心身一如」의 학문이라고 불러도 무관할 것 같다.
사실, 심리학 자체가 아직은 약 백년 정도의 역사밖에 되지 않지만 소매틱 심리학도 비교적 최근에 성립한 학문분야이며, 한 사람의 창시자나 어떤 특정 학파에 의해 성립한 것은 아니다. 심리학에서 신체성을 중시하고 있는 다양한 접근법의 총칭이며, 심신관계를 중시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다양한 소맥틱 심리학의 분야에서 공통되는 기본 토대는 의식 혹은 무의식에 접근하기 위한 효과적인 통로로서 신체(혹은 감각)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는 점이다. 통상적인 사이코세라피스트(심리 카운슬러, 임상심리사 등)에게 요구되는 언어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수법도 통합적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소매틱 심리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는「바디 사이코 세라피(body psychotherapy)」로 불리며,「신체심리요법, 신체지향심리요법」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소매틱 심리학에 상응하는 번역어는「신체심리학 · 심리요법」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비 임상적이고, 행동심리 계열의 학문 분야에서는「신체심리학」이라는 명칭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신체심리학』(春木豊 編, 2002)이라는 제목으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책도 있고, 바디 워크에 관한 기술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주요한 연구방법과 대상은 행동과학 등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는 3인칭적인 관점의 내용들이다. 소매틱 심리학이 중시하는 1인칭적인 관점에서의 임상심리학적인 영역은 주된 연구대상이 아닌 듯하지만,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큰 차원에서 소매틱 심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다소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소매틱 심리학이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지만, 신체심리학 · 심리요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한편 사이코세라피의 번역어로, 일본의 심리학계에서는「심리요법」이라는 단어를, 정신의학의 분야에서는「정신요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필자는 심리학이라는 배경을 취하기 때문에 주로「심리요법」을 사용한다. 또 심리학이란 광범위한 학문분야를 내포하고 있고, 심리요법이란(혹은 정신요법) 심리학에 기초한 임상적인 실천·수단이기 때문에 여기서 심리요법은 심리학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또한 사이코 세라피스트란 사이코 세라피에 관여하는 세라피스트(치료자, 위안자)를 말한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세라피스트란 단어에는 사이코세라피스트, 바디 워커, 맛 사지 세라피스트, 아로마 세라피스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단 사이코세라피스트의 지위가 법적 또는 직업적으로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세라피스트 이외의 사람이 세라피스트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점에 대해서는 반발이 강하며, 세라피스트가 아닌「세라피스트」는 프랙티셔너, 바디워커, 퍼실리테이트, 힐러 처 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이는 호칭으로 바꾸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유럽 신체심리요법협회(EABP), 미국 신체심리요법협회(USABP)라는 소매틱심리학 · 심리요법 협회가 있기 때문에 이 협회에서 정한 소매틱 심리요법의 정의(www.eabp.org; www.usabp.org) 를 소개하고자 한다.
<EABP 및 USABP에서 정한 정의>
· 소매틱 심리요법은 심리요법의 독립된 한 분야이다. 오랜 역사를 지니며, 견실한 이론적 체계에 기초한 문헌과 지식이 잘 축적되어 있는 분야의 심리요법에 속한다.
· 소매틱 심리요법은 신체와 마음사이에 상호 관계하며, 상호작용의 복잡성을 고려하여 심신기능이 다른, 계통 별 이론을 가지고 있다. 신체는 전인적이며, 심신을 통일하는 기능이 존재한다고 하는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신체는 정신에서 분리된 물질적인 신체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여러 가지의 심리요법도 이와 유사한 입장에서 신체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소매틱 심리요법에서는 이러한 신체성을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간주한다.
· 소매틱 심리요법은 발달이론, 인격이론, 장애와 변화의 원인에 관한 다양한 가설, 그리고 심리요법적 관계성의 틀 속에서 다양한 진단방법이나 심리요법의 기술을 활용한다. 신체심리요법의 영역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다른(때로는 전혀 다른)기법이 존재한다. 실제로 다른 심리요법의 분야에 속하는 경우도 있다.
· 소매틱 심리요법도 역시 과학이다. 70년 이상에 걸쳐서 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신경생리학, 발달심리학, 신생아학, 주산기(周産期)학 등을 비롯한 여러 학문적 연구의 성과에 의해서 지금까지 발전해 온 것이다.
· 소매틱 심리요법은 체계적인 이론에 근거한 과학적인 기반을 가진 심리요법으로 존재한다. 소매틱 심리요법에서 사용되는 기법에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종류가 포함된다. 그들 중 몇 가지는 터치(신체접촉), 운동(신체동작), 호흡과 관련 있는 신체에 사용된다. 따라서 신체요법(바디세라피), 신체기법(소매틱스), 그리고 대체의학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터치나 운동과 관련은 있지만, 소매틱 심리요법과는 구별된다.
· 소매틱 심리요법은 모든 심신프로세스가 인간의 조직체계에서 분리됨이 없이 작용하는 연속성과 깊은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정신과 신체와의 사이에는 상하관계가 없다. 심신은 함께 전체성의 기능도 하고 또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2. 심신이원론에서 일원론으로
1) 심신이원론과 데카르트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부닥치게 되는 많은 문제들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건 간에 그 근원을 올라가면 마음과 신체의 이원론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나 과학자도 많이 있다. 말하자면 근대화라고 하는 큰 흐름이 등장한 근본적인 사상적 배경이 바로 이원론이다. 이원론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신성과 연결되는 것은 정신이며, 신체는 정신(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의 외부적인 소유물 혹은 도구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라는 사상이 확립된 것이다. 오직 유일하게 신성과 접촉할 수 있는 정신을 소유한 존재인 인간은 하위의 물질세계를 자유로이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인간중심의 서양근대주의이며, 이러한 흐름이 과학적 진보를 추진시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의 영향이 아주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데카르트는 그의 주저서 인『방법서설』(1637 초판)에서 마음, 즉 정신(사이키)과 신체(소마)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상의 진수를 나타내는 단문「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 한다 (Cogito Ergo Sum)」은 널리 알려져 있다. 데카르트는 정신(사이키)과 의식을 동일하다고 간주하고, 인간만이 자신의 행동을 의식과 사고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행위의 결과로 천국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무의식은 정신을 갖지 못한 동물에게도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해 자동적이며 반사적인 기능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무의식은 본능과 동일하게 신체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정신과는 다른 것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비 물질 적인 정신과 물질적인 신체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긴 하나 뇌의 중앙에 위치한 송과체를「정신의 소재지」로 간주하고, 그 기관을 통하여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은 본래 기독교의 가르침에 있던 정신의 우위와 신체의 열위라고 하는 신조가 근대 합리주의 사고에 의해서 더욱 확보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데카르트 자신은 결코 편협한 이원론자는 아니었다. 방법서설이 출간 이후, 나라를 잃은 보헤미아의 왕녀인 엘리자 베드와 주고받은 편지를 계기로 하여 저술하게 된『정념론(Les Psssions de L'ame』에서 데카르트가 전개 한 논조는「심신합일(心身合一)」사상을(미흡하지만 부분적으로는)긍정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의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정신이 정말로 신체전체와 결합하고 있다는 것, 정신이 신체의 어느 부분에는 있고 다른 부분에는 없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그 첫 번째 이유는 신체는 하나이며, 어느 의미에서는 불가분하기 때문이다. 신체의 제기관은 어느 하나가 없어지면 전신에 결함을 초래할 정도로 여러 기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정신의 본성이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확산(연장), 차원, 다른 특성에도, 전혀 관 계 없이 오직 신체 여러 기관의 총체에만 관련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 1649/2008, 29 頁)
이처럼 데카르트가 남긴 저서 가운데, 오늘날의 홀리스틱적인 기본 개념과도 통할 수 있는 요소가 이미 기술되어 있다는 점은 대단하게 여겨진다.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조셉루두(Joseph LeDoux)가「데카르트는 무의식적인 정신과정을 신체적인 것으로 취급한 점은 옳았지만, 의식을 비 신체적인 것이라고 한 점은 오류다」(2002/2004, 27頁)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데카르트는 심신합일의 논쟁을 충분히 파악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까지도 그의 생각은 의미 있는 논쟁의 촉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한다.
또한 이 심신이원론과 심신합일론(일원론)사이의「데카르트의 모순」은 근대이후의 심신문제의 발단이 되기도 하며, 정신과 신체의 관계성에 대해서(다양한 이원론과 일원론의 제시에 의해서) 350년 이상의 긴 세월동안 많은 철학자를 매료시키고, 힘들게 하면서도 그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도 더욱 가열 차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데카르트의「심신합일」의 긍정적인 면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채, 오직「심신이원론」의 대변자로서 인식되어 비난을 받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일원론의 부활과 심신통합으로의 조류
마음(또는 정신)을 신체보다 우위로 보는 이원론의 생각은 현재도 여전히 주류에 속한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마음을 뇌로, 뇌를 인지기능으로 바꾸어 이해하는 태도는 현재도 뿌리깊이 남아있다. 하지만,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일원론을 지지 하는 입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선진국들에서 현저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인간성회복운동(human potential movement), 인간성심리학, 트랜스퍼스널심리학, 홀리스틱 사상 등, 인간의 전체성과 통합성에 주목하는 사상이나 심리학이 발전하게 된다. 소매틱 심리학도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출현하여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소매틱 심리학의 목표를 한마디로 간결하게 표현하자면,「심신통합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는「심신일원론」을 지향한다. 이 심신통합이라고 하는 테마는 심리학의 범주에 포함되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신론(혹은 신체론)은, 당연히 데카르트 이전의 고대 그리스 철학에 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요가나 명상과 같은 종교적인 실천을 통 해서도 수 천 년 전부터 행해진 테마이다. 동양에도 心身一如라고 하는 적합한 용어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궁극의 심신통합 상태를 지향하는 것은 진언밀교에서 설하고 있는「卽身成佛」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曹洞禪宗에서는「心身脫落」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 할지 모른다. 종교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차원에서 심신통합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흥미로운 것이지만, 이 책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기 때문에 여기서는 주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심신통합에 대해서 검토해 보기로 한다.
심신통합이란 융 심리학 에서는 개체화(혹은 개성화 individuation)의 단계로 볼 수 있으며, 인간성심리학의 입장에서는 매슬로가 말하는 자기실현의 단계에 해당한다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에서 말하자면 실존의 단계, 혹은 켄 윌버가 말하는 켄타우루스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마음과 신체의 분리, 또는 해체상태가 사라지면서 양자가 통합된다. 이 단계는 그야말로 심신통합의 단계로, 소매틱 심리학이 목표로 하는 최상의 도달점인 것이다.
Ⅲ. 소매틱 심리학과 관련분야
자연, 문화세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지닌 인간세계가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거기에 대응하는 경험의 가능성이 나에게 성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드몬트 후썰『데카르트적 성찰』
1. 인간성 심리학과의 관련
1) 펄즈와 게슈탈트 요법
정신분석가인 펄즈(Fritz Perls, 1893-1970)는 1940년대에 게슈탈트요법(Gestalt therapy)을 구축했다. 이 요법은 1960년대에 미국서 각광을 받았는데, 엔카운트 그룹, 신경언어프로그램, 가족요법에 하나의 기반이 된 시스템접근법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문제에 대해 그 원인을 과거의 이력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지금,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요법이다. 게슈탈트 요법의 현장에서는 신체의식을 포함한 모든 의식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한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게슈탈트 요법의 기법 가운데 하나가「엠프티 체 어 (빈 의자)」이다. 일종의 롤 플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할에 따라 앉는 의자(장소)를 바꾸어 간다. 내적인 갈등과 대화를 구체화 하는데 있어서 유효한 기초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는데, 현재도 그 기법을 사용하는 상담자가 있다.
1960년대, 퍼즐은 에살렌 연구소로 거처를 옮긴다. 세션 자체의 형식도 처음에는 개인 세션을 주로 하였지만, 에살렌에 와서 부터는 오직 집단 속에서만 행하는, 집단 상담적인 요소를 늘려가게 된다. 세션장면의 영상물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그의 작업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펄즈와 신체기법과의 관계에는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일찍부터 신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 갔다. 전쟁 전, 독일에서 지낼 때는 자신의 부인 로러를 통해서 엘사 긴들러(Elsa Gindler, 1885-1961)의 신체기법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롤핑(Rolfing), 센스리어웨어니스(sensory awareness: 감각 알아차리기)와 같은 보디워크를 받아 왔는데, 에살렌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그러한 세션을 받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생을 마감하기 전, 미국에서의 워커 숍 개최 시에도 당시 알렉산드 테크닉(Alexander Technique)의 바디 워커 이었던, 이란 루벤필드(루벤필드·시너지·메스드 개발자)와 만나고 있었으며, 또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장례 미사에서는 댄스세라피스트인 안나 해플린이 생전의 펄즈의 요구에 따라서 마라의 교향곡에 맞추어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함께 강당 내에서 춤을 추었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Anderson, 1983).
펄즈가 라이히에게 교육 분석을 받았다는 사실도 유명한데, 말하자면 라이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점에서 게슈탈트 요법은 소매틱 심리요법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2) 칼 로저스와 신체성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 1902-1987)는 클라이엔트와 세라피스트와의 관계에 주목하여 대등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생기는 공감을 매개로 한 간주관성(間主觀性)에 기초한 심리요법의 구축에 헌신했다. 그 기법은 내담자 중심요법으로 알려져 있다.
로저스가 제시한 클라이엔트에 대한 치료자의 3가지 핵심태도(공감적 이해와 전달, 무조건의 긍정적인 존중, 순수성)는 현재도 학파를 불문하고 심리요법에 관여하는 모든 상담자에게 기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저스의 견해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을 받은「공감(empathy)」이라는 개념은 2개의 다른 신체적 존재인, 즉 각 주체 간에 발생하는 신체적인 감각을 수반하는 현상(혹은 신체적인 공명)이라고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로저스의 기법에 있어서 신체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로저스는 가능한 자발적인 신체운동을 도입하여 자신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신체접촉으로 사람에게 대응하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면서 진실 되고, 자연스럽고,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는 신체접촉을 꺼리지 말 것을 明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엔 카운트 그룹의 세션(장면)에서지만, 로저스는 그룹 가운데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꿈을 꾸었다고 하여 눈물을 흘린 여성 참가자의 어깨를 포옹하고 입맞춤을 하여 위로한 경험을 보고하고 있다(Rogers, 1970/2007).
로저스의 주 저서인『Client-Centered Therapy』(1951)에는「소화기관·생리적 체험」과 신체감각에 대한 記述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의식적으로는 인정할 수 없지만, 생리적 체험인 태도나 정동을 자신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세라피(치료)의 가장 깊고도 중요한 현상이다」라고 표현한 점은 젠들린(Eugene T. Gendlin)에 앞서서 로저스가「감각느낌(felt sense)」과「포커싱(focusing)」에 상응하는 정도의 의의를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池見, 2005).
3) 젠들린과 포커싱
철학자이면서도 심리학자로도 크게 활약한 시카고 대학의 젠들린(Eugene T. Gendlin 1926-)은, 로저스 밑에서 심리요법을 배워, 독자적으로 포커싱(focusing)이라는 체계를 세웠다.
젠들린은 딜테이(Dilthey, W), 후썰, 하이데거, 부버, 사르트르, 메를리 퐁티 등의 ‘실존주의 철학’이나, 랑크, 로저스 등의 ‘인간성 심리학’, 빈스 왕(L. Binswanger), 보스(Medard Boss)의 ‘현존재 분석’, 메이(Rollo May), 프랭클 등의 ‘실존주의 심리학’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체험과정철학(experiential philosophy)을 주창한 철학자이다.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실존에 접근할 수 있을까」「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실존에 매진하여, 거기서 살아 갈 수 있을까」라는 실존적인 물음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해답은「실존은 몸(신체)으로 감지 된 다(bodily felt)」고 하면서 젠들린은 심신의 관계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체험과정적인 관점에서는 마음(psyche)과 몸(body)이 하나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추상적인 진실이 아니다. 더욱이 육체를 표현하는 언어와 심리학적인 언어를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에 언어는 몸으로 느껴지고, 심리적으로 의미 있는 과정, 즉「체험과정」(“experiencing”)을 지적(지목)하기 위하여 이용되고 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기분처럼 느껴지고, 육체적이지만 대단히 많은 인지적, 상황적, 관찰적인 측면을 내포 한다(ジエンドリン·池見, 1999, 87-88 頁).
포커싱은 미묘한 신체감각의 자각에 초점을 맞추는 기법이다. 로저스는 신체성에 주목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개발하지 않았지만, 젠들린은 신체성에 중심을 둔 매뉴얼 체계구축(체험 과정의 엣센스 추출)을 명확한 연구 목표로 삼았다.
포커싱 기법의 중심은「감각느낌(felt sense)」이라고 하는 개념의 도입이다. 젠들린(1978)에 의하면,「감각느낌이란 외적인 문제에 대한 신체감각이 아니라, 내면적 의미에 대한 신체감각」이다.
감각느낌이란 순수하게 신체적인 것으로, 삶(사는 것)의 의미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감각이 느껴지면, 그것을 즉시 놓아버리고,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 보도록 지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바로 어떤 신체적인 감각느낌을 자각하게 된다고 한다(Gendlin, 1978).
<칼럼> 포커싱 연습
이하는 젠들린이 제시한 간단한 감각느낌의 연습 순서이다(Gendlin, focusing,1978)
① 조용히 여러분 자신의 내면을 보면서, 뭔가 좋아하는 것 또는 아름다운 것을 떠올려 주기 바랍니다. 그것은 물건일수도 있고, 애완동물, 혹은 장소일수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당신에게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1, 2 분 정도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② 한 가지에만 머물러 주십시오. 그리고서「왜 나는 [ ]을 좋아할까?」또는「왜 아름답게 느낄 까?」라고 자신에게 반문(물어보시기)해 보기 바랍니다.
③ 특별한 것이나,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전체적인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도록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그러한 상태에서 어떤 한두 가지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④ 떠 올린 단어가 의미하는 것을 느껴진 그대로 두십시오. 전체의 감각느낌에 대해서 다시 새로운 단어나 감정이 연상되는 지를 알아보기 바랍니다.
2. 융 심리학과의 관련성 (민델, 우드 만, 힐만)
융기안(융의 분석심리학을 따르는 심리 요법가들)은 일반적으로 꿈을 무의식의 표현 이라고 보고 분석의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몸이나 신체적인 증상 또한 무의식이 출현되는 채널이라고 간주하는 상담가도 있다. 이러한 흐름을 취하고 있는, 프로세스 워크(Process Work 또는 과정 지향심리학)의 창시자인 아놀드 민델(Arnold Mindell, 1940-)은 꿈을 통해서 표현되는 것도 있지만, 개중에는 신체적증상이나 몸동작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무의식을「드림바디(dreambody)」라고 하는 통합체로 간주해야 한다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이것은 ‘적극적 이미지법(active imagination)’의 실천기법의 하나이다. 歐美의 심리요법 관련 학계에서는 일본에서 만큼, 민델 이나 과정지향작업에 대해서 그렇게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대신에 소매틱 심리학의 분야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원래 물리학자 이었던 민델은 융기안 으로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심리요법의 범주를 넘어서, 독자적인 샤머니즘적인 세계관과 연결한 흥미로운 기법을 만들어 과정지향작업을 전개해 가고 있다.
우드만(Marion Woodman, 1928-)또한 신체에 주목하고 있는 세계적인 융 학파의 세라피스트이다. 그는 신경성 무식욕증(거식증), 과식증, 비만증, 학대받은 원초의 여성성과 모성의 상징, 또는 원형인「검은 성모(Black Madonna)」등을 포함하여 억압되어 온 여성성 등, 특히 여성의 신체성의 관점에서 심신의 문제를 주된 테마로 하여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여성의 몸(신체)의 무의식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음악과 댄스를 강력하고도 현실적인 매체로서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Woodman, 1980).
페미니즘과도 강하게 연결된 우드만의 융 심리학의 세계에서의 그의 존재감은『영혼의 코드(The soul's code)』등의 저서로 알려진 원형심리학자 제임스 힐만(James Hillman, 1926)과 비교될 정도로 대단하다. 힐만도「분석에서는 신체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하여, 체험으로서의 신체를 관찰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신체는 그릇(용기)으로 그 안에서 변용의 프로세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분석가는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 없이 영속적인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감정은 항상 신체적으로 거칠게 표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이라고 하는 빛에는 감정이라고 하는 열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심리요법에서의 심신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Hillman, 1976).
또한 융 심리학과 스매틱스(보디워크와 거의 흡사한 의미를 가짐)와의 연관성은, 1920-30년 무렵의 독일에서 마사지와의 조합으로 정신심리요법의 효과를 증진 시키고자 하는 탐구가 융 학파의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었다(Rosen, 2003)는 사실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1) 무의식과 대화하는「능동적 상상법(active imagination)」
댄스 무브먼트(Dance movement)와의 관련에서는 오센틱 무브먼트(Authentic Movement)가 융 심리학의 능동적 상상법(active imagination)을 이론적인 기초로 하고 있다. ‘능동적 상상법’ 이란 융 스스로도 대단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무의식과의 대화(대면)」라고 하는 심리기법이다. 1947년의 융의 편지에 의하면, 능동적인 상상법은 우선 상상 하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꿈에서 본 노란 물체(덩어리)에서 시작한다. 그것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미지가 어떻게 전개되는 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으면 차츰 자발적인 연상으로 말미암아 그것이 변해간다. 이미지(연상) 하고 있는 대상을 성급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선택한 하나의 이미지를 명료하게 그려서 자연스럽게 변화 할 때까지 기다린다. 모든 변화를 마음에 담아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 이미지 속으로 들어간다. 만일 그것이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말을 속삭여보세요. 그 사람이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면 귀를 기울여보세요. 이것은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분석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하여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통일체)가 자연스레 형성 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없이 개성화는 있을 수 없다(Spiegelman, 1979/1994).
老松(2006)에 따르면, 무의식에는 자립성이 있고, 거기서 나오는 이미지도 역시 자립적으로 움직이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아(의식)의 일면성을 보상하도록 작동한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의식과 무의식과의 사이에서「교환 작용: 주고받기」를 캐치볼처럼 함으로써 마음의 전체성의 회복을 시도하는 기법이 능동적 상상 법(active imagination)이다.
본 프란츠(Marie-Louis von Franz)에 따르면, 능동적 상상법의 절차(프로세스)는 이하의 4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Spiegelman, 1994). ① 자신의 의식을 비운다, ② 情動이나 空想이 일어나도록 한다, ③ 무의식과 대화(대결)한다, ④ 실생활 속에서 대화의 결과를 실행하고 통합한다. 본 프란츠에 따르면, 대부분의 심리요법에서는 ③, ④ 의 절차가 생략되어 있다고 한다.
이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능동적 상상법은 매우 중요한 기법이지만 실제로는 융 학파의 세라피스트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클라이 엔트가 공상의 세계로 몰입되어 무의식속으로 빠져 버리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융은 동양적인無我의 개념을 존중하면서도 자아의 관여를 강조하고, 확고한 자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상상법은 결코 퇴행적이며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 되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는 클라이엔트는 그다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조각, 댄스, 모래놀이치료법과 같은 비언어적인 설정에 있어서 이 기법의 활용은 무의식에 빠질 위험성도 없고, 어린이를 위한 상담에서는 흔히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Spiegelman, 1994).
老松(2006)은 능동적 상상법 으로 하는 작업의 대부분이 집합적 무의식[심리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이 더 이상 구별될 수 없는]과 유심적(類心的)수준을 취급하기 때문에 직접 신체를 다루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능동적 상상법은 상당히 신체적인 분석기법이며, 심신증의 조기치료에 그 개선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一例가 유심적(類心的)인 영역과 관계되는「드림바디」를 창구로 하는 민델의 기법이다. 이 기법은 게슈탈트 요법과 같은 신체의식기법과 융 학파의 꿈 분석을 융합한 점에 그 독특함이 있다(Spiegelman, 1994).
3. 트랜스퍼스널 심리학과의 관련성
소매틱 심리학에는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과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그로프(S. Grof, 1931-)의 BPM(Basic Perinatal Matrics: 기본적 분만 전후의 매트릭스)가설은 아기가 출산 과정에서 경험하는 최초의 트라우마(외상체험)생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많은 흥미를 끌었는데, 주산기(周産期)심리학; perinatal psychology)의 과제인 것이다.
샤머니즘과 연결된 민델의 과정지향심리학이나 마인드 풀네스(마음챙김 명상)와 같은 동양사상을 도입한 론 커츠(Ron Kurtz, 1934-)의 하코미 심리치료 등, 요컨대 ‘제3세대의 소매틱 심리요법’은 일반적 의미의 심리요법의 틀에 국한시키지 않으며, 스피리츄얼의 발달이라는 보다 고차원적이고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목표에까지 그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통합이론을 주창하고 있는 미국의 캔 윌버는 트랜스퍼스널(초개인)영역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입구로서 즉 켄타우루스(人馬일체, 심신의 통합)단계의 영역에 매우 주목하고 있다. 본인의 개인적인 견해 이긴 하지만, 그러한 심신일여의 영역까지를 담당하는 것이 소매틱 심리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 육체(그로스 바디)와 매우 밀접하고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인간들의 성장에 있어서는 이 영역은 너무도 절실히 필요한 통합적인 심리학 심리요법이라고 할 수 있다.
4. 마음챙김명상(마인드풀네스)과의 관련
1) 수용적인 접근의 隆盛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성 회복운동에서 주목을 받았던 동양사상(선, 티벳불교, 도교 등)이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까지 널리 퍼지면서 크게 확산되어 간다. 그 결과로 서양심리요법과의 융화도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계기가 마련된다.
특히 마인드풀네스(mindfulness; 「지금 ․ 여기」라고 하는 의식의 자각이 충만 된 마음의 상태)라든지, 컴패션(compassion, 자비, 연민)과 같은 불교전통의 정신적 가치는, 현재 명상 등의 정신적 문화에 익숙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부 심리요법의 핵심을 이루는 수용적인 접근방법으로서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이 도입될 무렵에는 세라피스트가 보다 효과적으로 세션을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이상적인 기본절차의 하나로 활용되었다. 또한 행동요법영역에서도 이완작용의 기법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마인드 풀네스를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방법은 클라이엔트에 도움을 주기위한 위한 기본적인 태도라고 간주되기까지 했다. 즉 세라피스트와 클라이엔트의 양쪽 모두에게 심리요법을 근본적인 수준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마인드 풀네스 한 상태가 필요불가결하다고 하는 생각은 현재 歐美를 비롯한 세계의 대부분의 심리요법의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 프로이트와 마인드 풀네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마인드풀네스를 심리요법에 도입하는 문제를 최초로 탐구한 이는 놀랍게도 약100년 전, 심리요법역사의 초기단계에서 이미 프로이트에 의해 그 근본적인 중요성이 지적되었다. 이것은 프로이트(1912)가 제기한「균등하게 留保되는 注意(평등하게 머물고 있는 注意: Evenly-suspended/hovering attention)」라고 하는 개념을 말한다.
프로이트가 제기한「균등하게 留保되고 있는 注意」란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구애됨이 없이(가치판단을 하지 않은 상태로)한 곳에 주의를 집중하는(의식이 열려 있는, bare attention)것이다(Epstein, 1984). 프로이트는 1914년의 論稿『想起, 反復, 徹底操作』에서는, 정신분석의 치료 장면에서 자유연상법을 정신적인 흐름을 알기위한 기본적인 정신분석의 근간으로 삼고서, 이「균등하게 留保 되는 注意」는 환자에 대한 세라피스트의 최고의 기본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프로이트 저작집 6, 1970). 일반적으로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프로이드의 이러한 기본개념과 태도는 오늘날의 마이드 풀네스 와 공통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보자.
우리「분석가」들은 자신의 주의력에서 모든 의식적인 영향작용을 멀리하고, 분리시켜 완전히「무의식적인 기억」에 몸을 맡기거나, 혹은 순수하게 기법론적 형태로 표현을 해보면, 우리는 단지 귀를 기울이는 것만 으로도 좋고, 어디에 주의를 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프로이트 저작집 9, 1983)
Thought without A Thinker(『붓다의 사이코 세라피』)의 저자이며, 불교에도 조예가 깊은 정신과 의사인 에프스테인(Mark Epstine, 1999)에 따르면, 프로이트의 위대한 발견의 원천이 된 것은 생각(思考)이 하는 정신의「비판적 능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정지야 말로 환자의「자유연상」과「치료자의 균등하게 留保 되는 注意」의 양쪽의 프로세스를 촉진하기 위한 열쇠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요가 ․ 스토라』에서도「요가란 마음의 작용을 止滅하는 것(nirodha)이다. 마음 작용이 止滅될 경우에는, 순수한 관조자인 眞我는 자기본래의 상태에 머무르게 된 다」고 본다(佐保田鶴治, 1973). 이것은 그야말로 동양의 명상 수행자 들이 수 천 년 동안 실천해 온 의식의 기본자세라고 하는 것을 당시로서는 알지 못했던 프로이드가 이런 개념을 자기 스스로 터득한 위업을 남겼다고 평가하는 연구자도 있다.
3) 인간성심리학과 마인드 풀네스: 프레젠스(presence)와 로저스
로저스의 수용적인 태도에 기초한 심리적 기법은세라피스트가 갖추어야 할 3가지 원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제4의 원칙으로는 프레젠스(presence)가 거론되는 경우도 있다.
로저스는 1979년, 세션 중에 직관적인 자기에게 한없이 다가갈 수 있을 때, 혹은 내면의 미지세계에 접할 경우에, 혹은 변성의식 상태에 도달할 경우에, 초월적인 프레젠스(현존)로서, 클라이엔트 혹은 그룹(집단)의 面前에 자기가 존재하여, 단지 그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하는 체험을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일종의 신비적인 특징을 세라피스트의 4번째 원리, 즉「프레젠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로저스는 오래 동안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는 멀리해 왔기 때문에, 이 프레젠스의 개념에 대해서는 로저스 학파 사이에서도 의견의 불일치가 있는 듯하다(岡村, 保板, 2004). 더욱이 로저스는 인터뷰에서「어쩌면, 그러한 조건들(치료자의 3가지 기초원리)의 변연에 있는 어떤 것이야 말로 치료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그것은 치료자의 自己가 매우 명료히 눈에 보이는 형태로<지금 - 여기에 - 있는 것(프레젠스)>이다」(前揭書 pp.74-75)라고 진술하고 있다. 필자도 이 프레젠스 야말로 심리요법을 비롯하여 두 사람 사이의 관계(二者關係)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밖에도 게슈탈트 요법의 펄즈나, 포카싱의 젠들린도 마인드풀네스에 상당하는 워크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4) 마인드풀네스와 인지행동요법(제3세대)
90년대의 전반기에는 제3세대라고 불리는 인지행동요법(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이 계속해서 탄생된다. 예를 들면, 시걸(Segal) 등의 마인드풀네스 인지요법(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헤이즈(Steven C. Hayes) 등의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 그리고 리네한(Marsha M. Linehan, 1943-)의 변증법적 행동요법(Dialectic Behavior Therapy; DBT) 등이다.
제3세대의 특징은 명상(위빠싸나, 禪 등)을 적극적으로 통합(적용)시켜보고자 하는 데 있다. 특히 마인드풀네스, 또는 억셉턴스(수용성)이라는 개념은 1977년부터 행동요법에 적용하여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계기로 마사츠세츠 대학교 의과 대학의 카밧진(Jon Kabat-Zin, 1944-)에 의해서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외래환자에 대해서 마인드풀네스 명상의 도입을 적용한, 1982년의 논문 등을 통해서 확대되기에 이른다. 지금은 이 방법이 제3세대 인지행동요법에서는 불가결한 중심개념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도 인지행동요법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시적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그리고 불교적 소양이 없는 미국의 사이코세라피스트나 클라이엔트들 중에는 마인드풀네스에 대한 해석을 본래의 불교적인 의미와는 다소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일례로 워싱턴 대학의 리네한 박사가 80년대 후반에 개발 한 변증법적 행동요법(DBT)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리네한은 인지행동요법의 창시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마이켄바움(Donald Meichenbaum)의 지도를 받은「주류파」의 배경을 지닌 학자이다. DBT는 종래의 CBT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특히 자살원망을 지닌) 경계성 퍼스넬리티 장애(BPD)에 대한 유효성으로 주목을 받게 된 제3세대 CBT의 대표적인 심리요법이다. 리네한 자신도 禪을 비롯한 명상 수행을 열심히 실천한 학자인데, DBT에 있어서도, 클라이엔트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은 기본이념에 기초하여 마인드풀네스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훈련을 실천하고 있다(Linehan, 2009/12).
① 마인드풀네스란「지금 ․ 여기」라고 하는 의식적 상태의 있는 그대로를 체험하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 묘사하는 것, 自然體로 플로우(場의 흐름)에 몰입하는 것이다.
② 선악에 대한 평가를 일체 행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이 순간이 전부라고 여기며, 세상의 이치와 도리에 맞게 행동을 함으로써 마인드 풀네스는 성취된다.
③ 현실을 수용할 것. 즉 철저하게「지금 ․ 여기」라고 하는 현실 경험을 수용할 것. 자발적으로 모든 것을 긍정할 것. 그러한 수용을 항상 실행하고 지속할 것.
4) 마인드풀네스와 러빙프레젠스(하코미 심리치료)
인지행동요법의 학파에 속하지 않는 불교심리요법(Buddhist Psychology)의 계열도 있다. 이들은 인간성심리학이나 트랜스퍼스널 심리학과도 관계하면서 발전해 온 측면도 있는데, 제3세대 인지행동요법보다 앞서서 마인드풀네스의 개념을 심리요법에 적용해 온 것이다.
불교심리치료는 특정한 불교종파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마인드풀네스의 개념을 중심으로 자비심, 보리심, 여래장(불성), 歸依의 정신 등, 불교에 널리 공통되는 특징을 적용시킨 심리요법의 총칭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종파에 관계없이 제공되는 심리요법인 것이다. 불교적인 요소와 타오이즘(도교주의)을 기반으로 하여 도입한 홀리스틱 관점의 심리요법의 대표적인 것으로 론 커츠가 제창한 하코미 심리치료(Hakomi Method)가 있다.
이 요법에서는 세라피스트는 무엇보다 우선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상에서의 자기 마음의 수행과 성장 없이 클라이엔트를 원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클라이엔트에 대해서도 러빙 프리젠스(loving presence, 모든 것에 선행하는 자비로 충만한 존재감)를 느끼는 훈련을 행한다(Kurtz, 2004). 이것은 상대방 앞에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반드시 존재하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점을 발견하고, 감사하며, 그것을 그 상대에게 전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의 임상에서는 우선 세라피스트가 러빙프리젠스를 체현하여 구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클라이엔트를 감싸줌으로써 클라이엔트는 어떤 우려도 없이 마인드풀네스 상태에 머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에 있어서 전혀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긍정적인 환경에서는 보통의 의식 상태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나 괴로운 것, 수치스러운 것일지라도, 클라이엔트는 안심하고 말도하고, 심정을 표현할 수가 있다.
불교에서는 일체중생이 본래 구족하고 있는 위대한 성품(불성)을 발견하고, 발굴하여, 깨달아 가는 것이 불교의 기본 정신이라는 사상(여래장 설)이 있다. 이 교설에 따르면, 하코미 심리치료와 같은 서구의 일부 심리요법은 불교심리치료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법한 특성을 이미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커츠(2004)는 심리요법과 스피리츄얼 한(종교적, 영적)수행은 본래 다른 것이 아니라, 同根이라고 보고 있으며, 세라피스트나 클라이엔트 모두에게 하코미 세라피를 행하는 것은, 말하자면 스피리츄얼한 훈련이라고 한다.
마인드풀네스의 접근방식에 대한 탐구는 연구와 실천적인 측면모두가 현재, 진행형으로 많은 연구실적물이 축적되어가고 있다. 21세기의 심리요법의 세계에서는 마인드풀네스는 정신분석학파이든, 인지행동학파이든, 인간성심리학, 또는 내러티브 심리요법이든, 절충파, 홀리스틱, 소매틱, 트랜스퍼스널심리학을 막론하고, 모든 심리요법에 있어서 기본적인 심리요법이 갖추어야 할 근본적인 심리상태로 자리매김 되며 전개되고 있다.
5. 트라우마 연구와의 관련
스탠포드 대학에 재직했던 샤피로(Francine Shapiro)의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은 문자 그대로 안구의 움직임을 이용한 기법으로, 미국에서는 트라우마 요법으로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는 소매틱 접근방식의 하나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꽤 알려지고 있는데, 세션에서의 언어개입의 기본 등, 다른 소매틱 접근방식과도 공통적인 부분이 많으며, 소매틱 심리학으로 분류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한 발달심리학적으로는 특히(영국의 볼비에 의해 개시 됨) 애착이론이 소매틱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것은 라이히의 성격(구조)분석과 함께 중요한 한 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매틱 심리요법과 최신의 뇌과학, 신경심리학과의 대화가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신체적인 증상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 트라우마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등에 대해서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의「뇌의 십년(the Decade of the Brain)」이란 구호가 등장한 이후로, 비약적이고 혁신적인 진보를 거쳐 이루어진 미국의 뇌 ․ 신경심리학으로부터 발견된 과학적 지식과 소매틱 심리학과의 사이에는 연관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아주 효과가 큰 심리요법으로써, 미국에서는 임상심리학자들 뿐만 아니라, 뇌 신경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임상심리학의 분야에서도 프로이트 이래로 혁명적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학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PTSD 와 트라우마 연구분야에 많은 기여를 한 정신과 의사의 소견에 따르면, EMDR, 소매틱 익스피리언스(somatic experience; SE; Levine에 의해 개발된 트라우마 요법이다; 그의 저서「Walking the Tiger: Healing Trauma(1997)」는 미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음), 센스리모터 심리요법(sensory-motor psychotherapy) 등과 같은 소매틱 접근방식은 매우 효과가 크다고 한다. 애착이론과 관련해서는 UCLA 의과대학의 앨런쇼우(Allan Schore), 다니엘 시겔(Siegel)의 등의 공헌이 앞으로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분교의 정신과 의사인 루이스(Lewis)교수도 이런 현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정신(심리)요법이란 실제는 생리학이라는 것이 분명해 졌다」(Lewis, 2000). 이 점에 대해서는 일리노이 대학(시카고)의 스테판 포기스(Stephen Porges, 1945-)교수의 폴리베이걸 이론(polyvagal theory: 복합 또는 다중 迷走신경이론)도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6. 철학과의 관련
1) 현상학: 후썰과 메를리 퐁티
심리학이외의 철학의 분야에서는 독일의 후썰(Edmund Husserl, 1859-1938)의 특히 후기의 발생학적 현상학과, 그 흐름을 계승한 프랑스의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의 현상학․ 신체론(즉, 몸 철학)의 관점은 소매틱 심리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의식이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철학적인 기초지식도 필요하다. 후썰의 현상학(phenomenology)은 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단한 영향을 끼쳐 온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의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상학은 결코 주관성, 개인적인 내면의식 영역의 연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간주관성(間主觀性), 집단적인 내면의식 영역의 연구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후썰의 현상학(특히 발생론적 현상학)에 대해서 전문가인 동양대학의 山口一郞은 주저인「문화를 숨 쉬는 신체: 文化を生きる身体」(2004)에서 主客의「3단계의 移相」으로서, 수동적 종합(심신, 주객의 미분화단계), 능동적 종합(사고와 신체, 주객의 분리에 따른 발달, 의식단계), 그리고 통합적 단계(심신통합, 심신일여의 단계)라고 하는 수직적인 3층의 영역에 대해서 엄밀한 현상학의 연구에 기초하여 탐구하고 있다. 山口(2004)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심신일여라는 사태인데,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이 경우의 주객분리성은 先반성적인 체험이나, 수동적 종합의 경우의 심신미분화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先 반성적인 수동적 종합의 차원을 전제로 하여 통상적인 심신관계의 영역이 형성되어 가지만 거기서 형성된 능동적 지향성의 세계 그 자체가 뚫릴 때, 심신일여의 세계가 성립하는 것이다(前揭書, p.76).
山口의 설명에 따르면, 프리퍼스널(수동적 종합 상태에서의 심신미분화)단계와 트랜스퍼스널(초월적인 심신일여의 상태)단계는 퍼스널영역(능동적지향성의 세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는 공통되지만 양자는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며, 본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단계이며, 혼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나아가 山口는「후썰의 후기현상학의 중심테마인 발생학적 현상학, 수동적 종합, 생활세계 및 메를로퐁티의 間신체성과「몸: 肉」이라는 개념은 종래의 주관과 개관의 분리, 심신이원론을 그 근저에서부터 해명하여 그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을 개척 했다」(p.355)고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후썰의 후기 현상학의 주제가 캔 윌버가 주창하고 있는 통합단계(제2층=심신통합=켄타우루스 단계)에로의 변용과 중복되는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아기의 심신융합(수동적 종합)과 인지능력의 발달(능동적 종합)을 거친 후에 형성되는 심신통합을 명확히 구분하는「3단계의 移相」이라는 山口의 설명은 순수하게 철학적인 탐구에서 비롯된 明證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신체성과 間主觀性을 그 철학의 중심에 둔 현상학자가 바로 메를로퐁티이다. 그의 주저인「知覺의 현상학」의 서문에서 그는「현상학이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는 극단적인 주관주의와 극단적인 객관주의를 세계 또는 합리성의 틀 속에서 통합시킨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 개념적인 틀 속에서는 여실히 들어나는 다양한 경험과 정확히 균형을 이루는 수준의 합리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합리성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시점이 교차하고, 다양한 지각이 검증되어 하나의 통합적인 의미로서의 현상학적인 세계를 출현시킨다는 것이다. 현상학적인 세계란 절대적인 정신 이라든지, 실재론적인 의미와 같은 순수존재나 이미 실재하고 있는 세계란 없는 것이다. 나(주관)의 다양한 경험의 交点에, 나(주관)의 경험과 타인(다른 주관)의 경험과의 교점에 間主觀性의 관계성을 통해서 늘 나타나는 의미세계이며, 존재자체의 끝없는 창조의 프로세스인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체험의 관계성의 창조라고 하는 기적의 立會人인 동시에 그 기적 자체인 것이다. 메를로퐁티에 의하면「진정한 철학이란 세계를 보는 것을 새롭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우리는 늘 철학의 배움의 현장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현상학이외에도 두 사람 이상의 간주관적인 관계성의 철학으로서는「나와 너」의 관계성으로 잘 알려진 부버(1878-1965)의 종교철학적 二者관계의 이해도 빠뜨릴 수 없다. 「이인칭의 관점」(2nd-person perspective)은 현대 심리요법의 공통된 기반이며, 間主觀的인 철학은 그것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후썰의 현상학에서 출발한 메를로퐁티의 철학은 더 나아가 신체화(embodiment)의 문제에 초점을 집중 시키고 있다. 그는「의식의 현상학을 신체성의 현상학에로 전위」시켰다 鷲田淸一(2003). 칠레 출신의 생물학자이며 신경현상학자인 바레라(Francisco Varela, 1946-2001)등은「신체화 된 마음: 身體化された心」의 서문에서「새로운 마음의 과학」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메를로퐁티를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서구의 과학문명은 물리적인 신체관 뿐만 아니라 삶을 살 수 있는 신체관, 즉 외측과 내측을 모두 가지는, 생물학적인 동시에 현상학적인 신체관에 도달해야 한다고 하는 메를로퐁티의 생각에 우리는 찬성한다. 이 신체(몸)로서 있는 것(embodiment)의 양면이 대립하는 것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오히려 우리는 끊임없이 양면을 오고 가고 있는 것이다. 메를로퐁티는 이 순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 축을 세밀히 연구할 것, 즉 지식, 인지, 경험을 신체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메를로퐁티 뿐 만 아니라 우리들도 신체로서 있는 것에는 이 2가지의 의미가 있는, 즉 삶의 경험의 담당자로서의 신체와 認知機構의 콘텍스트 또는 환경으로서의 신체이다(Francisco Varela, 2001, p.13).
이상과 같이「신체로서 있는 것(신체화)」의 2중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작업, 즉「신체도식(body schema)」을 해명하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인지과학과 인간경험의 순환에 대한 인식으로 연결되어 진다고 바레라(2001)도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이 순환의 인식은 자기와 세계, 내측과 외측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의 가능성을 열었다」(同書, p.23)라고 서술되어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中道 혹은「間 (entre-deux)」의 존재가 분명해 지는 것이다. 바레라에 따르면 서양의 전통에 있어서, 과학과 경험, 경험과 세계의 근원적인「間」의 탐구에 집중하여, 삶의 직접체험의 현상학과 심리학, 신경생리학의 상호연관성의 啓發을 규명하려고 노력한 소수의 철학자 중의 한 사람이 메를로 퐁티라고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때, 소매틱 심리학은 메를로퐁티의 사상과 실천을 계승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身體化의 기초개념: 신체도식(運動性)과 신체이미지(境界性)
신체도식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신체도식이라고 하는 용어는 메를로퐁티가 내린 해석 외에도 물론 다른 학자들의 해석도 있다. 여기서는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서 우선 협의의 신체도식이란 유전적 혹은 습득되어진 動作의 調整 또는 姿勢와 같은 공간적 인식의 무의식적인 패턴과 관계하여, 생리학적인 기반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한편 신체도식과 유사한 개념인 신체이미지(身體像, body image)란, 신체에 대한 의식적인 자각 또는 신념, 감정과 관계되는 것으로 심리학적인 기반을 가진 개념이다. 그리고 광의의 신체도식은 협의의 신체도식에 신체이미지를 포함시킨 개념으로 본다.
심리적인 신체 이미지는 생리적인(협의의)신체도식에 기반 한다. 따라서 신체도식이 변화하면 신체이미지도 바뀐다. 말하자면 모든 심리학적인 장애는 생리학적인 장애의 측면을 수반한다고 할 수 있다. 라이히의 주장에 따르면,「모든 정신적인 신경증은, 생리학적인 근육의 경련과 호흡의 혼란에 그 근원이 있다」는 것이다.
본래 신체도식의 개념은 영국의 신경학자, 헤드(Henry Head)와 아일랜드의 신경학자인 홈즈(Gordon Holmes)에 의해 이루어진 體位圖式(postural schema)의 연구(1911)에서 발전한 지각적이며, 생리학적인 것이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인 실드(Paul Schilder, 1886-1940)는 후썰이 제창한 소마톨로지(somatology: 신체학)와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았는데, 시각을 중시하고, 무의식적인 정동의 움직임까지도 관련시킨 신체이미지 쪽으로 신체도식의 개념을 전개시켰다.
실드(1923/1983)는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해서 갖는 공간이미지를 신체도식이라고 부르고, 이 신체도식과 외부환경으로부터의 지각(예를 들면, 타인으로부터의 시선)과의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다고 보았다. 실드의 신체이미지(또는 신체도식)는, 생리학적인 영역에 국한시키지 않고, 심리적, 사회적인 영역까지도 포함시킨 개념이다. 그 후 메를로 퐁티가 외부환경과 신체와의 지각적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신체도식의 개념에 주목하게 된다. 의식의 지각과 인지는 신체도식의 부분을 구성하는 의식되지 않은 운동성 또는 자세의 패턴, 근육의 강도, 호흡리듬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신체화 된 전체성의 실존모델로서의 신체도식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신체는 현상적 신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 신체도식에 의한 현상적 신체는 一人稱的(심리적)신체와 三人稱的(생리적)신체를 매개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田中 ․ 湯浅, 2001, pp.21-29).
신체도식은 환경과 신체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신체의 사용방법에 관한 학습이며, 순간순간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 운동성이 그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신체 이미지는 주관과 객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성에 그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양쪽의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고 여겨진다.
7. 정신신경면역학 ․ 통합치료와의 관계
심신의학의 새로운 한 분야인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 PNI)이라는 용어는 1975년,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에이다(Robert Ader)와 코헨(Nicholas Cohen)에 의해서 최초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신경계, 면역계, 그리고 신체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분 야를 말한다. 그리고 이 분야를 더욱 널리 알린 인물로는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인 퍼트(Candance Pert)였다.
1985년에 퍼트는 신경펩티드(Neuropeptide)가 뇌와 면역계의 양쪽 세포벽에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신경펩티드나 신경전달물질과 같은 내분비물질은 면역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감정과 면역학과의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정은 뇌에서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세포에서 만들어 진다고 하는, 말하자면 우리의 몸 전체가 문자 그대로 무의식의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감정(긍정적인 것인 든, 부정적인 것이 든)은 그것이 저장되어 있는 세포수준에서 화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Pert, 1997). 이러한 언급은 라이히가 주장한, 즉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근육의 긴장으로 쌓이게 된다는 개념과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발생 시 에는 적절히 표현되지 못한 채로, 억압되어 큰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감정으로 말미암아 신체(몸)내부를 흐르는 에너지는 차단되고 막히게 되어 나중에 심신장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라이히는 이러한 생명에너지를「오르곤」이라고 불렀다. 당시의 정신분석학회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무시되고 말았지만, 현재는 서양에서도 동양적인「氣」의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라이히의 인간심리의 이해에 대한 식견 또한 대단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정신종양학자인 사이몬톤(Carl Simonton, 1942-2009)은 심리상태가 면역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1970년대 초, 암 치료에 지시적인 이미지요법을 도입하여, 자연치유력을 촉진시키는 心身一如的인 사이몬톤 요법을 확립했다.
통합의료(integrative medicine)는 앤드루 웨일(Andrew Weil, 1942-)의 저서「웨일 박사의 natural medicine」(春秋社)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그것을 계기로 하여 크게 주목을 받게 된다. 통합의료의 기본적인 목적은 심신을 홀리스틱의 관점에서 취급하여, 동양의학에 많이 내포되어 있는 대체보완의료(alternative ․ complementary medicine)와 전통적 방식의 의료(conventional medicine)를 고집하는 서양의학을 통합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함으로써 건강과 치료효과를 더욱 개선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 밖에도「Vibrational medicine(파동치료)」를 제창한 가버(Richard Gerber),「에너지의료(Energy medicine)」의 오슈만(James Oschman), 일본홀리스틱 의학협회 회장인 帶律良一 등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통합의료에서는 玄妙한 에너지(subtle energy) 혹은 챠크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며 의미 있게 잘 활용해 가자는 움직임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경면역학자인 퍼트(Candance Pert, 1997)는 과학적인 입장에서 챠크라 시스템의 규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챠크라는 전기적, 화학적 정보를 인체의 내면에 전하기 위한 중간지점인데, 말하자면「mini brain: 작은 뇌」로 간주 할 수 있다고 한다.
8. 스피리츄얼 문제와의 관련
1) 현묘(Subtle energy)와 직관의료
브레넘(Barbara A. Brenam)이 저술한「Hands of Light, 1988」책에 소개된 에너지 힐링워커는 심리요법에서 직접 스피리츄얼 한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것은 라이히 계열의 코어 에너제틱스(core energetics)를 기초로 하여 스피리츄얼 워크로 개발한 것이다. 코어에너제틱스란 바이오에너제틱스(bioenergetics)의 공동창시자인 피에라코스(Pierakos)가 40년 이상의 세월 동안 감정과 질병과 인체성의 관계성에 관한 연구를 행한 후, 1970년대에 새로이 개발한 소매틱스이며, 심리학, 뉴피직스, 스피리츄엘러티, 에너지 장, 챠크라시스템 등으로 구성한 것이다. 코어에너제틱스는 사람 주위의 오로라 또는 챠크라 에너지 장을 봄으로써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것인데, 이러한 기법은 브레넘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브레넘 워크도 소매틱심리학(혹은 소매틱스)과 관련성이 깊지만, 특히 스피리츄얼 한 부분(챠크라 에너지 등)이 강조되기 때문에 일반심리학으로 분류되지 않고, 스피리츄얼 워커(에너지 힐링)로 불리고 있다.
뉴욕대학의 명예교수이며, 간호사인 크리거(Dolores Krieger)가 고안한 세라퓨틱 터치(The therapeutic touch) 또한 힐링 워커의 일종인데,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의 대체의료의 흐름 속에서 주목을 받으며, 간호영역에서 실천되어지고, 그 실증적인 자료도 쌓이게 되면서 의학계에도 인증을 받게 되었다. 대체의료는 기성의 의료 전문가에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삶의 방식을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것으로써, 현재는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에서 확산되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서양의학의 의료비와 건강보험료가 매우 높고, 쉽게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다.
직관의료(medical intuitive)란 메이스(Caroline Myss, 1952-)에 의해서 알려지게 된 대체의료의 하나이다. 인체의 氣 또는 챠크라 등의 에너지 상태를 직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병의 원인을 탐색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 분야에서는 크리스텔 나니(Christel Nani)등도 잘 알려져 있다.
에너지 힐링이란 타인과 자기 자신을 돕고, 치유하기 위하여, 인간성을 에너지에 부여하는 행위이며,「치유의 손」을 학습하기 시작할 경우에는, 우선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 힐러 가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한다(Dolores Krieger, 1993/2001).
2) 密敎 ․ 禪과 身心一如
종교분야에서는 밀교(티벳불교, 진언밀교, 천태종 등)가 심신의 연관성문제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1972년 타르탕 툴카(Tharthang Tulku)가 캘리포니아주 버컬리에 설립한 닝마 연구소(Nyingma Institute)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티벳 불교가운데서도 닝마파는 심신의 통합을 위한 신체적인 체험, 즉 명상이나 동작법을 혼용한 실천수행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티벳 요가(티벳체조)라고도 불리는 쿰 네이(Kum Nye)는, 호흡법, 자기마사지, 자세, 동작을 이용하여, 룽(rlung; 風, 氣), 티파(mkhris-pa; 火, 膽汁), 베켄(bad-kan; 地, 水, 粘液)의 3가지 체질의 조화로운 작용을 회복하고, 여러 형태의 에너지의 막힘을 해방하기 위한 기법을 집대성한 것이다. 펠덴크라이스(Moshe Feldenkrais, 1904-1984)가 개발한 Feldenkrais methods는 쿰네이 요가와 흡사한 면이 많다.
한편 禪宗에서도 좌선뿐만 아니라 作務나 公案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심신통합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道元(1200-1253)은 그의 저서인『正法眼藏』에서「身心學道」라고 하는 대단히 중요한 개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佛道를 배우는 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마음(心)으로 하는 공부(心學道)이며, 또 하나는 몸(身)으로 하는 공부(身學道)이다. 心學道에 관해서는 感應道交하고, 보리심(혹은 赤心, 古佛心, 平常心)을 일으키는 것이 전단계로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심리요법의 전제라고 할 수 마인드풀네스의 상태와 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身學道에서는 이 신체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신체를 가지고 있다. 이 신체를 활용하여 배우는 것, 자기의 진실인 인체로 살아가는 것이 學道, 즉 진실의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道元은 수행을 하지 않고서도 때가 이르면 자연히 깨달음의 시기가 온다고 하는 망언에 절대 유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신신 당부하고 있다.
앞의 설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도원은「身心學道」라는 말로써, 심신일원론, 심신통합, 심신일여라는 정신적 가치와 실천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身心一如」라고 표현하고 있는데,「身(몸)」이「心(마음)」보다 앞에 오는 것을 보더라도, 身(몸)을 중시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身體論』(1990)의 저자인 湯浅泰雄는 道元과 心身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심신일여라는 표현은 심과 신체에서 나타나는 이원적이고 兩義的인 관계가 해소되고, 兩義性이 극복되어, 거기서 의식에 있어서 새로운 전망- 열린 지평이라고 말할 수 있는-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심신일여란 예를 들면, 무대에서 자신을 잊어버린 듯 춤추고 있는 예능인의 연기처럼, 마음과 신체의 움직임 사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는 昻揚한 상태이다. 道元은 더 한층 나아가, 수행에 있어서 깨달음이란「身心脫落」의 체험이라고 한다. 이것은 마음과 신체사이의 이원성이 소실하여, 마음은 이제 객체로서의 신체와 대항하는 주체가 사라짐과 동시에, 신체는 마음작용에 거스르는 객체로서의 무게를 잃어버리는 체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심신을 훈련하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서 처음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음과 신체는 원래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면서, 엄연히 긴장관계를 잉태하고 있는 이원적 관계에 있다. 달리 표현하면 그것은 수행을 통해서만 비로소 하나가 되는 관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湯浅泰雄, 1990, 25-26 頁)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禪의 붐」(일본의 鈴木大拙, 鈴木俊隆 老師, 프랑스에 주재하고 있는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 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50년대에는 중국공산당 정부에 의한 티벳 침공 후, 많은 티벳의 승려가 중국의 박해를 피해 주로 미국과 서방 선진국으로 망명하여 포교를 시작하게 된다. 그 후 달라이라마에 의한 평화운동이 전개되면서, 선과 티벳 불교가 서양사회에 크게 알려지게 되고, 歐美의 심리학과 심리요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직접적으로 종교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스피리츄엘러티와 신체의 관계성에서는 동양의 요가, 기공, 합기도 등도 물론 심신통합의 대표적인 것으로써, 캘리포니아 등을 중심으로 서구에 많이 전파되어 있다(예를 들면, 인구 약 10만 정도의 버클리에, 2003년 당시, 300개 이상의 요가 클래스가 있었다).
신체성이 스피리츄엘러티, 스피리츄얼한 학습(수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은 선과 밀교와 같은 불교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예를 들면, 20세기 최대의 신비가 중의 한사람인 구르제프(G.I. Grudjieff)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본질적인 의식은 잠자고 있는 상태로, 기계와 마찬가지며, 그러한 상태의 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한「제4의 길(The fourth way)」을 설파했다. “그는 수행의 체계를 워크(work)라고 불렀는데, 이는 자기관찰, 지적학습, 명상, 무브먼트(의식과 존재의 조화를 위한 운동), 예술의 모든 분야를 통합하는 활동을 통하여 인간을 물질적인 기계법칙의 상태에서 자유롭게 하는데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그의 워크는 이슬람 신비주의의 수피댄스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도 매우 신체성이 높은 것이다.
또 한사람의 20세기를 대표하는 신비주의사상가, 슈타이너(Rudolf Steiner)의 人智學에서는 에텔체, 아스트랄체 라고 하는 多重體(bodies)의 신체개념이 기본이 되어 있는데, 실제로 手작업의 Art 나 극, 오이류트미의 무브먼트 혹은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등, 육체를 통한 학습은 슈타이너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9. 젠더와 소매틱심리학
1) 남성성과 여성성
신체성에 관한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는 남성성(또는 남성원리: masculinity)과 여성성(또는 여성원리: femininity)이며, 나아가 이들의 통합에 관한 것이다. 세라피스트이든, 클라이엔트 든 관계없이, 성적경향(호모섹슈얼, 헤테로섹슈얼, 바이섹슈얼 등)과 무관하게, 누구라도 젠더에 따른 신체를 가지고 있는 이상, 이 테마에 대한 이해와 고찰은 불가결하다. 심신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소매틱 심리학(또는 소매틱스)에서는 자신의 심신의 통합과 함께, 파트너와의 관계성을 통해서 심신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시 되지만, 이것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통합이라는 형태를 취함으로써 성취된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해서는 지금까지의 심리학에 있어서도 다양한 형태로 취급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그 통합」이라고 하는 테마에 열심인 것은, 아니마(남성 속에 있는 여성의 원형)와 아니무스(여성 속에 있는 남성의 원형)의 개념을 중시하는 융 심리학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메리온 우드만(Marion Woodman, 1928-), 『Woman who run with the wolves』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에스테스(Clarissa P. Estes), 『Goddesses in woman』의 저자인 시노다 보렌(Jean Shinoda Bolen)을 포함하여 융 심리학의 영역에서 섹스나 젠더를 테마로 취급하고 있는 여성학자들은 많이 있다. 거기에 비해서 남성학자들의 활약은 별로 왕성하지 못한 편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어쩌면 이념적으로 성의 문제를 취급하기 쉬운 남성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통합을 자신의 내부만의 문제로 왜소화시켜, 자기완결 지어 버리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한편 여성 융 학파의 경우가 극도의 성의 추상화에 빠지지 않고서, 보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생리적인 부분에 기반을 둘 수 있게 되면서, 卽物的이고 호르몬적인 수준에서의 성의 기능까지도 포함 시킨 남성성과 여성성의 통합이라는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 질런지 모른다.
2) 원초의 여성성인「검은 聖母」다시보기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해서 좀 더 구체적인 테마를 하나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블랙 마돈나」 즉「검은 聖母」의 존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문제이다. 블랙마돈나는 유럽의 기독교 교회에 있어서, 조각 혹은 모자상의 聖畵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마돈나란 예수 그리스도의 엄마인 성모마리아를 말하는데, 피부색이 검정 혹은 갈색으로 된 것이다. 검은 聖母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폴란드, 체코, 러시아 등의 교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흰색을 선호하고, 흑색은 피하려고 하는 기독교에 있어서의 異敎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충분한 임팩트가 있다. 따라서 기독교 이전의 異敎의 신, 특히 태고의 대지의 신(地母神)의 모습으로 파악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地母神은,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Demeter)나, 이집트 신화의 이시스(Isis) 등, 대지, 농경, 결혼, 섹스, 다산, 풍요를 관장하는 여신으로서 여러 신앙을 모은 것이다. 또한 중남미에서는 좀 더 지역 원주민(인디온)과의 융합이 명확한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멕시코의 국가의 여신으로 인기가 높은 구아달루페(Guadalupe)의 갈색의 성모는 그 대표 격이다. 서양문명에서는 기독교의 융성과 함께, 그 존재나 의의는 공적으로는 무시되고, 오랫동안 표면에 나타나지 못했다. 기독교의 강력한 구속력이 완화된 20세기도 후반이 되어서야, 여성의 권 리 회복 운동과도 간접적으로는 관련이 있겠지만, 재차(아직은 일부일지만)각광을 받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현재는 블랙마돈나는 모성적인 지구, 모성적인 자연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블랙마돈나의 힘은 누구라도 처음은 가지고 있는 힘인데, 그 힘이 없으면 우리는 태어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잃어버리고 만 힘이다. 그 힘은 원초적인 여성성의 근원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장기간에 걸쳐 지배적인 것은 남성성이다. 더욱이 지금도 미성숙한 발달 수준의 남성성이, 블랙마돈나 혹은 일본신화의 地母神인 이자나미가 가진 근원적인 힘을 무지와 공포심에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억압해 왔다고 하는 역사적인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예를 들면, 이자나미를 黑聖母로 간주함으로써 이러한 변용과 통합의 테마를 취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융 심리학이나 문화인류학, 종교학 과 소매틱 심리학 영역이 협력해 감으로써 이러한 유형의 테마에 대한 탐구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생각한다.
3) 2가지 테크놀로지의 통합
남성성 ․ 여성성의 문제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또한 이것은 블랙마돈나의 문제로부터도 약간은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개인의식의 문제를 초월하는 것이며, 나아가 우리 자신과 문명의 관계성을 더욱 풍부하게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통합학 연구소(CIIS: California Institute of Integral Studies)의 돈 존슨(Don H. Jonson)은 2가지 테크놀로지의 존재를 설정하는 것으로써, 이 문제가 현대의 우리들에게 보다 가까이 있으며 현실적인 것 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구별 ․ 분류하는 기술로서,「간접성의 경험주의」에 기초하는「남성성의 테크놀로지」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직접성의 경험주의」에 기초하는「여성성의 테크놀로지」이다. 존슨(1983)에 따르면, 남성성의 테크놀로지는 이원론적, 과학적인 이론에 기초하고 있는「지성적」인 삶의 방식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감각적인 것의 중요함을 과소평가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여성성의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감각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도덕성 발달단계의 연구로 유명한 콜버그(Lawrence Kohlberg)가 자율성이나 정당성을 중시하는 남성성 중심의「정의의 윤리」를 제창했다. 거기에 대해서 그의 제자인 캐롤 길리건(Carol Gilligan)은 관계성을 중시하는 여성성 중심의「케어의 윤리」를 제창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은 대립과,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호 성장(발달)하고, 조화(통합)를 이루기 위한 것이다.
디너스테인(Dinnerstein)은 女性 ․ 母는「특유의 원초적이고 친밀한 방법을 통해서, 인간적인 것이란 어떠한 것인가, 탄생이전에 시작하여, 사후에도 계속되는 프로세스의 숨겨져 있는 부분을 느끼는 것을 의미 하는」체험을 가지고 있다(Dinnerstein, 1977, p.153)고 말한다. 이처럼 여성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전통적으로 그렇게 여겨져 왔지만, 이것은 보다 깊고 감각적인 장소와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힘이며, 남성에게는 不可知한 영역의 테크놀로지인 것이다. 이러한 여성성의 테크놀로지는 남성성의 테크놀로지에 의해 억압되어 왔다고 하는 역사와 문화적인 사실도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전의 남성성우위의 입장에서 취했던 남성성이나 여성성의 이해가 아니라, 본질적인 수준에 근거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역동적인 교류를 통해 쌍방의 통합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4) 젠더와 소매틱스
존슨(1983)은 특히 여성의 힘으로 발달한 소매틱스(바디워크)의 학파에는 자신의 신체와 재차 연결함으로써 치유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많다고 서술하고 있다. 신체와의 연결방법을 잘 알고 있는 여성에 의해서 개발 된 소매틱스가 있다는 점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면, 여성원리에 기초한 것으로는 미덴도르프(middendorff, 1910-2009)의 호흡법이라 든지, 로젠 메스드 바디워크「Rosen Method body work; 부드러운 터치(Rosen touch)」가 있다. 이러한 기법은 매우 모성적이며, 직관적인 접근법이다. 물론 남성에 의해 개발된 신체계열의 워크도 많이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여성이 개발한 것에 비해서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요가, 티베트 불교의 명상, 라이히계열의 세라피, 홀로 트로픽 프레스워크 등은 주로 남성원리에 기초해 있다고 볼 수 있다.
Ⅳ. 결어
본 발표는 쿠보 타카시(久保隆司)의 저서‘ソマテック心理學(2011)’(소매틱심리학)의 내용의 일부를 번안하고 재정리하여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불교상담의 연구방법론을 모색하는데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램 에서 이런 시도를 해 보았다. 본 발표는 자료정보제공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많이 미흡하지만, 久保隆司의 책에 담긴 내용만큼은 불교상담, 특히 불교상담의 적용원리와 연구방법론 등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데 있어서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매틱 심리학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 즉 심신일여의 심리요법이라는 기본목표는 불교상담이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도 수차 언급하였지만, 소매틱 심리학은 의식과 무의식에 접근하기 위하여, 더 나아가 인간 본연의 궁극적 정신성인 마음(영혼)의 의미를 밝혀, 그 통일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 효과적인 통로로서, 신체 혹은 감각에 포인트를 둔다는 관점은 불교상담 방법론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시사 하는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비근한 예로, 색, 수, 상, 행, 식의 오온설 에서의 色蘊이 갖는 의미와 또 색온이 나머지 4가지 온(수온, 상온, 행온, 식온)과의 관련성, 身受心法의 사념처 수행에서의 身念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또 신념과 수념, 심념, 법념과의 관련성, 유식사상에서의 유근신이 뜻하는 것, 더 나아가 ‘12지 연기’에서의 ‘무명’, ‘行(業)’, ‘識’, 名色, 六入處 등의 순환과정을 통해 존재적 실체와 윤회에 대한 현상 등을 설명하는 불교적 교설은 단순히 ‘몸(신체)’을 현대 과학의 유물론적인 개체발생론적인 관점에서 접근 하는 것이 분명 아니라는 점에서는 더욱 비교검토해 볼 가치가 크다고 본다. 특히 “현대과학은 생명을 기본적으로 물질로부터 발생하여 그 물질적 기반 위에서 존속하다가 그 물질이 분해되면 끝나고 마는 것으로 간주하지만,<중략> 불교는 생명을 일종의 힘, 에너지나 기로 보되, 그 힘을 물질로부터 진화하여 발생한 이차적인 힘이 아니라, 오히려 물질 자체를 형성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으로 간주 한다”고 보는 불교의 에너지(혹은 氣的)생명관은 소매틱 심리요법의 핵심개념인, ‘氣 중시의 몸 심리’ 의 입장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사료된다.
한편 본문에서도 소매틱 심리학은 심신 일원론의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일원론이든, 이원론적인 입장이든 간에 몸과 마음은 상호연관성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래로부터 큰 이견이 없었다. 물론 감각작용(生理的, 感情的, 身體的 현상으로서의 몸에 기반 한 감성의 힘)과 사유작용(精神的, 意志的 현상으로서의 마음에 기반 한 지성의 힘)사이에서 그 주도권에 대한 오랜 논쟁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근 ․ 현대이후로 오면서 그 무게 중심이 이성적 합리성의 방향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객관적 실체를 전제로 하는 과학적 논리적 이성적 사조 중시의 흐름이 1960년대 후반에 와서,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는 ‘인지’라는 이름으로 특히 인지과학의 발달로 기억을 포함한 사고 작용의 메커니즘과 실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양자역학이라는 첨단 물리학의 등장과 또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뇌 과학, 신경과학, 대체의학, 정신생물학 분야, 진화심리학 등의 발전과 더불어 현대 심리학마저 한동안 무시했던 감정(정서 · 정동적 영역, 감성적 측면), 나아가 영성(스피리츄얼)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현실 또한 ‘몸’에 주목한 소매틱 심리학의 새로운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정신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몸(신체성)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려는 시도는 심리학 뿐 만 아니라, 철학, 의학, 종교, 예술의 영역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을 본 자료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발표자의 역량부족으로 소매틱 심리학과 불교 상담의 연관성에 대해서 좀 더 명료하고 의미 있게 그 관계성을 밝히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매틱 심리요법이나 불교상담 모두 심신일여를 지향하는 융복합적 학문의 성격을 지닌다고 하는 점에서는, 특히 불교 상담의 적용원리와 접근방식을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본 문에서 소개한 소매틱 심리학 관련의 다양한 자료와 학문적 접근 방식들이 일말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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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 타카시(久保隆司), 『ソマテイック心理學(소매틱심리학)』(東京: 秋春社, 2011)
첫댓글 자료 감사합니다. 자료가 귀해서(카페: 발달장애자립지원터) 공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