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등산과 피로
9988234
[月刊 山] 이번 달 특집기사에 등장한 숫자이다.
'99세 까지 건강(팔팔)하게 살다 2~3일 앓고 깔끔하게 가자(死)'는 뜻 이라는데
저런 말들이 전 같지 않게 귀에 쏙 들어 오는 걸 보면 이제 나도 슬슬 갈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체력은 장기저축처럼 젊었을 때 비축해 놓고 노년기에 찾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한 평생 꾸준히 적금 붓듯이 관리해 주지 않으면 한 때 산에서 제 아무리 날고 기었다 해도 말짱 도루묵이란 얘기.
늙어서 자식들 고생 시키지 않으려면 일주일에 세번 만 뒷산에 오르자.
각설하고, 진도 나간다.
*
일년에 한 두번 정도 직장 등반행사 또는 동문 산악회에 참가하여 기진맥진 산행을 한 후
며칠을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가끔 본다.
우리는 흔히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쑤시고 여기 저기 땡기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 들이곤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고 통증은 몸이 보내는 경고 싸인이다.
그리고 돈과 시간을 들여 가며 힘들게 등산하고 휴유증으로 며칠씩 고생을 할거라면 등산할애비라도 싫다.
이번 장에서 저자는 피로하지 않고 산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운동생리학적으로 접근하여 대략 4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한다.
물론 산을 날로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껏 잘못 된 산행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는 친구라면 "확실한" 처방이 되리라 본다.
_1 오르막길에서의 피로
내리막길에서 시작하는 등산이 있을까 모르겠다만, 등산!하면 초보자들은 가장 먼저 빡 쎈 오르막길의 고통을 떠 올린다.
숙련된 등산가들은 무의식 중에도 페이스를 배분하여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피로해 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에는 언제나 빠르게만 오르려 하기에 쉽게 피로해진다. (本文 中)
결론부터 내리자면 '닥치고 천천히'이다.
초보자 : 얼마나 천천히?
경험자 : 아주 많이....
초보자 : 이 뭐..
산을 오를 때 지치게 되는 원인부터 알아 보면 저 단순무식해 보이는 처방의 의미가 제대로 보인다.
등산의 기본은 '걷기'이지만 산을 오르는 것은 평지에서 걷는 것 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면 평지에서 빠르게 걸어도(시속 6km)
심장 박동수는 분당 110회 정도로 신체에 가벼운 부담을 주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같은 속도로 10kg의 배낭을 메고 완만한 경사(8도)를 오르면 심박수가 분당 190까지 치솟는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저 정도면 거의 한계에 이르는 수치이며 신체에 굉장한 부담이 따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는 조금만 빨리 걸어도 심박수가 치솟으며 자신의 페이스를 벗어나 출발부터 괴로운 산행이 된다.
그리고,
근육의 피로에 직접 영향을 주는 피로물질인 젖산의 축적에도 보행속도가 관계하고 있음을 저자는 실험을 통하여 알려 주는데..
자꾸 숫자가 나오니 읽는 사람 복잡해지고 나 역시 정리하기 귀찮아서 그냥 퉁치려고 했는데
이 그래프 하나만 보고 넘어 가자.
심박수는 보행속도에 거의 정비례 해서 일직선으로 올라가지만,
젖산의 농도는 느린 속도에서는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둔한 곡선을 그리다가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급격하게 증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나 천천히 산을 올라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이 그래프에서 찾아야 한다.
체력에 맞는 적정 심박수를 유지하며 혈중 젖산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 속도가 바로, 오르막길에서 '자신의 페이스'인 것이다.
즉, 마이 페이스만 지키면 생각 보다 아주 쉽게, 지치지 않고 산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대부분의 초보자는 자신의 페이스를 모른다.
또한,
등산하다 심박수를 어떻게 일일이 체크하고,
자신에게 적당한 심박수는 무엇이며,
혈중젖산농도는 다 뭐냐?
등산 안 하고 말지.
사실, 나는 덕후 기질이 좀 있다 보니
이런 스마트폰 어플로 산행 중 가끔 심박수 체크 해보고
등산 후 이렇게 구간별 경사도와 평균속도를 비교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덕질은 덕질일 뿐.
이런거 골치 아파하는 친구들을 위한 간편한 방법을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왼쪽 척도에 10을 곱하면 심박수가 된다.
스웨덴의 심리학자가 고안한 지표로, 대뇌가 인지하는 피로감을 언어와 숫자로 나타낸 척도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지표를 기준 삼아 움직이지 않을까?)
이것마저도 복잡하면 다 집어 치우고 단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약간 힘이들 정도의 속도로 오른다'
이래도 감이 오지 않으면 아파트 10층 까지 조금 힘들다 싶은 정도로만 계단을 올라 가 보라.
어느 정도로 느린 속도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얼마 전 태백산 일출 산행에서 힘들어 하는 초보자에게, 경험 많으신 선배님의 '아기 처럼 아장아장 걸으라'는 조언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초보자가 느릿느릿 산에 오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험에 비춰보면,
무리를 지어 산행을 하는 경우 민폐감,
쓸데 없는 경쟁심리,
좁은 등산로에서 뒷사람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저질체력에 대한 쪽팔림...
기타 등등.
등산의 기초는 경험이 많은 사람과 함께 다니며 배우는 것이 좋다.
산은 예상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기 쉽고 그것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험자가 올바른 페이스 메이킹을 해 주면 더욱 좋다.
조급한 마음 가질 필요 전혀 없다.
그렇게 한발 한발 아기 걸음으로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날 갑자기 이미 '페이스-업'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므로.
[#02 등산과 피로 _02 내리막길에서의 피로]는 다음 시간에...
첫댓글 九九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겨우 2-3일 앓다가 死하자.... 꺽어지려면 아직 2年 남았군
폐활량 간편 척도 13. 역시 13 은 예삿 숫자가 아니구만. 13... 파이팅. 79 파이팅
그 숫자가 폐활량은 아니구...뭐가 됐든 크게 상관은 없다만.
이 作家님. "... 아파트 10층 까지 조금 힘들다 싶은 정도로만 계단을 올라 가 보라...." 직접 해본적이 있으세요?
10층은 지겨워서 못하지 ㅋ. 6층 까지만 매일. 우리집이 6층 이라서..내 페이스는 고봉산에서 매주 확인.
치호의 필력이 몸,마음 가까이 등산으로 이끄는구먼... 그래도 따뜻해 지면 가야할 듯...
산에서 볼 날이 머지 않겠군. 음휄휄.
내 몸상태에 따라서 힘들고 안힘들고가 다르던 기억이 나누만...내 근육의 근력과 체력이 얼만큼 축적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때 그때 느끼는 산행의 고통과 산행후 후유증의 강도가 다르더만...나도 9988234 하고 싶은디...그 때까정 살수 있을라나...
자넨 나 같은 초보자가 아니잖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