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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의 이중성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그 줄거리의 일부를 소개한다.
영국런던의 저명한 젊은 의사 헨리 지킬은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본성을 나눌 수 있는 약을 만들고자 한다. 지킬은 성 주드 병원의 이사진에게 자신의 약물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피험자를 요구하지만, 반인륜적인 실험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실험실로 돌아온 지킬은 자신을 피험자로 하여 약물을 주입하고 마침내 잠재되어 있던 욕망을 건드려 악인(하이드)으로 변한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신하는 실험을 계속할수록 주변인들은 지킬을 걱정하며 염려하지만 지킬은 그들을 만나지 않는다. 어느 날 쇼걸 루시가 큰 상처를 입고 찾아와 지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킬은 그녀를 치료하던 도중 루시의 입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낸 사람이 하이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죄책감을 느낀다. 지킬과 루시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루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사랑을 슬퍼한다. 지킬은 계속해서 약을 갈구하면서 점차 폐인이 된다. 애인 엠마는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지킬을 찾아와 그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확인시킨다. 지킬은 엠마에게 매달리지만 이미 자신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엠마와 루시는 각자 지킬에 대한 사랑을 다짐한다. 하이드는 지킬을 그리워하는 루시를 질투한 나머지 그녀를 찾아가 괴롭힌다. 지킬은 자신이 루시를 괴롭히고 있다면서, 친구에게 편지와 돈을 루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루시는 이곳을 떠나서 새로운 인생을 찾으라는 지킬의 편지를 받고는 런던을 떠나려 하는데, 그 순간 하이드가 찾아와서 그녀가 자신을 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해 루시를 죽이고 만다. 루시가 죽고 나서야 지킬이 돌아오고 지킬은 하이드가 저지른 짓에 아연실색해서 도망친다.
인간의 이중성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1886년 간행되었다. 요약해 보면, 런던에 사는 지킬 박사는 학식과 인품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는데, 도덕심이 없는 추악하고 잔인한 인간(하이드)으로 변신하는 약을 발명했으나, 그 약을 복용하는 횟수가 거듭되는 동안 마침내 영원히 지킬 박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성격분열과 인간의 이중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이었는데, 오늘날에도 이중인격을 나타내는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심리학 서적에서는 이를‘해리’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리란 성격의 어느 한 면이 그 사람의 지배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기능을 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흔히 이중성격이니 몽유병이니 하는 것들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이중성격은 억압된 요소가 나머지의 성격과 전혀 상반될 때 그 억압된 부분이 억압하는 힘을 벗어나서 따로 하나의 성격을 구성한 것이다.
몽유병은 잠이 들었을 때 성격의 한 측면이 독자적으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으로서,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어떤 행동을 하다가 다시 잠에 빠진다. 그런데 깨어나서는 그 꿈속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상적이건 병적이건 인간의 생활에서 무의식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보통의 무의식은 의식 활동에 협조적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무의식적 요소가 의식적인 생활과 어울리지 못하고 의식 세계를 찬탈한 결과 그의 언동을 이상하게 만들며 이 결과 이중성격이나 몽유병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보면 그 자체가 이중적이다. 프로이트의 학설을 빌리자면 인간의 본능은 생의 본능과 사의 본능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의 본능은 성적 본능이며 사의 본능은 공격적 본능이다. 우리 인간은 이 둘이 합쳐진 상태로 본능이 원만하게 표현되는데, 이를 조정하는 자아의 힘이 약화되면 지나친 쾌락을 추구하거나 공상 또는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두 가지의 본능은 무의식의 세계에 잠겨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성격의 구조를 셋으로 보았다. 즉, 위에서 말한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현실적 원리에 충실한 ‘자아’와 양심 및 도덕원리에 충실한 ‘초자아’ 부분이 그것이다.
‘자아’는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본능 충족을 담당한다. ‘초자아’는 본능을 사회적으로 용납 받는 방법으로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리하여 ‘자아’를 통제한다.
생각해보면 지킬과 히이드는 두 가지 구조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지킬이 건전한 ‘자아’부분이라면 하이드는 ‘원초적 욕구의 공격성’ 부분이다.
문제는 ‘자아’부분이다. 심리학자들은 ‘자아’가 건전한 사람을 건전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자아’가 건전한 사람이란 성격의 구조인 본능과 초자아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본능에 충실하다보면 사회도덕과 규범에 위반되고, 지나치게 양심에 충실하다보면 인정머리 없는 무감동의 성격이 되고 만다. 이를 조화롭게 조정할 때, 사회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 평가 받는 것이다. 지킬 박사는 자아가 건전할 때의 인물이고, 하이드는 공격적 욕구를 너무 많이 허용했을 때의 인물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중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아가 건전하게 성장하면 유능한 사회인이 되는 것이고, 자아가 건전하지 못하면 결국 빗나간 인격을 갖게 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엄청난 정보를 접하면서도 정보를 소화하지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러한 정보들을 다 처리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인데, 세상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가끔씩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기 시작한다.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고, 거짓 웃음을 짓는 등 각종 정신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현실에서 지킬 박사의 이중성을 보면서, 이를 비판하는 우리들 역시 결코 그 이중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20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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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마트폰을 통해 잘 읽었네요. 남곡님의 글은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근간에 만나 전어구이 먹으며 정담 나누게요. 소요정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