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조정신(崇祖精神)과 덕업상권(德業相勸)
우리나라에서는 자고로 조상에 대한 외경의 관념에서 조령(祖靈)을 받드는
여러 가지 의례가 행하여졌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가족 단위로 선조를 숭배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씨족ㆍ부족ㆍ국가에서 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관습이나 의례는
고대 여러 민족에도 존재하였지만, 아시아에서 더욱 현저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조상 숭배는 효도 사상과 결부되어 유교를 발전시켰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효를 근본으로 하여 조상을 숭배하는 사상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적 사상은 자손으로서 선조에게 후손의 도리를 다해 정성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 가옥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 『예기』에는 군자가 집을 세울 때에 조상의 사당이 제일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조선왕조 500년간 이와 같은 조상 숭배 정신은 사회 기강을 바로잡는
수단으로써 치국의 근본이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손은 4대(四代) 봉사(奉祀)를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습니다. 위로는 임금이 종묘에서 열성조를 모셨으며 문묘, 향교, 서원은 성인군자 충신열사 석학대덕 등을 모셨으며 사가에는 모두 각자
자기 조상을 모시는 가묘를 설치하고, 기제사ㆍ절사ㆍ생일제ㆍ묘제 등의
조상 숭배 의식을 행하여 왔습니다.
유교사회에서는 조상을 공경하는 숭조정신과 그 은덕에 보답하려는
보본사상(報本思想)이 투철했습니다. 그래서 조선 후기의 서원은 본래의 교육
기능보다 사묘의 기능이 더 강조되었습니다. 문중이 주동이 된 사림들이 서원이나
사우를 건립하고 조상 가운데 학덕이 뛰어난 분을 제향하였고, 충절이나 효우로
이름이 높은 분들을 배향하였습니다.
서원이나 사우에서 거행한 제사는 원칙적으로 조상에 대한 효도의 연장입니다.
부모를 봉양하는 의무처럼 선조 제사는 후손의 당연한 의무로 여겼습니다.
이제 입동은 지났지만 금년은 윤달이 들어 예년의 시제가 많이 늦어져 아직도
시제를 봉행하지 못한 곳이 제법 남았습니다. 우리 모두 남은 선조 시제에 잊지 말고 꼭 참사여야 합니다. 숭조정신의 근본은 효입니다. 효는 백행지본이라 했습니다.
숭조정신이 투철하고 효행이 지극한 사람은 전래의 각종 향약의 대목(大目)인
덕업상권(德業相勸)ㆍ과실상규(過失相規)ㆍ예속상교(禮俗相交)ㆍ환난상휼(患難相恤) 등을 실천하는 데 남보다 앞서기 마련입니다. 숭조정신이 강한 사람은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잘못한 일은 서로 바로 잡아주고, 예의바른 행실은 서로 교류하며, 근심스럽고 어려운 일은 서로 도와주기를 즐깁니다. 그래서 숭조정신이 두텁고
효성이 지극한 사람은 복을 받습니다. 숭조정신(崇祖精神)과 효(孝)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이요, 만복지원(萬福之源)이기 때문입니다.
시제의 계절에 우리 젊은이들에게 숭조정신을 일깨워 주는 것도 본인이 숭조정신을
실천에 옮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서양의 개인주의 사상에 물든 젊은이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의 진수인 숭조정신과 효의 함양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늦기 전에 우리 젊은이들이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을 익히도록 자상한 지도와
세심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동방예의국의 훌륭한 정신을 계승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글 : 강현송 진주강씨 중앙종회 회장 출처 : 진주강씨중앙종보 제361호(2006.11.20.) ☞진주강씨중앙종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