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너머 봉덕골엔 누가 사느냐
김명운
재넘어 봉덕골엔 누가 사느냐?
핫바지 영감의 미련 쇠퉁소 큰 아들
버스와 대결하다 즉사하였다는 말 들었고
심덕깊은 큰며느리 씨름선수같던 두딸, 이름이 진짜로
공주와 뭐시기던 이들이 공주교대 나와 선생한다는 말도
후일 들었다.
한동네 공원밑에서 오랬동안 살다
봉덕골로 소미기러 간 큰 아들 사연은 대충 이러하고
둘째아들, 쇠퉁소 집안 내력인가 더 쇠퉁소인 이 아들
문화원 옆에선가 철공소 오래 하였어도
혼자는 못살아 방석집여자 마누라로 들이 앉히더만
마누란 남의 남자 즐기다가
어떤 놈 오토바이 뒤에 탔다가
이 둘째아들 레이다에 목격되어
심중이 두렵던 두 연놈 달아나다
차량 방지턱에 붕 떠 더덜퍽 떨어지면서
며느리 오랬동안 두다리 못쓰다가 절단하고
그 여파로 이혼은 안했지만 긴 시간 부부가 소닭 쳐다보 듯 살다가
둘째 아들 암에걸려 내왕한다던 소식도 나중에 들었다
그 후일 중학생 아들들만 남기고 죽었다는 말도....
셋째 아들, 그 집에서 제일 착하다는 그 아들, 나보다 두살많은
성실하던 형은 어린시절 농방으로 내몰려 한참일하다
인기 시들로 만세부르고 포장마차도 하다 녹아되도 하다
어떤 여자 살림이라고 차리더니 수입이 둘쭉날쭉하자
자식만 낳고 도망가고
요즘도 가끔가다 시내에서 마주하는데
유치원 버스 기사더라
한동리 오래 살았다고 아는 체를 심히 한다
막내 아들 무식한 놈, 나보다 두살 어리던가
언제인가 마차다리 옆에서 두세살 많은 형들과
술먹다가 반말했다고 뻔찌질하여 상대 장 파열시키고
그 바람에 교도소도 들락거리더니
내 혼자사는 방을 습격하여 동네 형 좋은 게 뭐나면서
한 보름 애먹이기도 했던 그 놈
아, 이 친구 지금 무얼할까?
세상살이가 이러하니
사연도 가지가지
그 모친 굽은 등에 걱정스런 눈매
지금도 선하다
한 가정의 잘살고 못살고 죽어가고 영화(榮華)보고
착하고 개떡같고.... 흐
재너머 봉덕골엔 지금 누가 살까?
공원밑 동네에서 저 너머간 큰며느리
오늘도 보살처럼 소미길까?
서산의 붉은 해는 그냥 진다
봉덕골 속으로 빠져든다........
*공원밑 동네; 충북 영동의 영동읍사무소 바로 옆 동네
*봉덕골; 난계국악당 뒷편 골짜기에 조성된 산동네 같은 마을, 농고 뒷편 산너머 마을은
어서실 골짝이라고 하나 (영동 자동차학원 안 골짜기) 봉덕골이라는 명칭이 재너머와
맞는 것 같아 차자하여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