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4일 ~ 12월 26일 (세계일주여행 518일차~520일차 / 만달레이 1일~3일차)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버스는 아침에 3대가 있는데 그 중 8시 버스가 에어컨 버스입니다. 그래서 1,000챗 더 비싼 7,500 챗인데 이게 에어컨이 나오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오더군요. 그래도 워낙 비포장 도로를 따라 가기 때문에 그나마 에어컨 버스가 낫지 않나 싶네요. 어느 정도 고속도로를 따라갈거라고 생각했던 제 기대와는 달리 7시간 내내 덜컹거리는 도로를 따라 만달레이까지 왔습니다.
만달레이 시내에서 7km 정도 떨어져 있다는 Highway Bus Station.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둘러쌉니다. 일단 무조건 피하고 봅니다. 근처 허름한 식당에 쑥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피 한 잔 시키고 점심도 주문합니다. 간단한 미얀마 정식이 나오는군요. 점심을 먹으면서 대충 알아보니 시내까지는 2,500챗 정도라고 합니다. 큰 길에서 픽업을 타면 500챗이고요. 저야 당연히 픽업을 타겠죠?
큰 길까지 걸어가서 픽업을 탔습니다. 이미 사람이 꽉 차서 지붕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또다시 지붕신세로군요. 그런데 조금 가던 픽업이 ‘퓌쉭~~’ 소리를 내더니 푹 꺼집니다. 뒷바퀴가 펑크났네요. 뭔가 찔려서 펑크 난 것도 아니고 그냥 무게에 못 이겨 난 것 같습니다. 반질 반질 닳은 타이어니까 펑크 날만도 합니다. 조그만 픽업트럭에 운전사 말고도 안내원이 둘이나 있는데 세명이 있으니까 이건 뭐 F1 레이싱카 타이어 갈아 끼우는 수준으로 번개같이 갈아끼우더군요. 그런데 왠걸, 스페어 타이어도 바람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준비부족이로군요.
결국은 지나가는 다른 픽업에 열댓명이 넘는 승객을 태웁니다. 이미 그 픽업도 만원상태였지만 남자들은 모조리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지붕에만 열명이 넘게 앉았습니다. 이거 차 뒤집어지는거 아닌지 무지 걱정됩니다. 요 사진은 사람들 많이 내리고 나서 한 컷~
네모 반듯반듯하게 구획 지어진 시내로 들어 왔습니다. 26번가에 내려야 하는데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느낌으로 내렸는데 아직 한참 남은 35번가에 내리고 말았네요. 열 블록이나 걸어가야 했습니다. 혹시 픽업을 타신다면 무조건 제조시장(Zeigyo)에서 내려달라고 하면 됩니다. 바로 여기가 제조시장입니다.
26번과 84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시계탑이 요렇게 있습니다.
이제 숙소를 찾아야 합니다. 25/82*83(82번가와 83번가 사이에 있는 25번가라는 뜻입니다)에 있는 제일 유명하다는 로얄게스트 하우스. 싱글룸 8달러(공동샤워, 찬물샤워). 빈방 없답니다. 역시 유명한 곳은 금방 차는군요. 그 다음 간 곳이 25번가와 83번가 모서리에 있는 나일론 호텔. 10달러짜리 방을 보여주는데 퀄리티 상당히 저질. 그 옆에 있는 가든호텔은 방이 모두 Full. 결국 네번째 찾아간 곳이 83/23*24에 있는 ET 호텔입니다. 남은 방이 10달러짜리 옥탑방밖에 없답니다. 그나마 괜찮습니다. 여기서 묵기로 합니다. 다 괜찮은데 담요 커버가 없는 게 흠입니다. 인도 스타일이네요. 남이 덮던 담요 그대로 덮고 자라는 거. 그래서 그냥 이틀동안 청바지 입고 잤습니다.
ET : 청결도 낮음 / Wifi 무료 (1층에서만 가능) / 직원 덜 친절
로얄 : 청결도 높음 / Wifi 없음 / 직원 무척 친절
만달레이 두번째 날. 오늘은 아침에 밍군유적지(Mingun)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26번 도로 서쪽 끝에 밍군으로 가는 제티가 있습니다. 시계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립니다. 슬슬 아침 풍경 구경하면서 걸어갈만한 거리입니다. 제티 입구 왼편에 티켓 오피스가 있습니다. 여권이 필요하고요. 왕복티켓 5,000챗입니다. 편도는 구매 불가입니다. 혹시 밍군에서 사가잉(Sagaing)으로 바로 가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왕복을 사야만 한다는 이야기죠.
페리는 여행자들만 태우고 건너는 배입니다. 1시간 정도 강을 건너갑니다. 밍군은 만달레이 북쪽 강 건너편에 있습니다. 멀리 그 유명한 밍군파야가 보입니다. 50m 정도 높이입니다.
강변에는 벌써 우마차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느린 택시가 아닌가 싶네요. ^_^
하긴 만달레이의 택시들은 모두 2차 대전 때나 볼 수 있었을 법한 구식 마쯔다 픽업입니다. 저 뒤에 6명 정도까지 앉을 수 있죠.
밍군 선착장에 내려서 걸어가다보면 처음 만나는 사원이 하얀색의 Settawya Paya입니다. 200년쯤 된 사원인데 작지만 나름 멋있습니다.
밍군파야입니다. 작은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구조물 중에는 제일 큰 구조물이 아닐까 한답니다. 사실 원래는 150m로 쌓을려고 했답니다. 지금은 그 1/3밖에 안되지만요. 1790년부터 30년 정도 동안 이만큼 쌓았다고 하네요. 글다가 1838년에 지진이 나서 무너지기도 하고 군데군데 금이 가고 그랬죠.
지금도 보면 큰 균열들이 많고 작은 벽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이라 언제 무너질 지 아슬아슬한데 북서쪽 균열이 있는 곳으로 계단을 만들어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맨발’로 말이죠! 그리고 입장료도 3달러나 내야 합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올라가 봐야지. 정상에 올라가면 별 그닥 뷰는 없지만 강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근방 사원들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밍군종’이 있는 사원이 나옵니다. 200년이 넘은 이 종은 ‘금이 가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라고 하네요. 흠. 진짠지… 4m 밖에 안되는데..
종보다도 틱우드(teak wood)로 만들어진 정교한 장식지붕이 있는 종이 있던 건물 지붕이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밍군 유적지의 제일 끝에는 Hsinbyume Paya가 있습니다. 하얀색의 커다란 이 사원은 입구도 예쁘고 입구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큰 2층 마당 가운데 서 있는 사원의 모습도 예쁩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왔더군요.
이로써 밍군 유적지 탐방을 마치고 1시 배로 만달레이로 돌아왔습니다. 다들 트릭샤, 픽업 택시 등등을 타고 돌아가는데 저는 그냥 천천히 다시 걸었습니다. 오는 길에 긴 축제행렬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행렬 맨 마지막에 ‘형님들’ 행렬이 있더군요. 이 불교국가에서도 ‘형님들’이 건재하신걸 보니 필리핀 생각도 나고 참 반가웠습니다. 근데 사실 이 형님들은 ‘낫거도(Natgadaw)’라고 불리는 남자 무당들이라고 하더군요. 미얀마에서 게이들은 남자, 여자 다음으로 매우 천시되고 그래서 남자 무당으로 살아간답니다.
숙소에서 좀 쉬다가 3시가 좀 넘어서 만달레이 힐을 보기 위해 나섰습니다. 나일론 호텔 대각선쪽으로 작은 픽업 트럭이 만달레이 힐까지 갑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역시 트럭 바깥쪽에서 발 두 개만 간신히 걸치고 봉을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서 가야 했습니다. 만달레이의 픽업 트럭은 보통 200챗이 정가입니다만 외국인들에게는 500챗을 받기로 담합을 했나봅니다. 500을 주면 ‘당연한 듯’ 받고 잔돈을 안주더군요. 귀찮아서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만.
만달레이 성을 시계 방향으로 돌고 돌아 만달레이 힐 정문 앞에 내려 줍니다. 여기서부터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구백 몇 십 계단이라고 하던데 걸어가보니 그다지 힘들지 않더군요. 근데 정상에서는 생각했던 만달레이 궁의 모습은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서쪽 풍경만 보였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아서 좋은 사진이 안나오는군요.
급실망하고 얼른 언덕을 내려 왔습니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만달레이 성 바깥을 흐르는 운하를 따라 거의 북사면, 서쪽면을 걸어가야 합니다. 대략 5km 쯤 되어 보이길래 운하의 운치도 느낄 겸 500챗을 주고 픽업을 타는 것을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이로써 또 다른 개고생을 자처하게 되었죠. 처음 10분은 좋았습니다. 그 뒤 1시간 반 동안 죽어라고 걸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가슴과 등에 통증도 생기고 이제 늙었나 봅니다. 이렇게 다닐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 뒤 거의 이틀 동안 다리가 아파서 고생했습니다. 그나마 건진게 있다면 운하 사진 정도~
덕분에 3일째는 아마라뿌라(Amarapura)에 있는 우베인 다리(U Bein’s Bridge)만 보고 다른데 가는건 다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3일째 아침. ET호텔에서 2박을 한 후 로얄 게스트 하우스로 옮겨 마지막 만달레이의 1박을 합니다. 오늘은 아마라뿌라의 우베인 다리만 보러 갑니다.
아마라뿌라(Amarapura)로 가는 픽업은 84번과 29번 거리가 만나는 한쪽 구석에서 출발합니다. 픽업들이 여러 대 서 있는 곳입니다. 물어보면 금방 가르쳐줍니다. 1톤 트럭 크기의 픽업이고 번호는 8번인데 C자를 시계방향으로 90도 회전한 것처럼 생겼습니다. 500챗을 받습니다. 우베인 간다고 하면 적당한 곳에서 내려줍니다.
번잡한 가게들이 있는 마을에 내리면 작은 시장 골목이 나옵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가 사과 세 알을 샀습니다. (500챗)
시장 반대방향으로 가면 철길이 나옵니다. 제가 예전에 철길 근처에서 살았는데 이 정도로 지저분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차가 다니긴 하는지 모르겠네요.
철길을 지나서 1km 정도 걸어가면 사원을 몇 개 지나고 다리가 나옵니다. 아침나절인데도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와 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군요. 근처에는 각종 물건들을 파는 가게와 식당들이 가득하고요.
1.2km에 달하는 티크 나무로 만든 나무 다리인데 나무 다리로는 ‘세계 최장’ 이라나… 여기 사람들 세계 최고 무지 좋아하나봅니다. 조금 걸어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통행을 위해 이용하는 다리이지만 통행자들보다는 여행객들이 더 많은 달리.. 그래서 다리 중간 중간 이것 저것 물건 파는 사람, 그림 파는 사람.. 관광지가 된 다리입니다.
아마 사람들이 없고 현지인들만 다니고 있는 곳이었다면 아주 감동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썬셋 보트들도 성업중이고… 요 몇일 날씨가 흐려서 일몰 보러 온 사람들이 다 실망하고 돌아갔다고들 합니다.
이로서 만달레이의 일정이 다 끝났습니다. 내일은 인레호수로 가기 위해 혜호(Heho)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