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원마다 대두되는 공통적인 문제는 ‘교사’가 아닐 런지요. 다가오는 저 출산시대 교육기관의 경쟁은 먼일이 아니고 현재 실행되고 있는 보육시설인증 평가제만 봐도 교사의 역할은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교사의 ‘질’에 따라 원의 흥망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교사의 질과 교육 내용의 향상은 교사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있어야 시작됩니다. 스스로 개혁하는 교사는 주인의식이 있는 교사입니다. 우리 반을 한 원처럼 운영하고 우리 원을 내 원처럼 관리하게 될 때 우리 원은 성공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주인의식은 주인대접을 하면 갖게 됩니다. 교사를 원장(주인)처럼 대접하는 방법은 원장님들 스스로 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두 번째 시간에는 ‘PAY 편지’라는 주제로 교사를 존중하는 우리 원의 방식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원장과 교사 사이 가장 주종관계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것은 바로 급여입니다. 같은 돈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가에 따라 급여를 받는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각 원에서도 더 멋진 존중의 방법들을 개발하시길 바랍니다.
유치원 교사로서 내 첫 월급은 14만원이었다. 월급을 받은 날은 나름대로 들뜬 기분으로 퇴근길에 청량리 시장에 둘러 몇 가지를 샀다. 어린 동생들을 위한 소시지 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월급은 짜임새 있게 잘 활용되었다. 장애자였던 오빠의 병원비에 동생들 육성회비에 연탄 30장, 쌀, 그리고 교통비까지. 젊은 시절 흔한 블라우스 한번 사 입을 수 없었다.
나를 위해서는 버스비 밖에 쓸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매달 나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주시던 서글서글한 원장님의 얼굴과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 감사하고 기뻐서 내내 두근댔던 마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혹시라도 돈을 잃어버릴까봐 핸드백을 꼭 끌어안았던 그 기억 또한.
이제 내 나이 40이 훌쩍 넘어 여러 교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원장이 되었다. 현재 이 자리에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잠시 가정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겨웠던 시절 불가피하게 운영하던 원의 문을 닫고 다른 원의 교사로 일해야만 했던 적도 있었다.
그 1년 동안 교사의 입장, 인권, 교사를 존중하는 법 등 교사의 입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교사란 내 편의에 따라 일해 주는 일꾼이 아니라 나의 든든한 동역자이며 교사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 곧 원아에 대한 존중의 시작임을 깊이 깨닫기 시작하면서 교사도 원아처럼 섬겨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재기하여 원장이 되었을 때, 첫 월급을 교사들에게 주던 날 나는 처음으로 교사에 대한 나의 고마운 마음에 비해 봉투 속의 돈이 참 적다고 생각했다. 전과는 달리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선생님 나와 함께 고생해주어 고마워요. 한달 동안 정말 애 많이 썼어요.”하며 두 손으로 정성껏 전해주게 되었다.
다음달에는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월급봉투 속에 예쁜 낙엽 한 장을 넣어 보기도 하고 머쓱하게 비타민을 넣어 보기도 하면서 고마운 내 마음을 애써 전해 보았다.
그러다 사랑과 격려가 담긴 편지로 발전되어 지금은 ‘pay 편지’라 이름 짓게 되었다.
착한 교사들은 내 어설픈 편지를 너무나 좋아해줬다. 글씨도 악필이고 내용도 그럭저럭했지만 그런 대로의 살아있는 내 마음이 진실대게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한 교사는 편지를 받으며 “매월 pay도 기다려지지만 편지가 더 기다려집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바쁜 일상에 매달 여러 장의 편지글을 쓰는 일이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이일에 내게 지치지 않고 기쁨이 되는 이유는 예쁜 편지지 여러 장을 밥상위에 돌려놓고 사랑의 말, 격려의 말을 꾹꾹 눌러 써내려가는 동안이면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교사 한명 한명에 대해 다시금 새록새록 깊은 존중감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또 ‘사랑을 대하되 신처럼 대접하라’라는 말씀 앞에 나를 새로이 다지게 해주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를 위한 귀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의 젊은 교사들은 E-mail 시대이고 분홍색 소시지 대신 피자를 즐기는 세대이고 예쁜 블라우스는 물론 멋지고 예쁜 옷도 맘껏 사 입을 수 있는 풍요의 세대이지만 그래도 교사로서 젊은 시절을 다 바치고 (그 속에서 교사로서의 아픔을 이겨내 온) 교사의 삶, 그 길은 맛을 아는 뚱뚱한 선배가 전하는 삐뚤삐뚤한 글씨의 편지 한 통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하나의 훈훈한 정이 되어 교사로서 그들의 삶에 자긍심을 주거나 따사롭게 하리라 믿는다.
꽃 편지지에 직접 써주는 내 마음 전하는 편지 한 통이 힘겨워 몇 번이고 집어치우고 싶어 하는 교사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고 자신이 원장에게 받은 존중을 다시금 아이들에게 돌려줄 거라 믿기에 나는 오늘도 틈만 나면 문방구를 기웃거리며 예쁜 편지지를 사들인다.
이번 달은 정성을 들여 직접 편지지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얇고 흰 종이게 커피 물을 들여 은은하고 따뜻한 갈색 분위기에 붓펜으로 편지글을 써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종이를 돌돌 말아 얇은 지끈으로 묶은 뒤 옛날 서적 느낌을 내 볼 계획이다.
은은한 갈색종이 위에 “사랑하는 들꽃반 박 선생에게. 선생님이 좋아하는 겨울이에요. 지난번 회의 때 보여준 선생님의 톡톡 튀는 의견들을 들으며 정말이지 흐뭇했답니다.”.... (이하생략)
1. 맑은 물에 원두커피 몇 알을 떨어드려 희석시킨다.
2. 잘 풀린 커피 물에 핀셋을 이용하여 얇고 하얀 종이를 1분정도 담궈 두었다가 건져낸다.
3. 구김이 생기지 않도록 잘 펴서 응달에 오래 말린다.
4. 다 마르면 붓펜으로 예쁜 편지를 써서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5. 잘 마른 낙엽을 곁들이면 한결 운치가 있다.
*위 글은 키드키즈 매거진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