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정읍사(井邑詞)를 노래하던 음악이었으나 지금은 기악합주곡으로 연주되는 음악이다.
정읍사는 7세기 중엽 이전부터 불리웠다는 백제시대의 노래로 고려인들의 입에서 불려오다가 조선조에 와서야 처음으로 문자화된 노래이며 정읍현에 사는 행상의 아내가 행상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 남편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서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하는 내용이다.
10세기부터는 궁중에서 춤을 추면서 부르기도 했으며 14세기부터는 임금님이나 왕세자의 연희 행차 할 때도 연주 했다고 한다. 조선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지금은 관악합주 음악으로 연주되며, 처용무의 반주 음악으로도 연주되고 있다.
아악의 백미라고 일컫는 관악합주곡 수제천(壽齊天)은 모두 4장, 23장단의 길이로 구성된 연주시간 15분 가량의 곡으로 피리,대금,해금,아쟁같은 선율악기가 주축이 되어 장중하게 엮어가는데, 쭈욱 쭉- 길게 뻗어나가는가락의 아름다움은 그 유장(悠長)하고 도도하기가 큰 강의 거센 물줄기 같고 옥구슬 같은 섬세한 잔가락의 현란한 장식음은 하얀 달빛에 부서지는 여울목의 잔물결 같다고 하겠습니다
수제천의 음악적 특징은 주선율을 연주하는 피리가락이 한 장단을 끝낼 때쯤이면 대금가락이 그 꼬리를 연이어가는 등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연음(連音)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두 개의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듯한 효과를 자아내는데 있습니다.
장중하고 화려하면서도 일종의 비애감마저 느끼게하는 계면조(界面調)의 그 끝없는 가락은 마치 반 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켜온 우리 배달민족의 면면함을 상징하는 듯 하고, 저 강원도의 태고적 정적이 깃든 오대산 상원사(上院寺)를 시원(始源)으로 하여 굽이굽이 흘러내려와 남한강과 북한강의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우리의 젖줄 한강의 유장함을 표현한 듯 여겨질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양의 한 음악학자는 이 수제천을 듣고 "천상의 음악이 이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곡이라고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제천을 연주하는 악기는 당적, 대금, 향피리, 해금, 아쟁, 장구, 좌고, 박 등으로 편성되며, 처용무를 반주할 때는 삼현육각으로 연주하기도 한다.이 곡은 속도가 느리고 장중하며, 우아함이 비길 데 없는 아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