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향교
광해군 9년 기장현의 유림들이 건립, 지역문화 교화, 소학, 사서오경 교육
기장 교리 옛 군청자리를 지나 문화그린아파트 뒷편에 기장향교가 자리잡고있다. 멀리서 비치는 광경에 사뭇 기대에 부풀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정문이 굳게 닫혀있다. 그냥 발길을 돌리기가 아쉬워서 정문에서 서성이다 근처 가정집으로 가서 연유를 물어보았다. 할머니 한 분이 하시는 말씀은 문을 걸어 잠근 지가 3년은 넘었다고 하시며 들어 갈 수 있는 묘한 길을 알려주신다. 가끔씩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시는데 대부분 입구에서 표지판만 살피곤 돌아가고 극히 일부만이 할머니집을 통해 기장향교를 방문한다고 하신다. 내부에 들어서면 글을 읽는 유생들의 모습이 생생한데 평소에 이렇게 문을 닫아야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인 즉 관리에 소요되는 예산 부족이다. 이곳은 기장군청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장향교정교라는 단체의 소속이다.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평소 문을 열어두면 아이들이 들어와서 시설을 훼손하는가하면 각종 비품들이 없어져 부득이 닫아두게 되었다며 기장군청 문화관광과에 공익요원의 지원을 부탁하였지만 기장군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내용이 아니라는 답변과 함께 보류된 상태라고.
이런 냉대를 받는 기장향교는 조선 광해군 9년(1617년)에 기장현의 유림들이 건립한 건물로 현재의 중학교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서울에는 성균관이 있어 대학의 구실을 한 반면 지방에는 향교를 지어 지역의 문화를 교화하고 유생에게 소학, 사서 오경을 교육하였으며 성균관과 마찬가지로 문묘를 모셨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매년 음력 2월, 8월 두 번에 걸쳐 석전대제를 올리는 등 향사하고 있다.
또 향교는 당시 국고에서 지급하는 학전이라는 재원으로 운영되었는데 학전을 관리하던 사람을 전교로 하여 따로 두었으며 교관으로 교수와 종9품관의 훈도와 학장이 있었다.
대성전을 비롯해서 신삼문, 명륜당, 동제, 서제, 풍화루, 세심문 등 7동의 건물이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의 위패와 중국 5현(賢)의 위패를 모셨고 양 측면으로 우리나라 역대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건물구조는 입구인 세심문은 맛배지붕에 3간이고 풍화루는 주심포계의 팔각지붕에 정면 3간, 측면 2간의 2층건물이다. 명륜당은 정면3간, 측면2간의 주심포계 맛배지붕 목조 기와집이고 대성전은 주심포계 맛배지붕에 정면 3간, 측면 2간이다.
향교는 애당초 유림들의 국립 중등교육기관으로 출발하였으나 조선후기로 들어서면서 유생을 교육하는 기능보다 민간에 도덕적, 예양적 향풍을 수립하는 일에 힘썼다고 전하고 있다.
지금도 매년 여름방학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의 전통윤리와 미풍양식을 교육하여 건전한 가치관과 예의범절을 함양시키고자 향교충효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향교 단체의 힘만으로 이런 역할을 언제까지 수행할지 의문이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또 잘 활용하려면 정부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도올 김용옥씨 지적대로 돈이 사과상자채 날아다니는 나라에서 부산시 지정 기념물 제39호인 향교하나 관리할 예산이 없다고 예산 타령만 할 일이 아닌다.
아무쪼록 기장군의 협조속에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