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에는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작은아들은 아버지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습니다. 누더기 옷, 다 해진 신발과 상처 난 발바닥은 그가 집을 떠나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말해 줍니다. 그의 머리는 막 태어난 아이의 모습처럼 삭발인데, 이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보여 줍니다. 동생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는 큰아들은 어둡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그 얼굴에는 시샘과 질투, 그리고 분노가 가득 차 있습니다. 아버지의 행동이 못마땅한 것입니다.
아들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두 손은 서로 다릅니다. 왼손은 크고 강인한 손 모양으로, 세상의 어떤 위험에서도 아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아버지의 손입니다. 오른손은 작고 부드러운 손 모양으로, 아버지가 다 품지 못한 사랑을 섬세하게 품어 주는 어머니의 손입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다가 늙어 버린 모습입니다. 그러나 잃었던 아들을 다시 찾았다는 안도감으로 자비롭고 평온하게 보입니다. 한쪽 눈은 집 나간 아들을 그동안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눈물로 짓물러 거의 실명 상태입니다. 그러나 눈가에는 분노가 아닌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집을 나간 뒤로 하루도 그 자식을 잊지 못하고 자식이 떠난 길을 끝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집 나간 아들을 향한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날마다 흘린 눈물 때문에 눈은 짓물렀습니다. 저 멀리 길모퉁이를 돌아오는 몰골이 달라진 아들을 아버지는 바로 알아봅니다. 그리고 아들을 안고 기쁨에 겨워 춤을 춥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아버지의 마음은 바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족함과 잘못을 다 아시면서도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십니다. 죄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이시고, 죄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순절_성서 비유말씀4
두 아들
한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가 두 아들을 불러 말했다.
“너희는 내 포도밭에 가서 일하거라. 맏아들, 너는 동쪽 포도밭에 가서 일하거라. 그리고 둘째 아들, 너는 서쪽 포도밭에 가서 일하거라. 너희가 일한 포도밭은 너희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면 너희 것이 될 수 없다.”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절을 했고 둘째 아들이 먼저 재빨리 이렇게 말했다.
“일하러 가겠습니다, 아버지!”
그러나 맏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다시 한 번 절하고 말없이 집을 나섰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곧바로 술집에 가서 책임감 없고 불량한 사람들과 어울려 농담을 지껄이며 즐겁게 놀았다. 그러나 맏아들은 동생에게 맡겨진 포도밭으로 가서 괭이를 들고 저녁 무렵까지 온 힘을 다해 밭을 일구었다. 다음 날, 아버지는 두 아들을 다시 불러 이렇게 말했다.
“사랑스럽고 충직한 내 아들들아, 참으로 대견하구나! 나는 포도밭에 가서 너희가 한 일을 살펴보고 이제 막 돌아왔다. 약속한 대로, 너희가 각자 일한 포도밭은 영원히 너희 것이 될 것이다!”
아버지는 좀 더 분명하게 덧붙여 말했다.
“훌륭하게 손질해 놓은 서쪽 포도밭은 약속대로 둘째 너의 것이고, 마찬가지로 아주 잘 손질해 놓은 동쪽 포도밭은 약속대로 맏이 너의 것이다!”
그러자 맏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포도밭의 주인이시며 존경받는 분이신 아버지께서는 분명 잘못 알고 계십니다. 저는 제게 맡기신 그 포도밭에 가서 일하지 않았고 아무도 밭을 갈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그 포도밭을 저에게 주셨지만, 저는 아버지의 은혜와 자비를 입을 자격이 없는 아들입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맏아들에게 맡긴 동쪽 포도밭이 서쪽 포도밭과 마찬가지로 잘 가꾸어진 정원처럼 훌륭하게 손질되어 있는 것을 확실히 보았다고 말했다. 맏아들이 그제야 동생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가 그렇게 했느냐?”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형에게 맡겨진 동쪽 포도밭에 가서 일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형은 귀로 들은 것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동생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술집에 가서 불량배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동생이 다시 형에게 말했다.
“형이 말한 것은 사실이에요. 저는 불량배들과 어울려 농담이나 하며 놀려고 술집에 가서 술을 시켰어요. 그런데 제가 막 첫 잔을 채우려고 할 때 거리의 부랑자 한 사람이 제게 다가와서 형이 서쪽 포도밭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형은 아버지께서 맡기신 포도밭에 가서 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째서 제게 맡기신 포도밭에서 괭이질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싶었지요. 그래서 사람을 시켜 서쪽 포도밭에 가서 형이 일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라고 했어요. 그는 서쪽 포도밭으로 달려가 형이 힘들게 밭을 갈며 일하는 것을 보고 저에게 뛰어와서 이야기해 주었지요. 그때 저는 남의 것을 빼앗고 배반한 자의 양심이 그러하듯, 가슴이 오그라들고 목이 메어 오면서 자신이 너무도 수치스럽고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술집 패거리를 떠나 서둘러 동쪽 포도밭으로 갔지요.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일을 마쳤어요.”
이어서 동생은 다시 형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형은 어째서 형에게 맡겨진 포도밭에 가지 않고 제게 맡겨진 포도밭에 가서 일을 했어요?”
형이 대답했다.
“나는 네가 힘들게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단다. 그래서 네가 아버지 앞에서 ‘네, 일하러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곤 술집으로 가는 것을 보았을 때, 네가 아버지께서 정해 주신 포도밭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포도밭을 소유하지 못하게 된다면, 너는 가진 것이 없어 굶주림과 치욕을 겪게 되리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너를 대신해 그 포도밭에 가서 일을 했단다.”
이 말이 끝나자, 두 형제는 부둥켜안고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아버지도 자리에서 일어나 두 아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너희 것이다. 사랑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아무 가치가 없다. 사랑은 언제나 소중한 사람에게 축복과 행복과 감사를 주기 때문이다.”
<그 왕의 이름은 사랑이었네> 중에서
동그라미 수사
첫댓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너희 것이다. 사랑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아무 가치가 없다. 사랑은 언제나 소중한 사람에게 축복과 행복과 감사를 주기 때문이다.” 너무나 감동적인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두 아들의 비유가 이렇게 아름답게 전해질 줄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