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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2009. 1. 3(토)
** 하바로프스크 ==> 이르쿠츠크 : 3340km, 이동 소요시간 60시간
** 열차 : 플라츠카르타 바곤[일반인이 탑승하는 비교적 저렴한 개방형 침대칸]
객차 넘버 11번, 열차 후미라고 생각을 하고 후미 쪽으로 가니 NO 28, 29번이다.
그렇다면 가장 앞쪽에 위치한 것으로 볼 수밖에…….ㅠㅠ
가장 뒤에서 앞으로 총 4개의 짐 뭉치가 이동한다. 울퉁불퉁 바닥의 마찰음 소리...
한 달간 배낭 겸 캐리어가 견딜 수 있을지 우려하면서…….
드디어 이르쿠츠크행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3일간 열차에서 생활을 하는 난생처음 기나긴 열차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도착하는 시간도 모스크바 기준이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해 봐야 한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늦은 밤에 도착하는 상황이다.
[하얀 색을 띤 자작나무 숲은 시베리아 횡단시에 많이 보게되는 풍광~, 겨울에는 황량함, 여름에는 울창함이..]
[60시간 정도 타게되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잔잔한 기대감을 주기도 했고, 열차가 쉬면 역 주변의 풍광들을
관심있게 둘러 보기도...]
[역 내부에 매점이 있는 경우, 노점상들이 판매하는 경우 등 다양했다.]
1층에는 마샤[러시아에서 애칭으로 표현, 한국인 여성이며, 신분 비공개를 요구하여 애칭으로 호칭됨을
이해 바랍니다.]가 이용하고, 나는 2층 침대를 이용하는데 2층은 오르는 것도 그렇고, 잠 잘 때만
올라가야 하기에 사용하는게 1층에 비해서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광활한 시베리아는 비교적 완만한 구릉지 형태를 띠고 있었고, 자작나무 숲과 하얀 눈, 가끔씩
보이는 러시아 풍의 가옥들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닥터 지바고는 우랄산맥을 넘어서
추운 시베리아 벌판으로 이동하면서 느꼈을 자작나무 숲, 그리고 운명적 라라의 만남~
짐이 많아서 공간 활용이 쉽지 않지만, 1층 침대 밑과 천정 부근 3단의 선반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지~
[통로 쪽에 낮에는 의자와 식탁으로 활용을 하고, 저녁에는 침대로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불편한 자리~]
[출입문 쪽에서 개방형 플라츠카르타 내부를 촬영한 모습이다. 미세 먼지도 많고, 열악한 부분도 있다.]
북극권으로 갈수록 해가 짧아지는 현상들……. 저녁 식사를 빵과 딸기잼으로 먹는 시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면 되는 여행이 횡단열차 여행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낮에 잠을 많이 자면 캄캄한 밤에 문제가 되기에 적절하게 조절하는 지혜로움도 필요한 듯~
저녁 20시 이후 부터는 실내등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 불 빛 활용이 여의치 않다.
일찍 수면에 들어야 할 모양이다.
21시 경에 마샤가 수면 유도제 1알을 준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체험이다. 1시간이 지나니 하품이 난다.
2층으로 올라가서 잠을 자려니 온기가 위로 올라와서 더운 느낌이 든다.
흰 시트 1장만 덮고 자는데 기온이 떨어지니 춥다는 생각이 들기도..
[4일차] 2009. 1. 4(일)
열차는 계속 달리고 햇살이 들어와 눈을 뜬다.
얼어 있는 차창 밖의 풍광들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자작나무 숲들이 많이도 지나간다.
아울러 냉대 침엽수림인 타이가지대도 볼 수 있는 광활한 구간을 열차는 계속해서 달리고…….
15분 정도 열차가 정차를 하면 우리는 노점상에 다가가서 현지 체험을 한답시고, 판매하는
음식들을 사먹기도 하고, 밖의 공기도 마시고, 스트레칭도 하는 시간이다.
매점에서 보드카를 파냐고 물어보니 판매를 하지 않는다.
한국말을 하는 고려인이 이야기를 해 준다. 열차 안에서 차장이 별도로 보관하면서 판매를 한단다.
보드카는 200루블 정도이니 약 8,000원 정도~
[노점상 들은 열차가 쉬는 시간에 준비한 음식들을 판매한다. 감자, 만두, 생선 튀김등 먹거리들...]
[차장에게 구입한 보드카를 달리는 열차에서 마시는 체험도 좋았다. 200루블(8,000원 정도)]
열차에서 책을 볼 수도 있고, 차창 밖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주변에서 카드 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서
고스톱 이야기가 나왔다. 마샤도 고스톱을 칠 줄 안단다.
그려 한 번 해보자. 그런데 그 흔한 화투를 안가지고 왔으니 어떻게 한다?
그래 생각을 더듬어서 만들어 보자! 세계에서 유일한 수제 화투를 말이다.
영어책 다소 두꺼운 속지를 이용해서 48장을 그려나간다. 드디어 완성이다.
진한 보드카를 마시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고스톱을 치는 기분 색다르다.
점수를 노트에 적어가면서 자존심 대결을 벌리는데, 마샤의 실력이 보통이 넘는다. 나도
예전에 고스톱을 치면 이기는 확률이 더 높았는데, 지금 이 순간에는 무지하게 당하고 있다.
최고로 참패하는 상황이다.
흔들어, 피박, 광박, 쓰리고를 맞으니 29점이 464점이 된다.
완전 퍼펙트 완패를 당하는 수모~ ㅠㅠ
아무리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현상 앞에 앞발뒷발 들 수밖에 없었다.
[책 속지를 이용해서 만든 화투로 우리는 고스톱을 치기도, 괜시리 완전 KO패를 당한 순간들...]
[역사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기에 매점들이 열차가 쉬면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매점에서는 도시락 라면도 판매되고 있었는데 러시아인들이 즐겨 먹는 모습.. 우리의 맛보다 싱거운 느낌~]
오늘은 보드카에 수면 유도제를 먹고 수면에 들기 위해 2층 침대를 향했는데 얼마나 잤을까?
우당탕 허공을 가르면서 1.5m 정도의 2층 침대에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지면서 침대와 침대 사이의 식탁 모서리에 등과 가슴이 충격을 받은 듯~
곧장 일어날 수도 없고 신음 소리만 캄캄한 가운데 긴장으로 몰고 갔지~
마샤가 일어나서 연고를 발라주고, 마샤가 비상용으로 준비해온 쑥 핫백을 나에게 붙여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2층으로 오를 수도 없고, 이러다가 허리에 이상이 생긴다면?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서는 각종
소설을 써 나간다. 과연 여행을 순조롭게 할 수나 있을지…….
시간은 아마도 03시 전후가 된 듯~,
[침대에서 떨어지고 2일 후의 모습~, 아마도 여러군데 충격과 타박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
마샤는 1층을 비켜주고, 2층으로 올라가고 나는 아픈 허리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기대고 잠을
청하지만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다.
2층에 대한 기분이 안 좋았고 혹시나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로프
스크 구간은 줄로 몸을 묶어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는데…….
[5일차] 2009. 1. 5(월)
쑥 핫백은 뜨겁게 타박상 부위를 자극한다.
시계를 보니 09시 30분인데도 날씨는 어둡기만 하다.
뒤척이다가 10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오른쪽 어금니 임플란트한 부위 상체 부위가 분리되어
빠져 나왔다. 기가 막힌 현상이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충격으로 이빨까지 분리되어 나온 것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희한한 일이 동시간대에 벌어지고 있으니……. ㅠㅠ
시계는 산악용 멀티 시계를 착용했는데, 줄을 보니 튼튼한 합성제품 연결 고리 부분이 휘어져
늘어졌다.
아마도 시계 줄이 침대 어디엔가 걸려서 완충 역할을 해 줬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줄이 망가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
이제 초반전인데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다니…….
뒤에 확인한 사항이지만, 차장한테 안전 바를 달라고 하면 받아서 연결하고 자면되는데 그것을
몰랐던 무지의 소치…….
[침대에서 떨어지고 나서 생긴 황당한 사건들...어디에 시계줄이 걸려서 나를 완충 시켜 주었는지도 .... ]
열차 안에 습하고, 따뜻하니 바퀴벌레의 천국인 모양이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하얀 시트에 등장하니 눈에 확 들어온다.
신속히 순간포착으로 촬영을 하다. 숨는 동작도 비교적 느리다..
화장실은 열악하다. 밑 부분이 차갑고 얼어서 물들이 역류하는 통에 화장실 바닥이 오염된 상태
비위가 약한 사람은 상당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이다.
워낙 날씨가 추워서 철로로 내려가야 할 물들이 조금씩 주변에 얼어서 수 시간이 지나면 통째로 막아버리는
현상까지 발생하기에, 열차가 쉬면 모든 차장과 정비사들은 도끼와 망치로 얼음 제거 작업에 진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침대를 유영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아마도 서식하기 좋은 곳이기에 계속 서식하는...]
[외부로 노출 된 부분은 전부 얼어 버리는 현상들...열차가 정차하면 얼음 깨기에 바쁜 시간들...]
[열차가 쉬면 신속하게 얼음을 깨고, 정비를 하는 손길이 바쁘다.]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졸리면 자고, 역에서 열차가 정차하면 밖으로 나가서 먹을거리도 사먹고..
대부분 두툼한 가방에는 거의 먹는 것들로 가득한 모습들…….
마침 노점상인 이 열차 안으로 들어와서 오물[바이칼호수에 잡히는 물고기] 훈제된 것을 판매하고
있었고 마샤는 2마리를 200루블[8,000원 정도]에 구입을 했다.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오물이니 우리도 맛을 봐야지…….
주변에서 많이 구입하여 먹기도 하고, 앞 아가씨는 선물용으로 5마리 정도를 구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물(Omul)은 러시아에서는 별미로 즐겨 먹는 생선~ 바이칼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찜/훈제해서...]
이르쿠츠크 박사장내에 늦은 시간 픽업과 숙소예약을 할 수 있을까 해서 건장한 러시아 남자에게 휴대폰 좀
빌리려고 하니, 국내 전화도 비싸단다. 그래서 200루블을 요구하는 것이다. 약 8,000원 정도~
처음에는 그냥 가서 숙소를 구하자고 하다가, 예약을 하기 위해 다시 빌리자고 하니,
이제는 배터리가 없단다. 젠장, 뭐 되는 게 없니~ ㅠㅠ
밤이 어두워지면서 크리스마스 전야에 아무래도 예약의 필요성을 마샤는 표현한다.
결국 마샤가 또 다른 현지인 여자 “올가”씨한테 가서 도움을 받게 되었고, 바이칼 유스호스텔에
전화가 되어 750루블[한화 30,000원 정도]에 예약을 하게 되었지~
그러면서도 돈을 받지 않으려 했는데, 전해 줬단다. 여행하다 보면 고마운 분들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 내 옆에 분이 바이칼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준 '올가' 그 옆에가 함께 여행을 하는 몽골 출신~]
[60시간 가까이 앞 침대를 사용했던 러시아 아가씨들... 담배도 잘 피우고, 젊은 남성들과도 잘 놀고...]
맞은편 1-2층 침대에는 러시아 아가씨들이 위치했는데, 뭇 남성들이 많이도 관심을 갖고
찾아오다 보니, 북적거리기 일쑤~ 포카 놀이와 맥주 마시는 것도 우리자리에서 하니 조금은 귀찮은
느낌도 있었지..
이르쿠츠크 시간으로 자정을 넘긴 00시 20분경이다 시베리아의 파리라 일컫는 이르쿠츠크에 도착
을 하다.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별도로 이동해서 티켓 창구를 갔는데, 쿠페로 1인 만 루블
[40만 원 정도]이 넘는다. 러시아의 열차 가격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 것
이 특징이기도…….
결국 표 구입을 포기하고, 택시로 숙소를 향하다. 택시비는 300루블을 요구하기에 250루블[만원
정도]로 흥정을 했다.
[ 옆 건물은 이르쿠츠크 역, 멀리 전광판에는 영하 17도를 가르키는 온도 표시계가 있었으며,
난 영하 18도 일때 책을 찾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왕복 70분간을 걸어야 했던 곳~]
무사히 바이칼 유스호스텔에 도착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짐을 내리는 순간에 있어야 할 자료집이
없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ㅠㅠ
시간은 1시를 넘겼고, 표를 예매하려던 곳에서 놓고 온 것이 분명했다.
마샤는 우리가 타고 온 택시로 500루블을 주고 다녀오라고 공금에서 주는데, 알았다고 하고,
걷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나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순간이다.
여행 준비하면서 시가지를 개략으로 보았고, 택시로 오면서 앙가라 강을 통과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걷기로 작정을 하다.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르기에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허리가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닌데 휴대용 백을 메고 달 걸음을 친다.
기온은 영하 18도, 털모자를 썼는데도 머리가 시리다.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한 시간은 01시 50분, 예매했던 곳 턱받이에 자료집이 그대로 있는 것이다. 휴~
정말 다행스럽다. 이제 신속히 걸어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었고, 무사히 유스호스텔에
도착하니 02시 25분경이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70분간 소요된 것이다.
마샤는 매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올 시간이 넘었는데도 오지를 않으니…….
걸어서 갔다 온 것에 대해서 상당히 실망하는 모습…….
미안한 생각에서 걸었던 것인데 더욱 난처하고 미안한 생각뿐이다.
이렇게 해서 힘든 하루를 마무리해야 했다.
첫댓글 제미있는 여행기네요
샘이 조금 천방지축 여행하느라 조금은 리얼? ^^
임플란트가 빠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