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산드라 블록(루시) 빌 폴만(잭)
루시(Lucy Eleanor Moderatz: 산드라 블록 분)의 삶엔 소중한 무언가가 빠지고 없다.
비록 초라한 아파트와 고양이 한마리 그리고 시카고 철도국의 토큰 판매 부쓰에서
일하는 동료 친구가 몇명 있지만 그녀에게 정작 소중한 부모나 가족이 없다.
루시는 단 한번 만난 적도 또,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넋이 빠질 정도로 잘 생긴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는데 어느날 아침 그 남자는 불량배들에게 떠밀려 역의
플랫폼에서 철로 위로 떨어지고 결국 혼수상태에 빠진다.
루시는 고속으로 달려오는 기차로부터 아슬아슬하게 그 남자를 구해낸다.
루시가 병원에 찾아갔을 때, 그녀는 그 남자의 약혼녀로 오해받게 된다. 얼떨결에
루시도 자신이 그의 약혼녀임을 인정해 버린다. 꿈 속에서 조차 흠모하던 남자가
코마(의식불명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까짓것 굳이 약혼녀가 아니라고 부인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신분조차 알지 못하는 그 남자의 가족들이 입원실에 나타나고
루시는 그 남자의 이름이 피터 켈라한(Peter Callaghan: 피터 겔라거 분)이며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피터의 아버지 옥스(Ox: 피터 보일 분), 어머니 밋지(Midge: 미콜 머큐리어 분)
그리고 할머니 엘시(Elsie: 글리니스 존스 분)는 피터의 병 간호를 통해 오랫동안
사이가 벌어졌던 피터와 다시 화목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들 가족은 간호사의
착오로 약혼녀라고 소개된 루시가 피터의 목숨을 구해낸 은인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녀를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한다. 루시의 출현으로 그들의 삶에는
한결 생기가 일기 시작한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약혼녀 행세를 시작한
이래 거짓이 언제 들통날지 몰라 불안해 하면서도 루시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가족과 가정의 따뜻함에 행복해 한다.
그러나 피터의 동생인 잭(Jack Callaghan: 빌 폴만 분)만큼은 가족의 호의와
호감과는 달리 루시가 약혼녀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한편 루시는
그동안 완벽한 신랑감일 것으로 여겨온 피터에 관해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을
차츰 알게 됨에 따라 만일 피터가 '이상적인 남편감'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루시는 자신을 의심하여 집요하게 파고드는 잭의 질문을 요령껏
피해 나간다. 그러나 루시는 잭의 순수하고 정직한 매력에 조금씩 빨려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갈등하게 되는데.
전철 매표소에 근무하는 한 여성이 평소 짝사랑하던 남자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어떨결에 그만 약혼녀 행세를 하게 되다가, 뜻밖의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 되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흥미로운 이야기의 시나리오가 신선하며, 크게 히트한 이전 작품 <쿨 러닝>으로 유명한 존 터틀타움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잔잔하면서도 흐뭇하게 만드는 연출 실력을 보여주었다. <스피드>(94)로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는 산드라 블록도, 가족 없이 외롭지만 밝게 살아가는 명랑한 여성으로 호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가족 영화.
재미있는 원제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마지막 부분에 여주인공의 나레이션 대사에서 나온다. 형인 피터 갤러거에게 반했던 산드라 블럭이 결국엔 그의 동생 빌 풀먼과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피터가 제게 이렇게 물었죠. 언제 제가 잭과 사랑하게 되었나고.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