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당신을 빌릴 수만 있다면
이채민
수레국화와 양귀비사이에서
쓸쓸히 시들어가는 당신을 잠깐, 빌릴 수만 있다면
단 한 줄의 문장으로 나는 사이프러스 숲에 당도한다
아주 잠깐, 당신에게 기댈 수만 있다면
광기어린 해바라기가 뒤덮은 노란 지붕아래
성수를 뿌리며
태양을 훔친 범죄자의 난해한 이름들을 외우며
당신이 그려놓은 만개의 별을 세며
새들이 앉았다 포롱포롱 날아가는 삼나무도 족하겠지만
외로움이 등불처럼 달린 당신의 등에 기대어
진한양귀비로 확 피어보고 싶다
카페 라뉘*에서 내 눈을 멀게 한 죄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고흐가 그린 실제 카페이름
계간 『미네르바』 2013년 여름호 발표
첫댓글 가까운분들에게 좋은일이 생겨서 더 즐겁습니다.....축하드립니다^-^
시 말미에 나오는 각주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시에 나오는 각주는 하나의 반전이네요 각주도 시의 한 부분, 아니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축하축하 드립니다...항상 더 좋은 일 기대 됩니다...^^
와우^^ 축하드립니다. 잔잔히 시인의 마음 속에 푹 빠졌다가 가요~~~
끝의 사행이 주는 충격 강렬합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