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갈고리
악마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그런데 무엇을 악마라고 할까요? 나에게 적대적 감정을 품고 나를 괴롭히고 피해를 주며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나 대상을 내 입장에서 악마라고 할 것입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머리에 뿔이 달린 괴이한 모습의 맹수나,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의 모습을 한 것, 여러 개의 손에 괴상한 무기를 든 괴물이나, 입에서 피를 흘리며 어두움 속에서 덤비는 귀신처럼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대상에게 붙이는 이름입니다.
악마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악마왕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우리의 몸과 마음 속에 있습니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다섯 가지 요소의 모임인 몸과 마음은 악마왕이 사는 터전입니다. 악마왕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습니다.
악마왕에게는 여섯 개의 은밀한 갈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눈 귀 코 혀 몸 뜻입니다.
눈은 산, 들, 강, 구름, 나무, 사람, 동물, 물고기, 등, 천태만상의 형상을 대합니다. 눈이 형상을 보고 인식하므로 좋아하고 싫어하며 좋지도 싫지도 않는 느낌이 생깁니다. 그런데 모든 형상은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고 쉼없이 변하고 사라지는데 변하고 사라지는 것에 애착하고 집착하면 반드시 걱정과 슬픔과 고통과 번민이 발생합니다.
봄의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은 봄이 머무는 동안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곧 여름이 오고 가을이 되며 겨울을 맞게 됩니다. 계절은 순환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라서 봄이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으며 모든 것은 속절없이 떠나갑니다. 이처럼 눈으로 인하여 근심과 슬픔과 고통이 찾아오므로 결국 눈은 악마의 갈고리입니다.
눈이 악마의 갈고리인 줄 알았다면 눈이 사물을 대하여 좋다 싫다 평가하더라도 그것에 애착하거나 소유하려고 해선 안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무상하여 변하고 사라지는 것이라는 분명한 이치를 깨달아 봄이 오면 봄을 즐기고 여름이 오면 여름을 즐기고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고운 단풍숲을 걷고 겨울에는 하얀 눈밭을 사박사박 평화롭게 걸으세요. 또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들판을 걷고 화창한 날에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운 사람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대로 감상하면 됩니다, 이것이 지혜의 눈입니다.
그리고 귀가 소리를 듣고 좋고 나쁨을 인식하는데 칭찬을 들으면 좋아하고 우쭐하며 비난의 말을 들으면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분노합니다. 소리에는 신비한 마력이 있어서 가수의 몸짓과 음율과 노랫말에 감동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으로 흥겹게 춤을 추는가 하면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슬픈 노래를 즐겨 부르던 가수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하듯이 귀는 악마의 갈고리입니다.
코는 냄새를 맡고 인식하여 좋고 나쁜 냄새를 구별하여 나쁜 냄새는 싫어하고 좋은 냄새는 좋아합니다. 좋은 향기로 호감의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 얼굴과 몸과 옷에 매혹적인 향수를 뿌리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작된 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곧 소멸하고 망각됩니다.
소멸하고 망각되는 향기로 이미지를 가꾸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아름답고 훌륭하게 가꾸어 내면의 고고한 향기가 발현되도록 해야합니다. 친절하고 진실하며 자애로운 내면의 맑고 아름다운 향기는 썩거나 변하지 않으며 만년이 흘러도 고귀한 향입니다.
또 혀는 음식의 맛을 보고 이것은 좋다하고 저것은 싫다고 구분하여 혀가 요구하는 음식을 찾아서 천리길도 마다 않고 찾아갑니다. 이곳 속초에는 방송을 탄 유명한 음식점이 몇몇 곳이 있는데 공휴일이나 연휴는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전국 각처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쭉 줄을 늘어서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먹지 않으면 몸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 것이고 음식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 고통스럽기에 먹습니다. 몸을 유지하게 위해 허기를 면하기 위해 활동하기 위한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풍요로운 시대라서 그런지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먹기보다는 입맛에 따라 선택해서 먹습니다. 입맛이 거부하는 음식은 식탁에서 치우고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진미의 음식을 주문해 먹습니다. 지구상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너무 많이 먹어서 뚱뚱해지면 살을 뺀다고 헬스클럽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합니다.
조금 덜 먹으면 입도 편하고 위도 편하고 배설도 편하고 몸도 날씬하게 유지할 수 있고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이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한 자비로운 마음으로라도 적당하게 먹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 맛에 끌려다니며 마구 먹어치우는 혀는 악마왕의 갈고리인 셈입니다.
또 몸은 대상과 접촉하여 따뜻하고 부드러우면 좋아하고 차갑고 거칠면 싫어합니다. 유원지에 나가보면 남여가 손을 꼭잡고 걷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만나다가 사랑하는 감정이 깊어져 마음이 꽁꽁 묶이면 결혼하여 아이도 낳고 가정을 이룹니다.
사랑은 최고의 기쁨이고 즐거움으로 뜻을 하나로 화합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랑이 슬픔이 되고 괴로움이 되며 절망과 죽음을 불러옵니다. 사랑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잘못된 사랑은 고통과 파멸을 불러오므로 이성적인 절제가 필요합니다. 절제된 사랑은 아름다움이며 고결함입니다.
눈, 귀, 코, 혀, 몸이 형상, 소리, 냄새, 맛, 감촉의 대상을 만나서 인식되어지는 좋고 나쁜 감정과 옳고 그르다는 관념이 생기는데 그러한 생각에 묶이고 집착하면 고통이 발생합니다. 집착에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며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집착이란 없습니다.
이와 같이 눈 귀 코 혀 몸 뜻의 여섯 감각기관이 악마의 갈고리인 줄 알고 꿰이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며 절대 방심해선 안됩니다. 그런데 법을 듣고 배운 바가 없어 무지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마왕의 여섯 갈고리에 꿰어서 생사를 윤회하게 되는데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악마왕의 갈고리에 꿰어 생사의 광야를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서 오욕(五慾)이 악마왕의 갈고리인 줄 알아서 천길 절벽의 외줄을 타듯이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눈을 크게 뜨고 철저히 방비하면 아무리 교활하고 간악한 대마왕일지라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악마왕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무서운 놈이지만 실체가 없는 허깨비입니다. 그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각이 작동하는 곳에 잠재하고 있는데 사람의 몸과 마음이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근본이 공(空)함을 성찰하여 무엇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다면 악마왕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씨앗에서 싹이 발아하여 자라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이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수행하여 과보가 무르익으면 한마디의 말에도 법을 깨닫습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나와 우주의 실상을 꿰뚫어 아는 것으로 지혜를 닦아 악마왕을 항복받으면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인 저승사자도 보지 못합니다.
무주공산에서 각우 윤철근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색(色)은 형상 즉 육체를 말하고 수상행식(受想行識)은 느낌 생각 의지 의식으로 곧 마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색수상행식은 몸과 마음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