幽 그윽할 유
가물(/까물)거리는 산, 그윽하다
幽의 갑골문
幽의 전문
幽의 갑골문 및 전문 자형은 山과 두 개의 幺와의 합자입니다. 幺가 ‘꼬다’에서 아주 멀리 있어 산이 까물[/꼬물]거리게 보인다는 것으로 ‘그윽하다(/깊숙하여 아늑하고 고요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서의 山은 幼(어릴 유)의 力에 대한 구별자로 力은 動(움직일 동)의 축약으로 ‘움직임’을 의미하며, 경계가 가물(/까물)거릴 정도로 멀리 있음을 나타냅니다.
幽에는 지형의 뜻은 전혀 없는데, 山이 ‘멀리 있는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대상물로 쓰인 것이며, 이 글자들을 만들 당시의 생활터전이 ‘대평원’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한반도와 같은 지형에서라면 ‘멀리 있는 대상물’의 일반화로 ‘산’이 동원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幽靈(유령), 幽玄(유현 ; 이치나 아취가 알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그윽하며 미묘함), 幽憂(유우 ; 사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말하는 이가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등의 성어에서 幽는 ‘까물거리는 존재’, 즉 ‘까물거리다(/조금 멀리 있는 물체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움직이다)’의 ‘보일 듯 말 듯’의 뜻을 나타냅니다.
幽冥(유명), 幽室(유실), 幽閨(유규), 幽峽(유협) 등의 성어에서 幽가 ‘그윽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蓋不但感一身之蒙恩敍復, 乃感申理二十年之冤枉, 而發潛德之幽光也 『先祖實錄 卽位年 10月 15日』
어찌 다만 일신에 은혜를 덮어쓰고 풀려나 회복된 감격이 아니라, 바로 20년 원왕(冤枉)을 펴서 다스려주심과 잠겨있는 덕의 까물거리는 빛을 발하게 해주신 것에 대한 감격입니다.
상기 문장의 ‘潛德之幽光’은 사전적으로 ‘세상(世上)에 드러나지 않은 덕이 있는 사람의 숨은 빛’로 정의되어 있으며, 여기서의 幽光이 실제 뜻하는 바는 ‘까물거리는 빛’입니다.
奮疾而不拔,極幽而不隱. 『禮記』
떨치듯 빠를 지라도 발라지지 않으며, 극히 까물거려도 가리지 않는다.
상기 문장은 음악(音樂)의 곡조의 흐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기존의 풀이에서 幽를 ‘그윽하다’로 풀이하지만, 실제의 뜻은 점점 작게 잦아드는 듯한 ‘바이브레이션’으로 소리가 ‘가물(/까물)거리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앞의 拔(뽑을 발)에서 犮(달릴 발)은 배달말의 ‘바리’에서 ‘발기다(/종이나 헝겊 따위를 마구 찢어서 못 쓰게 만들다)’를 나타내어, 소리가 갈라지고 찢어짐을 의미합니다.
深山幽谷(심산유곡)에서 幽는 ‘굽이굽이 깊게 들어가다’의 뜻으로 ‘까물까물 들어간 골자기’의 뜻입니다.
劫而幽之. 諸侯莫之救 百姓莫之哀 三月而殺之. 『呂氏春秋』
으르고 까불 칠지니 제후는 구원할 수가 없었으며, 백성들은 슬퍼할 수도 없었고, 3월이 되어서 죽였다.
상기 문장의 幽는 기존의 풀이에서 ‘가두다’로 새기지만, 이 역시 문맥에 맞춘 근거 없는 오역이며, ‘까물거리다’에서 ‘까불다(/건방지고 주제넘게 굴다)’로 쓰인 것입니다.
虫幽 꿈틀거릴 유
까물까물, 꼬물꼬물
虫幽의 전문
虫幽의 전문 자형은 虫과 幽의 합자입니다. 虫이 직접 벌레의 종류를 나타내지 않을 경우 ‘너울’의 소릿값으로 계속 움직이는 모양의 의태어를 뜻하며, 幽의 ‘까물대다’와 더하여, ‘까물까물, 꼬물꼬물’의 뜻을 나타냅니다.
廘幽 암사슴 우
說文 ; 牝鹿也
麀의 고자
廘幽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