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대소설 읽는 소리 듣고 스승을 찾다
소태산대종사는 15세 봄에 결혼했다.
혼처가 난 곳은 구수산 넘어 백수면 홍곡리에 사는 양하련과 박현제화의 4남매 중 차녀로
16세인 양하운이다.
양가 부모에 의해 결혼이 결정되어 당시 풍속에 따라
소태산대종사는 말을 타고 장가가고 양하운은 가마를 타고 시집을 왔다.
소태산대종사는 결혼한 이듬 해,
새해 인사차 처가에 갔다가 사랑방에서 마을사람이 고대소설 〈조웅전〉 읽는 소리를 들었다.
〈조웅전〉은 조선 중기 이후에 나온 고대소설의 하나로 연대와 작자는 미상이나 널리 읽혔다.
주인공 조웅이 도사를 만나 도술을 배우고 그 힘으로 입신양명하여 크게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소태산대종사는 생각했다.
'나도 도사님을 만나서 도술을 배워 내가 의심하는 모든 일을 깨쳐야겠다.
삼밭재 마당바위에서 오년간이나 간절한 정성으로 기도했지만 아직도 산신을 만나지 못했다.
도사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가졌다고 하니 틀림없이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소태산대종사는 이때부터 자나깨나 도사를 찾기 시작했다.
길을 가다가도 이상한 걸인이 있으면
'혹 도사가 아닐까?'하고 청하여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잘 대접하여 재우기도 했다.
어느날, 소태산대종사는 마을 가까운 주막 앞을 지나다가
한 걸인이 주막 벽상에 씌어 있는
제갈공명의 '대몽(大夢)을 선수각하고 평생아자지(平生我自知)'라는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소태산대종사는 걸인의 행색과 시를 외우는 것이
범상한 사람의 태도는 아닌 듯하여 집으로 모셔왔다.
그러나 알고보니 아무 요량없는 거지였다.
소태산대종사는 어떤 곳에 은사(隱士)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혹 도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찾아가기도 하고 집으로 모시기도 했다.
하루는 산중에 처사(處士) 한 사람이 숨어서 큰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친(회산 박회경)에게 부탁하여 그 처사를 집으로 모셔왔다.
처사가 부친에게 말했다.
"나는 산중에서 공부하여 신통을 얻은 지가 이미 오래이니
귀하의 아드님이 만일 나를 좇아 공부를 배운다면 반드시 불가사의한 능력을 얻게 될 것이요.
그 공부에 착수하기로 하면 먼저 집에서 사육하는 농우(農牛) 1두를 폐백으로 줄 수 있겠는가?"
부친은 그 처사의 말을 믿고 그리하겠다하였으나
소태산대종사가 말했다.
"오늘 서로 만난 것은 보통 회견과 달라서
마음이 서로 합할 시는 영원히 사제의 의를 맺기로 할 것인즉,
선생의 가지신 포부와 능력을 이에 다 베풀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신념이 생긴 후에 폐백도 드리고 따라서 사제의 예로써 뵈오리다."
처사는 예를 갖추지 아니한 것에 불쾌했으나 말했다.
"나는 육정육갑(六丁六甲)을 통령(通靈)하여 신장(神將)을 능히 부르고 보내는 재주가 있으니
만일 원이 있거든 시험해 보라."
소태산대종사가 말했다.
"그러시다면 저의 앞에서 실제로 신장을 불러내 보여 줄 수 있습니까?"
처사는 신장을 불러낸다며 날이 새도록 주문을 외웠으나 신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 방을 마련해 달라하여 새로 방을 마련해주자 밤새도록 또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신장이 역시 나타나지 않자 새벽녘 담을 넘어 도망치고 말았다.
소태산대종사는 도사를 만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 보았으나
도사도 산신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츰 느끼기 시작했다.
십타원 양하운 대사모
양하운의 옛 집터(영광군 백수읍 홍곡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