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
섬세한 서정의 목신의 피리
역사
플루트만큼 역사가 길고 다양한 변형을 가진 악기도 드물 것이다. 오늘
날 일반적으로 부르는 플루트는 뮌헨의 플루트 주자였던 테오도르 뵘이
개발한 ‘뵘식 플루트’를 말한다. 이 플루트는 전체 길이가 67∼68cm인 곧
은 관으로 되어 있으며, 나무, 순은, 양은, 금 또는 백금 등의 재료로 만들
어진다.
나무로 만든 플루트와 금속으로 만든 플루트가 근본적으로 다른 음색을
내지는 않는다. 단지 금속제 플루트의 소리가 약간 더 가벼우며, 강하게
불었을 때 목제 플루트에 비해 날카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 그 이유는 악
기의 몸인 원통의 벽 두께가 목재보다 더 얇기 때문인데, 이 얇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목제에 비해 금속제가 갖는 장점이다. 금속제 플루트
가 나온 이후, 목제에서도 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 특수한 나무를 사용해
관의 벽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렇게 해서 제작
된 플루트는 목제 플루트 자체의 여린 소리를 잃지 않으면서 금속제 플루
트의 특징이었던 밝은 음향과 가벼운 소리를 동시에 내는 데 상당히 접근
했으나 불행하게도 금속제 플루트보다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너무 높거나 낮은 음에서 일부러 만들어 내는 소리가 아니라면 플루트는
모든 음역에서 고른 특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플루트의 기본 음색은
그 특유의 진동으로 인해 마치 연기처럼 움직이는 가벼운 느낌을 갖게 한
다. 특히 주입되는 호흡의 양과 진동의 강도를 연주자가 입술로써 직접
조절하기 때문에 소리의 활동이나 특성에 미치는 연주자의 영향이 절대
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연주자는 소리에 경쾌한 느낌과 힘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을 연주할 수 있고, 감정적 폭을 충분
하게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온도변화에 가장 민감한 악기이므로 수시로 음정이 떨어지거나
올라간다는 난점이 있다. 다른 관악기에 비해 플루트 주자에게 훨씬 정확
한 귀가 요구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플루트는 3옥타브의 음역을 가지며
연주자의 능력에 따라 3-5도 정도 더 날 수도 있다. 가장 낮은 음역에서
는 배음이 적기 때문에 다소 억세며 거칠고 무디게 들린다. 그러나 웅대
하고 시적이며 애조를 띠는 것이 이 음역이 지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저음역의 소리는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게 되면 음색적으로 섞여 버
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른 악기와 중복되지 않는 선율을 연주한다.
그러나 저음역을 벗어나면 오보에·호른·바순 등의 악기와 무리없이 음색
적·화성적 결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화음이든 유니즌이든 무리없이 구
사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높은 음역의 음은 관현악 총주를 뚫고 나오는 강
력한 힘을 갖고 있다. 반면 가장 많은 음을 포함하는 중간 음역은 밝고 여
리게 들리며 시적인 서정성을 띤다. 플루트는 목관악기 중에서 하모닉스
를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로 보통 제3배음을 사용해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빠른 트릴이나 패시지를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운동성이 풍부한 악
기로서, 리드가 없기 때문에 더블이나 트리플 텅잉, 플러터 텅잉도 다른
목관악기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오늘날의 위치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 악기의 분류체계에서 플루트
족은 공기의 회오리를 통해 소리를 얻는 여러 유형의 악기를 총칭하는
데, 이는 리코더·플래절렛·휘슬·팬파이프 등의 세로 피리와 플루트 등의
가로 피리로 나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쓰는
가로 피리를 가리킨다. 플루트족의 악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이집트·남
미 등 넓은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고, 로마의 원주민으로 알려져 있는
B. C 6∼5세기 에토루스크인의 유적에는 가로 피리를 부는 엷은 부조가
남아 있다. 이 가로 피리가 언제 유럽에 수입되었는지는 확실하게 알려
진 바 없다. 다만 13세기 트루바두르(음유시인)의 악기로서 남프랑스에
퍼져 있었음이 당시의 그림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바로크시대 초기만 해도 플루트는 군악대 등에서 많이
쓰였으며, 예술음악에서는 리코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므로
17∼18세기의 플루트는 리코더를 의미하고 가로로 부는 플루트는 가로
플루트 또는 독일 플루트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가로로 부는 플루트가
관현악에 쓰이고 리코더를 대신하여 오늘날의 위치를 갖게 된 것은 19세
기 이후의 일이다. 그 시기가 되어야 플루트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데, 그
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악기의 성능과 기능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
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뵘으로 그는 원추형의 몸체를 원통형으로 하고,
구멍의 크기를 넓혀 음향학적으로 플루트를 합리화하고 규칙적인 반음
을 얻을 수 있도록 개량했다. 재질을 목재에서 금속제로 바꾼 사람도 뵘
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볼 때 뵘 이전의 플루트는 트릴이나 반음을 내는 장치가 부족해
표현적인 한계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령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
대까지만 해도 키를 눌러서 음을 내는 장치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플루트를 위한 음악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현재의 플루트로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면서 “모차르트는 음악
을 일부러 쉽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실소를 머금기도 한
다.
오늘날 대부분의 플루트는 금속으로 제작하지만 원래 플루트는 나무로
만들었고, 지금도 목제 플루트가 전문 연주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
근 우리나라는 플루트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플
루트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관악기 제작은 전무한 형편으로 삼익악기에서 일부 생산
을 했으나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잃어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그
러나 외국에서 플루트 제조 기술을 익혀와 현재 수리를 하며 제작을 준비
하는 남궁 플루트와 같은 플루트 전문 숍이 있긴 하다.
플루트는 헤드(Head), 바디(Body), 푸트(Foot) 3개의 관으로 구성된다.
이 관들의 독특한 차이에 따라 여러 모델이 있다. 우선 음정을 조정하는
구멍(Tone Hole) 위의 키(Key)가 뚫려 있느냐 막혀 있느냐에 따라 오픈
키(Open Key)와 커버드 키(Covered Key)로 나누어지는데, 초보자들은
손가락으로 정확히 키를 막기가 어려우므로 囹Î 커버드 키를, 숙달된 사
람은 오픈 키를 많이 사용한다. 또한 높은 옥타브의 미(Mi)음을 안정되
게 내기 위한 E 메카니즘의 부착유무에 따라 모델이 달라진다. 음역에 따
라 플루트보다 높은 음을 내는 피콜로(피콜로 플루트:작은 플루트), 플루
트 앙상블용의 알토 플루트, 베이스 플루트가 있다.
플루트는 재질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로 나뉜다. 대개 기본형 플루트는 놋
쇠(Brass)에 은이나 니켈 등으로 도금된 것이 많다. 또한 헤드만 은인 것
도 있고, 관 전체는 은으로 만들어 키 부분만 도금한 것도 있다.
연주용 플루트는 전체가 은으로 만들어지고 수제품으로 제작된다. 이외
에 금 9K, 14K를 사용한 것과 최근에는 플루티늄이라는 특수 금속을 사용
한 플루트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플루트는 야마하제품이다. F-100S Ⅱ, F-200S
Ⅱ 등의 야마하의 기본형 Ⅱ들은 음정이 정확하고 연주하기가 쉬우며, 잔
고장이 없어 플루트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
를 이어 미국 암스트롱의 104 모델, 같은 104 모델이지만 모델명을 바꾼
505, 에스테 등의 기본형 플루트가 유통되고 있다. 이외에 바흐·셀마·이다
마리아·펄 등의 제품도 나와 있다.
우선 초보자에게는 커버드 키에 C푸트, 은도금 제품이 가장 무난하다. E
메카니즘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이런 종류
의 플루트 가격대는 40만원 선이고, E 메카니즘이 부착된 악기는 50만원
안팎이다.
어느 정도 연주가 익숙해지고 예산이 허락되면 헤드만 은으로 만든 악기
나 혹은 관까지 은으로 제작된 악기를 사용하면 한층 수준높은 음의 세계
를 즐길 수 있다. 헤드만 은으로 만든 플루트의 가격은 메이커에 따라 80
만원에서 120만원 정도까지 한다. 관 전체가 은으로 되어 있고 키 부분만
도금된 플루트는 메이커에 따라 120만원에서 220만원까지 호가하는 여
러 종의 모델이 있다. 마스터에 의한 수제품은 300만원, 400만원까지 나
간다.
구입과 관리
플루트 구입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악기 용도·예산·악기특성·A/S등이며
특히 악기의 음색과 음정이 좋은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음정이 나쁘면
연주자의 음정감각을 잘못 길들일 수 있으며 합주시에 불협화음을 내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초보자일 경우 본인이 음정을 체크하기가 쉽지 않
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주위에서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평판을
참고해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초보자일 경우에는 관리 소홀로 악기
를 고장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A/S가 가능한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며, 보증서를 꼭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관을 조립하거나 분리
할 때 아래, 윗관을 천천히 비틀면서 조립하거나 분리해야 한다. 잘못하
면 끝이 휘게 되어 조립·분리가 잘 안된다.
헤드 부분에 코르크가 있는데, 이것은 건조하면 줄어드는데 습기가 차도
늘지는 않는다. 코르크가 수축하면 음정이 변화되므로 동절기 이후에는
헤드 코르크를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비용은 보통 1만원 정도이다. 키
밑에 공기를 차단하기 위한 패드가 있다. 이 패드는 아주 민감해 건조하
면 수축하고, 습하면 늘어나 음정을 변화시킨다. 따라서 케이스에 넣어
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입 안의 음식물이 패드나 키에 끼어 패드의 수명을 단축시키며, 키의 작
동이 원할치 않을 수도 있으므로 악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항상 이를 닦
고 부는 것이 좋다. 연주 후에는 반드시 소제봉으로 관 속의 침이나 습기
를 닦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악취도 나지 않고 패드를 오래 사용할 수 있
다. 패드에 묻은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클리닝 페이퍼를 사용하면 효과
적이다. 패드가 손상된 경우에는 패드만 구입해 본인이 직접 교체할 수
도 있지만 패드와 악기간에 밸런스를 맞춰야 하므로 될 수 있으면 전문
수리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비용은 2~3만원이다. 또한 너무 열심히
닦지 말아야 한다. 연주 후에 부드러운 융으로 손자국 등만 닦아주고 키
부분은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키 부분의 스프링을 빠뜨리거
나 키를 휘게 만들어 A/S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은으로 만들었거나 은 도
금된 플루트는 오래 사용하다 보면 자연히 검게 변색되는 일이 있다. 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이것을 닦을 때에는
실버 폴리시 등을 사용한다.
플루트의 악기음향학
플루트는 보통 금속으로 제작되어 있지만 목관악기로 분류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주로 나무로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악기의 발음 (sound
production) 메카니즘이 목관악기군과 같기 때문이다.
플루트의 음의 생성은 마치 맥주병을 불어서 소리를 낼 때의 원리와 같
다. 취구의 모서리를 통해 공기를 불어 넣으면 관 속으로 공기가 흘러 들
어가고 흘러나가는 현상을 되풀이해 취구 입구에 압력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 첫번째 과정이다. 클라리넷이나 오보에와 같이 리드가 공기의 흐름
을 주기적으로 차단해 압력을 얻는 원리와 구분하여 플루트의 경우는 공
기 리드(air reed)라고 부른다.
취구 입구에 형성된 압력의 변화는 관의 정재파에 해당되는 주파수 성분
이 증폭되어 양쪽 끝의 구멍을 통해 소리로 방출된다. 플루트의 관은 기
본 음의 정수배에 해당되는 공진 주파수를 가지며, 따라서 플루트의 음
은 대체로 모든 정수배의 배음을 포함하고 있다.
한 옥타브 이상의 음역에 걸쳐서 연주가 가능하려면 관의 유효길이를 음
높이에 따라 변화시키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의 위치를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 또한 구멍을 막았을 때 그 목 부분에 포함된 공기의 질량과 규칙적
으로 반복되는 옆의 구멍들의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하면 실제 목관악기 관
의 음향학적인 특성은 다소 복잡하게 된다. 실제로 훌륭한 연주자가 음고
의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이유는 취구와 입술과의 거리 및 유속을 변화시
켜줌으로써 연주자의 의도대로 음고를 어느 정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
하기 때문이다.
전문 연주가에게 듣는 플루트
- 처음 플루트를 배우게 된 동기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등을 배웠는데, 어느 악기에도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6학년 때 플루트를 처음 배웠
고, 이 악기에는 어쩐 일인지 금방 빠져들었다.”
- 초보자는 어떻게 악기를 고르는 게 좋은가?
“일단 몇 가지 악기를 불어보고 선택하는 게 좋고, 그 다음 선생이 골라주
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 개인의 입 모양이나 울림이 다 다르고 예민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자들에게는
야마하나 산쿄 같은 일본제 악기가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 플루트만의 재미가 있다면?
“플루트는 소리가 선명하고 다른 관악기에 비해 소리를 내기 쉽다. 그래
서 배우기가 쉽고 편안한 악기이다. 그러나 전공을 하기 위해 본격적으
로 배우면 그만큼 어려워진다. 취미로는 쉽고 전공으로는 어려운 악기인
셈이다.”
- 취미로 플루트를 배우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요즘은 플루트 레슨을 학원에서도 많이 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
게 배울 수 있다. 아마추어는 여러 곡을 다양하게 접해 음악하는 기쁨을
누리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음악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행
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얽
매이지 말고 편안하게 했으면 한다. 또 여러 곡을 다양하게 접하는 것이
좋다.”
- 전공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한 곡에 대해 진지하고 집중적으로 연구할 줄 알아야 하고 공개된 연주
기회도 자주 마련하라고 말하고 싶다. 또 캠프 등을 통해 같은 또래들의
연주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 플루트의 경우 유학은 미국과 유럽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가?
“전문연주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유학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심
포닉 밴드가 발달한 탓에 플루트 인구가 많고 그 수준도 높다. 유럽의 경
우 각 나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딱히 어디가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
다.”
- 요즈음 플루트 인구가 많이 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취미로 플루트를 연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플루트 연주의 발전을 위
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외국처럼 학교에서 1
인 1악기를 교육시켰으면 한다. 쉬운 오케스트라곡이나 실내악곡을 합주
하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독주 이상의 기쁨을 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동호회가 활발하지 않은데, 이런 서클이
나 동호회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추천 명곡
●비발디 /플루트 협주곡집
비발디의 작품에는 당대의 일반적인 경향에 비해 형식의 엄정함에서 벗
어나 독특한 감성의 발현과 개성적인 표현을 중시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
며, 이는 특히 플루트 협주곡에 있어서 더더욱 매력적으로 표현되어 있
다. 3번 D장조 ‘붉은 방울새’ 서두의 경쾌한 상행음형은 가장 유명하다.
한편, 2번 G단조 ‘밤’은 6개 악장으로 된 기괴한 곡으로 불안 속을 달려가
는 듯한 마지막 악장이 시대를 넘어선 독특한 표현을 보인다.
●드뷔시 /‘시링크스’
연극 ‘프시케’를 위한 부수음악으로 씌어진 짧은 곡으로서, 35마디에 불과
하지만 플루트의 온갖 기교를 선보이는 고난도의 작품이다. 제목은 그리
스 신화에서 요정이 갈대로 모습을 바꾸었다는 시링크스의 이야기에서
차용해 온 것이다. 처음 부분은 고대의 선법을 사용해 애수띤 목가적 분
위기를 풍기며, 이어 반음계적 음형으로 리듬의 변화와 꾸밈음 등을 풍부
하게 사용해 이국적인 환상을 그려내고 있다.
●모차르트/플루트 4중주곡집
1977년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난 모차르트가 궁핍 속에서 네덜란드 부호
의 의뢰로 작곡한 곡으로, 당시 플루트는 연주하기도 힘들고 음색도 부족
해 모차르트는 이 악기를 대단히 싫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겨우 작곡
을 마친 그는 아버지에게 “참을 수 없는 악기를 위해 작곡하자니 머리까
지 둔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당대 플루트 특유의 온
화하고 따뜻한 표정이 전곡을 지배하고 있어 이 말을 믿기 힘들 정도이
다.
●바흐 /플루트 소나타집
>바흐는 당대에 부각되기 시작한 플루트의 특성을 간파해 이전의 목가
적 성격 외에 고귀하면서도 표현적인 성격을 불어넣었다. 앞에 작곡된 3
곡은 플루트와 쳄발로용 곡이며, 뒤의 3곡은 여기에 저음악기가 첨가되는
데, 이중 BWV 1031의 ‘시칠리아노’는 특히 전아한 아름다움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독주 플루트를 위한 BWV 1013은 무반주 바이올린 및 첼로
곡집과 동일한 계열에 놓이는 작품으로 부레 무곡의 악장이 눈길을 끈
다.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2번
제목은 관현악 모음곡으로 되어 있지만 제2번 모음곡은 현악기의 합주에
플루트의 독주가 협연되는 형식으로 사실상 플루트 협주곡에 가깝다. 5곡
의 폴로네즈는 종종 팬플루트로 연주되어 라틴 아메리카의 민요로 오해
받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마지막 곡인 바디네리는 4
분의 2박자로 되어 수다떠는 듯한 기분을 전달해 주는, 발랄하고 빠른 곡
으로 플루트의 화려한 성격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해준다.
●메르카단테/플루트 협주곡 E단조
19세기 중반 나폴리에서 활동한 작곡가 메르카단테는 당대에 주로 오페
라 작곡가로 명성을 떨쳐 벨리니에 비견되기까지 했지만 오늘날 그의 작
품은 이 플루트 협주곡 E단조를 제외하고는 거의 잊혀졌다. 이 협주곡은
그가 청년기에 작곡한 습작으로 빈 고전파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는, 형
식미에 충실한 작품이다. 마지막 악장의 경묘하고도 리드미컬한 주제는
특히 널리 알려져 있다.
●쇼팽/‘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쇼팽이 불과 14세 때 작곡한 소품으로 라디오의 배경음악에 많이 사용되
어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곡이다. 로시니의 오페라 ‘라 체네렌톨라’(신
데렐라)의 마지막 부분인 화려한 콜로라투라 아리아에서 주제를 따오고
있는데, 원곡도 역시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쇼팽의 플루트 변주곡
역시 이 원곡의 변주를 상당부분 이어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플루
트가 가진 화사한 정취를 마음껏 살려 주제를 전개시키고 있어 좋은 대조
를 이룬다.
●모차르트/플루트 협주곡 2번 D장조
모차르트가 네덜란드 출신의 플루트 주자 드 장의 의뢰를 받고 작곡한
두 곡의 플루트 협주곡 중 두번째 곡으로서, 이전에 작곡한 오보에 협주
곡 C장조를 조옮김하여 개작한 곡이지만 원곡인 오보에 협주곡보다 훨
씬 널리 연주되고 있다. 조성이 말해주듯 약동하는 활기로 넘치는 곡으로
서, 특히 3악장의 장식적인 제1주제는 선율선이 예외적으로 길면서도 어
느 한 군데 손댈 수 없는 매력을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