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디스트 - 백 남 준
(
고 백남준을 추모하며 그의 아방가르드와 시 한편을 올린다.)
오남구
(시인, 문학평론가)
(1)
‘아방가르드’는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유럽에서 일어난 예술 운동이다. 기성의 관념이나 유파를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이룩하려던 입체파를 비롯해서 다다이즘, 초현실파 등의 혁신적인 예술 운동을 총칭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본질을 보면, 서양의 2분법적 구조의 이원론을 깨뜨리고 동양의 합일(合一)된 일원론으로 이행하는 예술운동처럼 보인다. 단적인 예로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이를 잘 보여 준다.그의 공연에서 백미는 역시 아방가르드이다. 혁신적이고 깊이 있는 연출을 하는 그의 공연에는 해프닝이 있어 ‘연기자'와 '관객’이라는 종래의 2분법적 구조를 깨뜨리고 관객이 함께 공연한다.
한 관객이 무대로 뛰어올라 와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노를 도끼로 부숴버리거나 백남준의 근엄하게 맨 넥타이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버린다. 특히 그의 고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면서 보여준 연출은 감동적이었다.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여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피아노 건반에 갑자기 물감을 칠하고 관객이 나와 꽝하고 피아노를 넘어뜨린다.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그에게, 기자가 “왜 피아노를 넘어뜨립니까? 하고 물으니 그가 말한다.
“심심해서…, 할 것이 없어서”
백남준의 이 아방가르드는 현대예술의 첨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심심해서, 할 것이 없어서”라는 이 한마디는 그가 예술의 본질을 꿰뚫어 버리는 단말마인지도 모른다. 예술을 ‘심심해서 하는 원초적 유희본능의 행동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기존 관념으로서는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서 ‘깨뜨린다’는 해프닝의 필연성을 말하고 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자부하고 있으면서,‘한국을 내 세우면 죽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인 것을 굳이 세계적이라고 촌스럽게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된 반어적 어법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판소리 한마당이‘광대’와‘청중’이 창(唱)을 하고 추임을 하면서 한자리에 어울려 공연이 완성된다는 것을, 그래서 그의 ‘해프닝’에는 거침없이 관객이 튀어나와 그의 공연에 동참한다. 이것이‘관객과 연기자’라 는 종래 2분법을 깨뜨리는 그의 아방가르드인데, 그 원형으로 판소리 한마당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첫댓글 선생님은 죽지말고 영원히글을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