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과 성악설과 성공설 ***

[빛속으로]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과 성공설(性空說)

  성선설(性善說)이란 사람은 선한 본성을 타고 태어난다고 하는 맹자(孟子)의 인성론(人性論)입니다. 중국 추나라 태생의 맹자(BC 371~ 289)는 공자의 학설을 계승 발전시킨 인물로 성(性)은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선한 마음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누구나 남의 불행을 차마 내버려 두지 못하는 측은지심의 마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선한 성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러나 다 선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인의예지의 덕을 갖추지 못하는 것은 본성에 차별이 있어서가 아니라 선의 실마리를 힘껏 배양하고 확충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을 군자(지배자)와 소인(피지배자)을 구분하는 근거로 삼았으며 군자는 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반면 소인은 보존하지 못하고 상실한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군신의 관계, 부자의 관계,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등 사회윤리적 측면에서 구조가 형성된다고 보았으며 군자는 통치를 통하여 그가 가진 선한 성품을 소인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인정(仁政)론을 설파했습니다.

  반면 성악설(性惡說)은 사람의 성(性)은 원래 악한 것인데 선하게 되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구현된다는 중국 전국시대 순자(荀子)의 인성론(人性論)입니다. 조나라 태생의 순자(BC 300~ 230)의 성악설은 맹자의 성선설과 대비되는 성악설만 단순히 놓고 보면 유교와 대립각을 세운 사상가로 잘못 알려질 우려가 있으나 실은 공자와 맹자의 학설을 체계화하고 발전시킨 분입니다.

  그는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누구나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며 좋은 목소리와 예쁜 용모를 탐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만일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악한 본성을 따르고 그 욕구에 좇아 간다면 반드시 다툼이 일어나고 사회질서가 어지러워져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스승이 있어서 법으로 교화하고 예의로 인도한 뒤에야 비로소 예(禮)와 도리에 합당하게 되어 천하에 질서가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타고난 인성은 비록 악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에 의하여 선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능력은 누구에게나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평범한 사람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인성이 형성되는 사회적 조건에 주목했으며 교육의 효과를 강조했으니 성인은 임금의 권세를 세워서 사람들에게 예의를 밝혀서 감화시키고 법도를 제정하여 다스리며 형벌을 엄중히 하여 악행을 금지시킴으로써 온 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선에 합치하도록 하는 이것이 성왕의 정치이며 예(禮)의 구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맹자와 순자의 두 분이 주장하는 바를 각각 들어보면 다 옳은 것 같습니다. 맹자의 논리를 들어보면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이 맞는 것 같고 또 순자의 논리를 들어보면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지만 교육으로 선해 질 수 있다고 한 성악설도 역시 맞는 것 같습니다. 맹자의 관점에서는 성선설이 맞고 순자의 관점에서는 성악설이 맞지요.

  그럼 둘 다 맞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잘못인가요?

  성선설이나 성악설이나 근본적으로 악을 그릇되고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선을 옳고 좋은 것으로 인식하는 까닭에 선을 계발하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분의 목적하는 바가 같고 다르지 않습니다. 본성이 착하다는 성선설과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하는 두 분의 견해는 다르지만 방법론은 선을 추구하고 유교의 덕목인 인의예지를 지향하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언어는 다르지만 추구하는 목표와 목적은 같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의 본질인 우리의 본성은 무엇이고 본성에 합치하기 위한 노력과 방법은 무엇일까요?

  성선설과 성악설이 둘 다 맞다는 생각을 버리고 성선설과 성악설이 둘 다 그릇되고 잘못이라는 생각도 버리고 둘 중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견해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본성을 봅니다.

  우리는 곧잘 남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양식으로 삼지만 그림 속의 음식은 먹을 수 없고 진수성찬도 먹지 않으면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 자신의 본성을 직접 체득하고 깨달아야 무한한 공덕과 이익이 있습니다. 단지 남의 말을 이것저것 주절거리는 것은 이익이 없으며 앵무새와 다름이 없다 할 것입니다.

  사람의 본성은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며 선악의 분별심이 일어나기 전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입니다. 바뀌어질 수 없고 그릇되지 않은 각자의 본성을 참답게 알고 가슴에 밝게 간직해야 합니다.

   그런데 허공처럼 텅 비고 깨끗한 본성에서 신기루와 같은 한 생각의 망상이 일어나 밖의 대상과 접촉하고 부딪치며 인식하고 분별하므로써 좋아하고 싫어하며 좋지도 싫지도 않은 느낌이 생기고 주관적인 의도하는 바를 따라서 선과 악이 되며 옳고 그름의 관념들이 일파만파로 재생산되어 온 법계로 퍼져가면서 본성과는 점점 멀어집니다. 마음에 분별심과 욕심과 집착이 일어나서 본성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아득하여 그리하여 아름다운 꽃이 만개한 평화로운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의 개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의식의 여섯 감각기관이 밖의 형상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감과 법의 여섯 인식대상과 접촉하고 부딪쳐서 생기는 즐겁고 괴롭고 좋고 나쁜 느낌에 현혹되어 욕망이 불타고 분노에 불타며 생사의 광야를 떠돌지 않도록 지혜의 등불을 켜야 합니다. 선악이 없고 시비가 없으며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우리의 순수한 본성으로 거기에는 근심과 슬픔과 고통과 불안과 두려움이 없고 늙음과 죽음도 없는 별천지 입니다.

  인적이 없는 깊은 산속의 맑고 시원한 옹달샘과 같은 자기 본성을 참답게 깨달아서 투철하게 자각해야 하는 각자의 특별한 소명으로 이것은 인류가 지향하고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로서 스스로 배우고 증험해야 할 궁극의 도며 니르바나 열반이요 이상향입니다.

  어떤 분은 이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촌 무지랭이가 역사적 인물인 맹자의 성선설을 비판하고 순자의 성악설을 비판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오만한 놈이다 라고 할지 모르고 돈키호테와 같은 엉뚱한 사고방식을 가진 작자라고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천이삼백 년 전에 죽은 인물에 대하여 내가 무엇이 두려워 그들의 주장에 대해 논하지 못하고 비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와 견해가 다르다면 얼마든지 논박할 수 있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시킬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들뿐 아니라 사대 성인인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석가에 대하여도 견해가 다르거나 바르게 고쳐야 할 점이 있다고 사려 되면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에 대하여 본성은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고 티 없이 깨끗한 성공설(性空說)을 제기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이 견해에 대하여 얼마든지 비판하고 소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팔십 노인도 세살 먹은 아이에게 배운다고 하거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무시하거나 경시하지 말고 본성의 성공설에 대하여 하자가 있거나 모순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오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비판과 혹평을 가해도 좋으며 행여 하자나 모순이 없고 옳다고 판단되면 수긍하고 긍정하며 자신의 양식으로 삼는다면 무량한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동반자 입니다. 아는 것은 서로 가르쳐 주고 모르는 것은 기꺼이 배우는 자세는 훌륭하고 지혜로운 품성입니다. 서로 격려하고 도움을 주며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정진하여 푸른 창공을 훨훨 나는 새처럼 어두운 무지의 알을 깨고 고요하고 맑고 밝은 스스로의 본성을 발견하여 태평성세를 누리세요. 우리 본성은 시종이 없는 불멸하는 안락한 마음의 고향입니다.

 각우 윤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