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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개토태왕 비문을 통해 본 우리 고대의 역사" 정읍 역사문화연구소 김재영 소장
고구려의 건국역사와 정복사업의 내용을 담고 있는 광개토호태왕비
1884년 일본군 육군참모부 소속 첩보요원인 '사카와'가 흐려진 글자를 임의대로 판독하여 글자의 외곽선(外廓線)을 뜨고 그 바깥에 먹을 칠하여 일본으로 가져갔고 그 이후에 광개토대왕비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 알려진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의 비문 훼손 때문에 그 판독이 모호해지고 그로 인해 훼손된 글자에 대한 한?중?일 삼국의 견해 또한 첨예한 대립을 이루는데 의문의 1,775자 그리고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구절
백잔신라구시속민유래조공이왜이신묘연래도해파백잔○○신라이위신민
百殘新羅舊是屬民由來朝貢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新羅以爲臣民
신묘년에 왜가 바다를 건너와서 백제와 신라를 격파하고 자기들의 신민으로 삼았다고 해석하여 이를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일본부와 연결, 4세기 일본이 한반도 남부에 식민지를 건설했다는 증거로 삼고 있는 일본, 그리고 이 사실을 반박했던 한국의 학자들
과연 광개토호태왕비의 비문의 진실은 무엇인가?
STB 콜로키움 강좌는 기존의 강의물 형식에서 벗어나 각계 저명한 교수 한 분을 초청하여 매회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상생문화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함께 강좌를 진행하여 서로의 토론의 장을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자는 발표자의 의견을 정리하고 콜로키움에 참여한 연구원들은 발표 내용에 대한 의문사항을 주체적으로 말하고 들으며 토론을 통해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간다.
STB 콜로키움을 통해 보다 넓고 깊은 지성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할 것 입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역사학 현황, 동북공정이라든가 고구려, 대진국, 발해사까지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 『도전』에도“ 조선국 상계신 중계신 하계신이 무의무탁하니 불가불 문자계어인이니라”(5:347:16)라고 역사의 혼을 망각한 동방 한민족에게 상제님께서 상당히 준엄한 경책의 말씀을 해주고 계십니다.
물론 편협한 국수주의도 큰 문제지만 역사의 혼을 잃어버리는 일은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는 상당히 의미있고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됩니다. 류승국 교수님을 모시고「 광개토태왕 비문을 통해서 본 한국 고대사상의 원형 탐구」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듣겠습니다. -STB
광개토대왕1) 비문은 전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 사람도 놀라고 일본 사람도 놀라고 또 프랑스의 학자들도 와서 모두 놀라고, 전세계가 놀라는 대(大)문자예요. 1600년 전의 기록이거든요. 그런 기록은 없어요. 책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말할 때 반만년 역사라 하는데, 그 기록이 어디 있냐하면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세종실록, 이런 것을 말합니다. 그 연대가 얼마나 올라가는 거냐. 세종실록2)은 불과 500년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고 삼국유사3)를 말하면 13세기 이상 올라가지 못하거든요.
반만년인데 1300년전 가지고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냐.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부정하거든요. 당시의 기록이 아닌데 후대 기록 갖고 어떻게 논쟁을 하느냐. 또 김부식의 삼국사기4)라고 하는데 13세기에서 12세기 올라갈까, 대략 1200년 갖고 4천년전 얘기를 하려니까 어렵지 않느냐, 이런 것이죠.
물론 남아 있는 기록으로 종이 위에 쓴 개인의 문집, 원효문집이라든가 최치원 문집이 있어요. 그것은 신라통일기로 올라간다든지 신라말이나 고려초로 올라가지만 역사 기록이 아니라서 직접 논술한 게 못 되거든요.
그럼 중국의 기록으로 보면 어떻게 되나. 꽤 올라가죠. 중국에서도 우리역사하고 거의 같은 반만년 역사라고 하는데, 실제 기록으로 보면 사마천의 사기5)라는 책이 있어요. 사기, 한서, 후한서, 위지동이전, 진서, 수서, 당서, 해서, 25사6)가 쭉 있어요.
왕조가 바뀌어지면 다음 세대에서 전(前) 세대 역사를 써요. 왕조가 여러번 바뀌었거든요. 고대에서부터 춘추전국시대, 그 이전 하, 은, 주, 그리고 진시황의 통일기, 그리고 한나라(전한, 후한), 위진남북조, 수나라, 당나라. 그런 다음에 5호16국, 송나라(북송, 남송), 그 다음에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중화민국의 현대화. 반만년 역사라고 하더라도 왕조가 여러 번 바뀌었는데 바뀔 적마다 역사를 쓰죠. 원래 통치하면서 자기가 역사를 쓴 것은 인정 안해요. 자기 역사를 자기가 평가 못해요. 자기는 역사적인 사실만 기록해놓는 거예요.7)
그러니까 중국의 역사가 반만년으로 올라가지 못해요. 기원전 2세기까지는 올라갑니다. 그것도 많이 올라가는 거죠. 그런데 그조차 오래된 옛날 것을 그때 기록했다면 자료는 되겠지만 신빙성에 문제가 돼요. 어쨌든 중국에서는 기원전 2세기, 1세기, 기원 초기에 쓴 것이 있어요. 다시 말하면 사기, 한서8)라는 중국 책 속에 「조선전」이라는 게 있거든요. 조선에 관한 걸 썼어요.
한서 지리지나 위지 동이전을 썼는데 예맥, 삼한, 마한, 변한, 진한, 고구려, 신라, 백제를 써놨어요. 굉장히 귀한 거죠. 그러나 우리 한국역사를 타민족이 썼으니 일차자료라고는 볼 수 없어요. 참고는 하지만 우리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당시 기록이 있다면 좋은데 없으니까 뭐 한 5백년 전으로 올라가면 그건 무가지보예요. 1593년 임진왜란 이전 기록이라도 있다면 그게 귀본인데, 1천년 전이나 옛날 것이라면 굉장하죠. 책 한권 가치가 굉장히 비쌉니다. 고전이란 그런 겁니다.
한반도에서 역사기록으로 제일 오래된 것은 종이 위에 쓴 게 아니라 돌에다 쓴 비문입니다. 돌에다 썼기 때문에 썩지를 않죠. 가령 종이는 아무리 잘 보존했다 해도 한 500년 이상 가기 어려워요.
원래 우리는 조선반도에만 살지 않았어요. 고대의 산동반도, 발해지역, 요동반도, 남만주, 서북조선, 거기가 우리 고조선의 거주지9)예요. 우리 조상들이 거기 살았다고요. 한반도로 내려온 건 훨씬 후기예요.
그 옛날 거주지에서 나오는 유물과 유적, 지하에서 나오는 출토물은 문화가 전부 우리꺼예요. 그렇게 되면 고구려의 땅, 부여의 땅, 옛날 만주지역이 지금 전부 다 중국지역이라고요. 그러니까 한반도에만 있는 비문, 석문으로 오래된 게 뭐냐면 신라 때 진흥왕순수비10)입니다. 신라의 국경을 순수하고 순행한 국경지대에다 기념비를 세웠어요. 이것이 오래됐어요. 진흥왕이라는 왕이 신라를 벌떡 일으킨 분인데 삼국통일 이전의 왕이죠.
AD로 말하면 552년이예요. 지금 2004년이니까 1500년 가깝지 않습니까. 1400년 전의 글씨를 직접 본다는 것은 굉장히 귀한 무가지보예요. 그런데 이것이 네 개나 있어요. 경상남도 창녕비는 자연석이예요. 큰 바위에다가 새겼어요. 뚜렷하게 보입니다. 또 하나는 서울 북한산 진흥왕비. 금석학을 한 김정희가 조사해서 이조시대 무학의 비가 아니라 진흥왕순수비라는 걸 발견했죠. 거기 쓴 문구(文句), 고유명사, 관직, 지역, 지명, 이런 것을 따져본 거죠. 그리고 함경북도 마운령비, 황초령비가 있어요. 거기까지 신라의 경계였어요. 네 개가 있어 사산비문이라 하고 석문으로서는 오래된 것인데, 이거보다 더 오래된 것이 있다면 뭔가? 그게 바로 광개토대왕비입니다.
광개토경평안호태왕(廣開土境平安好太王)11), 호태왕비라고도 하는데 원 이름은 이렇게 길어요. <널리 국토의 경계를 넓힌 평안한 좋은 태왕의 비>라는 뜻이죠.
저 비석의 글자 하나가 커요. 이렇게 큰 글자는 없거든요. 금속에는 조그맣잖아요. 이렇게 큰 게 무려 1800자입니다. 비문이라면 그저 200자 미만입니다. 이렇게 큰 자로 뚜렷하게, 고구려 중창의 역사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일본과의 관계, 숙신과의 관계, 백제 신라의 관계 등 국제관계가 다 여기 들어 있어요. 그리고 철학이 들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기본적인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내용입니다.
어떤 철학가도, 경제학자도, 언어학자도, 글씨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 광개토대왕비가 최고예요. 우리나라에 추사가 글씨 잘 쓴다고 해도 여기는 못 따라와요. 중국사람도 못 따라와요. 깜짝 놀래요. 크기도 그렇지, 내용도 그렇지, 글씨도 좋지. 그리고 웅장해서 전세계를 놀라게 해버렸거든요. 중국도 일본도 꼼짝 못해요. 이렇게 웅장한 비가 서 있는데. 여기 일본에 관한 기록이 있으니까 일본이 본국으로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것도 자기들이 유리하게 해석해 가지고 <고대의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다는 증거가 광개토대왕비에 있다> 이렇게 선전했죠. 그런데 워낙 크고 무거우니까 가져갈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어디 있냐 하면 압록강 건너 만포진 건너편, 집안현 통구라는 옛날 국내성(고구려의 서울)근처에 있어요. 거기에 광개토대왕릉이 있고 떨어져서 이 비가 커다랗게 서 있어요. 이렇게 귀한 것을 갖고 있는데, 우리 역사교육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고구려가 망한 후에 고구려 후손들이 다시 나라를 세운 것이 발해(渤海)죠. 발해 역사가 300년 가까이 되거든요. 그러면 고구려 700년에 발해 300년 더하면 근 1천년입니다. 발해 남쪽에는 신라가 있었고 나중에 통일했죠. 통일신라가 200여년 정도되니까 신라도 한 900년 됩니다. 이렇게 우리 한민족 북쪽에는 고구려, 발해가 있고 남쪽에는 신라, 백제가 있었어요. 그러면 남북조시대라 이렇게 불러야 되는데, 지금 신라통일기12)라고 가르치고 있거든요. 잘못된 겁니다. 수정해야 돼요.
그리고 발해문화라는 게 굉장히 좋습니다. 거기도 왕들이 전부 연호가 있어요. 독립국가가 아니면 연호라는 게 없죠. 조선조 500년 동안 28대 왕이 있었는데 연호가 없잖아요. 일본에는 뭐 소화, 대정, 명치, 평성, 이런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구려 발해에는 다 있거든요. 독립국가였지 예속국가가 아니죠. 최근 동북공정이니 뭐니하는 건 엉터리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저건 나중에 역사적인 치욕을 받을 겁니다. 그런 억설로 되는게 아니거든요.
남북조시대에 우리 민족에게 가장 뚜렷하고 최상의 것으로 중국에서도 인정하는 것이 바로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예요. 414년에 선 고비(古碑)입니다. 한두 글자도 아니라 판독할 수 있는 것만 무려 1700여자예요. 일본인들이 불리한 부분은 많이 깼어요. 그렇게 위대한 비가, 고구려가 망하고 발해가 망한 후에 땅속에 묻혔어요. 그 후에 재발견된 것이 강화도 병자수호조약을 한 1876년입니다.
한국역사가 굉장히 기구합니다. 구한말에 18세기 전부터 서세동점이라고, 서양의 세력이 동쪽으로 오죠. 서양사람들이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후에 점점 세력을 갖고 세계적으로 식민지 개척에 나섭니다. 중동지방, 아프리카 지역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남쪽으로 들어와요. 동남아시아라는 건 전부 서양 세력권에 들어가요. 인도는 400년 동안 영국 식민지가 되었잖아요? 월남도 프랑스령 지배를 받고. 그리고 중국으로 올라와요.
중국은 말이죠. 천하의 중심국이고 다른 민족은 다 야만이라고 해서 큰 소리를 하지만 서양 세력을 당해낼 수가 없단 말이죠. 서양사람들은 벌써 과학적으로 군함을 가졌지, 대포를 가졌지, 그리고 여러 가지 자본도 많이 축적돼 있죠. 힘이 있다 말입니다. 중국에 와서 뭘 하냐면 아편을 파는 겁니다. 동남아에다 아편을 심어서 중국에 갖다 팔아먹어요. 그럼 중국사람들이 이걸 사다가 늙은이고 젊은이고 다 그걸 피우면 정신이 썩어버려요. 그러면 나라를 점령하는데 문제가 없죠. 애국심이고 자주성이고 아무것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강경정책으로 차단을 합니다. 그러니까 영국사람들이 대포를 끌어다 놓고 전쟁을 일으켰어요. 이 아편전쟁에서 1842년 중국이 항복했어요. 남경조약을 맺죠. 어떡합니까. 홍콩 내놔라, 마카오 내놔라, 샹하이 내놔라, 서반아고 불란서고 영국이고 전체가 들어와서 안 줄 수도 없고 중국이 절단 났다 말입니다. 이것이 식민지 쟁탈이죠.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또 한국으로 들어오거든요? 러시아 군대는 내려오고, 중국은 지배하려 하고, 미국은 밑으로 오고…. 영국이 오고 독일도 오고. 한반도의 구한말이라고 하는 것은, 서양사람들의 사냥꾼 놀이터와 같아요. 우린 국방력도 없고 경제력도 없고 다 없어요. 그런데 한반도를 뺏어먹으려고 서로 싸우는 거에요. 세계전쟁13)이라는 게 여기서 다난 것입니다. 1차 대전의 근원이 되고. 이렇게 세계전쟁의 단서가 한반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한국은 제쳐놓고 저희들끼리 싸우는 거예요. 일본과 중국이 먼저 싸워요. 청일전쟁. 중국이 졌죠. 또 러시아하고 일본하고 싸움이 나는데 러시아가 지죠. 그러니까 일본이 <더 이상 아무도 손대지 마라> 하고 운양호라는 함대가 한반도로 오죠. 이때 미국의 샤만호가 옵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외교하자고 왔어요. 또 서학을 가지고 오죠. 서학이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서양의 과학입니다. 천문, 지리, 측량, 역사, 수학, 다 가지고 와요. 그건 좋거든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종교가 들어와요. 천주교.
처음에는 실학파14)들이 좋아했어요. 그런데 자꾸 들어가보니까 종교가 있거든요. 종교인데 가치관이라는 게 전혀 우리하고 다르다 말입니다. 우리 종래의 믿던 신앙하고. 가령 관혼상제에 대해 조상숭배라는 건 우상숭배다, 장사 지낼 때 제청을 놓는 건 우상이다, 이런 식이에요. 신주를 갖다가 불을 놓고 말이죠. 우리 전통적 가치에 대해 도전을 해오니까, 처음에는 환영하다가 나중에 배척했어요. 중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그때 여기서 척사(斥邪)라는 말을 썼어요, 간사한 걸 배척한다. 그리고 정당한 우리 정통을 호위한다. 해서 척사위정15)이라고 그래요. 우리것을 잘 보호하고 간사한 외국의 사교(邪敎)를 배척한다.
그리고 나니까 천주교에서는 이건 박해다, 종교에 대한 박해다, 해서 천주교 박해사라고 썼습니다. 그럼 척사위정이 옳으냐, 박해사가 옳으냐. 아직 해결 안 됐어요. 종교간의 대립은 지금도 싸우잖아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이건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과제예요. 처음엔 척사라는 말을 썼지만 나중엔 척양, 척왜다 했어요. 왜냐하면 서양 세력이 군함, 대포를 끌고와서 공격을 하니까 서양사람 배척한다, 일본 군국주의를 배척한다, 했는데 그래도 오거든요. 대원군이 1787년에 쇄국(鎖國)을 했죠. 못 들어온다, 관계 안한다, 문을 막았거든요. 그리고 전국 거리마다 척화비16)를 세웠어요. 절대로 서양이나 일본사람하고는 화해할 수 없다, 배척한다.
헌데 대포를 가지고 와서 막 쏘아대고 하니까 문을 안 열 수가 없죠. 1875년 일본의 운양호 사건으로 한국이 굴복했어요. 그때 병자 강화도 조약을 맺는데 이게 수호조약17)이에요. 불평등조약입니다. 이 해에 척화비를 다 철거했어요.
조약이나 계약이란 평등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 인정돼요. 불평등계약이라는 건 원래 무효예요. 그건 현재도 마찬가지죠. 병자수호조약을 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 썼어요. 일본사람은 부산만 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디든지 군함이 정박할 수 있다. 또는 일본사람에게 잘못된 사건이 생기면 일본재판소에서 하지 한국재판소에서는 못한다. 쭉 조항이 있는데 전부 불리한 조건만 해서 조약한 거예요. 그러나 일본사람들한테 꼼짝 못하죠. 그렇게 되는 때니까 말이죠. (중략) 이러한 소용돌이가 바로 한국근현대사라고요.
그러니까 1876년인가 병자수호조약 후에, 일본의 공군대위인가 사까와라는 사람이 일행을 데리고 만주를 시찰했어요. 정보를 수집해 그쪽으로 세력을 뻗치려고 하는 거죠. 그때 만주를 돌아다니다가 집안현에 가요. 소문을 들어보니까 <옛날 고비가 여기 있다.> 그래 쫓아가보니 흙속에서 일부는 겉이 드러나 보이는데 딱 보니까 이게 고구려 광개토왕비였죠.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일본에 유리한 얘기가 있거든요. <일본사람들이 백제와 신라를 공격해서 신민을 삼아가지고 지배했다.> 기록이 그런게 나온단 말이죠. <야, 이거 참 좋다. 아, 옛날에 1500, 1600년 전부터 지배한 사실이 여기 있구만. 야, 이거 됐다.> 그래가지고 몰래 사람을 사서 탁본18)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모를 때 일본이 그걸 가지고 가서 한 5년 연구를 했어요. 해서 회여록19)이라는 책에 그걸 발표했어요. <일본 사람이 한국을 점령한 사실이 광개토 큰 대(大)문자 속에 있더라.>
아, 이걸 한국사람들이 들어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거든요. <아, 이게 어떻게 된건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서 연구하게 되었단 말이에요. 최남선, 독립운동하던 신채호, 정인보, 유명한 사람이 다 그 책을 봤어요. <역사적으로 일본사람이 한국을 지배한 일이 없는데 어째서 그 비에 그렇게 써 있냐.> 역사적으로 일본사람이 한국에 식민지를 두고 지배한 일이 없거든요. 가만히 보니까 비를 잘못 해석했다 말입니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은 거죠. <아, 이건 해석이 틀렸다.> 그래가지고 정인보씨가 1930년에 한문으로도 쓰고 한글 겸해서도 썼고, 1955년에는 순한문으로 백낙송 선생 회갑기념논문집에 썼어요. 한글로 쓴 거로 1930년에 연희전문학교『 조선문학』20)이라는 논문집에 쓴 반박논문이 유명해요.
한국사람들이 쓴 글이 정인보씨 설을 넘어가지는 못해요. 정인보씨 설안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 거지. 그런데 이걸 반박한 사람이 누구냐? 중국학자예요. 중국사람은 일본사람의 설도 거론하고 한국의 정인보 선생설도 반박하는 거예요. <제3자가 그렇게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어법과 논법이 아니다>며 전부 들어서 설명했어요. 중국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정인보설을 부정해요. 권위있는 최고 권위로 생각했는데 그걸 부정하거든요. 일본사람이 주창한 걸 반박한 이론인데 그걸 부정하니까 어떻게 돼요? 그럼 중국사람이 말하는 걸 다시 이론으로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이때부터 내려온 게 120여년 됐잖아요. 그 싸움이 말이죠. 중국의 한문 대가들, 일본의 최고 학자들 해서 광개토대왕비에 대해 쓴 것이 여기 지금 쭉~ 목록이 나왔는데 이렇게 많아요. 한국에도 최남선 이하 최고 학자만 쓰는 거예요. 결론이 안 나요. 특히 중국사람이 공격한 걸 설파해낼 수 있는 이론이 안 나왔어요.
저는 한국철학을 하는 사람인데, 광개토대왕비에 철학사상이 많은데 연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했네 안했네, 정치군사적 얘기만 하지 여기에 들어 있는 기막힌 철학에 대해 누구도 전혀 접근을 안한단 말예요. 한국철학사를 정리하는데 광개토대왕비만한 좋은 자료가 없고, 이런 대(大)문자가 없고, 금석에 써 있으니까 이런 확실한 게 없는데, <이걸 해야겠다>고 보니까 중국사람 주장, 일본사람 주장, 한국사람 주장, 내가 전체를 쭉 놓고 보니 알겠더라구요.
그러면 여기서 기본적인 문제가 뭐냐.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제가 쓴 제목이 말이죠.「 광개토대왕비문을 통해서 본 한국고대사상의 원형탐구」
- 광개토대왕 비문 자체만 연구한 게 아니라 비문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한국고대사상의 원형(元型=Archetype, 현상을 발생시키는 근본유형)이 뭐냐? 한국사상이라고 하는, 중국사상이나 일본사상이나 서양사상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그것이 뭐냐? 그걸 탐구하겠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가치관, 사유방식의 특징이 뭐냐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이 고비(古碑)를 둘러싼 싸움에 대한 견해와 또 하나는 이것을 통해 본 한국고대사상의 특징이 뭐냐하는 것.
글씨를 놓고 보면 중국사람 글씨, 일본사람 글씨, 한국사람 글씨가 다 달라요. 옛날에 쓴 것 다르고 지금도 다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상도 중국적 사유, 일본적 사유, 한국인의 사유를 가를 수 있다고요. 고대에도 그렇고, 중세에도 그렇고, 현대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렇고, 한국사람의 사고다 하는 유사성이 있다고요. 그러니까 우리 한국적 사유의 원형을 <광개토대왕비라는 1600년 전에 기록한 걸 가지고 고대도 보고 현대도 보고 미래도 조망하겠다.> 그 소리입니다. 쉬운 얘기가 아니죠.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한 얘기죠.
[마무리글]
지금 우리한테 남북문제도 있고 세계문제도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가는게 옳은 거냐. 타당한 거냐. 그 향방이 어디로 가야만 정당한가. 이것을 시사하려는 거예요. 먼저 비문에 대한 지금까지의 오류, 잘못된 것, 어떻게 읽는것이 정당한 판독이냐 하는 문제를 얘기하고, 그 다음에 우리나라 고대사상의 기본문제를 얘기하겠습니다.
1)광개토대왕비: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있는 고구려 19대 광개토대왕의 비석 호태왕비라고도 하며 광개토대왕의 위업을 기리고자 건립.
2)세종실록: 조선 세종(재위 1418∼50) 재위기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기록한 책
3)삼국유사: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 일연(一然: 1206∼89)이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유사(遺事)를 모아서 지은 역사서
4)삼국사기: 1145년(인종23) 경에 김부식 등이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를 담은 역사서
5)사기(史記): 사마천이 오제(五帝) 시대부터 한나라 무제 시기의 중국과 그 주변 민족의 역사를 포괄하여 저술한 역사서
6)25사: 중국 역대 왕조(王朝)의 정사(正史)로 인정되는 24종류의 사서(史書)
7)역사는 통치자가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 평가되는 것이다.
8)한서지리지: 후한의 반고가 편찬한 전한 왕조 1대 역사를 기록한 한서 중의 한 편
9)고대 한민족의 활동영역은 한반도 이북지방인 산동성, 만주, 요동지방
10)진흥왕순수비(眞興王巡狩碑): 신라 진흥왕이 국토확장과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세운 기념비. 552년에 세웠으니까 1510년 전에 가까우며 창녕비 북한산비 마운령비 황초령비 등 4개가 있다.
11)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비(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碑): 널리 국토의 경계를 넓히고 백성을 편안케 하신 호태왕의 비라는 의미로 아들 장수왕이 414년에 세운 비석으로 높이 6.3미터, 무게 37톤, 한문 1800자로 이루어져 있다. 고구려 역사 뿐만 아니라 당시 국제관계와 철학 등 고대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담겨있다.
12)통일신라시대는 남쪽은 통일신라, 북쪽은 발해가 지배하는 남북조시대로 표기해야 한다.
13)제1차 세계대전 발발의 근원, 세계열강들의 싸움터가 된 한반도
14)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국력배양을 주장하는 실학파 대두. 서양 학문과 함께 들어온 종교로 인해 동서양의 가치관 대립을 야기
15)척사위정: 조선후기 외국의 세력 및 문물이 침투하자 이를 배척하고 우리 전통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일어난 사회적 운동
16)척화비: 조선 고종 때 흥선대원군이 양인(洋人)을 배척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세웠던 비석
17)병자수호조약: 조선 고종13(1876)년에 일본과 맺은 수호조약으로 강화도조약이라고도 한다. 외국과 맺은 최초의 수호조약으로 불평등조약이었다.
18)광개토대왕비를 발견한 사카와는 왜(일본)가 1600년전 백제와 신라를 공격해 신민(臣民)을 삼았다고 왜곡하기 위해 비문의 탁본을 일본으로 가져가 연구
19)『회여록會余錄』: 1889년 육군 참모본부 소속 편찬과에서『 회여록』 5집 에 광개토 왕릉비문 내용을 날조하여 게재함으로써 일반에게 알려짐. 최남선, 신채호, 정인보 등 한국 학자들이 광개토대왕비문 해석에 오류를 발견.
20)일본의 광개토대왕릉비 왜곡에 대해 정인보선생이『 조선문학』 논문집을 통해 반박했다. 그후 광개토대왕 비문 해석에 대한 한중일 삼국 학자들의 논쟁은 120여년 동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개토대왕 비문에 대한 논쟁은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만 이뤄지고 철학적인 내용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구려의 건국은 기원전이죠. 신라도 그렇고 백제 역시 기원전입니다. 고구려를 건국한 사람이 추모왕*이죠. 그런데 고구려 통치이념이 굉장히 좋아요. 오늘날 봐도 통치 철학이 그거 이상 갈 수가 없을 만큼. *고주몽(BCE 58~BCE 19) 고구려의 개국시조, BCE 37년 고구려를 건국했다.
*고주몽(BCE 58~BCE 19) 고구려의 개국시조, BCE 37년 고구려를 건국했다.
추모왕이 1세 왕이라면, 광개토대왕은 19세 왕이예요. 적어도 한 400년 내려왔죠. 그런데 중요한 게, 광개토대왕비에는 기원전에 있던 추모왕에 대한 건국의 정의와 통치의 기본이념에 대해서 썼어요. 그 기록을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볼 수 있는데 굉장히 좋아요. 그 첫머리를 간단히 하나 읽어보면요. [번역문 읽기]
추모왕이 통치철학을 얘기하는데, 이도여치*, 이 세상을 다스리는데 힘으로 다스리면 안된다. 군대로 권력으로 다스리면 안된다. 욕심으로 다스리면 안된다. 세력으로 다스리면 안된다. 수레 여(輿) 자인데, 이 지구를 여라고 그래요. 이 세상을 도로써 다스리라. 대단히 좋은 말씀입니다. *이도여치(以道輿治): 도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고조선의 건국이념 중 하나.
*이도여치(以道輿治): 도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고조선의 건국이념 중 하나.
나는 하늘의 아들이요, 어머니는 하백이라는 물의 신이 있는데 그 따님이 우리 어머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을 내 아버지로 하고 땅을 어머니로 이 세상에 난 추모왕이다. 사고가 다르죠.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러니까 종교 아닙니까? 아, 조상의 아들이라고 그러지, 하나님의 아들이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하늘의 아들이라고 그러잖아요.
하늘은 나를 낳은 근원이기 때문에 그건 아버지요 할아버지요. 그러니까 하늘은 선생이라고 못해요. 선각자나 뭐 진리라 해도 안돼요. 나를 낳았으니까 아버지지. 사람에 대해서는 하늘이고, 아들에 대해서는 아버지. 하늘에 있는 아버지요, 땅에 있는 사람의 아들이라. 그래 father of heaven, son of man. 이렇게 된 거거든요. 성경이 이 이상 넘어가지 않죠? 단순한 얘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느냐.
이 세상을 다스리는데 도로써, 로고스죠? 도로써 다스려라. 그리스도도 나지 않은 기원전인데, 도로 다스려라 그랬잖아요. 광개토대왕의 호가 영락이거든요. 영락대왕이라고 그래요. 영락사해*라. 사해(四海)라는 건 세계를 뜻해요. 사해동포라면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포함되요. 이 세계를 영원하게 낙원으로 만들리라.
*영락사해(永樂四海): 영원히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나타난 고주몽 성제의 건국이념
더 이상이 없죠? 세계화가 이와 다른가요? 같은 얘기죠. 어떻게 해야 되는가. 진리로 다스려야지 힘으로 다스리면 안돼요. 로케트로? 경제력으로? 안되요. 도로써 진리로 다스려라. 영원토록 사해를 낙원으로 만들리라. 그게 정치의 모토예요. 우리나라가 남을 지배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사실 오늘날같은 세계화 시대에 이 철학이 필요한 거죠? 이게 얼마나 좋아요? 아 요한복음이 다른거 아니잖아요. 제1장 봐요. 태초에 말씀이 있었는데, 그 말씀이라고 번역했지만 로고스거든요. 근데 중국 성경에는, 태초에 유도有道하니, 도가 있으니, 그냥 도라고 새겼어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는 자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 성경 그대로 아닙니까.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그랬지, 하늘의 이치라고 하지 않았죠? 우리 아버지는 하늘이요, 나는 하늘의 아들이다. 우리 아버지는 하늘이다. 아버지라고 불렀잖아요. 이걸 자꾸 보면요. 하나하나 깜짝깜짝 놀랄 얘기가 막 쏟아져나와요. 오늘날 하는 얘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죠.
그러면 우리가 이런 철학이 있는 걸 아는데, 여기서 문제되는 구절이 뭐냐 하면, 지금 내가 여기 써놨어요. 똑같은 원문인데, 일본 사람들은 해석하는 게 달라요. 한문은 구두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서, 구절 떼는 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거든요. 그럼 일본 사람들은 점을 어디다 찍느냐.
탁본은 ①판독이 먼저 중요하고 ②그 다음에는 점을 어디다 찍는지 구두점(본지에서는 띄어쓰기로 하였음-편집자주)이 중요하고 ③그 다음에는 해석이 문맥이나 논리에 맞아야 되고 ④동시에 역사적인 사실하고 일치해야 돼요. 왜? 비문은 역사적인 사실의 기록이니까. 중국, 한국, 일본 역사의 사실이 거기에 나와야 되거든요.
=>백제와 신라는 예부터 고구려의 속민이다. 왜냐? 고구려 세력이 컸거든요. 신라도 조공을 바치고 백제도 조공을 바쳐서 속민이다. 유래조공이, 속민이 된 유래로 조공을 바쳐왔는데, 왜(일본)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서, 파는 동사예요. 파했다. 백제와 신라를 □□ 파괴하고 깨부수고, 이위신민이라. 신민을 삼았다. 육년병신이라는 건, 신묘년은 광개토대왕 1년인데 신묘 임진 계사 갑오 을미 병신 하니까 병신년은 광개토대왕 6년이거든요. 그래 6년 병신에 왕이 궁설수군하야 토리잔국, 여기 이로울 이(利) 자를 써요. 이게 잘 안 보이는데 이(利) 자 써가지고 토리잔국, 그리고 군공취… 이렇게 해석을 해요.
[#*일본 측은 광개토대왕 비문의 조작과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았다.
=>백제와 신라는 옛적부터 고구려의 속민이다. 그런 유래로 조공을 바쳐왔는데, 일본이 침략해왔기 때문에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바다를 건너가서 일본을 파했다. 도해파의 주어를 고구려로 봐요. 그래서 백잔이, 백제가 일본하고 통하거든요. 왜하고 같이 연합해서(연침) 신라를 침략했다. 신라가 이위신민, 고구려의 신민이었는데 일본이 침략해오기 때문에 왕이 6년 병신에 직접 군대를 이끌고 백제를 공격했다. 이렇게 해석해요. 토리잔국이라, (백제를 때리고) 신라를 이롭게 했다. 정인보씨가 이렇게 해석했거든요.
*정인보(鄭寅普, 1893~1950): 일제가 날조한 역사를 배격하고 우리의 역사 속에 흐르는‘ 얼’을 강조하는‘ 얼사상’을 주장했던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
일본의 해석으로 보면, 일본 사람이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서 백제 신라를 쳐부수고 신민을 삼았다고 했으니까 이것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다는 것이 광개토대왕 대문자에 써 있지 않느냐. 임라일본부를 뒀다는 일본 기록도 거짓말이 아니고 이것이 증명해준다. 그러니 오늘날 한국, 만주 지배해도 이상할 게 아무것도 없다. 옛날에도 그랬지 않느냐. 이렇게 제국주의 이론을 뒷받침했다고 보는 거에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런 사실이 없는데 일본 사람이 이렇게 해석하고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하냐. 최남선 씨 같은 이는 이렇게 따라가고 말았어요. 반대하고 나선 게 우리나라의 애국지사 신채호, 정인보 같은 양반이죠. 그런데 정인보 씨가 다시 읽은 비문 해석은 무리한 게 많거든요. 토리 할 때, 백제는 때리고 신라는 이롭게 했다, 이렇게 주어와 목적어가 불분명한 그런 해석이 있을 수 없지 않느냐 하고 중국 사람이 공격을 한다 말이에요.
야,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요새 꽤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격을 해오는데 야단났다 말이여. 하지만 일본 사람이 백제 신라를 공격한 사실이 없죠? 오히려 뭐가 있냐? 광개토대왕비에 광개토대왕의 업적이라는 데를 보세요.
-영락 5년 을미(乙未)에 비려를 정복
-영락 6년 병신(丙申)에 왜와 백제를 정벌
-영락 8년 무진(戊辰) 식신을 정벌
-영락 9년 기해(己亥) 평양을 순수
-영락 10년 경자(庚子) 신라를 구원하고 왜구를 정벌
-영락 14년(404) 왜와 잔(殘, 백제)을 정벌
굉장히 많이 쳐부셨어요. 저 잔(殘) 자는 쇠잔할 잔 자, 못된 놈, 괴뢰정부 같은 놈. 고구려하고 백제는 사이가 아주 나빠요. 어머니만 다르지 아버지가 같은 형제인데 이렇게 웬수예요. 이름도 잔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왜놈과 같이 아주 경멸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이 여지없이 당하기만 했는데 무슨 식민지를 둬요? 이건 아니다. 이렇게 해석하면 안된다.
그런데 일본 해석은 말이죠. 백제와 신라를 파하고 신민을 삼았다 그러거든요. 한문법에, 이 써 이(以) 자가 없으면 위(爲)신민, 신민이 됐다. 이렇게 되요. 그러나 이위(以爲)하면 신민을 삼으려고 생각했다 이거에요. regard to, think to, 그렇게 기도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신민은 아니지만 신민 같이 취급했다. 신민으로 여겼다.
일본어로 오모에라쿠おもえらく(思えらく, 以為·意·謂, 생각컨대 생각하기를), 그건 실지로 한 게 아닙니다. 그렇게 여겼다. 자꾸 와서 제 나라 백성 같이 뺏어가고 집어가고 부녀자 약탈하고 그렇게 했다. 일본에서 공부했으면 알게 아니예요? 문법을 분명하게 새겨줘야 되요.
이위신민以爲臣民 -신민으로 삼으려 하였다
위신민爲臣民 -신민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이 쓴 『會餘綠』(회여록)에는 말이죠. 이위신민以爲臣民에서 이(以) 자를 빼내버리고 위신민爲臣民, 신민이 됐다, 이렇게 썼다고. 다른 사람은 그것도 지적을 안해요. 원문에 써 이(以) 자가 있는데 왜 빼내버리고 신민이 됐다고 그러냐. 신민이 됐다는 걸 강조하려고 문자까지 빼내버려가면서 얘기하는 그런 얘기를 왜 들어요? 너희는 문장도 못 읽는 거 아니냐. 이위신민하고 위신민은 전혀 달라요.
일본 사람들이 관학자들, 어용학자들하고 『會餘綠』(회여록)을 가지고 5년 동안 광개토대왕비 비문을 고쳤어요. 어떻게 하냐면 돌로 깨고서 여기에 백회, 석회를 발라가지고 굳잖아요. 그럼 글자를 만들어요. 그래가지고 탁본을 했다고. 그러니까 일본에 유리하게 글자를 전부 조작하고 만들어서 책을 낸 거에요. 지금도 광개토대왕비 현지에 가보면 회 바른 자취가 허옇게 있어요. 저희 비위에 맞도록 글자를 조작한 부분이야. [회 바른 자취그림 참조]
토리잔국討利殘國 -
토왜잔국討倭殘國 -왜와 백제를 쳤다.
이게 왜(倭) 자인데 이로울 이(利) 자를 만들어놨다고. 정인보 씨는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거든요. 일본이 해놓은 걸 가지고 문장만 해석하는 거지, 실지 원석탁본을 봤느냐 할 때는 못 봤다고.
정인보 선생이 왜(倭) 자를 이로울 이(利) 자로 보아 토리잔국(討利殘國)으로 보고 나니까 고구려가 왜를 친 구절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도해파渡海破에서 고구려가 쳤다고 억지로 갖다 붙였는데 무리가 됐다 그 말이죠.
저게 벌써 백수십년 되었잖아요. 그런데 수십년간 얼었다가 녹았다가 하니까 석회 바른 게 떨어졌거든요. 아 그랬더니 원형이 나왔다고. [vod사진] 보니까 요 대목에 토□잔국 군□□ 이럴 때 잔/국/군 보이잖아요. 자, 지금 이거 보세요. 이 왜(倭) 자가 원 광개토대왕비에 있는 글자에요. 이 탁본을 보면 분명히 드러나요. 주은태라고 하는 사람이 탁본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일본이 이걸 깨서 잘 안 보여서 그렇지, 요 대목에 여기가 토 자, 입 구 하고. 여기 잔 자, 나라 국 자, 군사 군 자. 여기 글자를 깼다고. 이로울 리(利) 자 없잖아요. 이거[亻]만 조금 보이죠? 토□잔국 討□殘國 할 때 여기 인(亻) 변이 분명하게 딱 보이죠? 이것이 이 왜(倭) 자와 같다구요. 요 형상이 여기 보이는 거야. 그러니까 토왜잔국, 일본과 백제, 두 나라를 쳤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요 남은 글자 갖고 리(利)로 읽은 사람이 있느냐. 지난 120여년 동안 중국, 한국, 일본에서 광개토대왕비를 연구한 학자가 천명도 넘을 텐데 리(利) 자로 본 사람이 없어요. 혹시 깨진 후에는 벌(伐) 자로 봐요. 인(亻) 변은 보이니까, 정벌해 토벌했다 이렇게 본다고.
토벌잔국討伐殘國 -왜와 백제를 토벌했다.
그런데 비문에서 토(討) 자만 써도 다 된 거지, 벌(伐) 자까지 안 써요. 한 글자 한 글자 공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복해서 안 써요. 다른데 다 그렇게 했거든요. 토벌, 토멸, 뭐 여러 가지 해석이 있는데, 왜(倭) 자로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내가 얘기하는 거에요. 왜와 백제를 쳤다. 그래서 왕이 일본 소굴에 이르러서 공취일팔성이라. 여러 개 성을 공격했다. 논리도 맞고 사실에 맞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옳다 그 얘기입니다.
이것도 내가 읽었어요. 증명이 다 돼요. 괜히 주창하는 게 아니예요. 그런데 이형구는 왜(倭) 자가 후(後) 자다. 올 래(來) 자가 아니고 아니 불(不) 자다. 여기 도해파 할 때 건널 도(渡) 자가 아니고 공(貢) 자다. 그리고 바다 해(海) 자가 아니고 인(因) 자다. 그러면 이렇게 읽는 근거가 어디 있어요?
=>(백제와 신라는 예부터 고구려 신민인데 조공을 바쳐왔는데)
그 이후에 신묘년부터 조공을 바치지 않음으로 인해서 백제를 쳤다. 백제를 파하고, 백제가 왜구와 같이 연합해서 신라를 공격해서 신민을 삼았다.
*1981년 이형구(李亨求)는 비문 자형(字型)의 짜임새[結構], 좌우행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자체(字體)의 불균형 등을 들어, '倭'는 '後'를, '來渡海破'는 '不貢因破'를 일본인이 위작(僞作)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형구,『 한국 고대 문화의 비밀』, 새녘출판사 2012개정판, 239쪽 참조)
일본이 조작했다고 지적하는 건 말할 수 있지만 비문 해석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납득되는 근거가 있나요? 문법에도 맞지 않고 문리에도 통하지 않는다고 중국 학자가 공격을 해요. 우리로서는 이렇게라도 됐으면 좋겠지만, 논증의 실재 근거, 시각적으로 논리적으로 또 실증적으로 역사적으로 사실에 맞아야 되는데 조금 무리라고요. 그러면 내가 지금 얘기하는 건 뭐냐?
백제와 신라는 옛부터 고구려의 속민이다. 그 연후 이래로 조공을 바쳐왔는데, 그랬는데, 이(而)는 접속사에요. and도 되고 but도 되고 therefore도 되고 그래요.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을 연속시키는 접속사 역할을 해요.
이신묘년내, 신묘년 이래로. 중국말에는 이래(以來)라고 붙일 수도 있지만 떼어 가지고 이렇게 넣기도 합니다. 제외할 때, 제외(除外)라고 붙여쓰지 않고 제□□외 이렇게도 쓴다고요. 여기 중국서 공부하신 분 있나요.
도해, 바다를 건넌다는데 이건 바다 해(海) 자가 아니에요. 바다 해로 보면 글자가 안 되요. 이 줄을 보세요. 삼 수(氵) 변이 줄 바깥으로 나가 있거든요. 가령 다른 데에는 사해라 할 때, 줄을 딱 맞춰서 사각형 안에 들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떼고.
왜가 신묘년 이래로 바다를 건너 매양 파했다. 백제와 신라를 파했다. 신묘년에서 병신년까지 6년 동안 자주, 매양, 바다를 건너와서 신민을 삼으려고 했다. 삼은 게 아니고 집적거리고 해적질로 약탈했다 그말이예요. 그러니까 6년째 병신년에 광개토대왕이 직접 몸소 수군을 이끌고 토왜잔국이라, 왜잔국을 쳤다. 고구려가 백제를 치면 수레를 타고 가지, 왜 수군을 끌고 가요? 일본을 치니까 수군을 끌고 갔죠? 왜잔국, 왜는 일본이고 잔은 백제에요. 둘을 다 쳤다.
주은태 탁본이 최근에 나온 건데 여기가 이를 지(至) 자거든요. 삼각형하고 흙 토 한 거, 맞죠? 그 다음에 희미하게 보이는 글자, 웅뎅이 과(窠) 자에요. 새들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아서 소(宵)라고 하고 동물들은 굴을 파고 속에다 웅뎅이를 만들어서 과(窠)라고 해요.
그리고 다음 글자를 아무도 못 읽어요. 혹 읽으면 남녘 남, 머리 수, 길 도, 뿔 각, 이렇게만 읽고 이걸 구(臼)라고 못 읽어요. 이게 방아 찧을 때 밑에 돌 절구 쑥 들어간 거 있잖아요. 이게 절구 구(臼) 자라고. 그러면 뭐냐? 과구인데, 이 말은 소굴이라고, 왜놈의 소굴. 그때 왜놈은 나라도 아니예요. 해적이니까 왜적, 왜구, 도적 구 자, 도적 적 자, 소굴. 이렇게 말했죠. 그러니까 왜놈 소굴에 가서 18성을 공격해 쳤다 그렇게 쓴 거에요.
=>6년 병신에 왕이 몸소 수군을 이끌고 왜국과 백제잔국을 토벌하여
고구려 군대가 왜놈들 소굴에 이르러 공격해서 18성을 취했다.
그리고 백제의 58성을 취했다. 뒤에 나와요. 이렇게 해석해야 옳다. 그러니까 저 18성은 일본의 18성이예요. 지금까지 이걸 왜(倭)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고, 구(臼) 자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이렇게 하면 앞뒤가 꼭 맞지 않아요? 내가 해석한 겁니다. 아마 역사적인 사실하고 논리하고 꼭 맞으니까 이건 중요한 발견이 될 거예요. 수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이것은 언순이정하고,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고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문제는 말이죠. 제가 철학적으로 어떻게 보는가 하는 건데, 다시 얘기하기로 합니다.
지금부터는 광개토대왕 비문의 사상탐구예요. 지금까지는 비문 연구에서 일본이 한반도로 왔네갔네 하는 것만 갖고 싸웠지 비문의 사상탐구를 한 사람이 없어요. 철학적인 정치적인 사회적인 의미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걸 설명한다는 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www.stb.co.kr
惟昔始祖鄒牟王之創基也, 오직 옛날에 시조 추모왕이 창건할 때에
出自北夫餘, 출자 북부여라. 북부여로부터 나왔다.
天帝之子, 천제지자, 천제의 아들이고
母河伯女郞, 모는 하백녀랑이다.
剖卵降世, 부란이 강세라. 알을 깨고 탄생했다.
生而有聖德□□□□. 생이유성덕이라. 날 때부터 성스러운 덕을 가졌다.
여기 보세요. 천생설화.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랬으니 근원이, 생명이 하늘에서 왔죠?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강설은 블라디보스톡 저 북쪽의 사상이에요. 그러면 그것으로 일관해야 하는데 부란이생, 알을 깨고 나왔다 그랬거든요. 이건 난생설화*예요. 난생설화는 남방문화입니다. 씨 심어서 농사짓고 거기서 생명이 나오는 농경족들의 사고인데 그게 여기 들어와 있거든요. 그러니까 북쪽사상도 있고 남쪽의 사상도 있고 둘이 다 있거든요?
*난생설은 여기에만 있지 않아요. 박혁거세가 박에서 났다는 것도 알이고, 동명왕이 알에서 낫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 역사에는 알에서 나왔다는 게 여러 곳에 나와요. 우리말에 씨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씨알머리라고, 생명을 말하죠. 그 씨는 생명의 근원이요, 알인데 그 씨의 알이란 말이죠.
나라를 창조하시는 저 높은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인간을 낳았다. 그러니까 사람 속에는 하늘에서 온 영혼이 있고 땅에서 온 육체가 있어서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가 합해 사람, 나가 됐다. 이것이 사람의 생명이죠. 생명이 하늘에서 왔다고 했는데 실은 알에서 났거든요. 이 포태, 생명이 세포, 줄기세포에서 나잖아요. 그러니까 양지와 음지는 천지라고 말하지만 합치면 포태가 돼서 씨알이 되거든요. 포가 되고 태가 되어 280일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이 세상에 나오니까 부란이생이죠. 그리고 내가 하늘과 땅에서 생명받아 태어났고 태어난 내가 또 생명을 창조하는데 내 씨알에서 자손이 나잖아요. 그러니 씨알이 바로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도 틀림없는 얘기고, 하늘과 땅 음양이 모여서 사람이 됐다는 것도 옳은 얘기죠. 내 생명의 근원이 아버지, 할아버지니까 우리가 조상숭배를 하죠? 더 올라가면 조상은 누굽니까? 하늘이죠? 하늘-할아버지-아버지-나, 이렇게 하늘의 아들이니까 동양은 조상숭배와 하늘숭배가 일치해요.
씨알에서 나왔다 할 때 씨알은 어디 있어요? 내 속에 있거든요. 초월설이 아니라 내재설이에요. 내 생명의 씨알이 내 속에 있잖아요. 그 속에서부터 자손이 나거든요. 끊어지면 안돼요. 아들-손자-증손자, 언제까지 가면 만족하는가? 영원히 가야지 끊어지면 안돼요. 단절되면 안됩니다. 단절을 거꾸로 하면 절단, 절단나면 안돼요. 영원하게 왔고 영원하게 갈 거라고. 그러니까 조상숭배와 자손보호는 한국사상의 핵심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손밖에 없어요. 자나깨나 자손이여. 다른 어느 나라하고 달라요. 그게 신앙이에요. 씨알이거든, 생명의 근원! 나는 죽었지만 내 씨알은 살았으니까 나는 영생한다. 한국 사람이나 이렇게 알지 다른 나라 사람은 이해 못해요. 양자 들여도 그만이고, 없어도 괜찮고, 자기만 살다가면 그만이고. 한국 사람은 안 그래요. 절대 안 그래요. 아버지의 생명은 하늘서 왔고 하늘의 아버지가 시조를 낳고 시조가 나를 낳았으니까 우리는 시조성배하다가 경천애인, 하늘을 존경하고 인류를 사랑한다. 이게 우리 신앙 아니에요? 지구상에 이런 철학이 없어요.
우리는 창세부터 하늘도 숭배하고 땅도 숭배해서, 땅은 올라와서 육체가 되고 하늘은 내려와 영혼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건전한 영혼에, 건강한 육체에, 이래서 영육쌍전(靈肉雙全)이라야 한국사상이지, 영은 대단하고 육체라는 건 있다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건 한국 거 아니에요. 기(氣)과 질(質)과 형(形)과 물(物)이 있어서 물질적이고 기적인 거다 하면 유물론적 사고인데 그러면 육체는 강조하고 기는 강조하지만 이(理)가 없거든요. 그래도 안돼요. 이기지묘합체*라. 이게 한국사상의 핵심이고 고대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그렇죠. 땅에서 온 건 이익이고, 하늘서 온 건 종교인데, 종교를 강조하고 관념을 강조하면 현실이 안되고 현실을 강조하면 관념이 안되는데 유물론자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고 종교주의자는 유물론자를 파격이다 그러거든요. 그거 아니죠? 둘이 다 하나가 돼야 한다. 이것이 한국사상이죠. 통일됐잖아요. 하나는 소유의 문제고 하나는 정신적 가치관의 문제 아닙니까? 싸움할 게 없죠?
*이기지묘합체(理氣之妙合體): 리(理)와 기(氣)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종교와 현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한국사상의 핵심
현대문명은 인간 소외문명이에요. 다른 거 없어요. 생명경시풍조예요. 하나님이 있다면 인간은 종이거든요. 물질도 마찬가지예요. 물질이 많으면 높은 사람, 물질이 적으면 종 아니에요? 물질주의와 하나님주의, 그 싸움에서 우리는 둘다 인정되는 건전한 인간이 돼야 한다. 그게 우리 신앙이거든요. 초창기부터 위에서 내려와서 사람되고 땅에서 올라와 사람되고, 그래서 탐구인세(貪求人世), 홍익인간(弘益人間)* 인간을 유익하게 하려고 왔다! 홍익조선이 아니잖아요. 중국사람은 중화주의로 중국사람이 최고이고 다른 민족은 다 야만이야. 동이, 남만, 북적, 서융, 바바리안, 다 야만들이죠? 중화민족만 아주 문화민족이다 이래요. 서양도 그렇잖아요. 유대민족의 선민사상 있죠. 하나님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고 그 관리자로 유대인 네가 주인공이 돼라. 선민(選民), chosen people, 선택된 백성이래. 그게 구약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모든 창생을 유익하게 하러 왔다. 그 사람이 장애자거나 성한 사람이거나 흑인이거나 백인이거나 늙은이거나 가난한 사람이거나 모든 인간의 생명을 유익하게 하러 왔다! 이런 국시(國是)가 또 어디 있습니까.
*홍익인간사상: 모든 인간의 생명을 유익하게 하고자 했던 고조선과 고구려의 건국이념
일본도 일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그게 일본 학꼬우이찌우(はっこういちう, 八紘一宇팔굉일우. 2차대전 때 일본이 자국의 해외진출을 정당화하는 슬로건으로 사용)예요. 독재국가란 다 그런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안하거든요.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가 모든 생명을 구제하러 왔다. 그러려면 진리로 해야 한다, 도로써 해야 한다. 그러니까
恩澤 洽于皇天, 은택이 흡우황천하고 은혜가 하늘까지 가 닿고
武威 柳被四海, 위무가 유피사해라. 정의가 사해에 뒤덮였다.
정의가 유피사해라, 부정은 제거해야 돼요. 하나는 의(義)고, 하나는 사랑(恩)인데 사랑과 의로움으로 이 세상을 통치해야 된다. 그게 광개토대왕의 통치이념인데 성경이 여기서 벗어납니까? 이 속에 들어 있죠. 그렇게 좋은 사상이 우리 건국정신이고 이념인데 그럼 고구려만 그러냐? 아니죠~! 신라도 그랬고 백제도 그랬고 고대에도 그랬어요.
성군의 정치는 좋은 거죠? 백성을 위한 정치거든요. 그러나 폭군의 정치는 못써요. 폭군은 타도해야죠. 그러면 민주주의는 어떠냐? 수준 있고 양심 있는 국민의 수준이 된다면 좋지만 저열이 모인 국민의 대중의사라면 우민정치밖에 안되는 겁니다. 교육을 받고 수준이 있고 자율적으로 선악을 판단하고 진위를 판단하고 성속을 판단하고 미추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있는 그런 백성이라야 그런 인민이라야 자율적으로 자유를 갖고 행동을 하는 거지, 자율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자유가 보장돼요? 어린애한테 어떻게 자유를 줘요? 미친 사람한테 어떻게 자유를 줘요? 미숙한 사람한테 어떻게 자유를 줍니까? 지도해야지. 그러니 수준이 안 되면 자유를 못 갖는 거예요. 민주주의가 안돼요. 다수의 폭력밖에 안되죠.
가령 신라는 육부촌장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중의에 의해 결정한다. 그런데 일인이 이즉파의라, 한 사람만 반대해도 그 회의는 파해요. 그럼 어떻게 되나. 만장일치를 해야 돼요. 그러니까 표결하기 전에 모두 기도해요, 반석에서. 반석은 움직이지 않는 거거든요. 그리고 본심으로 돌아가요. 그리고 나서 대화를 해요. 그래서 만장일치예요. 그게 화백* 아닙니까. 화백이라는 건 전체가 다 ‘아, 옳죠.’ ‘더 말할 게 있습니까.’ ‘그래야죠.’ ‘암~그렇죠.’ 이렇게 돼야 해요. 하나라도 이의를 하면 안돼요. 진리가 아니면 모든 사람이 승복을 안하거든요. 그게 우리말의 ‘조화’(調和)예요. 육자진언에 ‘만이반메홈’ 있죠. 불교에서 이게 최고인데 여섯 자이지만 이 속에 다 들었어요. ‘아래 아’(ㆍ) 자는 ‘아’도 되고 ‘어’도 되고 ‘오’도 되고 ‘우’도 돼요. ‘아암~!’ 이 소리 하나면 그만이에요. 불교도 그렇고, 말이 다를 뿐 동서양이 본질은 똑같아요. ‘암멘~’(아멘) 다를 게 뭐 있어요? 진리가 아닌데 어떻게 ‘아멘’ 해요? 덮어놓고 ‘아멘’ 하면 안돼요. 진리니까 ‘아멘’ ‘암~, 그렇죠.’ ‘아∼암.’ 문자가 없어도 괜찮아요. 이심전심으로 다 통해요. 고금동서가 따로 없어요. 그러니까 진리 아닙니까?
*화백(和白): 진골(眞骨) 귀족 출신의 대등(大等)으로 구성된 신라의 합의체 회의기구. 국가의 중대한 일들을 결정하고 귀족세력과 왕권 사이에서 권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짐.
이도여치(以道輿治), 도로써 다스려라 그거예요. 우리 사상은 하늘의 뜻에 맞지 않으면 안돼요. 모든 게 그래요. 그걸 천부(天符)라고 그래요. 부(符)라는 건 꼭 맞을 부 자예요. 꼭 맞아야 돼요. 이렇게 두 쪽이 있는데, 하나는 임금이 갖고 하나는 사령관에게 줘요. 전권을 받는 거죠. 증서라구요. 나중에 맞춰보면 꼭 맞거든요. 하나를 잃어버리면 암만 다시 깎아도 꼭 맞지 않아요. 틈이 난다고. 그걸 어음이라고 그래요. 우리말로 에였다는 소리죠. 그게 수표예요. 꼭 맞잖아요. 그걸 부합이라고 그래요. 하늘의 뜻에 꼭 맞도록 정치하라. 환웅이 이 세상에 올 때 천부인*을 가지고 왔다잖아요. 그에 맞도록 정치하라. 네 의사로, 네 감정으로, 네 욕심으로, 정치하지 말라. 이도여치, 도로써 다스려라. 일관해 내려가잖아요.
*천부인(天符印): 국조 단군왕검이 환웅천왕으로부터 받아서 세상을 통치하였다는 세 개의 인(印).
한국 사람들은 정직한 사람을 속으로 숭배해요. 이해관계가 있어 왔다갔다 하지만 시원찮은 사람 있으면 내가 이익을 봐도 저건 틀린 사람, 속으로 반대해요. 만약 정직한 사람 만나면 내가 손해를 봐도 존경해요. 서양 사람은 안 그래요. 이익이 떨어졌어, 그럼 관계없어! 어제 봤어도 오늘 이익과 한계가 다 했어, 그럼 교제가 소홀해져요. 정의로 모인 사람은 절대로 그런 거 없어요. 신의를 지키고 서로가 존경하고 믿고 사랑하죠. 한국의 특징이에요. 그게 지금까지도 쭉 내려오는 겁니다. 배신하면 안돼요. 배신자는 요 다음에도 안 돼요. 지금 이익이 돼도 안된다 그말이여.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 고구려의 건국이다! 아, 그래서 은택이 흡우황천하고 위무가 유피사해라. 정의가 곧 위엄이란 말이에요. 권위와 오만은 달라요. 겸손과 비굴은 다르다구요. 비굴한 건 못써요. 겸손한 건 좋은 거예요. 자중은 좋아요. 그러나 사람이 지나치게 자만심을 가지면 안돼요. 우리의 사고에 이런 게 다 들어 있고, 하늘을 숭배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그런 생각이, 그런 신앙이 있고, 진리를 사랑한다는 대단히 이성적이고 더 나아가 영성*이라는 게 있어요. 우리가 감성, 이성에서 학문을 하는 거지만 우리는 하나 더 높은 게 있어요. 이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으니까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차원이 하나 있다 말이죠.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돼요.
*인간에게는 이성이나 감성적 사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영성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북방의 천신신화와 남방의 난생설화를 겸하여 가지고 있다! 천강설화는 지극히 높은 곳에 생명의 원천이 있다고 보는 초월설이요, 난생설화는 우주의 깊은 속에, 내 속에 생명의 근원이 있다고 보는 내재설인 것이다. 철학에서 초월설이냐 내재설이냐 하는 걸로 싸움이 나는데 우리는 동시에 다 있다! 내재가 즉 초월이고 초월이 내재라 말이여. 그러니까 아주 형이상학metaphysics으로 저 위에 있다고 하지만 그러나 깊은 속에 내재해 있다, 그룬트Grund에 있다. 한국철학은 동시에 있잖아요. 독일이나 불란서의 관념론 철학에 대해서 영미 계통의 경험철학이 서로 분석철학과 실존철학, 생명철학으로 대립하지만 여기에는 하나돼 있잖아요. 이게 대단히 좋은 거죠.
초월설과 내재설 요소가 겸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부여의 영고, 이게 다 뭐냐? 하늘에 제사지내는 경천사상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의식들이다. 경천사상은 이렇게 고대로부터 한민족이 이어온 사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동명왕은 스스로 ‘하늘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이 하늘은 주재적인 하늘(천리가 아님)이고, 만물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인격적 하늘이다. 이 하늘이 나의 조상을 낳고 조상이 아버지를 낳고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것이다. 나의 근원을 찾아가면 조상을 찾아 하늘에까지 닿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하늘을 내 생명의 근원으로 보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조상숭배를 하고 더 올라가 하늘까지 가닿아야 돼요. 하늘까지 존경해야 돼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요새 와서는 하늘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원래 그렇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잃어버렸어요. 뿌리를 잃어버렸어요. 공자는 “조상을 숭배하지만 조상이 나온 근원에 대해서 반성하고 알아야 한다. 거기를 추원하고 사모해야 한다. 정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그것이다.” 그랬거든요. 종교문제를 얘기한 거예요. 논어 81편에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갓 쓰고 다니는 유교인들이 하늘 얘기는 안하고 조상 얘기만 하거든요. 또 요새 신앙 가진 사람들이 하늘 얘기는 다 해요. 그런데 조상을 우습게 알아. 절도 안해. 우상이라고 그러죠? 그럼 안돼요. 조상숭배를 통해서 하늘까지, 하늘과 조상을 통해서 나까지 봐야죠. 아버지 존경하는 사람은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할아버지께 효도하는 사람은 사촌간에 우애가 있고, 시조 할아버지한테 효도하는 사람은 일가간에 화목하고, 민족신 단군에게 돌아가면 우리 민족이 화합될 수 있고, 또 단군까지 가면 국수주의밖에 안돼요. 단군은 누가 낳았나? 하늘이 낳았거든요. 하늘까지 가야 돼요. 그래야 사해동포가 되는 거예요, 인류애가 거기서 나온다!
우리는 각자 자기 조상을 통해서 박씨는 박씨조상, 김씨는 김씨조상, 단군까지 가고, 단군은 또 하늘까지 가고. 중국 사람은 황제를 통해서 하늘로 가고, 일본 사람은 천조대신을 통해서 하늘로 가야죠. 이스라엘 사람은 아브라함을 통해서 하늘로 가야죠. 계통이 달라요. 근본은 하나지만 계열이 다르죠. 꿰일 관(貫) 자, 꿰임이 다르다. 근본에 가면 하나지만 꿰임이 달라요. 본은 하나지만 관(貫)은 다르다고. 그러니까 김씨요, 본관이 뭐요? 어느 계통이요? 해서 묻는 거예요. 자기 계통* 아닌 데로 가면 안돼요. 아, 제 조상의 무덤에다 절하지, 남의 조상 무덤에다 절해요? 선생님한테는 절하죠. 임금도 통치자로서 주권을 받았다고 인정하니까 절하죠. 아버지, 선생님, 임금은 절해야죠. 예수교를 믿어도 자신이 아브라함 자손은 아니다 이말이야. 하나님은 믿죠. 하나님은 우리 하나님이니까. 그걸 똑똑히 알아야 정신이지 그렇지 않으면 패륜이고 패덕이다 그말이야. 이걸 알아야 돼요. 그걸 모르고 말이여. 기독교 믿는다고 단군 모가지 뚝뚝 자르고 다니면 못써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예요. 거기에서 저 하늘까지 가닿아야 되니까 안 닿으면 그건 또 모지란 거지. 앞뒤를 다 알고 얘기해야지, 하나만 알고 얘기하면 못써요.
*근본은 하나지만 나라마다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혈통과 뿌리를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하늘을 공경한다고 하는 것은 더 올라가 하늘까지 닿아야 한다고 보는 난생설화이고 이는 생명의 본질이므로, 씨알이 내 속에 있다는, 영원불변하게 계계승승하여 절단나지 말아야 한다. 절단은 단절이요 끊어지면 안된다. 경천애인사상은 고대로부터 한민족의 특이한 신앙체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광개토대왕의 비문 후단에 보면 조상을 숭배한다. 조왕, 선왕, 이 말이 자꾸 나와요. 그리고 유언을 말하고 그걸 잘 봉행해야 한다는 게 나오는데, 이건 뭐냐? 능묘를 정성껏 수호하는 조상숭배의 효심이 잘 나타나 있는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에 있어요. 아시아에서도 한문 문화권에 있지만 이건 중국 게 아니에요. 고대로 올라가면 동이족의 거예요. 효의 대표, 대효(大孝)가 누구냐? 보통은 대효가 안돼요. 대효는 하늘까지 가는 효를 해야 대효인데 이걸 한 사람이 누구냐? 순임금이에요. 순임금밖에 없어요. 언제 사람이에요? 이 양반은 기원전 4337년부터 4287년까지 50년 동안 왕노릇했는데 대효라고요. 그런데 공자가 효를 얘기하지만 공자의 최고 선생님이 바로 순임금이고 요임금이에요. 요임금 순임금을 조술(祖述)이라고 그래요. 할아버지같이 조술한다, 조술요순이라고 해요. 그럼, 공자는 2555년 전인데 천수백년이나 더 앞서 올라가잖아요. 순임금이 시작인데 동이지인(東夷之人)이야. 중국사람이 아니래요. 갑골학에서 증명됐어요.
동이지인이라는 말은 맹자가 했는데, 맹자는 지금부터 한 2400년 전 되는데 4천년 전의 순천(순임금의 이름)이 동이지인이라는 걸 뭘로 증명했냐. 전해 내려오는 걸 갖고 얘기한 건데 중국 고증학자들이 부정했어요. 그런데 1898년부터 3500년 전 갑골이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지금 106년 됐네요. 그 이전 사람은 못봤어요. 땅에서 그런 고대유물이 쏟아져서 거북이 등에 써 있는 글자가 나왔는데 3500년전 기록이에요. 거기 순임금이 동이지인이라는 증명을 했다 말이죠. 동이지인은 누구냐? 차이니즈Chinese가 아니란 말이죠. 이스터너Easterner, 동방사람이더라. 고조선, 조선 사람이다 그말이에요. 대효라 했어요. 대효는 순임금이라. 달효(達孝, 사무친 효)는 문왕, 무왕이야. 순임금까지는 못가요. 그러니까 소위 필리얼filial 파이어티piety*란 말이죠. 이 말이 16세기까지 서양 사전에 없대요. 효라는 개념이 없다구요. 동양계가 들어간 후에 로열티royalty라는 말은 나와요. 이게 동방사상이거든요. 한국의 사상이다! 대단히 좋은 거예요. 고급이지, 아주 최고급이지. 그러니까 이런 걸 알면 참 좋은 거예요.
*효(filial piety) 사상은 16세기 이전까지 서양에 없던 동방사상 곧 한국의 사상이다.
음악도 최고 잘하는 이가 순임금이에요. 순임금의 음악을 소(韶)라고 해요. 소소구성簫韶九成에 봉황이 내의라. 소의 음악을 들으면 짐승과 새가 날아든다. 공자가 소의 음악을 들었는데 삼월三月을 부지육미不知肉味라, 석달 동안을 고기맛을 잃어버렸대요, 어떻게 좋은지! 진선진미라, 가장 착하고 가장 아름답다. 한 1200년 내려와서 문왕의 음악이 있는데 공자가 그 음악을 들으니까 진미, 아름다워. 그런데 미진선(未眞善)이야. 착하기가 덜하다. 아, 음악 듣고서 착한 거, 아름다운 거, 진선미를 다 구별하니 어떻게 감상했겠어요? 사실 한국의 유학자들은 음악도 몰라요. 예(禮)는 좀 얘기해도 악(樂)을 몰라요. 악을 해야 화목(和睦)하고 하나 되는 거예요. 예는 구별하는 거예요. 너와 내가 한 자리에 앉으면 안되고 너는 올라앉고 너는 내려앉고 이렇게 앉아야 돼요. 그건 구별하는 거지만 악이라는 건 하나 되는 거예요. 화목하게 하나 되는 거. 여러 가지가 하나 될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어요. 스포츠도 하나가 이기고 하나가 지죠. 오케스트라 심포니는 각각 다르면서 전체가 하나 되는 거예요. 공자가 음악을 최고로 쳤어요. 그런데 제일 잘하는 이가 누구죠? 순임금이래요. 동이지인 아니에요? 도량형을 제일 먼저 내놓은 이도 바로 순임금이에요. 이 모든 제도, 전부 순임금이에요. 대단해요. 그 철학이 좋아요.
명어서물明於庶物하고 서물, 이 세상 물정에 밝아요. 가령 흑도(黑陶), 검은 도자기를 굽는데 아주 얇게 구워요. 그런데 쇳소리가 나고 깨지지도 않아요. 기불고유라, 한 가마를 구우면 찌그러진 그릇이 한 개도 없대요. 요새 명인이라고 하더라도 굽고 나오면 잘못 나온 게 많거든요. 남 볼까 무서워서 그거 깨느라고 정신 없잖아요. 순임금은 한 개도 찌그러진 그릇 없이 아주 질 높은 도자기를 구워요. 그러니까 순임금은 못하는 게 없죠. 우리 장 담아 먹잖아요. 그 발효식품 시작도 순임금이래요. 못하는 게 없어요. 서물庶物에 밝으니 과학적이죠.
찰어인륜察於人倫이라.* 인간의 내면성에 있어서 허위와 기만이 하나도 없는 윤리성을 성찰한다. 찰어인륜은 내적인 철학이고 명어서물은 외적인 분석철학이죠. 분석철학은 언어분석이다, 논리분석이다 하는 과학철학의 핵심이고, 인간의 윤리성, 생명성, 더 들어가서 실존의 문제로 들어가면 내적인 철학인데 이 둘을 겸했대요. 내외가 겸했다! 어진 마음이 내 속에서 나왔고 정의감이 내 속에서 나왔는데, 내 속에서 나온 원래 본성에 따라서 행동했지, 교조주의로 어떤 원칙을 따라 하지 않았다. 인의를 따라 하지 않았다. 그게 능산적能産的 지식이라 말이에요. 소산적所産的 지식이 아니에요. 그게 누구라구요? 순임금인데 한국, 조선 사람이래요. 점점 놀랄 얘기만 자꾸 쏟아져요.
*순 명어서물 찰어인륜
舜 明於庶物하시며 察於人倫하시니
유인의행 비행인의야
由仁義行이라 非行仁義也시니라. -순임금은 온갖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인륜의 도리를 지극히 살피셨으니 인의를 따라서 실행한 것이요 인위적으로 인의를 행하는 것이 아니다. _ 『맹자孟子』 「이루장구離婁章句 下 17장」
갑골학을 제일 먼저 한 사람이 불란서 사람이에요. 중국, 영국, 미국도 해요. 캐나다, 일본도 하는데 한국에는 없어요. 중국 사람이 증명하는 거지 우리가 한 게 아니에요. 중국 사람들은 채도, 붉은 색깔 도자기이고 우리는 흑도예요. 흑도를 쓴 주인공이 동이족이래요. 그런데 지금 흑도가 산동, 발해, 요동반도, 남만주, 서북쪽에서 나오고 한강 유역까지 나와요. 워커힐 건너편에 고대 유적지 암사동 있죠. 거기서도 흑도가 나왔잖아요. 흑도 문화권이라고 그래요. 또 흑도 말고 회도(灰陶)*라는 게 있어요. 회색 도자기죠. 흑도보다 조금 후대인데, 이것도 동이족이 쓰던 유물이래요. 다른 데선 안 썼대요. 구멍 셋 뚫어져 있는 떡시루가 어떻습니까? 회색이죠. 지금도 쓰고 있잖아요. 우리꺼래요. 다른 민족은 없어요. 회도를 연대측정 했는데 8천년이 넘어요. 4300년은 문제도 안되죠. 실제적 증명을 다 하거든요.
*회도(灰陶): 신석기시대로부터 철기시대 초기에 걸쳐 사용된 회색의 토기로 동이족이 만들어 사용함.
고대사도 좀 과학적으로 하고 논리적으로 하되 실증돼야 돼요. 왜 그러냐. 갑골에 일식월식이 있거든요. 4천년 전에 일식월식 기록이 있는데 갑골학과 상관없는 현대 과학자들이 중국 안흡에서, 일식월식이 언제 있었나를 도표를 그리면 말이에요. 시간까지 딱 맞아요. 네 번이나 일식 월식이 있었어요. 4300년 전에 있는 일식의 기록이 『서전』에도 있는데 그게 딱 맞잖아요. 과학적이죠. 그때 사실을 기록해 놓은 게 거기에도 나오니까 믿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예전의 사고 가지고는 안됩니다. 이제 달라졌어요. 혁명적이에요. 단군은 오히려 가까운 시대죠. 더 오래된 유물유적이 다 쏟아져 나와요.
광개토대왕 비문 벽두에 동명왕의 통치이념과 사회안정을, 평화를 도모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고구려 동명왕은 날 때부터 성덕이 있어서 덕으로서 세상을 통치하라고 아들에게 유언하였다.
그 아들 2세 유류[유리]왕은 아버지의 유언을 계승하여 왕업을 튼튼하게 하였다. 이로부터 17세손(첫째왕에서부터 19대), 호가 영락대왕이다.
광개토대왕의 연호가 영락(永樂)이죠. 영락대왕이라고 불러요. 그 모토가 영락이에요. 영락사해永樂四海*라. 넉 사(四) 자 바다 해(海) 자, 이 세상을 영원한 낙원으로 만든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이 세상을 영원토록 낙원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죠. 이게 세계화지 인류평화고. 그게 광개토대왕의 취지래요. 고구려의 국시거든요.
*영락사해(永樂四海): 영원히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든다는 뜻.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에 나타난 고주몽 성제의 건국이념.
도로써 세상을 다스리라고 한 고구려가 개국이념이고 국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은택이 하늘까지 사무치며 불의와 부정의 무리를 위엄과 무력으로 바르게 다스리라고 하였다.
은택恩澤이 흡우황천洽于皇天하고,
위무武威가 유피사해柳被四海라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자한 마음과 정의감으로 사회에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고 불의를 배제하는 것이 통치이념이며 사회의식이라고 하겠다. 그리하여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서 국민들이 각자의 처지에 알맞도록 안락하게 하자는 것이다.
서령기업庶寧其業하고, 서라는 건 여러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안녕하고
국부민은國富民殷이라. 나라가 풍부해지고 백성들이 은성하다.
오곡풍성五穀豊熟이라. 경제가 넉넉하다.
경제문제, 사회안정문제, 그리고 각 사람들이 다 자기 직업에 편안하게 잘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다, 그 얘기예요.
이러한 한민족의 가치관은 고대로부터 연면하게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가치관이 된다. 한민족이 고대로부터 살아오는 동안에 그 시대마다 생존을 위협하는 상대 대상이 달랐으며 따라서 그 대처하는 방식도 가치관도 변천해왔다. 상고대 한민족의 생활과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기근이요, 질병이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행복과 평화는 있을 수 없다. 고조선 단군조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천상의 환웅은 하강할 때 바람의 신(풍백), 비의 신(우사), 구름의 신(운사)을 거느리고 왔다.
농경사회니까 비오고 바람 불게 하는 건 사람의 마음으로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신의 능력으로 되는데 그런 신을 데리고 왔대요. 그럼 이게 범신론 다신교가 아니냐. 그렇지만 환웅은 하나고 부리는 사람은 기능이 여러 가지다 그말이에요. 일신이면서 범신이죠. 환웅신은 하나고, 풍백 운사 우사는 기능신이니까 여러 가지 기능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그말이에요.
생명을 주관하고 질병을 주관하고 형벌, 선악을 주관한다고 했다. 이것이 고대 상고 농경사회에 들어갔음을 말한 것이다. 이때 신의 기능은 농경사회에서 절대로 필요한 것이 비와 바람인 것이다. 이를 환웅신이 좌우하였다는 내용이다. 비는 사람의 노력으로 마음대로 좌우할 수 없는 인간 이상의 능력인 것이다. 비가 오지 않아 흉년 들면 죽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풍년 든다는 것은 최고의 복이요, 흉년 들고 기근이 온다는 것은 최고의 환란이다. 기근과 질병은 고대인의 행복과 평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삼국시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부족간에 싸움이 격렬해서 외적의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그 시기, 도적은 외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도 도적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국가의 권력과 무용이 지도자로서는 절대로 필요했다. 광개토대왕비의 시조 동명왕이 무용을 찬양한 것 등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전쟁에서 패망하면 개인이나 가정이나 물론 나라까지도 멸망함으로 전국시대의 가치관은 국토의 방위를 위하여 힘의 단계를 미덕으로 삼았다.
그렇게 온 거죠. 그러나 한국은 남을 공격한 적이 없어요. 공격은 당했어요. 최남선씨 통계로 보면, 한민족이 반만년 살아오는 동안 타민족에게 공격받은 게 2백 수십회래요. 그런데 우리는 한번도 남의 나라를 먼저 공격한 적이 없대요. 남의 공격을 받았다 하더라도 멸망한 적은 없고 반드시 반격을 했다. 그게 한국이에요. 한국 사람은 호양부쟁好讓不爭이여.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를 않아. 그게 군자국이여. 중국은 군자란 말은 해도 군자국이라고는 안해요. 왜 그러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군자가 아니거든요. 군자국 사람들은 8,90%가 거의 군자예요 성격이. 그래서 여기를 군자국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한국을 태평국이라고 그랬어요. 「이아」라는 책에 써 있어요.
東至 동지하야, 중국에서 동쪽에 이르면
日所出 일소출, 해가 뜨는 곳이 있는데
爲太平 위태평이라. 태평이라는 나라가 있다. …
太平之人仁 태평지인은 태평국 사람들은 어질다. _『爾雅』(이아)
이아는 13경 속에 있는데 이게 2천년 가까운 거야. 그 기록에 우리 조선에 대해 태평, 크게 평화롭다. 태(太)란 아주 大之大여, 큰 것 중에 제일 큰 거! ‘대+ㅎ=태’ 해가지고 파열음으로 태, 이렇게 크게 평화로운 나라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어질다. 왜 그러냐. 군자국고君子國故야. 군자국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게 써 있어요. 우리는 평화를 애호하는 사람들이야. 우리는 승리를 최고로 삼지 않고 평화를 애호한다. 다른 나라는 승리가 최고죠. 현대는 평화가 아니라 승리, 인간의 생명이 존귀한 게 아니라 재물이 귀한 거죠. 상생하고 서로 돕고 양보하는 게 아니라 상극, 남을 이겨야 된다 그러면 요새말로 투쟁의 원리죠. ‘자유는 투쟁에서 얻은 것이다.’ ‘만인 대 만인은 투쟁의 관계다.’ 토마스 홉스의 이론이죠? 자유는 투쟁에서 얻은 것이다, 투쟁은 발전의 모체다. 테제these와 안티테제antithese가 발전하려면, 즉자(卽自, Ansich)와 대자(對自, Fürsich)가 통합으로 가려면 ‘안 운트 피어 지히An und Für sich’를 가려면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게 헤겔의 변증법이나 마르크스 변증법의 투쟁이죠?
동양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지, 투쟁이 아니에요. 상생의 원리가 있고 상극의 원리가 있는데, 상극의 원리는 상생의 원리로 가기 위해서, 정의를 가지고 불의를 미워하지만 그건 정의를 사랑하려고 불의를 미워한 거야. 인이 더 위예요 사랑보다. 우리가 그런 철학이 있다고요. 그래서 태평지인, 여기는 어질고 착한데, 이 태평(太平)이라는 말이 Pacific Ocean, 태평양이 된 거예요. 이게 조선 사람을 가리킨 거예요. 우리나라를 가르킨 거예요. 일본 아니에요. 일본은 그때 문화도 없어요. 나라도 아니에요. 저 고대 양나라 때 고구려 때 보면 고구려 백제 신라는 다 의관衣冠을 입고 있는데, 일본 사람 왔는데 보니까 수건을 두르고 헝겊쪼가리를 감아가지고 왔더라. 그게 대사래요. 일본의 대표가 왔대요. 망측해 볼 수도 없어요. 나라도 아니고 해적단인데 왜라고 해서 일본이란 말도 없었던 때예요. 적어도 문무왕 통일 이후에 가서 일본이란 말을 써요. 시대가 후대로 뚝 떨어지죠. 문제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태평국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생명을 존귀히 여기고 서로가 양보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불의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 호양부쟁好讓不爭이여. 동방 사람들은 양보하기 좋아하고 다투지를 않는데, 사이호使二虎로 재방在旁이라. 호랑이 두 마리가 옆에 있대. 군자가 가면 호랑이가 따라간대. 그런데 그 호랑이가 굉장히 순한 호랑이야. 이렇게 웃어. 절에 가면 칠성각이 있잖아요, 대웅전 말고. 거기 가면 하얀 노인이 호랑이 데리고 있는 거 있죠? 그거 우리 꺼예요. 고대 군자국의 상징을 거기다 좀 남긴 거예요. 그 호랑이가 웃고 담배 먹는 호랑이라고. 좋은 호랑이인데 불의가 와봐요. 딱 서거든. 만약에 침공이 오면 여지없어요, 탁! 우리가 침공은 안해요. 사랑으로 대하지만 저기서 불의의 침공을 해온다면 그건 단연코 방어해버린다. 그래서 호랑이가 거기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인자는 필유무비(必有武備)라. 어진 사람은 반드시 의관대검衣冠帶劍이라고, 칼을 찼대요. 그런데 그 칼은 안써요. 불의가 있으면 써요. 먼저 쓰진 않아요 절대로.
*군자국재기북 의관대검 식수 사이대호재방 기인호양부쟁
君子國在其北 衣冠帶劍 食獸 使二大虎在旁 其人好讓不爭
_『山海經』(산해경) 「海外東經」(해외동경)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그들은 의관을 정제히 하고 칼을 차며 짐승을 먹이고 호랑이를 곁에 두고 부리며,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싫어하는 겸허의 덕성이 있다. [그림]
한국인의 기질이에요. 그것이 여기에 들어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우리는 남을 침공 안합니다. 절대로, 좋은 사람은 좋게 대하고 나쁜 사람은 용서 안해요. 한국 사람 속에 그게 있어요. 그 선비기질이 있거든요. 누구라도 다 있어요. 한국 사람 만만히 보면 안돼요. 순한 사람 만만히 보면 안됩니다. 오만한 사람은 만만히 봐도 괜찮아요. 깡패 그 만만히 봐도 괜찮아요. 왜? 큰 깡패 만나면 형님 그러지 별수 있어요? 그러나 선비는 암만 높은 사람이라도 불의가 있으면 저항해요 절대로. 세조가 막 두드려 죽였잖아요. 단종 편에 든 사람 다 죽여요. 생육신 사육신 있잖아요. 그렇지만 절대 굴복 안해요. 죽는데도 굴복안해요. 성삼문 죽일 때 뭐라고 했어요?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얏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 하리라. 성삼문(成三問, 1418~1456)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鄭夢周, 1337~1392)
저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 난 몰라. 불복요의라. 조금만치도 그에게 요구하는 게 없고 드리는 것뿐이다. unconditional, 조건이 없는, 무조건. 그게 제사의 뜻이거든요. 그게 야만이고 미신입니까? 우리가 공부해보면 얼마나 진실한 게 들어 있는지 다 볼 수가 없어요. 참 좋아요. 무릎을 칠 정도야! 그게 우리 전통입니다. 이 사상이 여기 들었는데 과거에 그렇고, 지금도, 이 다음에도, 그것이 세계화의 모토motto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요. 내가 최고다. 내가 힘이 있고 경제가 있고 로케트가 강하다? 안돼요. 싱가포르의 도시국가나 미국같이 큰 나라나 일대일이여. 두 개의 권한도 없어요. 안전보장이사회가 거부권이 있다? 그것도 안돼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국제연맹,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국제연합, 조금 발전했지만 그것도 모지래요. 여기서 다시 가지고 가야돼.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세계기구가 더 높고 질높은 기구가 있어야 돼요. 적극적으로 돕는 정신은 아직 유엔에 없어요. 우리나라 사상에서 더 구체적인 게 나올 수 있다고. 세계가 받아갈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 있어요. 봉건군주도 공화체제도, 자유민주주의에서도 공산사회주의체제에서도,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치형태와 방법이 있다. 이건 앞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시간이 너무 많이 가서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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