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개간후 얼마 안되어서 필자는 인근에 있는 한국농업대학(지금은 농수산대학)을 찾았다.
채소/과수 분야에서 한 분뿐인 전공교수님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다. 모시고 우리 텃밭으로 왔다. 현장에서 이런저런 얘기와 고충을 듣더니 이 분 말씀이 자신은 농약 주고 비료주고 비닐 씌우는 농법을 연구해왔기 때문에 생태적인 방식의 농사는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런! 그러면 학생들도 전혀 모른다는 얘기 아닌가? 예전에 서울농대 모교수 얘기가 틀린 게 아니었다. 배출되는 젊은 농업인들이 배우는 게 이런 지식만 가득차 있으니 이 땅의 농사가 어떻게 되겠는가? 모셔다 드린 후 한숨만 나왔다.
그러던 이듬해쯤 우리나라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전문가가 화성지역에 살고 계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토종씨앗은 생태농사의 중요한 요소다. 고추는 물론이다. 곧바로 만나 가르침을 받고 토종씨앗에 대한 정보도 많이 들었다. 이분은 농업진흥청에서 전문직공무원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이 분으로부터 군포와 안산에 사시는 정용수선생과 안철환선생을 소개받았다. 정용수선생은 90년대에 (사)귀농운동본부를 만들고 전통농법과 생태적 방식의 농법을 오랫동안 보급해오신 산 증인이다. 필자보다 젊은 편인 안철환선생은 쿠바의 도시농업 책자를 번역하기도 하고 몸소 다양한 형태의 생태농사를 시도하고 전통농법을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그 결과를 뜻있는 이들에게 전파를 하고 있었다.
이 두 분을 만난 것은 우리 텃밭농장으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이 분들은 텃밭보급소를 통해 많은 도시농부를 배출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전통농법의 복원을 통해 이 땅의 농토를 회복시켜가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수원대에서 한 사람의 교수가 땀흘리며 텃밭농장을 개간한 것에 대해 신기해 했다. 필자의 잦은 초청에도 늘 응해 방문해 주셔서 많은 산 지식을 전수해주었다. 잡초농사의 대가 변현단선생도 이 무렵 특강강사로 초청해서 만났다. 이분들은 지금까지도 도시농사분야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을 필자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필자는 농장을 혼자 꾸려가는 점의 애로점을 얘기하고 함께 할 분을 소개해주기를 바랬다. 그런 부탁을 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수원에 사는 박영재선생을 소개받았다. 박영재선생은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유통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뜻한 바 있어 일찌기 생태농사분야에도 투신한 성실한 40대였다. 텃밭보급소에서 생태농사 공부도 제대로 하시고 경험도 많이 쌓은 분이다. 이 분을 만나 뜻을 함께 한 것이 대략 2009년쯤이었다. (계속)
첫댓글 학생을 키우는 것이 제 천성이라 여겼는 데, 교수님을 뵈오니 학생 뿐만 이겠는지요. 교수님의 행동과 실천이 후배 학자를 키우고 계십니다.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저도 용기있고 소신있는 교수로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눈이 이 교협을 바라보고 희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