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보 낙강마실의 아침은 상쾌하다.
서원이란게 지금의 대학교인데 설에 성균관이 있고 영남에선 여그가 젤 큰 도남서원이란다.
아침은 제주에서 공수해온 전복죽이라는데 이게 좀 부실했나보다. 그저 자징거타는 사람은 속을 꽉채워주는 것이 최고여
조금 내려가면 상주보. 평지를 달려가다 청용사가는길에서 세개쯤 작은 고개를 넘고 드디어 앞에 나각산이 나타났다. 멀리 나각산 전망대가 보이고 이제 닥칠 한숨소리가 시간을 초월해 벌써 들려온다. 길이 좁아 차라리 끌바하니까 나각산 삼단콤보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다음 낙단보까지 시원한 내리막
11시 넘었으면 짜장면 한개 먹고 갈텐데 10시도 안돼서 그냥 통과.
오늘 이제 부터는 거의 평지다. 그래도 믿지 않는 메뚜기. 이제 배고프단다.
하나님이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보면서 믿어라 제발 수도없이 말해도 물없어요 배고파요 우릴 말려죽일 생각이냐 등등... 딱 모세의 심정이다. 구미보 도착은 11시쯤. 이놈들 멕여 살릴려면 구미 해평면에 가야겠다. 자전거길에서 5km는 벗어난다. 밥집 보이면 무조건 간다 생각했는데 맨처음 본 집이 보신탕 삼계탕집.
그 집 처자가 은근 예뻤는데... 이 촌구석에서 밥장사할 얼굴은 아닌 것같은데...
모두가 비슷한 생각인 듯...쩝 같은 생각이겠지 우린 동창생이니까.
우리 밥 먹는 동안 비가 쏟아진다. 한바탕 쏟아진다. 세상 무너질 듯 쏟아진다.
그러더니 우리 출발시간인 한시쯤 언제 그랬냐는 듯 서쪽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해평면은 면치고는 꽤 크다. 음식점도 엄청 많은데 우린 보신탕으로 점심을 먹다니...하나로마트에서 초콜릿 좀 사고 출발. 왕복 3km쯤 돌아 왔나보다. 다시 강뚝으로 가다가 다리건너 구미공단 길로 건너편에 엘지디스플레이가보이고...흥섭이는 여기서 일했고 남양이는 쩌그서 일했고... 구미에서 일했다는 동창들 얘기. 다시 다리건너가면 칠곡이다. 거그서 쫌 더 가면 칠곡보. 강변으로만 가는 길이라 업힐도 다운힐도 없는 심심한 길.
이젠 길이 재미 없다고 투덜투덜. 똥고 아프다고 소리치는 국수놈. 참 용기 있다. 원래 똥고 아픈 건 혼자만 끙끙 앓다가 미쳐 죽을 때 쯤 말하는 건데. 대구 전화해서 바셀린 사오라고해. 자전거 탈 땐 바셀린이 최고여 상처나도 바르고 똥고 아파도 바르고. 바셀린은 만병통치약이야.
칠곡보에서 강정고령보까지도 심심했지만 35km라는 이정표는 28km쯤해서 짠하고 나타나는 오늘의 목적지 강정고령보. 오늘은 시간안에 끝냈다.우리 오늘도 무사히 끝냈다.
강정고령보 옆 동네는 대구사람들 놀러오는 곳인갑다. 숙소는 민박집. 저녁은 동네서 가장 그럴듯한 한정식집 만파식적. 대구친구들 희영이와 승백이가 나왔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사왔다는 보드카로 네놈들 낼부터 자전거 못탈 줄 알어 큰 소리치는 희영이 두고 우리는 그밤에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를 무자게 외쳐댔다.
낙강 도남서원 앞
니들 거서 뭐하노
잔차타나? 다치지 말거레이
점심은 보신탕과 삼계탕.
이집처자 이쁘네 했더니 전부 같은 생각.
우리는 동창생이니까 같은 느낌 같은 생각
나각산 전망대를 바라보면서 한숨쉰다. 저걸 저리 넘어간다고라
아 미치겠다. 아니 이정도로 가지 않을까
저 전망대 옆으로 구름다리도 있네
낙단보 칠곡보지나서 강정고령보에 오늘도 무사히 도착
이제 보 이름 외우기도 지친다.
보드카 크렘린과 대구친구 희영이 승백이
우리 이러고 논다.
손님 여그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대구 명물 THE ARC
지금 우리에게 젤 필요한 것은 아무 말없이 조용히 다가와
'힘내'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친구다.
아무말이 없어도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공기를 호흡했던 우리는 동창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