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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트레일은 숲길과 마을을 지나고 강을 건너 다시 산길을 걷는 일로서 웰빙의 삶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걷기체험 방식이다. 땅끝 맴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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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 지자체는 '길 만들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 제주 올레길이 홍보와 관관객 끌어들이기에 성공을 거둔 것이 계기가 되어 지리산 둘레길, 무등산 옛길, 금강 소나무숲길이 생겨났고, 소백산 자락길(문광부 주관), 정약용 유배길(강진군 주관), 국립공원 둘레길(환경부 주관), 강원도 낭만가도(강원도), 직지문화 모티길(김천시), 양양군 38선 숲길(양양군) 등이 계획돼 있다.
또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각 시도에서 추천한 전국 1백 68개 해안길 가운데 도보성, 안전성, 접근성, 경관성 등을 심의해 전남지역 12곳을 포함해 총 52개소를 '해안 누리길'로 최종 확정했다. 해안누리길은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가 숲길, 산책길, 마을길 중 걷기 편하고 주변 경관이 우수하며 해양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 널리 알리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한다.
국내 10대 트렌드로 떠오른 도보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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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노거수와 안평마을 앞에 서 있는 남근석, 해안도로변 쉼터, 땅끝을 알리는 표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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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누리길로는 해안선 길이가 길고 경관성이 빼어난 전남도가 12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선정됐는데, 영광 백수해안 해당화길, 흑산도 예리 해안길, 진도 의신면 접도 웰빙등산로, 진도 의신면 신비의 바닷길 등과 함께 해남에서는 화원면 별암리~매월리의 수류미등대길,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통호리의 땅끝해안도로 등 2곳이 뽑혔다.
전남도는 선정된 해안누리길에 대해 앞으로 국토해양부와 적극 협조해 주변 관광지, 맛집, 숙박시설 정보를 수록한 홍보책자를 오는 8월까지 발간하고 지역축제와 병행한 걷기행사 개최와 노선별 얽힌 이야기 발굴을 통한 관광상품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걸으며 해산물을 맛보고 숲과 갯벌 등 자연생태 체험, 길과 만나는 마을의 삶의 문화체험 등 품격 있는 여가, 자연친화적인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길들은 모두 해당 지역의 풍토와 생태 및 문화적 배경에서 모티브를 얻고 최근 일고 있는 걷기 문화에 접목돼 현대인의 웰빙 수요를 충족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전형화돼가고 있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국내 10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도보체험 관광'인 것을 보면 길 걷기와 그 길을 걸으면서 맛보는 역사체험, 생태체험, 문화체험, 농경체험, 임산체험 등 부수적인 체험이 앞으로 크게 각광을 받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런 '길 내기' 또는 '길 만들기' 사업 가운데 약간 성격은 다르지만 가장 큰 프로젝트로서 눈길을 끄는 것이 '백두대간 트레일' 조성이다. 백두대간은 통칭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다. '백두대간 트레일' 이전에 '백두대간 종주'라는 말이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는 백두대간 마루금(능선) 부위를 걷는 것, 백두대간 트레일은 백두대간 생활권을 걷는 길이라고 한다. 백두대간 종주가 산악인이나 등산객들의 일이라면 백두대간 트레일은 '수평적 개념'으로 숲길과 마을을 지나고 강을 건너 다시 산길을 걷는 일로서 웰빙을 목표로 하는 일반인들의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백두대간 마무리하며 대양 향하는 시발점
'백두대간 트레일 조성'안은 산림청이 주관하는 것으로서 지난달 30일 중간보고서가 나왔다. 그런데, 해남땅끝길 조성과 관련하여 백두대간 트레일에 관심이 가는 점이 있다. '백두대간'과 '땅끝'의 상징성이 주는 두 길의 불가분의 관계 때문이다.
백두대간이 이 땅의 근간을 이루는 등줄기(척추)라면 이 땅의 완성은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가지줄기와 거기서 소생돼 나온 흙무더기(땅)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땅끝이 바로 '해남땅끝'이어서 해남땅끝은 백두대간을 마무리하는 종착점이자 대양(새로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가는 시발점이다. 그런 점에서 '백두대간 트레일' 계획에 해남땅끝길이 연장선으로 들어가야 할 당위성이 대두된다.
그런데 산림청의 '백두대간 트레일 조성 및 운영 관리 방안 연구'를 보면 백두대간 트레일과 '노선간 연결방안'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는 백두대간 트레일과 지리산 둘레길을 연결하고 지리산 둘레길과 해남땅끝숲길을 연결해 백두대간 트레일에 해남땅끝길을 연결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즉 땅끝숲길은 해남지역에서 땅끝 사자봉~사당골~가재골~버드리~대둔산~금당폭포~오소재~진흙골~용머리~장좌골~선장(강진, 영암 지역)으로 이어지고 강진(영암)군 지역에서 선장~표창~다산초당~백련사~만덕산~여덟바위~김예제~누릿재폭포~새터~한혹굴재~금오동~사리봉~큰봉~당산골로 이어진다.
땅끝숲길은 또 화순지역으로 용강리~권동사리~동두산~댓골재~대산리~부엉이고개~국사봉~사당골~둔병재~구룡고개~차일봉~흙터로 이어지고, 곡성, 구례 지역으로는 사천~금성~상조항~염곡리~석곡~새터~본터나루터~목사동나루터~ 진변 나루터~밤나무 단지~요강바위산~감나무정이~백련제~구례 실내체육관 앞으로 뻗어가 지리산둘레길과 이어진다. 그리고 이 지리산둘레길은 동쪽 지점인 남원시 주천면 안솔치에서 백두대간 트레일과 이어지고, 서쪽 지점인 남원시 인월면 인원리에서 백두대간 트레일과 이어짐으로써 마침내 두 지점에서 땅끝숲길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안은 아직 계획안일 뿐 아직 연구단계여서 확정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다만 땅끝숲길이 백두대간 트레일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해남군과 해남군민 등 민관이 일치된 목소리로 그 타당성을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두대간과 해남땅끝의 상징적 관련성 강조와 함께, 백두대간 트레일 조성의 목적이 다양한 산림, 생태, 문화, 역사 체험을 통한 도보자(걷는 사람)들의 웰빙욕구 충족 및 '보전적 걷기 문화 창조'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드리밍 로드, 도보·안정·접근·경관성 위주로
이와 함께 백두대간 트레일~해남땅끝 숲길~해남 땅끝 생태길이 하나의 띠로 연결되는 구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생태, 역사, 문화 체험이라는 말의 의미에 천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들을 한 마디로 말하면 '자연성'이다. 이는 또한 지난 주 시리즈에서 언급한 '도시(일상) 탈출-자연회귀'라는 현대인들의 여가 욕구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길이든 기존의 길을 자연스럽게 복구하는 게 제일 원칙이고, 마지못해 새 길을 내더라도 자연을 해치는 일은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
서두에 말한 해안누리길에서도 보았듯이 길은 도보성, 안전성, 접근성, 경관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해안누리길은 기존의 자연 길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해남땅끝에서 남창쪽으로 이어지는 해남땅끝길은 현재 77번 국도인 차도를 도보길로 겸용하기엔 한계가 많다. 씽씽 달리는 차들이 도보자들의 안전성을 크게 해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전에 농민들이 사용했던 농로나 장터에 가던 산길을 복구하는 게 적절하다. 현재 해남군이 계획하고 있는 '땅끝 드리밍로드' 계획을 보면 80억원의 예산을 들여 각 곳에 역사관, 공연장 등 각종 시설물을 짓고 조경을 새로 하는 등 인공물 조성에 떼돈을 들이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여느 지자체처럼 공무원들이 짜는 계획이란 국비 끌어들이고 군비 약간 보태어 되도록 많은 돈을 들여 새로 짓고 새로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내용의 드리밍 로드는 백두대간 트레일이나 해안누리길 개념엔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연성을 강조하는 땅끝생태길의 의미마저 조롱하는 것이다. 드리밍 로드 예산을 백두대간 트레일과 해안누리길, 땅끝생태길 자연성 복구에 쓰는 일이 해남 군민이나 앞으로 땅끝길을 찾아올 도보자들로부터 두고두고 욕먹을 일을 피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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