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대한 스키너의 충고

[문기정]

스키너의 충고

B.F. 스키너(1904-1990)는 미국의 심리학자이다. 행동주의의 대표적 인물로서 인간을 환경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간의 본성을 밝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자극과 반응에 대한 통제된 연구를 행한 분이다.

1948년부터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교수로 재직하면서 이후 30여 년 동안 심리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다양한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실험용 동물들을 복잡한 행동이나 때로는 아주 유별난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훈련의 놀라운 예로는 탁구를 하도록 학습된 비둘기를 들 수 있다.

행동주의는 해방 후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교육사조 중 가장 강력한 이론이었다. 우리 교육계는 상당한 기간, 그 이론에 따라 학생의 행동을 통제했고 상과 벌에 의한 가시적 학습효과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20세기의 대표적 심리학자인 스키너는 노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고 있다.

활동을 하라.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즐거운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데는 두 단계가 있다.

첫째는 전제조건을 찾는다. 예를 들면 지루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학문이나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전제조건의 완성이다. 다른 말로 바꾼다면, 단지 노년을 즐겨야 된다는 것만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인생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과의 접촉을 유지하라.

노인이 되었을 때 어떻게 느끼게 될 것인가를 알고 싶다면, 안경에 먼지를 씌우고 귀를 솜으로 막고 커다랗고 무거운 신발을 신고 투박한 장갑을 낀 다음, 정상적으로 하루를 보내 보라. 노년이 갖는 몇 가지 불완전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과 비교적 잘 행동할 수 있도록 아주 잘 설계된 세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역경은 극복하기 나름이다. 갑작스런 동작을 할 때에는 더욱 주춤거리고 흔들릴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때, 신속하게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쉬운 해결책은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다.

노인이 되면 충분한 시간이 있다. 산책을 할 때에는 지팡이가, 낙상을 방지하려면 납작하고 편리한 신이, 얼음 위를 걸을 때는 작은 못이나 정을 박은 신발이 도움을 준다. 이러한 어려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통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지만 작은 일이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그것으로 해서 자신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명확하게 생각하라.

오랫동안 곰곰히 생각한 후에 기억해 낸 어떤 사람의 이름처럼 분명히 알기는 아는데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은 때가 바로 노년기이다.

무엇보다도 천천히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노인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노인답게 찬찬히 생각하고 배운다는 것은, 젊은이의 충동적 행동보다 좋은 점이다.

생각하는 것을 잡아라. 잊어버리는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 메모지나 녹음기를 옆에 두는 것이 좋다. 가끔 격렬한 토론도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에는 생각하기를 잠깐 멈추고 쉬어야 한다.

쉬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몇 가지 신호가 있다.

남을 모독하고 욕설을 하는 것, 자기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려 비난하는 것, 결정하는 것을 여러 번 연기하는 것,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가 싫어지는 것, 과식을 하거나 식욕이 없어지는 것, 남의 이야기나 생각을 저지시키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등이다.

휴식을 취하면 피곤을 없앨 수 있다. 긴장을 풀고 탐정소설이나 예전에 당신이 비난했던 TV프로를 시청하라.

노후를 바쁘게 보내라.

단지 바빠야 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바쁘게 지내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일을 억지로 즐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시간이 들더라도 진실로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편이 낫다.

무엇을 할까.

자원봉사도 좋고, 무상으로 교육하는 곳에 가는 것도 좋다. 노인회에 들어가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년이 갖는 많은 문제 중에서 바쁘게 지내는 것을 미리 계획함으로써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직업을 결정하는 것보다 취미를 결정하는 일이 쉬운 일이다.

노인이 된 후에도 활동적으로 지낼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있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우선 쾌적한 생활공간이 필요하다.

스텐리 홀(Stanley Hall)은 그가 은퇴한 이후에 집의 다락부터 훑어 내려가면서 쓸데없는 물건을 모두 없앴다고 한다. 그는 이 작업을 '재물을 제거하는 작업'이라고 불렀다.

사람이 집을 소유해야지 집이 사람을 소유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별한 물건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면 된다. 집이 기능적으로 설계되고 장식이 되어 있지 않는 한 그 집은 아주 단조로워 진다.

왜 같은 그림을 사시사철 그 자리에 두어야 하는가. 명화를 복사한 책의 그림을 한 장씩 바꾸어 매주 걸어본다면 어떤가. 식탁 위에 하루에 한 장면씩 바꾸어 면을 펼쳐 놓으면 어떤가.

몸을 다치면 삶을 즐길 수 없다. 그래서 살고 있는 곳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양탄자 밑에 고무가 붙어 있어서 미끄러지지 않게 하자.

의자는 앉기 쉽고 일어나기 쉬어야 한다.

침대에서 자주 떨어진다면 침대 옆에 가로대를 대어라.

목욕탕에 들어가고 나올 때에 가로대가 튼튼하고 손에 닿는 위치에 있다면 그것을 꼭 잡고 마치 발레댄서가 어려운 발동작을 연습하듯이 정확하게 같은 동작으로 들어가고 나오도록 하라.

몇 십 년 동안 안전한 방법으로 많은 일들을 해 왔지만 노인은 더 새로운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제 안전함을 느낀다면 사는 것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배워라. 훌륭한 성인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그림, 조각, 원예. 요리, 풍수지리, 컴퓨터, 서예, 뜨개질, 애완동물 기르기 등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라.

나이가 점점 많아짐에 따라 친구가 적어졌다거나 그들을 만나기가 힘들어 예전보다 적은 수의 친구를 만나고 있다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 봄직하다. 수년간 소식이 끊긴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면 반가워할 친구가 있다.

은퇴하여 집에만 가두어진 경우를 상정해 보라.

아내는 가끔 그의 집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침입해 온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아내와 친구가 되어 항상 즐겁게 지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두 사람도 일정하게 자기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럴 때는 더욱 친구가 필요하다. 비슷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면 더 없는 행복이 될 것이다.

노소동락이라 했던가. 늙은이는 젊은 세대를 친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들과 함께 대화하지 않는 한 결코 젊은이를 흉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그만 변화는 너무나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은 거의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 변화를 바로 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일이 좋은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손주들과 오래 지내게 되어 노인이 아무 노력도 없이, 있는 그 자체로 아이들을 받아들인다면 아이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끈을 가지고 놀기, 종이 접기, 마술놀이, 농담, 수수께끼 등과 같은 간단한 레퍼토리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자기들 스스로 즐겁게 놀기 시작하면 그 아이들을 그대로 내 버려 두어라.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노인이라는 배역을 맡은 사람은 당신이 첫 번째가 아니다.

관객들은 그런 연극을 수천 번도 더 보아왔고 당신보다도 당신의 역을 더 잘 알고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역할은 그리 즐거운 것이 아니다.

노인들은 가끔 했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하다. 아마도 지난번에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잊었을지 모른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은 계속해서 그 지루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실제로 무대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들은 아마 일어나서 나가버렸을 것이다.

노인들이 그들의 질병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지루해진다. 당신은 아픔과 고통에 대하여 결코 한마디도 하지 않는 유명한 노인이 될 수 있겠는가. 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은 단지 높이 존경받는 사람일 뿐 아니라 아주 좋은 친구로 환영받게 될 것이다.

노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해결책은 자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 행적이 아무리 우수했더라도 결코 자랑하지 말라. 이 세상에 자랑거리는 노인의 자랑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노인의 역할은 평안, 현명함, 자유, 위엄 그리고 유머감각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기의 역할이 잘못 주어 졌다고 느낀다.

평안이란 노인들이 그를 자신 안에서 조용한 인생을 살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되새겨볼 추억거리가 많고 그런 추억이 즐거운 추억이어야 평안을 가져온다.

불행하게도 기계문명의 진보는 사람들이 지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가장 가치 있는 지혜는 노년을 아는 것이다.

노년은 많은 것으로부터 해방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강요된 책임감과 야망으로부터 자유이다. 부유한 사람이 책임을 벗으려고 재산을 자식이나 어느 단체에 물려주거나 사업가가 젊은이에게 회사의 운영을 넘기거나 정치가가 새로운 젊은 사람을 위하여 은퇴하거나, 과학자․예술가․작곡가․ 작가들이 더 이상 그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을 때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빨리 잊혀지는지에 대하여 놀라겠지만,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그 때를 즐기게 된다.

이제 여러분이 정말 나이가 든 것이 분명하다면, 여러분은 늙은 모습이 매력 있게 보이도록 노력하라. 가발을 써야 한다면 자기 나이에 맞는 머리색을 골라야 한다. 현재의 나이를 즐기고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젊어 보이려고 노력을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자기의 나이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말을 함으로써 당신은 품위를 지키게 된다.

도대체 유머감각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인가.

우리가 불평을 하면 일은 점점 어려워지나 그 일에 대하여 유머로 넘겨버리면 즐거움으로 바뀐다. 우리가 우습다고 하는 일들은 우리가 불쾌하고 고통스럽다고 부르는 일들의 조그만 변화일 뿐이다. 위트 있는 말은 심각하게 듣지만 않는다면 즐거움을 준다. 어떤 말이 재미있게 들리느냐 불쾌하기 들리느냐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재미있는 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예전에 불쾌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체로 노인들은 변덕스럽고 인색한 역을 쉽게 해내고 있다. 그런 태도를 변화시켜 좀 더 나은 연기를 할 수는 없을까. 노인 자신이 평안하고 품위 있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당신의 세계를 건설해 놓았다면 당신의 위대한 연기뿐만 아니라 너무나 잘 된 마지막 장을 직접 썼다는 점에서 당신은 두 배로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2011.12.1.)

[김홍]

남곡님 허락없이 복사하여 <영암군 노인대학 >카페에 옮겨 실었습니다.
고향 어르신들에게 참으로 유익한 내용이기에 어쩔수 없었답니다.ㅎㅎㅎ

[문기정]

학장님께서 글을 전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영암노인대학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