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그 자체가 그 사람의 인품이라 그리 간단하게 바뀌지 않고 바꿀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기를 괴롭힘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하는 성격장애는 대인관계나 사회의 존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성격장애의 특징은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착한다’는 점과 ‘상처받기 쉽다’는 것으로 남을 사랑하거나 신뢰하지 못한다.
원인은 크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뉜다. 쌍둥이 연구에서 추정되는 유전적 영향은 대략 45~60% 정도로, 비만 50~60%, IQ 60~80%, 고혈압 80%, 통합실조증(정신분열) 80%, I형 당뇨 90%에 비하면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다. 환경적 요인으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부모가 충분히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점과 사회적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요즘의 부모들은 자신의 즐거움이나 자아실현에 분주해 양육의 질 자체는 빈약해졌다. 핵가족화와 지역사회의 해체로 감시 역할을 하던 조부모나 이웃의 이목을 받지 않게 된 것도 한 몫을 한다. 핵가족은 일종의 밀실과 같아 미숙한 부모의 나쁜 영향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 폐 끼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입에서 단내 나게 가르치는 사회와 개성을 중시하고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된다고 가르치는 사회는 큰 차이가 있다.
50년대 말,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의 성숙기를 맞이해 자기중심적인 분위기가 충만한 미국에 성격장애자가 넘쳐나기 시작해 현재에는 미국민의 10% 정도로 추산된다. 성격장애가 나날이 늘어나는 우리나라 현실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최근에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보이는 과학자들과 자기애성 장애로 의심되는 강제 성추행 등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성격장애 연구자로서 이십여 년의 임상치료와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장애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특징, 함께 지내는 요령, 극복 요령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경계성 성격장애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자살 시도로 타인을 심리적으로 통제하고, 부모에게 집착한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들고 있으며, 주변 사람들이 일관성을 지니고 대할 것과 동정을 하지 말 것, 한계를 그어 줄 것을, 당사자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멋진 인간관계보다는 오래 갈 수 있는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한다.
깊은 의심과 과도한 비밀을 지닌 망상성 성격은 법률ㆍ정치 분야가, 흔히 공주 왕자병이라고 불리는 자기애성 성격은 아티스트가 어울리는 직업군임을 제시하며 그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예로 든다.
부모에 대한 성적 관심을 승화하지 못한 말론 브란도, 천성적인 거짓말쟁이이자 유혹자인 코코 샤넬, ‘천재’나 ‘일류’를 좋아하는 동굴 속의 왕 살바도르 달리, 영감이 풍부하고 직관형인 칼 융, 섹스에 관심 없는 평화주의자 키르케고르, 동양사상과 불교에 심취했던 헤르만 헤세, 반평생을 밀림에서 보내면서 영장류 연구를 한 제인 구달, ‘부친 살해’ 테마에 시달렸던 스탈린 등을 열 가지 유형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 적응력을 키우면 성격장애는 큰 힘이 된다. 이 책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유형을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심리학자가 우리 현실에 맞는 재미있는 삽화를 그려 넣어 한층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