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石銘)을 붙이는 법
1. 석명의 의미
돌에 이름을 붙이고자 할 때는 한자로 새길 명(銘) 자를 사용한다. 이 명(銘) 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① 새기다 (1. 써 넣다. 2.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는다.) ② 금(金)이나 돌에 새겨 놓은 글 ③ 문체의 하나. 묘비 등에 새겨서 그 사람의 공덕(功德)을 찬양 하는 글
명(銘)이라는 단어의 뜻을 새겨 보면 깊은 감동이나 중요한 것을 마음으로 써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이 사랑하는 돌에 마음을 정하는 것은 사랑하는 자녀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이 행복한 작업이며 그것으로 돌은 한층 가치가 높아져 품위도 격상된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이름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차라리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이름을 정할 수 있을까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수석의 이름은 그림에 붙이듯 함부로 정해서는 안 되며 아무리 명품을 입수했다고 해도 성급히 이름을 정해서는 안 된다.
이름 있는 명석들은 돌 자체의 훌륭한 가치와 함께 적절한 이름으로 해서 더욱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즉, 그 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애석인들은 애석 생활을 해 오면서 세월과 함께 마음도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끼던 돌도 수년이 지나면 타석(他石)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탐석해 온 돌마다 이름을 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심미안이 높다고 해도 좋은 돌만을 입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설령 이상적인 돌을 입수했다고 하더라도 그 돌과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며 호흡의 일치를 이루었을 때 이름을 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2. 석명의 효과
수석에 적당한 이름을 붙였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① 수석의 품위와 가치가 높아진다. ② 이름에 의하여 새로운 장점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어 감상석으로서의 가치가 정해진다. ③ 수석의 경치나 정서의 폭이 넓어져 상대적으로 감상의 세계가 깊어진다. ④ 상상에서 실제로 다가오는 느낌, 즉 연상(聯想)의 폭이 넓어진다. ⑤ 이름을 정하면 수석을 간직하고 정리하는데 편리하다. ⑥ 동호인과 서로 대화하며 수석의 이름을 밝히므로 이해가 빠르고 간단하게 그 수석을 생각해 낼 수 있다.
3. 석명을 정하는 방법
수석에 이름을 정하는 방법에는 실명을 붙이는 것과 상상을 발휘하여 붙이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산수경석(山水景石)에는 주로 후자(後者)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① 실명(實名)을 붙인 것 : 비룡폭포, 금강산, 월출봉, 울산바위, 낙선대, 하조대, 문수산, 한산도, 독도, 해금강, 무룡산, 선유도 등. ② 상상을 발휘한 이름 : 일월춘산, 절해고도, 산수일출, 사자섬, 환영도, 칠선도, 신선대, 망향대, 망향산, 춘원, 만산홍엽, 통천문, 유림명월 등 그 밖에도 무상(無想), 향수(鄕愁), 기도(祈禱)라는 식으로 돌의 관념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이름을 정하는 것도 있다.
수석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풍토(風土)에 맞게 양성된 산수풍물시적(山水風物詩的)인 세계의 것이므로 여기에 알맞는 이름이 필요하다. 수석의 이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 좋다.
4. 석명을 지을 때 주의할 점
① 명석(名石)의 이름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수석의 이름은 소장자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그 수석에만 있는 것이라야 가치가 있다. ② 수석이 간직한 특색이나 아름다운 점을 고려하여 취향을 살려야 한다. ③ 수석의 모양 그대로 정하는 것보다 한걸음 더 비약시켜 이름을 짓는 것이 좋다. (그 수석에서 연상되는 세계가 더욱 넓어지기 때문이다.) ④ 수석의 이름은 난해한 것보다는 가급적이면 평범하고 깊이가 있고 함축성이 있는 것이 좋다. ⑤ 수석 모양의 일반적인 호칭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경석(景石), 폭포석(瀑布石), 원산석(遠山石), 평원석(平原石) 등은 이름이 되지 않는다. 돌의 개성과 호칭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⑥ 수석의 이름은 낙(落), 쇠(衰), 사(死), 고(苦) 등의 불길한 말은 피하는것이 상식이다. ⑦ 수석의 이름은 본인이 직접 짓는 경우가 많으나 때로는 선배나 수석계의 원로에게 의뢰하여 이름을 지어 받게 되면 영원한 기념이 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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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인이 평소 수석생활을 하면서 정리하여 두었던 내용으로 저의 주관적 생각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애석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애석생활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안동시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장 박래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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